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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의 일기장11화

살인마의 일기장

살인마의 일기장

11화. 20년 전의 폐차장

빗줄기가 정릉동 산자락의 폐차장을 난폭하게 때리고 있었다. 오래전 버려진 폐차들의 녹슨 철판이 비에 젖어 기괴한 광택을 내뿜는 곳. 은호는 진흙탕을 밟으며 야적장 안쪽, 녹슨 컨테이너들이 미로처럼 얽힌 어둠 속으로 들어섰다.

"형사님... 오지 마세요! 함정이에요!"

결박된 채 바닥에 쓰러진 한세아 경위의 목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그녀의 목에는 차가운 메스가 겨눠져 있었다. 그 칼날을 쥔 박민석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결국 이곳이군. 강 형사. 자네 아버지가 죽었어야 할 장소, 그리고 자네가 죽을 장소."

박민석의 안색은 푸르게 질려 있었다. 그의 코와 귀에서는 검은 피가 배어 나왔고, 말끔하던 수트 위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진흙 자국들이 실시간으로 배어 나왔다. 과거를 비틀 때마다 그 결과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현재의 박민석은 존재 자체가 붕괴하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박민석, 넌 이미 졌어. 네가 믿고 있던 완벽한 과거는 이제 존재하지 않아."

은호는 주머니 속 일기장을 꽉 쥐었다. 지금 이 순간, 20년 전의 동일한 폐차장에서도 모든 인과가 매듭지어지려 하고 있었다.


[2006년 6월 15일 밤]

폐차장 뒷마당, 젊은 박민석은 송창식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배신자 새끼... 감히 강신우한테 입을 열어?"

일기장에 속아 송창식을 밀고자라고 확신한 살인마의 광기였다. 송창식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거친 숨소리와 함께 강신우 형사가 튀어나왔다. 그는 최근 수상하게 행동하던 후배 송창식을 의심해 몰래 미행해온 것이었다.

"거기 서! 경찰이다!"

강신우의 외침에 젊은 박민석은 경악했다. 그는 송창식을 버려두고 자신의 차가 숨겨진 지하 집수조 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강신우는 곧바로 그 뒤를 쫓았다.


[2026년 현재]

박민석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아악! 기억이... 내가 왜 도망치고 있는 거야! 나는... 나는 그자를 완벽하게 제거했는데!"

그의 뇌세포가 타들어 가는 통증과 함께 두 개의 역사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강신우를 성공적으로 살해했던 '완벽한 기억'이 증발하고, 정체 모를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패배의 기억'이 실시간으로 뇌를 난도질했다.

은호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박민석이 고통으로 칼을 느슨하게 쥔 찰나, 은호는 달려들어 그의 손목을 걷어차고 세아를 끌어당겼다.

"세아 씨! 정신 차려요!"

그때, 야적장의 낡은 전등이 일제히 명멸하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현재의 밤안개 속으로 20년 전의 폭우 소리가 천둥처럼 들이닥쳤다. 공기는 비릿한 흙내음으로 가득 찼고, 컨테이너 미로 어딘가에서 아버지가 범인을 쫓으며 내뱉는 거친 숨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시공간의 벽이 얇아진 제단 위에서, 은호는 직감했다. 지금 과거의 아버지가 범인을 제압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는 사실을.

은호는 떨리는 손으로 일기장을 펼쳤다. 아버지가 범인을 현장에서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게 만들 최후의 한 문장이 필요했다.

"강은호... 네놈이... 기어이...!"

바닥에 쓰러진 현재의 박민석이 피눈물을 흘리며 은호를 노려보았다. 그의 몸은 이제 불안정한 전파처럼 흐릿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은호는 그를 무시한 채 펜을 들었다. 이제 단 한 번의 필담으로 모든 비극을 끝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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