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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7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7화: 쓸모없는 답장

서쪽 회랑은 아침에도 어두웠다.

발소리도, 쇠사슬 끌리는 소리도 없었다. 그런데도 돌벽 사이에는 젖은 재 냄새가 남아 있었다.

썩은 뿌리 냄새.

전날 보관실에서 맡았던 냄새와 같았다. 카시안의 비늘 아래서 느꼈던 검은 기운과도 닮아 있었다.

아르덴은 보관실 문 앞에서 열쇠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옆에는 낡은 장부가 묶여 있었다.

"대공 전하께서 허락하신 범위입니다."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공비 전하께서는 이 보관실을 살피실 수 있습니다. 다만 혼자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세리아나는 뒤를 보았다.

미나는 작은 손수건을 쥐고 서 있었다. 하녀 둘은 더 뒤에 물러나 있었다.

미나가 반 발 앞으로 나섰다.

"제가 곁에 있겠습니다."

목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그 말을 오래 붙잡지 않으려 했다. 오래 붙잡으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다.

"문을 열어 주세요."

아르덴이 열쇠를 돌렸다.

문이 열리자 차고 탁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선반에는 약초 화분들이 줄지어 있었고 마른 잎들은 검은 종잇장처럼 오그라져 있었다. 흙 위에는 회색 곰팡이가 얇게 떠 있었다.

세리아나는 장부를 펼쳤다.

처음 몇 장은 단정했다. 약초 이름, 보관 위치, 채취 날짜, 사용량. 그러나 최근으로 올수록 폐기 표시가 늘었다. 특히 서쪽 탑과 가까운 선반 번호부터 줄줄이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이 장부는 누가 씁니까?"

"담당 하인들이 번갈아 기록하고 최종 확인은 제가 합니다."

아르덴의 시선이 장부로 내려갔다.

세리아나는 손끝으로 한 줄을 짚었다.

날짜 옆 잉크가 긁혀 있었다. 잘못 적어 고친 흔적이라기에는 너무 깊었다. 누군가 칼끝으로 마른 잉크를 긁어 낸 뒤 다시 쓴 자국이었다.

"여기."

아르덴의 얼굴이 굳었다.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확인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군요."

하녀 둘이 동시에 숨을 삼켰다.

세리아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아직 단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약초가 말라 죽는 일도, 기록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때 복도 끝에서 급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집사장님."

하인이 문 앞에서 멈춰 섰다. 그의 손에는 밀랍으로 봉한 서신이 들려 있었다.

"베르딘 백작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세리아나의 손끝이 장부 위에서 멈췄다.

봉랍의 문장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가늘고 날카로운 은색 새. 베르딘 백작가의 문장이었다. 그녀를 팔아넘기는 혼인 서류에도 찍혀 있던 것.

아르덴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대공비 전하의 허락 없는 접촉은 금지되어 있다."

"그자가 친부의 서신이라며 직접 전해야 한다고 버팁니다. 대공비 전하와 잠시라도 만나야 한다고..."

"친부."

세리아나는 조용히 그 단어를 따라 했다.

그러나 이곳은 베르딘의 저택이 아니었다.

세리아나는 장부를 덮었다.

"서신만 받겠습니다. 사람은 만나지 않습니다."

"대공비 전하."

아르덴이 그녀를 보았다. 확인이라기보다, 정말 괜찮은지 묻는 시선이었다.

"계약서에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세리아나는 일부러 담담하게 말했다.

"베르딘 백작가의 서신과 방문은 제 허락 없이 전달하거나 접촉시키지 않습니다. 저는 서신만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아르덴은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집무실의 공기는 약초 보관실보다 건조했다.

세리아나가 들어섰을 때, 카시안은 창가 옆에 서 있었다. 밤 이후 남은 흔적은 여전히 손등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지만 전날보다 덜 날카로워 보였다.

그는 서신보다 먼저 세리아나의 얼굴을 보았다.

"원하지 않으면 읽지 않아도 된다."

"읽겠습니다."

"베르딘은 내가 막을 수 있다."

세리아나는 봉랍을 깼다.

두꺼운 종이에서는 백작가 서재의 값비싼 향유 냄새가 났다. 닫힌 문 앞에서 기다리던 시간들이 목덜미를 스쳤다.

하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서신은 안부처럼 시작했지만 곧 본색을 드러냈다.

대공의 밤은 여전히 위험한지. 서쪽 탑에는 무엇이 있는지. 대공비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인지. 대공가의 하인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대공이 낮에는 얼마나 정상적인지.

세리아나는 마지막 줄에서 시선을 멈췄다.

네가 여전히 베르딘의 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짧은 문장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 명령과 협박과 조롱이 모두 들어 있었다.

카시안이 낮게 물었다.

"무엇을 요구하지."

"대공가의 정보입니다."

"내 밤에 대한 것인가."

"예. 서쪽 탑에 대한 것도요."

카시안의 회색 눈이 차가워졌다. 방 안의 온도가 한층 내려간 것 같았다.

"답장하지 마라."

"답장하겠습니다."

아르덴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에서 멈췄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이 명령할까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카시안은 이를 악문 채 침묵했다. 멈추고 있다는 증거였다.

마침내 그가 물었다.

"이유를 물어도 되나."

"완전히 끊으면 다른 길을 찾을 겁니다. 하인에게 돈을 주거나, 겁이 많은 사람을 골라 협박하겠지요."

"그 가능성은 내가 막겠다."

"대공 전하께서 모든 복도의 모든 입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세리아나는 서신을 접었다.

"차라리 제가 통로가 되는 편이 낫습니다."

카시안의 눈매가 굳었다.

"너를 이용하게 두겠다는 뜻인가."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고개를 들었다.

"이용할 수 있다고 믿게 두겠다는 뜻입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아르덴이 새 양피지를 가져왔다. 깃펜은 세리아나의 손에 놓였다. 그녀는 잉크를 묻히기 전에 잠시 손목을 느꼈다.

리본 아래 검은 반점은 조용했다.

오늘 그녀가 써야 할 것은 힘이 아니라 문장이었다.

세리아나는 천천히 답장을 썼다.

대공 전하는 밤이면 문을 닫고 홀로 지내신다.

대공성은 북부답게 춥고 서쪽 탑은 오래되어 가까이 가지 말라는 지시가 있다.

대공가의 하인들은 말수가 적고 규율이 엄하다.

대공비로서 배워야 할 예법과 관례가 많아 당분간 외부와 오래 연락하기 어렵다.

거짓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쓸모 있는 정보도 없었다.

서쪽 탑에 무엇이 있는지 말하지 않았다. 카시안의 괴수화가 어떤 양상인지 말하지 않았다. 약초 보관실, 진정차, 그녀의 녹색의 손길은 한 글자도 적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세리아나는 한 줄을 더했다.

발레리우스 대공가의 서신은 모두 대공가 절차에 따라 검열됩니다.

그 문장을 본 카시안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그들에게 경고하는 건가."

"아니요."

세리아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제가 혼자 있지 않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겁니다."

"착각이 아니다."

카시안이 말했다.

그 말은 낮았다.

세리아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보호와 감금은 닮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말은 대신 결정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녀가 서 있는 자리를 비워 두지 않겠다는 말에 가까웠다.

카시안은 발레리우스의 검은 밀랍을 가져오게 했다.

"대공가에서 확인 후 전달했다는 표시를 남기겠다. 같은 요구가 오면 다시 네게 먼저 묻는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일이 아니다. 계약이다."

세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얇은 종이에 적힌 그 단어가 오늘도 그녀를 베르딘의 손에서 한 뼘 밀어냈다.

심부름꾼은 응접실에서 버티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그를 만나지 않았다. 대신 아르덴이 답장을 들고 나갔다. 문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백작님께서는 따님의 안위를 염려하십니다. 직접 확인하지 못하면..."

"서신 접수만 허락하셨습니다."

"나는 베르딘 백작가의 사람입니다."

"여기는 발레리우스 대공성입니다."

아르덴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잠시 뒤, 더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대공비께 전해 주십시오. 백작님께서는 기다림을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세리아나는 문 안쪽에서 그 말을 들었다.

익숙한 협박이었다.

기다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기다리게 만들면 화를 낸다. 베르딘 백작은 늘 자신이 상대를 몰아붙이고 있다고 믿을 때 가장 부주의했다.

얼마 뒤 마차 바퀴 소리가 멀어졌다.

아르덴이 돌아와 고개를 숙였다.

"돌아갔습니다. 다만 백작이 만족할 답은 아닐 겁니다."

"만족시키려고 쓴 답이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창가로 다가갔다.

대공성 바깥길로 작은 마차가 사라지고 있었다. 심부름꾼은 한 번 뒤돌아보았다. 순종하지 않는 물건을 보는 눈빛이었다.

세리아나는 커튼 뒤로 숨지 않았다.

"두려운가."

카시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세리아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예."

카시안은 더 묻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그녀를 편하게 했다.

"하지만 돌아갈 곳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말하고 나서야 세리아나는 자신이 무엇을 말했는지 깨달았다.

돌아갈 곳.

베르딘을 그렇게 부른 적이 없었다. 늘 떠나야 할 곳, 견뎌야 할 곳, 문이 잠기는 곳이었다.

카시안의 얼굴에는 분노가 스쳤다가 가라앉았다. 대신 더 깊고 무거운 것이 남았다.

"그렇다면 더는 그곳에서 네게 손을 뻗지 못하게 하겠다."

"완전히 막는 것은 아직 이릅니다."

세리아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봐야 합니다. 정보만 원한다면 누구에게 넘기려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너는 네 친가를 의심하는군."

"친가라는 말이 의심을 면제해 주지는 않습니다."

카시안은 그저 그녀를 보았다. 마치 이제야 그녀가 어떤 집에서 걸어 나왔는지 조금 더 알게 된 사람처럼.

세리아나는 다시 약초 보관실 장부를 펼쳤다.

지워진 날짜가 눈에 들어왔다.

"베르딘의 서신은 막았습니다. 하지만 이 성 안에도 누군가 숨기는 것이 있습니다."

아르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장부는 제가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같이 확인하겠습니다."

세리아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대공비로서 살펴도 된다고 허락받은 일입니다."

아르덴은 반박하지 않았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오늘 저녁, 식사를 함께하지."

세리아나는 고개를 들었다.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명령입니까?"

"권유다."

그는 조금 늦게 덧붙였다.

"네가 전에 그렇게 구분하라고 했으니까."

세리아나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아프면 앉으셔도 된다는 말을 권유라고 정정했던 순간을. 보호와 통제를 구분해야 한다던 말을. 사소한 문장을 흘려듣지 않고 있었다.

"대공 전하께서 괜찮으시다면 참석하겠습니다."

"괜찮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카시안의 시선이 장부로 내려갔다.

"네가 본 것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도 네게 말할 것이 있다."

"서쪽 탑에 대한 것입니까?"

카시안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세리아나는 장부를 닫았다.

베르딘의 문장은 아직 그녀의 손끝에 냄새처럼 남아 있었다. 서쪽 회랑의 썩은 뿌리 냄새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둘 중 어느 쪽에도 끌려가지 않았다.

쓸모없는 답장 하나가 베르딘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워진 장부 한 줄이 대공성 안에 남아 있었다.

세리아나는 그 둘을 모두 기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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