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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너머의 침입자16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16화: 수사망

찢어진 청바지 사이로 스며드는 피와 빗물이 범벅이 된 다리로, 도윤은 숨을 헐떡이며 캠퍼스 숲길을 달렸다.

제3공학관 건물 주변에는 이미 파란색과 붉은색 경광등이 번뜩이는 순찰차 두 대가 정문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조깅을 하거나 등교하던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으로 경찰의 모습을 촬영하며 술렁이고 있었다. 그들은 오늘 아침 대학가에서 벌어진 잔혹한 벽돌 묻지마 폭행 사건의 용의자가 이 건물에 자주 출입하는 전자과 학부생이라는 소문을 공유하고 있었다.

도윤은 정문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는 건물 뒤편 쓰레기 분리수거장 쪽에 위치한 지하실 환기창과 철제 비상계단을 기어오르듯 타고 올라갔다. 빗물 배관에 긁혀 찢어진 손바닥이 쓰라렸지만, 그의 신경은 오직 4층 412호 공동 실험실로 향해 있었다. 약속된 시간은 9시 58분. 가짜가 민아를 데리고 나타나기로 한 결전의 순간이었다.

도윤은 숨을 죽인 채 4층 복도 비상문을 밀었다.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도윤은 쇠 파이프를 가방 깊숙이 찔러 넣고, 붉게 타오르며 미세한 고주파 음을 뿜어내는 싱크로 장치를 껴안은 채 412호 실험실의 불투명 유리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섰다.

탁.

도윤이 발을 디디는 순간, 랩실 안쪽의 어둠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결국 왔군, 임도윤."

도윤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문 옆의 어두운 캐비닛 그늘에 기대어 서 있던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가짜 도윤이 아니었다. 남색 방수 점퍼를 입고, 담배 냄새와 피로가 찌든 베테랑 형사 특유의 안광을 지닌 40대 후반의 남자였다. 강북경찰서 강력계 소속의 최진혁 경위였다.

그의 등 뒤로 두 명의 사복 형사가 실험실 출입구를 신속하게 차단했다.

"경찰……?"

도윤의 목소리가 굳어졌다.

최 경위는 주머니에서 경찰 공무원증을 꺼내 보이며, 도윤의 피투성이 몰골과 찢어진 옷자락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훑어보았다.

"강북서 강력3팀 최진혁이다. 아침에 자취방 3층에서 앵글 밟고 다이빙했다더니, 그 만신창이 몸을 이끌고 굳이 이 실험실로 기어 들어온 이유가 뭐지? 흉기라도 숨겨두었나?"

"경관님, 제발 비켜주세요. 지금 여기 있으면 위험합니다! 그놈이…… 그 살인마가 여기로 민아를 데리고 올 거예요!"

도윤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최 경위는 피식 냉소를 지으며 수갑을 꺼내 손가락으로 짤랑거렸다.

"그놈? 살인마? 임도윤, 너 지금 뇌진탕이라도 걸려서 헛소리하는 거야? 오늘 아침 8시 반에 대학로에서 지나가던 행인을 벽돌로 난도질한 흉악범이 너잖아. CCTV에 네 쥐잡이 같은 얼굴이 너무나 깨끗하게 박혀 있더군. 네 외투도 그렇고."

"제가 아니에요! 가짜예요! 저랑 똑같이 생긴,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살인마가 저지른 짓이라고요!"

도윤의 절규에 사복 형사 한 명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반장님, 저 새끼 약한 거 아닙니까? 헛소리를 정성껏 하네."

하지만 최 경위는 웃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범죄자를 상대해 본 베테랑의 집요함으로 도윤의 두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도윤의 눈빛은 살인자의 광기나 마약 사범의 흐릿함이 아닌, 진짜로 벼랑 끝에 몰린 인간의 순수한 결백과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임도윤. 네 억울한 표정은 그럴싸하다만, 물적 증거가 널 가리키고 있어. 어제 전자과 조교를 폭행한 것도 너고, 편의점에서 행패를 부린 것도 네 지문과 얼굴이야. 그리고 방금 네 부모 계좌로 입금된 3천만 원 보이스피싱 사기 계좌의 명의도 네 대포통장으로 확인됐어. 더 이상 핑계 댈 구멍은 없다. 순순히 수갑 차."

최 경위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안 돼요! 10시란 말이에요! 지금 게이트를 꺼버리거나 제가 잡히면 민아가 죽어요!"

도윤은 뒤로 물러서며 랩실 중앙의 헬름홀츠 코일 장치를 바라보았다.

장비는 가동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도윤의 품에 안긴 싱크로 장치에서 방출되는 양자 에너지 주파수에 공명하듯 서서히 주황색 빛을 디스플레이에 깜빡이기 시작했다.

째깍. 째깍.

실험실 벽면의 아날로그 시계 바늘이 정확히 10시 정각을 가리켰다.

파지직!

순간, 랩실 중앙의 빈 공간이 기괴하게 일렁이며 형광등 불빛이 푸른색으로 번쩍였다. 형사들의 전자기기 무전기에서 지이익 하는 거친 노이즈가 폭발적으로 울렸다.

"뭐, 뭐야? 무전기가 왜 이래?"

형사들이 당황하여 무전기를 매만지는 바로 그 순간, 랩실 안쪽의 벽면 캐비닛 그늘 너머로 짙은 안개 같은 시공간의 왜곡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도윤과 최 경위의 시선이 동시에 그 기이한 굴절 공간을 향했다.

수사망의 그물코가 조여오는 한복판에서, 마침내 침입자의 거대한 그림자가 실체를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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