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11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11화: 경고

"헉, 헉, 헉……!"

도윤은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움켜쥐고 대학로 북카페 '페이지-인'의 유리문을 거칠게 밀치며 들어섰다.

딸랑거리는 맑은 종소리가 울렸지만, 카페 안의 공기는 얼어붙은 듯 기괴했다. 몇몇 손님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구석 자리에 웅크려 있었고, 카운터 앞바닥에는 깨진 유리컵 조각들과 쏟아진 커피가 짙은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도윤은 화장실 복도로 미친 듯이 뛰어갔다.

"민아야! 강민아!"

화장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민아의 단발머리 실루엣도, 올리브색 맥코트를 입은 가짜 도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는 민아가 들고 다녀야 할 갈색 가죽 가방이 끈이 끊어진 채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저기요! 방금 여기 있던 여자애 어떻게 됐어요?!"

도윤이 카운터 뒤에 겁에 질려 서 있는 카페 알바생에게 소리쳤다. 알바생은 도윤의 얼굴을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히익! 너…… 너 방금……!"

"방금 그 사람 어디로 갔냐고요!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

"방금…… 방금 여자애를 억지로 끌고 뒷문 골목길로 나갔어요! 아는 사이인 것처럼 다정하게 굴면서 입을 막고…… 어? 근데 당신 방금 나간 그 손님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쌍둥이예요? 누구예요?!"

알바생의 기겁하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도윤은 카페 뒷문으로 들이닥쳤다.

빗물에 젖은 어두운 골목길은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도윤은 빗물이 고인 바닥을 디디며 골목길 사방을 샅샅이 헤맸지만, 밤의 장막이 내려앉은 골목에는 고양이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민아는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

"으아아아악-!"

도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자신 때문에, 자신이 만든 그 저주받은 기계 때문에 민아가 살인마에게 납치당했다. 가짜는 도윤의 대인관계를 파고들며 가장 먼저 민아를 타깃으로 삼았고, 마침내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그때, 주머니 속 메인 스마트폰의 화면이 번쩍였다.

알림음은 울리지 않았지만, 전자기적 노이즈가 섞인 기이한 진동음이 징잉, 징잉 하고 폰을 흔들었다. 화면을 켜자 아무런 번호도 없는 의문의 푸시 알림이 떠 있었다.

[ 자취방으로 와라. 기계에 메시지를 남겨뒀다. ]

도윤은 이를 악물었다. 가짜는 도윤이 자신을 뒤쫓아 올 것을 완벽하게 예상하고 있었다. 도윤은 물 고인 골목을 박차고 자신의 자취방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302호 자취방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들어왔을 때, 방 안에는 기이한 붉은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 한구석,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싱크로 장치가 스스로 켜져 있었다. 어제 회로가 타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기계는 0.01%의 차원 동조 압력을 이기지 못한 듯 벌겋게 달아오른 소형 발광 다이오드와 붉은색 OLED 디스플레이 모듈을 스스로 구동하고 있었다.

도윤은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싱크로의 작은 붉은색 액정 화면에는 이쪽 차원의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닌, 기이한 양자 상태의 한글 텍스트들이 붉은색 픽셀로 지익지익 노이즈를 내며 출력되고 있었다.

[ 거기 누구야? 네가 보고 있는 거 알아. ]

그것은 가짜가 이 장치를 처음 감지했을 때 남겼던 최초의 텍스트 신호이자 경고였다.

그리고 도윤이 침을 삼키며 화면을 노려보는 순간, 기존의 텍스트가 지워지며 실시간으로 새로운 붉은 글씨가 액정 위에 타이핑되듯 박히기 시작했다.

[ 강민아는 내가 데리고 있다. ]

"개자식……."

도윤의 주먹이 하얗게 쥐어졌다. 액정 화면의 글씨는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 이 계집이 살고 싶다면, 지금 랩실에 설치해 둔 코일 장치와 네 방의 싱크로 장치를 계속 구동해라. 좌표 동조를 유지하란 뜻이다. ]

[ 만약 기계를 끄거나, 파괴하려고 든다면 이 계집의 목을 그어버리겠다. 그쪽 세상의 내 시체로 만들어주지. ]

가짜의 살의 어린 메시지가 붉은 빛으로 방 안을 차갑게 물들였다.

가짜 도윤이 민아를 납치한 목적은 명확했다. 그는 본래 차원에서 수사망을 피해 도망치기 위해 이곳 Alpha 차원으로 완전히 이주하려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도윤이 만든 두 개의 차원 전송 장치(자취방의 싱크로, 대학 랩실의 코일 장치)가 계속 가동되어 시공간 좌표를 물리적으로 열어두어야만 했다.

민아는 그 게이트를 닫지 못하게 막기 위한 인질이었다.

[ 내일 오전 10시까지 랩실로 오리지널 싱크로 장치를 들고 와라. 거기서 교환하자. 딴생각하면 알지? ]

[ 내 지문과 네 지문은 같으니, 랩실 도어락은 걱정 마라. ]

메시지의 끝에는 가짜의 조롱 섞인 웃음 모양이 찍히며 화면이 붉은색 단색광으로 완전히 굳어버렸다.

스으으으-.

기계 내부에서 과부하로 인한 하얀 필라멘트 탄내가 솔솔 피어올랐다. 도윤은 붉은 화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제 피할 길은 없었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고, 장치를 부술 수도 없었다. 가짜의 지시대로 게이트의 동조를 유지하며, 내일 아침 싱크로 기계를 들고 그 살인마와 정면으로 대치해야만 했다.

도윤은 싱크로 장치를 품에 안았다.

"반드시…… 널 죽여서라도 돌려보내겠어."

소심했던 대학생 임도윤의 눈동자에, 생전 처음으로 맹목적인 분노와 지독한 살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