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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갇힌 소년11화

정오에 갇힌 소년

정오에 갇힌 소년

11화: 후회의 방

시계탑 안은 계단이 아니었다.

문턱을 넘는 순간 바닥이 사라졌고, 다섯 명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떨어졌다. 서진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귓가에 종소리가 울렸다. 하나, 둘, 셋. 이미 열일곱 번 울렸는데도 종은 멈추지 않았다.

쿵.

그가 떨어진 곳은 낯선 교실이었다.

아니, 낯설지 않았다.

초등학교 5학년 3반. 창가 셋째 줄. 낡은 나무 책상 위에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윤서진

서진은 숨을 멈췄다.

"야, 윤서진 엄마 또 안 왔대."

뒤에서 아이들이 웃었다. 서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린 자신이 교실 앞쪽에 서 있었다. 작고 마른 몸, 지나치게 큰 체육복, 입술을 꾹 다문 얼굴.

학부모 공개수업 날이었다.

다른 아이들 뒤에는 부모들이 서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손을 흔들고, 조용히 웃고 있었다. 어린 서진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날 엄마는 오지 않았다. 병원 야간 근무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서진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화장실 칸 안에서 몰래 울었다.

"이런 걸 왜 보여주는 거야."

서진은 주먹을 쥐었다.

교실 문이 열렸다. 젊은 엄마가 들어왔다. 지금보다 훨씬 젊고, 얼굴에는 피곤함이 덜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 엄마는 어린 서진을 지나쳐 다른 아이의 뒤에 섰다.

서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아니야."

그는 어린 자신에게 달려갔다.

"보지 마. 저거 진짜 아니야."

하지만 어린 서진은 들을 수 없었다. 엄마는 다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나 발표 잘할게."

어린 서진의 얼굴이 무너졌다.

서진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건 기억이 아니었다. 기억에 탑이 거짓을 섞은 것이다. 가장 아픈 부분을 찢어 놓고, 그 틈에 다른 이야기를 끼워 넣는다.

교실 스피커에서 문하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속으면 남는다. 지나가면 기억한다.

서진은 이를 악물었다.

"우리 엄마는 늦었을 뿐이야."

주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졌다.

"그래도 안 왔잖아."

"너보다 일이 더 중요했잖아."

"너는 항상 뒤로 밀렸잖아."

서진은 어린 자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손이 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작은 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다.

"야."

어린 서진이 고개를 들었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눈이 마주쳤다.

"괜찮은 척하지 마."

서진이 말했다.

"안 괜찮았으면 안 괜찮았다고 해도 돼. 엄마가 미웠으면 밉다고 해도 돼. 근데 네가 버려진 건 아니야."

어린 서진의 입술이 떨렸다.

"진짜?"

"응."

"그럼 왜 아무도 안 와?"

서진은 대답을 고르지 않았다. 예전이었다면 변명했을 것이다. 엄마가 바빴으니까. 어쩔 수 없었으니까. 이해해야 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건 상처였어."

그가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라, 그냥 상처."

그 순간 교실 뒤문이 열렸다. 젖은 머리의 엄마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간호사 신발에 흙탕물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뒤늦게 들어와 어린 서진을 찾았다.

"서진아."

어린 서진은 눈물을 터뜨렸다.

진짜 기억이었다.

엄마는 늦었지만 왔다. 수업은 거의 끝났고, 선생님은 어색하게 웃었고, 아이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왔다. 그걸 서진은 오래전부터 잊은 척하고 있었다. 늦게 온 것이 안 온 것보다 더 서운해서.

교실이 하얗게 무너졌다.

서진은 다시 시계탑 내부에 서 있었다. 가슴이 거칠게 뛰었다. 손에는 어린 시절 이름표가 쥐어져 있었다.

계단 아래에서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소라?"

서진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뛰었다.

좁은 복도 끝, 박소라가 자기 그림들이 불타는 방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반쯤 흐려져 있었다.

"내 이름이..."

소라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이 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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