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살인마의 일기장10화

살인마의 일기장

살인마의 일기장

10화. 무너진 공범자

모텔 방의 눅눅한 벽지가 습기를 머금어 축축하게 늘어졌다. 은호는 아버지가 남긴 유품 상자 밑바닥에서 발견한 작은 종이 조각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그것은 2006년 6월 날짜가 찍힌 대학병원의 병원비 영수증 사본이었다. 수납자 명의는 '송창식', 금액은 당시로서는 거액인 3천만 원. 영수증 귀퉁이에는 아버지의 굵은 필체로 [ 창식이가 이 돈을 어디서 구했을까? ]라는 의구심 가득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강은호! 거기서 손 떼고 엎드려!"

그때, 모텔의 낡은 문이 부서져 나갔다. 들이닥친 것은 감사관실 형사들이 아니었다. 방탄복 차림의 송창식 팀장이 총구를 은호의 미간에 고정시킨 채 들어섰다. 그의 뒤에는 박민석 실장의 지시를 받은 사설 보안 인력들이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팀장님, 아니면 박민석의 사냥개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은호의 냉소적인 물음에 송창식의 눈동자가 경련하듯 떨렸다. 20년 전 순경이었던 송창식은 가족의 병원비가 필요했고, 박민석은 그 돈을 미끼로 그를 자신의 '세탁기'로 만들었다. 은호는 아버지가 남긴 영수증 사본을 송창식의 발밑으로 던졌다.

"박민석이 당신을 지켜줄 것 같습니까? 그자는 완벽주의자야. 자기 기록에 오점이 남는 걸 결코 참지 못하지. 내가 방금 과거의 그에게 뭐라고 썼는지 봐."

은호는 천천히 일기장을 펼쳐 보였다. 그 안에는 은호가 휘갈겨 쓴 차가운 문장이 실시간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다.


[2006년 6월 15일 밤]

폐차장으로 질주하던 젊은 박민석의 손등 위로 수첩의 진동이 전해졌다. 그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핏발 선 눈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 박민석. 네가 지금 믿고 있는 송창식 순경... 그자가 방금 강신우 형사에게 모든 걸 자백했다. 지금 송창식은 네 명령을 듣는 척하며 형사들을 그 비밀 차고로 안내하고 있어. 네가 도착하는 순간, 넌 네 공범이 판 함정으로 걸어 들어가는 거다. ]

젊은 살인마의 눈에 광기가 서렸다. 잠시 후 폐차장에 도착했을 때, 어둠 속에서 초조하게 자신을 기다리던 송창식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라면 충성스러운 부하의 모습이었겠지만, 은호의 거짓 정보를 읽은 박민석의 눈에는 '형사들을 기다리는 배신자'로 보였다. 박민석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잭나이프를 꺼내 송창식의 복부를 깊숙이 찔렀다.

"배신자 새끼... 감히 나를 팔아?"

송창식은 변명할 틈도 없이 차가운 바닥 위로 고꾸라졌다. 박민석은 피 묻은 칼을 든 채 빗속으로 도주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2026년 현재]

세상이 지지직거리며 일렁이기 시작했다.

"끄아악! 내... 내 배가! 머리가...!"

송창식이 권총을 떨어뜨리고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권총이 신기루처럼 증발했고, 빳빳하던 경찰 제복이 너덜너덜한 점퍼로 변해갔다. 성공한 광수대 팀장의 기억과, 폐차장에서 버려진 배신자의 기억이 충돌하며 그의 존재 자체가 붕괴되고 있었다.

은호는 고통스러워하는 송창식의 멱살을 잡고 몰아붙였다.

"말해! 박민석이 한세아를 어디로 데려갔지?"

송창식은 피눈물을 흘리며 은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정... 정릉동... 폐차장... 박 실장이 거기서... 마지막을... 끝내겠다고..."

송창식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대한 이명이 은호를 덮쳤다. 눈을 떴을 때, 은호의 앞에는 경찰 팀장이 없었다. 낡은 점퍼를 입고 겁에 질린 채 웅크리고 있는 초췌한 전과자뿐이었다. 송창식은 이제 '뇌물 수수로 파면된 범죄자'로 재편되었다.

은호는 일기장을 챙겨 들고 일어섰다. 이제 박민석은 벼랑 끝에 몰린 짐승이 되어 직접 세아를 미끼로 은호를 노릴 것이다. 은호는 전과자가 된 송창식을 뒤로하고 세아가 갇혀 있는 정릉동 폐차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20년 전 아버지가 박민석과 마지막 사투를 벌였던, 이 모든 비극의 시작점이자 종착지였다. 최후의 대결이 이제 막을 올리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