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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너머의 침입자10화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평행선 너머의 침입자

10화: 목격자

가짜 도윤의 협박 메시지가 남긴 충격은 하루 종일 도윤의 목을 옥죄었다.

징계 위원회 회부니 조교 협박이니 하는 흉흉한 소문 때문에 학과 내에서 도윤은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그를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광인처럼 대했고, 도윤은 그들의 시선을 피해 제3공학관 랩실 구석에서 묵묵히 납땜질만 반복했다. 도윤의 등 뒤에서는 납 연기가 뿌옇게 피어올랐고, 뇌리에는 언제 가짜가 부모님이나 민아에게 마수를 뻗칠지 모른다는 극도의 조바심이 타들어 갔다.

오후 4시 15분.

인두기 끝에서 지직거리는 납 냄새가 랩실 안을 채우고 있을 때, 도윤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발신인은 강민아였다.

도윤은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민아야! 무슨 일 있어?"

수화기 너머 민아의 목소리는 평소의 당차고 이성적인 톤이 아니었다. 떨림을 숨기려 극도로 숨을 죽인, 젖은 목소리였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카페 특유의 잔잔한 재즈 음악과 식기 부딪히는 소음이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민아야?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야?"

"어, 나 하루 종일 랩실에서 데모 회로 수정하고 있었어. 왜 그래?"

민아의 목소리가 얇게 떨렸다.

도윤은 순간 쥐고 있던 납땜 인두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인두기 끝이 작업대 고무 매트를 살짝 태우며 매캐한 탄내를 풍겼다.

"무슨 소리야, 민아야. 나 진짜 랩실이야. 지금 랩실 창밖으로 운동장도 보이고, 저기 세미나실에 다른 학부생들도 있어. 나 지금 납땜 도구 다 켜놓고 전화 받는 거라고!"

민아는 거의 울먹이듯 속삭였다.

도윤의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사정없이 돋아났다. 올리브색 맥코트. 자취방 옷장에 걸어두었던, 작년에 어머니가 생일 선물로 사주신 외투였다. 오늘 아침에 분명 옷장에 걸려 있는 것을 확인했었다.

가짜는 도윤이 없는 사이 자취방에 다시 침입해 그 옷을 꺼내 입고 민아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민아야, 내 말 잘 들어. 그 사람 나 아니야. 절대 나 아니라고! 절대 가까이 가지 마!"

민아의 호흡이 사정없이 가빠졌다.

민아는 무서워서 음료를 주문하는 척하며 화장실로 피신해 전화를 건 것이었다.

"민아야, 당장 화장실 문 잠궈! 그리고 사람 많은 카페 홀로 나가서 큰길로 뛰어! 그 새끼 위험한 놈이야! 경찰에…… 아니, 일단 거기서 무조건 피해!"

수화기 너머로 민아의 짧은 비명이 들렸다.

터벅, 터벅, 터벅.

수화기의 마이크를 타고 흐르는, 축축하게 젖은 운동화가 타일 바닥을 밟으며 다가오는 소리. 도윤이 어젯밤 자취방 욕실 문 너머로, 그리고 랩실의 어둠 속에서 들었던 바로 그 소름 끼치는 발자국 소리였다.

"민아 단단히 잠궈! 문 열어주지 마!"

도윤은 소리를 지르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요란하게 자빠졌다.

수화기 너머로, 끼이이익- 하고 낡은 화장실 나무 문이 열리는 마찰음이 들렸다. 민아가 문을 잠그기 직전에 가짜가 들어온 것 같았다.

그리고 들려온 것은, 도윤 자신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톤은 한층 더 가라앉아 있었고, 등등한 살의가 가득 차 있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강민아 건드리지 마!"

도윤이 스마트폰 대고 악을 썼지만, 수화기 너머의 가짜에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민아의 비명소리가 찢어질 듯 울렸다.

이어 폰이 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듯한 둔탁한 덜컹거림과 함께 통화가 뚝 끊어졌다.

[ 연결이 통화 중 대기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

"민아야! 민아야!"

도윤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스마트폰을 쥐고 랩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복도를 달리는 그의 심장은 이미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고, 아드레날린이 혈관을 타고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계단을 대여섯 칸씩 뛰어내려 가며 제3공학관 로비로 질주했다.

밖은 아직 어두워지기 전이었지만, 먹구름이 낀 하늘은 마치 무덤 속처럼 어두컴컴했다.

도윤은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목구멍에서 피 맛이 날 정도로 대학로 골목길을 향해 달렸다.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민아가 무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가짜의 잔혹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기에, 민아가 단 몇 분이라도 그 살인마와 단둘이 갇혀 있다면 어떤 비극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제발…… 제발 늦지 마라!"

도윤은 붉은 진흙이 묻은 운동화로 아스팔트를 사정없이 디디며 대학로 북카페 '페이지-인'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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