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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갇힌 소년31화

정오에 갇힌 소년

정오에 갇힌 소년

31화: 돌려받은 심장

종소리는 밖에서 울리지 않았다.

서진의 가슴 안쪽에서 울렸다.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깨진 종이 같이 흔들렸다. 도로 위의 빗물이 원을 그리며 물러났고, 정지해 있던 사고 현장의 사람들은 종이 인형처럼 납작해졌다가 다시 펴졌다.

윤재하는 서진의 손목에서 풀려 나온 붉은 실을 바라봤다.

"겁나지?"

서진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살아 있다는 증거야."

그 말이 이상하게 아팠다. 살아 있다는 증거가 두려움이라면, 그는 너무 오래 살아 있었다. 아니, 너무 오래 살아 있는 척했다.

어린 서진은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무표정하지 않았다. 눈가가 젖어 있었고, 손에는 젖은 공책을 꼭 쥐고 있었다.

"나 이제 죽는 거야?"

그 질문에 누구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수가 서진 옆으로 다가왔다.

"아니. 과거가 바뀌는 게 아니야. 정오가 붙잡고 있던 빚의 방향이 바뀌는 거야."

민재가 작게 말했다.

"그게 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죽는다는 말은 아니지?"

지후의 수신기에서 낮은 잡음이 올라왔다.

반환 대상 확인.

소라가 스케치북을 펼쳤다. 페이지 위에는 횡단보도와 시계탑이 겹쳐 그려졌다. 그 아래에 글자가 떠올랐다.

윤서진의 정오가 원주인에게 귀속됩니다.

민재가 이를 악물었다.

"원주인이 뭔데. 사람을 물건처럼."

서진은 자기 가슴을 눌렀다. 심장 박동이 점점 느려졌다. 뎅. 뎅. 뎅. 종소리 사이사이에 짧은 침묵이 끼어들었다.

윤재하는 힘겹게 웃었다.

"정오는 네가 가져가야 끝난다. 하지만 혼자 가져가면 안 된다."

"왜요?"

"정오는 사람 하나를 먹고 만들어진 시간이 아니야. 누군가가 누군가를 살리려고 했던 순간들이 겹쳐져 생긴 거다. 나, 네 엄마, 하린이, 그리고 이름을 잃은 애들."

서진은 문하린의 이름을 떠올렸다. 시계탑 안에서 수많은 이름을 품고 있던 선배. 자신의 하루를 바쳐 다른 아이들을 막아내려 했던 사람.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윤재하는 대답하려다 기침했다. 피가 아니라 검은 물이 입가에서 흘렀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버틴 것은 생명이 아니라 선택의 잔향이었다.

"세 가지를 찾아라."

그의 목소리가 희미해졌다.

"종을 울린 사람의 이름. 종을 멈춘 사람의 죄. 종을 깨울 사람의 대답."

이수가 바로 물었다.

"종을 울린 사람은 강유석 선생님인가요?"

윤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은 문을 열었을 뿐이야. 종은 더 오래전부터 울리고 있었다."

지후의 수신기가 갑자기 커졌다.

기록실.

모두가 그쪽을 보았다.

해온고 지하 기록실. 1974년 6월 14일.

소라의 스케치북에 또 다른 문이 그려졌다. 낡은 철문. 학교 본관 아래, 오래된 보일러실 옆에 있을 법한 문이었다.

서진은 윤재하를 보았다.

"삼촌도 같이 갈 수 있어요?"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온 뒤에야 서진은 자신이 처음으로 그를 삼촌이라고 불렀다는 걸 깨달았다.

윤재하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나는 여기까지야."

"아직 물어볼 게 많아요."

"그래서 이름이 남는 거야. 물어볼 게 남아 있어도, 사람이 끝난 뒤에 부를 수 있게."

어린 서진이 윤재하에게 다가갔다.

"아저씨가 나 살렸어?"

윤재하는 어린 서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네가 살아서 다행이었다."

"근데 아저씨는?"

"나도 그날 내가 할 일을 했어."

어린 서진은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다. 대신 젖은 공책을 윤재하에게 내밀었다. 공책 표지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윤서진

윤재하는 그 이름을 한참 바라보다가 손을 얹었다. 공책은 빛으로 변해 그의 손목에 남은 붉은 실을 감쌌다. 실은 더 이상 검지 않았다. 옅은 붉은빛으로 풀려나 빗속에 스며들었다.

사고 현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수가 소리쳤다.

"돌아가야 해!"

민재가 서진의 팔을 잡았다.

"야, 멍때리지 말고!"

서진은 마지막으로 윤재하를 보았다.

"윤재하."

이름을 부르자 윤재하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고맙습니다."

윤재하는 대답 대신 손을 흔들었다. 그 뒤로 비가 정상 방향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가로수, 횡단보도, 어린 서진이 하나씩 빛에 잠겼다.

서진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상담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엄마가 그를 끌어안고 있었다.

"서진아!"

서진은 숨을 들이마셨다. 폐가 아팠다. 심장이 뛰었다. 너무 빠르고, 너무 시끄럽고, 너무 살아 있는 박동이었다.

"엄마."

엄마는 울면서 그의 얼굴을 만졌다.

"괜찮아? 어디 아파?"

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엄마를 원망하지도, 피하지도 않고 끌어안았다.

"삼촌 이름 찾았어."

엄마의 몸이 굳었다.

"재하 오빠?"

"응."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상담실 천장에 금이 갔다. 병실 환영은 사라졌고, 다시 낡은 상담실 책상과 의자, 심리검사 포스터가 나타났다.

하지만 문 위의 시계는 여전히 12시 17분을 가리켰다.

그리고 초침이 한 칸 움직였다.

12시 17분 1초.

지후가 수신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시간이... 다시 세고 있어."

이수는 창밖 시계탑을 보았다. 깨진 종 안쪽에서 검은 물이 끓어올랐다.

"좋은 신호만은 아니야. 정오가 서진이를 주인으로 인정했다는 뜻일 수도 있어."

스피커가 켜졌다.

반환 완료.

서진의 손목에 붉은 실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얇은 실 하나가 아니었다. 여러 갈래의 실이 심장 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채무자 윤서진.

목소리가 낮게 웃었다.

이제 회수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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