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에 갇힌 소년

34화: 정오의 바깥
교장실 문은 기록실 벽에 붙어 있었지만, 문틈으로 들어오는 냄새는 전혀 달랐다.
마른 나무 책상, 오래된 담배, 비에 젖은 흙. 1999년 학교에서 맡았던 냄새와 비슷했지만 더 낡았다. 문을 열자 햇빛이 쏟아졌다.
정오의 햇빛이었다.
방 안에는 창문이 없었다. 그런데도 모든 것이 지나치게 밝았다. 책상 위의 명패, 벽에 걸린 교훈, 낡은 금고까지 그림자 없이 드러나 있었다.
책상 뒤에 강유석이 앉아 있었다.
그는 1999년의 젊은 교사가 아니었다. 머리가 희끗했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있었다. 하지만 눈은 같았다. 누군가를 살리겠다고 믿는 사람의 눈,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숨긴 사람의 눈.
지후가 문턱에서 멈췄다.
"선생님."
강유석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지후."
그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지후의 손이 떨렸다. 지후는 방송실에서 강유석의 남은 목소리를 따라가며 여기까지 왔다. 그에게 강유석은 가해자이면서 길잡이였고, 잊고 싶으면서도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서진은 앞으로 나섰다.
"두 번째 조건 때문에 왔어요."
강유석은 서진의 손목에 감긴 붉은 실을 보았다.
"결국 네게 돌아갔구나."
"선생님이 뭘 숨겼는지 알아야 해요."
강유석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책상 위에는 학교 설립 서류가 놓여 있었다. 1974년 재개발 기록, 1975년 해온고 개교 승인서, 1999년 시계탑 보수 공사 보고서.
이수가 서류를 집어 들었다.
"시계탑 보수 공사가 문하린 선배 사고 전날 승인됐어요."
민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사고 나기 전에 보수 공사? 그럼 뭔가 터질 줄 알았다는 거잖아."
강유석은 피하지 않았다.
"알았다."
지후가 이를 악물었다.
"알았는데 왜 막지 않았어요?"
"막으려고 했다."
"그게 막은 거예요?"
지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하린 선배는 사라졌고, 유현 선배도 망가졌고, 도겸 선배는 몇십 년을 문턱에 묶였어요. 그걸 막았다고요?"
강유석의 얼굴에 고통이 스쳤다.
"나는 종을 멈추면 끝날 줄 알았다."
서진은 낮게 물었다.
"종을 멈춘 사람은 선생님이죠?"
강유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1999년 6월 14일. 하린이가 방송을 켰고, 종 안에 갇힌 이름들이 한꺼번에 깨어났다. 학교 전체가 1974년의 정오로 끌려가고 있었다. 나는 시계탑 전원을 끊고, 종을 봉인했다."
소라가 물었다.
"그럼 죄는 뭐예요?"
강유석은 책상 서랍을 열었다. 안에서 작은 카세트테이프가 나왔다. 라벨에는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문하린_마지막 방송_원본
지후의 눈이 커졌다.
"원본이 남아 있었어요?"
"남아 있었다. 내가 숨겼다."
방 안의 햇빛이 한층 더 밝아졌다. 숨긴 사실이 말로 나오자 정오가 기뻐하는 것처럼.
강유석은 테이프를 책상 위에 놓았다.
"하린이는 혼자 희생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아이는 방송으로 모두에게 이름을 돌려주려 했다. 학교가 잊은 1974년의 아이들, 1999년에 사라진 학생들, 앞으로 정오가 잡아갈 아이들까지."
이수가 말했다.
"그럼 성공할 수도 있었던 거네요."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끊었고요."
강유석은 눈을 감았다.
"방송이 계속되면 학교 전체가 무너질 거라 믿었다. 살아 있는 학생들도 1974년 붕괴 현장에 겹쳐질 거라고. 나는 당장 보이는 아이들을 살리고 싶었다."
지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하린 선배의 목소리를 잘랐어요?"
"그래."
"그리고 그걸 사고로 덮었어요?"
"그래."
짧은 대답이 방을 무겁게 눌렀다.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살리려고 한 선택도 죄가 될 수 있어요."
강유석은 그녀를 보았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 여기 있어요?"
그 질문에 강유석은 처음으로 흔들렸다.
"내가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교장실 벽에 금이 갔다. 금 사이로 운동장이 보였다. 현재의 해온고 운동장.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 시작 종이 울려야 할 시간이지만, 학생들은 모두 흐릿한 물속에 잠긴 듯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진은 창밖 없는 벽을 보며 깨달았다.
정오의 바깥.
그들은 지금 학교 밖으로 나온 게 아니었다. 정오가 세계를 한 겹 바깥에서 들여다보는 자리, 시간의 감시석 같은 곳에 있었다.
강유석은 테이프를 지후에게 밀었다.
"내 죄는 하린이의 방송을 끊고, 아이들의 이름을 다시 숨긴 것이다."
정오의 목소리가 울렸다.
두 번째 조건 확인.
강유석의 손목에 검은 실이 감겼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죄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종이 멈추지 않아."
이수가 물었다.
"세 번째 조건. 종을 깨울 사람의 대답."
강유석은 서진을 보았다.
"그건 네 대답이다."
서진은 예상했는데도 숨이 막혔다.
"무슨 질문에 대한 대답인데요?"
강유석은 대답하기 전 지후를 보았다.
"테이프를 틀어라. 하린이가 묻는다."
지후는 카세트테이프를 수신기 옆에 끼웠다. 망가진 장비가 이상하게 딱 맞아 들어갔다. 버튼을 누르자 오래된 잡음이 흘렀다.
치직.
문하린의 목소리.
해온고 학생 여러분. 지금부터 제 말을 듣는 사람은 자기 이름을 잊지 마세요. 이름은 출석부에 있는 글자가 아니라, 누군가가 당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서진의 손목 실이 떨렸다.
정오가 문을 열었습니다. 문은 하나를 남기라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그 말은 거짓말입니다.
강유석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종을 깨우려는 사람에게 묻겠습니다.
테이프가 지직거렸다.
당신은 누구를 두고 갈 겁니까?
녹음이 끊겼다.
방 안의 햇빛이 꺼졌다.
정오의 목소리가 서진의 귀 바로 옆에서 속삭였다.
대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