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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갇힌 소년28화

정오에 갇힌 소년

정오에 갇힌 소년

28화: 엄마가 기다리는 방

상담실 문 앞에서 서진은 멈췄다.

손잡이는 차가웠다. 교내 상담실의 평범한 은색 손잡이인데, 만지는 순간 병원 침대 난간을 잡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손바닥에 소독약 냄새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이수가 낮게 말했다.

"혼자 들어가지 마."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하지만 상담실 안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진아."

그 목소리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어릴 때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엄마가 현관에서 부르던 목소리. 잠결에 들으면 안심되면서도, 왜 이제 왔느냐고 묻고 싶어 목이 막히던 목소리.

"서진아, 엄마 여기 있어."

민재가 서진의 어깨를 잡았다.

"야. 이거 함정 냄새 세게 나."

"알아."

"아는데 손잡이 잡고 있냐?"

서진은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어느새 손잡이를 꽉 쥐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뗐다.

"같이 들어가자."

문을 열자 상담실은 병실이었다.

하얀 커튼, 침대, 심전도 모니터, 링거대. 창밖에는 학교 운동장이 아니라 밤의 응급실 입구가 보였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구급차 불빛이 붉게 번졌다.

침대 옆 의자에 엄마가 앉아 있었다.

윤미정. 서진의 엄마.

그녀는 간호복 차림이었다. 평소보다 젊어 보였고, 얼굴에는 깊은 피로가 배어 있었다. 그녀는 서진을 보자마자 일어났다.

"서진아, 괜찮아?"

서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진짜일까.

아니면 탑의 잔해가 만든 환영일까.

이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머님, 오늘 학교에 왜 오셨어요?"

엄마는 이수를 보지 않았다. 오직 서진만 바라봤다.

"상담하러 왔지. 선생님이 성적 때문에..."

말이 끊겼다.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아니야. 나는 병원에 있었어. 오늘 주간 근무였고..."

그녀는 자신의 간호복을 내려다봤다.

"근데 왜 학교에 왔지?"

서진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엄마도 이상한 거 느껴?"

엄마는 대답 대신 침대 쪽을 보았다.

침대에는 어린 서진이 누워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쯤의 서진. 얼굴이 창백했고, 손등에는 링거 바늘이 꽂혀 있었다. 어린 서진의 옆에는 보호자 동의서가 놓여 있었다.

서진은 기억이 없었다.

"이게 뭐야."

엄마의 얼굴이 무너졌다.

"너 기억 안 나?"

"뭘?"

엄마는 입술을 떨었다.

"네가 초등학교 때, 교통사고가 날 뻔했어. 학교 앞에서. 큰 사고는 아니었는데,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혔고 하루 입원했어."

"나 그런 적 없어."

"기억 못 하는 거야. 그때..."

그녀는 말을 멈췄다. 눈동자가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

"그때 시간이 이상했어."

서진은 숨을 삼켰다.

"엄마도 12시 17분을 알아?"

엄마의 손이 떨렸다.

"그날 병원 시계가 전부 멈췄어. 12시 17분. 나는 네 침대 옆에서 졸다가 깼고, 네 심전도 모니터가 꺼져 있었어. 네가 숨을 안 쉬는 줄 알았어."

침대 위 어린 서진의 심전도 그래프가 일직선이 됐다.

삐.

긴 소리가 병실을 채웠다.

현재의 서진은 뒤로 물러났다.

"나 죽었었어?"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흘렀다.

"아니. 아니야. 나는 그렇게 믿지 않아."

심전도 소리 위로 낯선 목소리가 섞였다.

정오를 바치면 아이를 돌려주겠다.

서진의 귀가 멍해졌다.

민재가 낮게 욕을 했다.

"설마..."

엄마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었다. 과거의 그녀였다. 젊은 윤미정은 어린 서진의 손을 붙잡고 울고 있었다.

"뭐든 할게요. 제발 우리 애만..."

허공에서 붉은 실이 내려왔다.

서진은 비틀거렸다.

"아니야."

이수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서진아, 봐야 해."

"싫어."

"봐야 네 시간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아."

젊은 엄마는 붉은 실을 잡았다.

그 순간 상담실 벽에 시계탑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정오를 바치면 하루를 돌려주겠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어린 서진의 심전도가 다시 움직였다.

삐. 삐. 삐.

현재의 엄마가 흐느꼈다.

"나는 네가 살아난 줄만 알았어. 그 뒤로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이상한 꿈을 꿨어. 네가 같은 하루에 갇혀서 나를 부르는 꿈."

서진은 침대 위 어린 자신을 보았다.

자신의 시간은 처음부터 정상적이지 않았다.

루프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그의 안에 씨앗처럼 묻혀 있었다.

상담실 문이 저절로 닫혔다.

스피커 없는 병실에서 방송이 울렸다.

윤서진의 정오가 확인되었습니다.

어린 서진의 손목에 붉은 실이 감겼다.

그리고 현재의 서진 손목에도 같은 실이 나타났다.

엄마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서진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탑이 그를 선택한 이유.

그는 루프에 갇힌 학생이 아니라, 오래전에 정오를 빚진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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