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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레이싱 라인이 보인다2화

최적의 레이싱 라인이 보인다

최적의 레이싱 라인이 보인다

2화: 15세의 감각

거울 속에 비친 소년은 낯설었다.

가냘픈 어깨, 얇은 목선.
몸무게는 기껏해야 40kg대 중반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들이 모이는 F1 서킷의 괴물들과 비교하면 왜소하기 짝이 없는 신체였다.

‘이 연약한 몸으로는 횡G(중력가속도)를 견디는 것조차 불가능해.’

진우는 자신의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F1 머신을 타고 코너를 돌 때 드라이버의 목에 가해지는 하중은 자기 몸무게의 5배에서 6배에 달한다.
머리에 수십 킬로그램짜리 쇳덩이를 매달고 달리는 것과 같은 강도다.
그 무지막지한 압박 속에서도 시속 300km로 달리며 0.001초 단위의 정밀한 스티어링 휠 조작을 해내야만 한다.
게다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가해지는 압력은 평균 100kg 이상.
상체와 하체, 그리고 코어 근육이 극한으로 단련되어 있지 않다면 브레이크 페달조차 제대로 깊게 밟아보지 못하고 튕겨 나가기 십상이다.

하지만 지금의 몸은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15세 중학생의 몸이었다.

진우는 양팔을 앞으로 뻗어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했다.
그리고 목을 좌우로 가볍게 돌렸다.

둑, 두둑.

뼈마디가 맞춰지는 둔탁한 소리가 좁은 방 안에 울렸다.
근육은 아직 자리 잡지 않았고, 몸의 반응 속도 역시 전생의 전성기 시절에 비해 한참 무디고 느렸다.
다만, 신경망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진우야! 아직도 자냐? 곧 출발해야 한다, 내려와라!”

아래층에서 울려 퍼지는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진우의 귓가를 때리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아래로 내려앉았다.

아버지.
강한수의 목소리였다.

전생에서 아버지는 진우를 F1 드라이버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평생을 통째로 갈아 넣었다.
낡은 주택 1층에 딸린 작은 카트 숍을 운영하며 번 돈은 한 푼도 남김없이 진우의 타이어 값과 엔진 오버홀 비용으로 들어갔다.
돈이 없어 남들이 연습용으로 쓰고 버린 타이어를 얻어다 쓸 때도, 아버지는 미안하다는 말 대신 밤새도록 차고에서 카트 프레임을 용접했다.
어두운 불빛 아래서 쿨럭이며 용접 불꽃을 튀기던 아버지의 뒷모습.
약값은 아까워하면서도 진우의 레이싱 장갑은 언제나 가장 좋은 것으로 사주던 사람이었다.
결국 그 헌신 뒤에 남은 것은 병든 몸이었고, 진우가 유럽 F4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진우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방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차고 안으로 들어서자, 지독할 정도로 익숙한 매캐한 휘발유 냄새와 녹슨 쇠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차고 한가운데, 희뿌연 전등 불빛 아래에서 얼굴에 거뭇한 그리스를 잔뜩 묻힌 채 엔진 헤드를 만지고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전생의 마지막 기억보다 훨씬 젊고, 주름도 적은 건강한 모습.

“...아버지.”

진우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 나왔다.
강한수는 스패너를 손에 쥔 채 툭 고개를 돌렸다.

“왜 그렇게 넋을 놓고 서 있어? 잠이 덜 깼냐? 빨리 고양이 세수라도 하고 와. 오늘 파주 들어가기로 했잖아.”

“파주요...?”

“임마, 주말 연습 주행 있잖아. 지난주에 프레임 하단에 금 간 거 새로 용접했는데, 밸런스가 제대로 잡히는지 테스트해 봐야지. 이번 시즌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 주니어 클래스 첫 경기 얼마 안 남았어.”

진우의 시선이 아버지가 매만지던 카트로 향했다.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진 프레임은 군데군데 찌그러져 있었고, 검은색 카울에는 수많은 연석을 타고 넘으며 긁힌 상처가 가득했다.
용접 부위는 투박하게 부풀어 올라 보기 흉했다.
이탈리아제 CRG 섀시의 구형 모델에 로탁스 맥스(Rotax Max) 125cc 엔진이 얹어진 낡은 카트.

레이싱에서 강성이 변한 용접 프레임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코너를 돌 때 좌우 비틀림 밸런스가 무너져 드라이버의 직관적인 조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시즌마다 새 섀시로 바꾸는데, 자신은 이 용접된 고철 덩어리를 타고 국내 대회를 누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우는 웃음이 나왔다.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살아 있는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그의 잔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처럼 벅찼다.

“준비하고 올게요. 얼른 가요, 파주.”

“싱겁기는 녀석. 얼른 씻고 와라.”

강한수는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장갑을 벗고 아들의 머리를 툭 쳤다.
그 투박하고 거친 손길이 진우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따뜻한 구원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1톤 포터 트럭 적재함에 카트와 여분의 타이어, 그리고 공구 상자를 단단히 묶어 싣고 달렸다.
창밖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풍경은 2016년의 투박한 모습 그대로였다.

마침내 도착한 파주 스피드파크.
3월 초순의 바람은 살을 에는 것처럼 매서웠다.
관중석도 없는 쓸쓸한 서킷의 아스팔트는 해가 떴음에도 불구하고 차갑게 식어 있었다.

진우는 트럭에서 내려 서킷 바닥에 손을 얹었다. 얼음장 같은 냉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노면 온도 5도 안팎이네.”

카트용 슬릭 타이어는 일반적으로 60도에서 80도 사이에서 고무가 녹아내리며 최적의 접지력(그립)을 발휘한다.
노면이 이 정도로 차가우면 주행을 시작해도 타이어의 온도를 올리기가 극도로 어렵다.
타이어가 미끄러운 플라스틱처럼 변해, 조금만 속도를 높여 코너에 진입해도 차체가 코스 밖으로 밀려 나가 방호벽에 처박힐 터였다.

그때, 피트 끝자락에서 요란한 하이톤의 엔진 소리와 함께 대형 캐노피 천막이 보였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명문 레이싱 팀인 ‘명성 레이싱’의 캠프였다.
그들의 피트 앞에는 번쩍이는 신형 토니카트(Tony Kart) 섀시 세 대가 정렬해 있었고, 휠에는 전기선이 연결된 타이어 워머가 감겨 있었다.
타이어를 주행 전에 미리 달구어 그립을 확보하려는 고가의 장비였다.

“어, 강진우 왔냐?”

명성 레이싱의 주니어 에이스이자 동갑내기인 임준서가 헬멧을 든 채 다가왔다.
그는 스폰서 패치가 덕지덕지 붙은 최신형 레이싱 수트와 일제 아라이(Arai) 사의 화려한 커스텀 헬멧을 쓰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진우가 타고 온 낡은 포터 트럭과 그 뒤에 실린, 용접 자국으로 가득한 찌그러진 카트로 향했다.

눈빛에 담긴 은근한 우월감과 멸시.

“오늘 진짜 춥다. 야, 너 그 걸레짝 같은 프레임으로 횡G 주다가 코너 중간에서 섀시가 쪼개지는 거 아니냐? 다치기 싫으면 대충 돌아라.”

옆에 있던 명성 레이싱의 미케닉들도 킥킥거리며 비웃음을 흘렸다.
그들의 눈에 진우 부자는 가난해서 썩은 장비나 만지는 낙오자로 보일 뿐이었다.

진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수천억 원의 자본이 요동치고, 계약서 한 장으로 드라이버의 인생이 파멸하는 F1 패독의 피 말리는 정치 싸움을 겪은 그였다.
0.001초의 차이로 동료를 밀어내고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에 비하면, 15세 소년의 유치한 도발은 그저 귀여운 재롱에 불과했다.

진우는 임준서를 빤히 바라보며 무심히 입을 열었다.

“준서 너는 네 타이어 온도나 신경 써. 노면 온도가 너무 낮아서 1번 고속 코너 진입할 때 타이어 안 달궈져 있으면 무조건 언더스티어 나서 밖으로 날아갈 테니까.”

진우의 덤덤한 지적에 임준서의 미소가 굳어졌다.

“뭐? 야, 네가 뭘 안다고 지껄여?”

“그냥 보여서.”

진우는 대답을 흘리며 아버지가 건네주는 낡은 헬멧을 집어 들었다.


버클을 턱에 채우고 다소 해진 수트의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카트의 좁은 버킷 시트에 몸을 밀어 넣는 순간, 몸안의 모든 감각 세포들이 일제히 각성하는 느낌을 받았다.

서스펜션도 없고, 다운포스를 형성해 줄 윙도 없는 가장 순수한 기계식 머신.
오직 타이어의 고무 접지력과 프레임 자체의 탄성에만 의지해 달려야 하는 철골 카트.
F1의 월드 챔피언들이 왜 비시즌마다 카트를 타며 감각을 조율하는지, 진우는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타다다당! 타당! 타당!

강한수가 스타터 모터를 가져다 대고 엔진을 크랭킹하자, 2행정 로탁스 엔진이 찢어지는 듯한 고주파의 배기음을 내뿜었다.
뿌연 매연과 함께 2행정 오일의 독특한 향이 피트를 메웠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진우의 두 손으로 엔진의 거친 진동이 고스란히 흘러들었다.

“노면이 얼어 있으니까 타이어 열 올라올 때까지 첫 세 바퀴는 절대 무리하지 마라! 미끄러지면 바로 스핀이야!”

피트 월에서 아버지가 메가폰을 쥐고 소리쳤다.
진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았다.

바아아아앙-!

피트 레인의 노란 선을 지나 서킷 본선으로 진입하는 찰나.

진우의 시야가 급격히 전환되었다.

스스스스슥.

차가운 회색 아스팔트 노면 위로 푸른빛의 선이 살아 움직이듯 뻗어나갔다.
방 안에서 보았던 선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선명하고 거대한 궤적이었다.

[최적 경로 계산 완료]
[노면 온도: 4.8℃ / 타이어 내부 온도: 11.5℃]
[전방 코너 진입 한계 속도: 72km/h]
[권장 브레이킹 포인트: 45m 지점]

단순히 시각적인 라인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 장착된 타이어의 마찰 계수, 차가운 공기 저항, 그리고 카트의 비대칭적인 프레임 하중 밸런스까지 완벽하게 계산된 물리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뇌에 주입되고 있었다.

“확실히 대단하네.”

진우는 스로틀 페달을 끝까지 열었다.

작동 출력이 고작 28마력에 불과한 엔진. F1 머신의 1,000마력에 비하면 모터가 달린 장난감 수준이었다.
하지만 섀시와 드라이버의 무게를 합쳐도 140kg이 채 되지 않는 가벼운 차체는 가속 페달의 변화를 날것 그대로 전달했다.
서스펜션이 없기에 노면의 미세한 균열 하나하나가 척추를 타고 뇌로 직행했다.

첫 번째 코너가 쏜살같이 다가왔다.
진우는 전생의 감각대로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압박했다.

끽-!

순간 카트의 뒷바퀴가 중심을 잃고 밖으로 왈칵 미끄러졌다.
뇌의 연산 속도는 F1 머신의 압도적인 그립력과 속도에 맞춰져 있는 반면, 현재 진우의 신체 근력과 가벼운 체중은 스티어링 휠을 통해 들어오는 반발력을 제어하지 못해 밸런스가 깨진 것이다.

“흡!”

진우는 거칠게 반사적인 카운터 스티어를 먹이며 가속 페달을 미세하게 조절해 차체를 다잡았다.
등등하게 차오르는 식은땀.
신체적인 스펙의 한계였다. 뇌는 시속 300km의 영역을 질주하고 있었지만, 15세 소년의 연약한 뼈와 근육은 시속 80km의 횡G에서도 한계를 경고하고 있었다.

‘몸을 지금 이 기계에 맞춰야 해.’

진우는 호흡을 깊게 들이쉬며 조절했다.
두 번째 랩.
그는 뇌의 연산 템포를 15세 신체 스펙에 최적화하여 늦췄다. 그리고 억지로 힘으로 스티어링을 꺾는 대신, 체중을 좌우로 능동적으로 이동시키며 프레임의 탄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펼쳐진 푸른 라인이 차체의 상태를 감지하며 실시간으로 경로를 수정해 나갔다.

신기하게도 타이어 온도가 소폭 상승할 때마다 푸른 라인의 색상이 더 짙은 푸른색으로 변했고, 진입 한계 속도의 수치와 브레이킹 포인트가 서서히 코너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바아아아아아아아아앙!

세 번째 랩.
타이어가 드디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온도에 진입했다.

피트 월에서는 명성 레이싱의 감독과 임준서가 팔짱을 낀 채 진우의 주행을 관찰하고 있었다.
임준서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첫 랩부터 슬립 나더니 잔뜩 쫄았네. 속도가 저게 뭐야.”

그러나 그 비웃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우의 카트가 메인 스트레이트 끝의 헤어핀 코너를 향해 폭발하듯 돌진했다.

“어...?”

명성 레이싱 감독의 눈이 커졌다.

이미 상식적인 브레이킹 포인트를 지나쳤다.
저 시점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면 무조건 오버스피드로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고 방호벽에 직격할 코스였다.

하지만 진우는 브레이크 페달을 짧고 날카롭게 차는 동시에 스티어링 휠을 부드럽게 던지듯 꺾었다.
카트의 무게 중심이 순식간에 앞으로 쏠리며 뒷바퀴가 그립을 풀었다.
그러나 미끄러지는 것은 찰나였고, 카트는 코너 안쪽 연석을 마치 면도날로 도려내듯 정교하게 스치며 파고들었다.

카트에는 좌우 바퀴의 회전 차이를 만들어주는 디퍼렌셜 기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코너를 매끄럽게 돌기 위해서는 섀시가 휘어지면서 안쪽 뒷바퀴가 지면에서 살짝 떠올라야만 한다.
진우는 자신의 상체를 바깥쪽으로 기울여 원심력을 이용하고, 섀시의 탄성을 극한으로 끌어내어 안쪽 타이어를 정확히 2cm 상공으로 들어 올렸다.

인간의 감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완벽한 ‘잭킹(Jacking)’의 구현이었다.

바아앙-!

코너 탈출 속도는 차원이 달랐다.
푸른색 라인이 가리킨 제로 슬립 영역과 스로틀 페달을 100% 개방한 타이밍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졌다.

“말도 안 돼... 저 라인을 탄다고?”

임준서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스톱워치를 쥔 손을 바르르 떨었다.

카트는 마치 아스팔트에 자석처럼 달라붙어 궤도를 그리는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였다.
찢어질 듯한 배기음만이 서킷에 울려 퍼졌고, 차체의 불필요한 흔들림은 단 1mm도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방울의 타이어 접지력조차 낭비하지 않는, 기하학적이고 완벽한 주행이었다.

피익!

진우는 메인 스트리트를 통과하며 피트 월에 얼어붙어 있는 아버지를 언뜻 보았다.
아버지는 손에 들고 있는 디지털 스톱워치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 쿨링 랩을 돌며 피트로 복귀한 진우는 시동을 껐다.
카트가 멈추자, 잊고 있던 지독한 열기와 아드레날린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스티어링 휠을 쥔 손끝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왔다.
체력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이 가진 전생의 지식과 물리 데이터 시각화 능력이 결합했을 때 만들어낼 압도적인 미래에 대한 전율이었다.

헬멧을 벗자 차가운 3월의 바람이 땀으로 젖은 진우의 이마를 부드럽게 씻어 내렸다.

강한수가 거의 비틀거리는 듯한 걸음으로 진우에게 걸어왔다.
그의 손에 쥐어진 디지털 스톱워치 액정에는 믿을 수 없는 숫자가 박혀 있었다.

‘41.18’

“...진우야.”

강한수의 목소리가 젖은 듯 갈라졌다.

“너... 이거 대체 어떻게 한 거냐?”

파주 스피드파크 주니어 클래스의 공식 최고 기록은 41초 80이었다.
그 기록마저도 최고의 기온과 습도가 보장된 5월 말에, 대기업 수준의 명성 레이싱이 신형 머신과 새 타이어 세팅을 거쳐 간신히 달성한 것이었다.

그런데 영하에 가까운 혹한의 3월 초.
용접 자국이 누덕누덕 기워진 낡은 카트로 공식 코스 레코드를 무려 0.62초나 단축해 버린 것이다.

피트 저편에서 명성 레이싱의 감독과 임준서가 영혼이 나간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진우는 헬멧을 조심스레 시트 위에 올려놓으며 아버지를 바라보고 환하게 웃었다.

“말씀드렸잖아요, 아버지. 프레임 밸런스 엄청 잘 잡혔다고요.”

이제 첫걸음이었다.
세계의 정점, F1으로 향하는 최적의 라인이 진우의 눈앞에 선명하고 또렷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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