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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갇힌 소년10화

정오에 갇힌 소년

정오에 갇힌 소년

10화: 사라지는 친구

"장난치지 마."

서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민재는 진심으로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는 서진을 향해 한 걸음 물러섰다.

"미안. 내가 널 알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이름이 안 떠올라."

"한민재."

서진이 그의 멱살을 잡았다.

"중학교 2학년 때 네가 급식실에서 요구르트 다섯 개 마시고 토한 거 내가 치워줬어. 작년 체육대회 때 계주하다 넘어졌는데 내가 보건실 데려갔고, 네가 좋아하는 게임 계정 비밀번호 뒤 네 자리도 알아. 그런데 내 이름이 기억 안 난다고?"

민재의 눈이 흔들렸다.

"미안해."

그 말이 더 아팠다.

이수는 바로 민재의 손바닥에 펜으로 썼다.

윤서진

"읽어. 계속 읽어."

민재는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윤... 서진."

잠시 그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맞아. 윤서진. 야, 나 왜 이래?"

하지만 글자가 곧 번졌다. 먹물이 물에 풀리듯 이름이 손바닥에서 사라졌다. 민재의 얼굴에서도 다시 기억이 빠져나갔다.

도겸이 낮게 말했다.

"회수가 시작되면 기록도 오래 못 버텨."

서진은 그를 노려봤다.

"막는 법."

"정오 이후 탑 안으로 들어가야 해. 문하린의 죽음이 반복되는 방이 있어. 거기서 첫 번째 죽음의 진실을 확인하면 이름 회수를 멈출 수 있다."

"그럼 가."

"못 가."

도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떨렸다.

"나는 그 방 앞에서 친구들을 잃었어."

서진은 대답 대신 방송실 문을 열었다. 복도는 더 이상 학교가 아니었다. 벽은 낡은 목재로 변해 있었고, 창밖에는 1999년의 운동장이 펼쳐져 있었다. 비 대신 흰 꽃잎이 멈춰 있었다.

오지후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팔의 문양은 사라졌지만 얼굴은 창백했다.

"난... 계속 방송만 했어."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엔 꿈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입이 움직였어. 미안해."

이수는 그를 일으켰다.

"사과는 나중에. 너도 다섯 번째 기억자야. 움직일 수 있지?"

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섯 명.

윤서진, 한이수, 박소라, 한민재, 오지후.

그 이름들을 서진은 마음속으로 반복했다. 잊지 않으려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시계탑으로 가는 길은 길어져 있었다. 본관 계단은 내려가도 내려가도 4층으로 돌아왔고, 복도 끝 교실 문을 열면 어린 시절의 서진이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 교실, 병원 복도, 엄마가 울던 부엌. 탑은 각자의 시간을 꺼내 길 위에 던지고 있었다.

소라는 자신의 얼굴이 비치지 않는 창문 앞에서 멈췄다.

"내가 사라지면 내 그림은 남을까?"

서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수가 대신 말했다.

"남게 할 거야."

"어떻게?"

"내가 네 이름을 기억할 거니까."

소라는 조금 웃었다.

"너 그런 말 잘 안 하잖아."

"지금은 해야 할 것 같아서."

민재는 계속 손바닥을 봤다. 이름은 사라졌지만, 그는 무언가 붙잡으려는 사람처럼 손을 꽉 쥐고 있었다.

"야."

그가 서진을 불렀다. 이름 없이.

"나 너랑 친했냐?"

서진은 목이 막혔다.

"제일."

"그럼 내가 겁나 멋있는 친구였겠네."

"시끄럽고 귀찮은 친구였어."

"그게 멋있는 거지."

둘은 아주 잠깐 웃었다.

시계탑 앞에 도착했을 때,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안쪽에서는 종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나, 둘, 셋. 세지 않으려 해도 심장이 대신 숫자를 세고 있었다.

강유현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왔구나."

그의 회색 코트는 피에 젖은 것처럼 붉었다.

서진이 물었다.

"선배님도 알고 있었죠? 다섯 명이 모이면 누가 사라지는지."

유현은 고개를 숙였다.

"알고 있었다."

"왜 말 안 했어요?"

"말했으면 너희가 여기까지 왔을까?"

민재가 웃었다.

"와, 어른들 화법 진짜 별로네."

유현은 그 말에 씁쓸하게 웃었다.

"맞아. 그래서 난 실패했지."

탑 안쪽에서 문하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12시 17분 전에 들어야 함.

도겸이 검은 우산을 접었다.

"들어가면 각자 가장 후회하는 시간과 마주친다. 속으면 남는다. 지나가면 기억한다."

서진은 문턱을 넘기 전 뒤돌아봤다. 멈춘 학교, 멈춘 비, 이름을 잃어가는 친구들. 매일 똑같다고 생각했던 하루가 이제는 미치도록 되찾고 싶은 하루가 되어 있었다.

"가자."

그가 말했다.

"오늘은 안 끝낼 거야."

다섯 명의 발이 동시에 시계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종소리가 열일곱 번째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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