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8화: 첫 공동 식사
저녁 식사라는 말은 세리아나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베르딘에서 그녀에게 식사는 대개 식탁이 아니라 쟁반이었다. 식은 수프와 딱딱한 빵, 그리고 닫힌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함께 먹는다는 말은 가족에게 허락된 것이었고 그녀에게는 방 안에서 조용히 끝내야 하는 일이었다.
발레리우스 대공성의 식사 준비도 따뜻하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하인들은 조용히 움직였다. 은식기는 소리 없이 놓였고 작은 식당으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촛불이 켜졌다. 그러나 불빛은 벽에 닿기도 전에 검게 가라앉았다.
미나는 세리아나의 손목 리본을 다시 묶어 주다 말고 손을 멈췄다.
"너무 조이지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세리아나는 손목을 내려다보지 않았다.
리본 아래 검은 반점은 낮부터 작게 욱신거렸다. 약초 보관실에서 본 지워진 날짜들이 머릿속을 맴돌 때마다 통증도 함께 깊어졌다.
미나는 문 쪽을 한 번 본 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보관실에서 화분 두 개가 더 말랐습니다. 서쪽 선반 끝에 있던 것들입니다."
"기록했습니까?"
"예. 아르덴 님께 먼저 알렸습니다. 그리고..."
미나는 더 낮게 속삭였다.
"대공 전하께서 밤 이후 많이 아프셨던 날과 폐기 표시가 겹치는 것 같다고 담당 하인이 말했습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요."
세리아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확실하지 않은 말은 위험했다.
하지만 완전히 버릴 말도 아니었다.
"그 말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반복하지 마세요."
"예."
"내일 장부를 다시 보겠습니다."
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 식사 자리에서 말씀하실 겁니까?"
"필요한 만큼만요."
필요한 만큼.
그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경고이기도 했다.
카시안은 그녀에게 식사를 권유했다. 명령이 아니라 권유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나 그 자리가 친밀한 초대인지, 대공비에게 허락된 보고 자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세리아나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겁먹은 표정을 지우는 일은 오래전에 익혔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가도 손끝이 먼저 진실을 말할 때가 있었다.
"가겠습니다."
미나가 문을 열었다.
복도 끝의 작은 식당은 본관의 대연회장과 달리 낮고 좁았다. 긴 식탁 대신 네 사람이 앉을 수 있을 정도의 원형 탁자가 놓여 있었다.
음식은 지나치게 많지 않았다.
뜨거운 고기 요리와 빵, 뿌리채소 수프, 북부식 향신료를 넣은 소스. 수프에서는 매운 풀씨를 볶은 듯한 냄새가 올라왔고 소스는 붉은빛이 짙었다.
카시안은 먼저 와 있었다.
그는 식탁에 앉아 있지 않았다. 창가 곁에 서서 밖을 보고 있었다. 손등에는 낮보다 짙은 검은 선이 남아 있었고 목덜미 위에도 옅은 비늘 자국이 그림자처럼 떠 있었다.
세리아나가 들어서자 그가 돌아보았다.
"왔군."
"권유해 주셨으니까요."
카시안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
그는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라. 아니, 앉아도 된다."
세리아나는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그 작은 수정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명령을 권유로 바꾸는 일은 그에게 자연스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고쳤다.
아르덴이 옆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약초 보관실 장부와 다른 얇은 기록 묶음이 들려 있었다.
카시안은 식탁 위의 음식을 보지 않고 장부를 보았다.
"네가 본 줄을 다시 짚어라."
세리아나는 장부를 펼쳤다.
지워진 날짜는 세 줄이었다. 잉크를 긁어 낸 뒤 다시 쓴 흔적. 그중 하나는 서쪽 탑과 가장 가까운 선반의 약초가 한꺼번에 폐기된 날이었다.
"여기와 여기입니다."
아르덴이 다른 기록 묶음을 펼쳤다.
"서쪽 탑 통제 기록입니다. 대공비 전하께 보여 드려도 되는 범위만 추렸습니다."
보여 줘도 되는 범위.
그 말은 보여 줄 수 없는 부분이 더 많다는 뜻이었다.
세리아나는 묻지 않았다.
카시안이 먼저 말했다.
"서쪽 탑은 밤의 발작을 견디는 곳이다."
식당 안의 촛불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대공 전하를 가두기 위한 곳입니까?"
그 질문은 너무 직접적이었다. 하지만 돌려 말하면 더 잔인할 것 같았다.
카시안은 대답을 피하지 않았다.
"반은 맞다. 나를 막기 위한 곳이고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곳이다."
"대공 전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곳이기도 합니까?"
카시안의 시선이 세리아나에게 멈췄다.
아르덴도 고개를 아주 조금 들었다.
세리아나는 뒤늦게 자신이 한 말을 깨달았다. 이 성에서 서쪽 탑은 공포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다르게 보였다.
사람을 묶는 장소라면, 묶인 사람도 다치는 법이었다.
카시안은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지 않다고 해서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그의 손이 식탁 가장자리에 닿았다.
손등의 검은 선이 아주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세리아나는 그 움직임을 보았지만 모른 척했다.
모른 척하는 것과 못 본 척하는 것은 달랐다.
카시안은 기록을 내려다보았다.
"이 날짜들에는 밤이 좋지 않았다. 탑의 봉인이 평소보다 오래 울렸고 다음 날 통증도 심했다."
"그 다음 날 약초가 많이 말랐습니다."
"우연일 수도 있다."
"예. 그래서 아직 말할 수 있는 것은 우연이 겹쳤다는 정도입니다."
카시안의 눈이 조금 낮아졌다.
"단정하지 않는군."
"단정하면 편합니다. 틀렸을 때 사람을 다치게 하기도 쉽고요."
세리아나는 수프 그릇을 보았다.
표면에서 향신료 냄새가 올라왔다. 매운 향이 코끝을 스쳤을 때, 손목 안쪽이 한 번 날카롭게 욱신거렸다.
동시에 카시안의 손등 위 검은 선이 다시 움직였다.
세리아나는 수프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르덴."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예, 전하."
"향신료를 줄이라고 했을 텐데."
아르덴의 얼굴이 굳었다.
"확인하겠습니다."
그가 하인에게 손짓하자, 하인이 급히 다가왔다. 그러나 카시안의 손등을 본 순간 멈칫했다.
그 아주 짧은 멈춤이 식당의 공기를 얼렸다.
카시안의 턱이 굳었다.
세리아나는 하인의 눈에 익숙한 공포를 보았다.
베르딘의 하인들이 그녀를 보던 눈과 닮았다. 다만 방향만 달랐다. 그들은 세리아나가 쓸모없어서 두려워했고 이곳의 하인들은 카시안이 너무 강해서 두려워했다.
결국 둘 다 사람을 보지 않는 눈이었다.
"그릇을 물리세요."
세리아나가 말했다.
하인은 그녀를 보았다.
"수프와 향이 강한 소스만 치우면 됩니다. 촛불도 두 개만 남기고 낮춰 주세요."
"대공비 전하, 하지만..."
"명령이 아니라 부탁입니다. 다만 지금은 빠를수록 좋겠습니다."
하인이 카시안을 보았다.
카시안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하인이 움직였다.
수프 그릇이 치워지고 소스가 물러났다. 촛불 몇 개가 꺼지자 식당은 더 어두워졌지만 검은 선의 움직임은 오히려 가라앉았다.
세리아나는 손을 식탁 아래로 내렸다.
힘을 쓰지 않는다.
카시안이 원하지 않았고 그녀도 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초록빛이 아니라 원인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진정차를 아주 연하게 올릴 수 있습니까?"
아르덴이 곧장 대답했다.
"준비해 두었습니다."
카시안이 세리아나를 보았다.
"네가 준비시킨 건가."
"아닙니다. 다만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는 내가 언제 아픈지 보고 있었군."
그 말에는 비난이 없었다.
확인에 가까웠다.
세리아나는 잠시 침묵했다.
"예."
카시안의 눈이 깊어졌다.
"무섭지 않나."
"무섭습니다."
세리아나는 이번에도 거짓말하지 않았다.
카시안의 손가락이 굳었다.
"그런데 왜 도망치지 않지."
"무서운 것과 모른 척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진정차가 놓였다.
전보다 더 옅은 풀빛이었다. 카시안은 잔을 들고 천천히 마셨다. 목덜미 위 비늘 자국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조금 납작해졌다.
세리아나는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카시안은 빈 잔을 내려놓았다.
"너는 나를 치료하려 하지 않는군."
"아직 치료할 방법을 모릅니다."
"그런 뜻이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보고도, 네 힘부터 꺼내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리본 아래 손목을 느꼈다.
"힘을 쓰면 제가 원하는 답만 빨리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공 전하의 몸도, 제 몸도 실험 도구가 아닙니다."
그 말 뒤에 식당은 한동안 조용했다.
카시안은 세리아나를 오래 보았다.
그 시선은 괴물을 보는 눈도, 쓸모 있는 도구를 보는 눈도 아니었다. 세리아나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 이름 붙일 수 없었다.
다만 그가 더 묻지 않았다는 것만은 알았다.
식사가 끝났다고 부르기에는, 두 사람 모두 거의 먹지 않았다.
아르덴이 기록을 정리하려 할 때 세리아나가 말했다.
"서쪽 회랑 입구를 보고 싶습니다."
아르덴의 손이 멈췄다.
"밤이 가까워졌습니다."
"입구까지만입니다."
카시안은 곧바로 거절하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그것만으로도 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는."
"식당에서 향신료와 촛불에 반응이 있었습니다. 열인지 향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아직 모릅니다. 서쪽 회랑의 냄새도 낮보다 밤에 강해지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위험하다."
"예."
"그런데도 가겠다는 건가."
"혼자 가지 않겠습니다."
카시안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입구까지만이다."
서쪽 회랑은 저녁이 되자 훨씬 차가웠다.
촛불을 든 아르덴이 앞섰고 카시안은 세리아나보다 반 걸음 뒤에 섰다. 이상한 배치였다. 보호하려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혹시 자신이 위험이 될까 스스로를 뒤에 두는 사람처럼도 보였다.
세리아나는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회랑 입구의 돌벽에는 오래된 균열이 있었다. 낮에 보았을 때는 단순한 금처럼 보였던 자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균열 아래로 검은 얼룩이 번져 있었다.
"아르덴."
아르덴이 촛불을 낮췄다.
세리아나는 가까이 다가가려다 멈췄다.
카시안의 손이 그녀 앞을 막았다.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제지였다.
"거기서 봐라."
"명령입니까?"
"이번에는 경고다."
세리아나는 그 말을 듣고 멈췄다.
경고라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녀는 몸을 낮춰 바닥을 보았다. 균열 아래 놓인 빈 화분의 흙이 검게 젖어 있었다. 물을 준 흔적은 없었다.
그런데 흙 위로 희미한 김이 올랐다.
"따뜻합니다."
아르덴이 놀라 물었다.
"만지셨습니까?"
"아니요. 공기가 다릅니다."
세리아나는 손목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검은 얼룩은 카시안의 비늘 아래서 느꼈던 기운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같지 않았다. 더 거칠고 더 억지로 밀어 넣은 듯했다.
그때 촛불 아래에서 아주 작은 것이 반짝였다.
세리아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검은 흙 사이에 은색 잔가루가 끼어 있었다. 자연스러운 흙도, 곰팡이도 아니었다.
"저것은 무엇입니까?"
아르덴이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흙 가장자리를 건드렸다. 은색 가루가 손수건 위에 묻어났다.
카시안의 얼굴이 굳었다.
"서쪽 탑 봉인에 쓰는 광물과 닮았다."
"그것이 왜 여기 있습니까?"
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세리아나의 등 뒤로 차갑게 내려앉았다.
서쪽 탑 안의 것이 회랑 바깥 흙에서 나왔다.
그것은 바람이 옮긴 먼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선명했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돌아간다."
이번에는 세리아나도 반박하지 않았다.
돌아서는 순간, 회랑 깊은 곳에서 아주 낮은 금속음이 들렸다.
사슬이 돌바닥을 긁는 소리.
아직 밤은 완전히 오지 않았다.
그런데 서쪽 탑은 이미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