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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52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52화: 닫을 수 있는 문

치료실 문은 열려 있었다.

그러나 카시안은 들어가지 않았다.

문턱 안쪽에는 미나가 서 있었고 그 뒤로 얇은 가림막이 반쯤 내려와 있었다. 에리나는 깨어 있었다. 카시안은 그녀의 숨소리가 잠든 사람의 것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그는 한 걸음도 넘지 않았다.

"묻고 와라."

미나는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공비 전하. 대공 전하께서 문밖에 계십니다. 들어오셔도 되는지 여쭈라 하셨습니다."

가림막 너머로 긴 침묵이 내려앉았다.

카시안은 그 침묵을 재촉하지 않았다. 회랑 끝 보존대 위에는 황태후궁 명령서가 놓여 있었다. 검은 봉인 속 삼 일 문구는 밤새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뒤 에리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턱까지만요."

카시안은 그제야 움직였다.

그는 문턱을 넘지 않고 열린 문 바로 앞에 섰다. 가림막 사이로 에리나의 얼굴이 보였다. 열은 조금 내렸지만 낯빛은 여전히 희었다. 손끝의 금빛은 얇고 지친 실처럼 침대 가장자리에 걸려 있었다.

"들었다."

그는 낮게 말했다.

"네가 허락한 곳까지만 왔다."

에리나는 그 말을 듣고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시선은 그의 발끝을 확인하듯 문턱에 머물렀다.

"치료실은 너무 가까워요."

미나가 놀라 에리나를 보았다.

카시안은 묻지 않았다. 가까운 것이 누구에게 가까운지, 무엇에 가까운지, 그 말이 자신을 밀어내는 말인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디가 필요하지."

"북쪽 회복동요."

셰라가 가림막 밖에서 작게 숨을 삼켰다.

"거기는 오래 비워 둔 건물입니다. 난방을 다시 봐야 하고 약초 건조실도 정리해야 합니다."

"정원 냄새가 나요."

에리나는 힘겹게 숨을 골랐다.

"약초 보관실을 살필 때 봤어요. 창문 아래 흙이 죽지 않았고 건조실 선반도 비어 있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더 낮아졌다.

"그리고 대공님 집무실에서 멀어요."

그 말은 조용했지만 분명했다.

카시안의 손가락이 아주 작게 굳었다. 미나는 그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고개를 숙였다. 마르바 라운은 회랑 한쪽에서 조심스럽게 펜촉을 바라보았다. 기다렸던 말이라는 표정이었다.

"기록이 필요합니다."

마르바가 말했다.

"대공비 전하께서 대공 전하와 별도 거처를 원한다고..."

"끝까지 듣고 기록해라."

카시안이 끊었다.

마르바의 입술이 닫혔다.

에리나는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카시안은 그녀에게 대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문턱 밖에서 기다렸다.

"혼인 파기라고 쓰지 마세요."

에리나가 말했다.

"남겠다는 약속이라고도 쓰지 마세요. 그냥... 말할 힘이 돌아올 때까지 내가 닫을 수 있는 문이 필요하다고 써 주세요."

로젤리의 펜이 움직였다.

"대공비 에리나 발레리우스는 북쪽 회복동을 임시 거처로 요청했다. 이는 혼인 파기 의사도 잔류 확정 의사도 아니며 회복과 자유로운 발언을 위한 문을 요구한 것이다."

검은 봉인이 회랑 끝에서 낮게 울렸다.

에커리 몬르디아가 그쪽을 보았다.

"전하. 명령서가 반응합니다."

"읽어라."

"별거 의사 확인."

치료실 안의 공기가 다시 굳었다.

에리나의 손끝 빛이 꺼질 듯 흔들렸다. 미나가 급히 젖은 천을 받쳤다. 카시안은 문턱을 붙잡듯 손을 내렸다가 다시 거두었다.

"아니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기록해라. 황태후궁 명령서는 대공비의 회복 공간 요청을 별거 의사로 단정하려 했다."

로젤리가 바로 적었다.

"그리고 답신 첫 줄."

카시안은 에리나를 보지 않고 검은 봉인 쪽을 바라보았다.

"에리나 발레리우스는 떠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에리나가 아주 작게 숨을 삼켰다.

"둘째 줄."

그는 말을 이었다.

"에리나 발레리우스는 남겠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말이 자기 입으로 완성될 때까지 해석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마르바가 낮게 말했다.

"전하. 황태후궁은 그 답신을 회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말도 기록해라."

카시안은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르바 라운은 대공비의 직접 선택 전 해석 보류를 회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르바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에커리가 한 걸음 나섰다.

"황태후궁은 별도 거처가 마련되는 순간 그 위치와 출입 제한을 증거로 요구할 수 있습니다. 대공비 전하께서 혼인 생활에서 분리되었다는 사실 확인입니다."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의도를 바꾸지 마라."

카시안의 시선이 에커리에게 닿았다.

"방은 나뉠 수 있다. 뜻은 아직 나뉘지 않았다."

에리나는 한동안 카시안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안도가 섞였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 안도를 자기 쪽으로 끌어오지 않았다.

"대공님."

"듣고 있다."

"오지 말라는 말이 아니에요."

카시안의 목 안쪽이 조용히 조여 왔다.

"내가 문을 열 때 들어오라는 말이에요."

"그렇게 기록하겠다."

"그리고 문을 열지 않으면..."

에리나의 숨이 짧아졌다. 미나가 불안하게 다가가려 하자 에리나가 눈짓으로 멈췄다.

"두드리고 기다려요."

"그러겠다."

"답이 없으면 들어오지 말아요. 쓰러진 것 같아서 확인해야 한다면 미나가 먼저 들어오게 해요."

"그렇게 하겠다."

"대공님이 싫어서가 아니에요."

그 말이 너무 약해서 회랑까지 닿지 않을 뻔했다. 그러나 카시안은 들었다.

"알고 있다."

"모르면..."

에리나는 힘겹게 웃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래도 그렇게 써 주세요.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라고."

카시안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당장 말하고 싶었다. 나를 무서워하지 않게 하겠다고. 하지만 그런 약속도 그녀에게는 짐이 될 수 있었다.

"기록해라."

로젤리가 펜을 들었다.

"대공비는 대공을 싫어서 거리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이 대공의 감정이나 황태후궁 절차에 휩쓸릴까 두려워 거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검은 봉인이 다시 떨렸다.

이번에는 문구가 천천히 바뀌었다.

분리 확인

에커리가 즉시 말했다.

"황태후궁은 이 조치를 혼인 생활 분리로 볼 겁니다."

"볼 것이다."

카시안은 답했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정확히 쓴다."

그는 아르웬에게 말했다.

"북쪽 회복동을 열어라. 난방관을 확인하고 약초 건조실의 마른 먼지를 모두 걷어라. 경계는 외곽에만 둔다. 문 앞에는 무장한 기사를 세우지 않는다."

아르웬이 고개를 숙였다.

"예."

"셰라."

"예, 전하."

"에리나의 약초 기록과 도구는 네가 미나와 함께 옮긴다. 접힌 문서는 보존실 금고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명령도 그 문서를 북쪽 회복동으로 가져가게 하지 못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에리나의 시선이 아주 작게 풀렸다.

"내 방 보관함은..."

"네 권한이다."

카시안이 대답했다.

"보관함은 닫아 둔다. 네가 직접 열라 할 때까지 누구도 열지 않는다."

"대공님도요."

"나도."

그 대답 뒤에 치료실 안이 아주 조용해졌다.

에리나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삼 일 뒤에..."

카시안은 숨을 멈췄다.

"내가 말할게요."

미나가 작게 고개를 들었다.

에리나는 카시안을 보았다.

"그 말이 대공님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래도 듣겠다."

"중간에 막지 말아요."

"막지 않는다."

"좋게 해석하지도 말고 나쁘게 해석하지도 말아요."

"그대로 듣겠다."

검은 봉인이 날카롭게 흔들렸다. 마치 그 약속을 자기 문장으로 끌어가려는 듯했다.

삼 일 뒤 선택 진술 예정

에리나의 얼굴에서 핏기가 더 빠졌다.

카시안은 곧장 말했다.

"기록해라. 황태후궁 명령서는 대공비의 회복 후 발언 의사를 선택 진술 예정으로 변환했다."

로젤리의 펜이 빠르게 움직였다.

"대공비는 삼 일 뒤 자기 말을 하겠다고 했으나 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누구에게 유리한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므로 선택 진술 예정이라는 문구는 황태후궁의 임의 해석이다."

에리나는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탈진 때문이 아니라 말을 고르는 듯했다.

"내가 말할 수 있게..."

"그래."

"그 삼 일 동안 대공님도 정하지 마세요."

카시안은 대답하기 전에 아주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는 이미 마음속에서 수십 번 정하고 있었다. 그녀가 남았으면 했다. 그녀가 떠나지 않았으면 했다. 그녀가 문을 열어 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그 바람을 결정으로 만들지 않는 것.

그것이 이번에 그가 지켜야 할 선이었다.

"정하지 않겠다."

에리나는 그제야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다.

북쪽 회복동은 해가 중천으로 오르기 전에 준비되었다.

오래 닫혀 있던 복도에는 찬 돌 냄새와 마른 약초 냄새가 섞여 있었다. 창문 아래 정원은 겨울빛에 잠겨 있었고 빈 화분 몇 개가 벽을 따라 놓여 있었다. 약초 건조실 문을 열자 오래된 선반과 깨끗이 비워진 유리병들이 줄지어 있었다.

에리나는 이동 의자에 앉아 그곳을 둘러보았다. 미나가 담요를 덮어 주었고 셰라는 작은 약초 상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카시안은 복도 끝에 멈춰 섰다.

그는 직접 의자를 밀지 않았다. 그 역할은 미나가 맡았다. 그는 문 앞까지 함께 가지도 않았다. 아르웬이 외곽 경계 위치를 보고하러 다가왔지만 카시안은 손짓으로 뒤로 물렸다.

"회복동 외곽만 막는다."

카시안이 말했다.

"문 앞에서 에리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건 기사의 일이 아니다."

아르웬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에리나는 회복동 방 앞에서 고개를 돌렸다.

"대공님."

카시안은 그 자리에 섰다.

"듣고 있다."

"세 가지요."

"말해라."

"두드려요."

"그래."

"기다려요."

"그래."

"그리고 내가 답하면..."

그녀는 힘겹게 숨을 골랐다.

"그 답을 사랑으로 고치지도 말고 이별로 고치지도 말아요."

카시안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대로 받겠다."

에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나가 문을 열었다. 회복실 안으로 옅은 약초 향이 흘러나왔다. 에리나가 안으로 들어가자 셰라가 따라 들어갔다. 미나는 마지막으로 카시안을 보았다.

"전하. 지금은..."

"들어가지 않는다."

미나는 안도와 슬픔이 섞인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문이 닫혔다.

완전히 잠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안쪽에서 닫힌 문이었다.

카시안은 그 문 앞에서 한참 서 있지 않았다. 오래 서 있는 것조차 기다림을 압박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세 걸음 물러났다.

그때 보존실 쪽에서 로젤리가 급히 달려왔다.

"전하. 황태후궁 명령서의 마지막 문구가 바뀌었습니다."

카시안은 북쪽 회복동의 닫힌 문을 한 번 보았다.

"읽어라."

로젤리는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분리 확인. 지위 정지 심의 준비."

아르웬의 손이 검집을 눌렀다. 에커리는 회랑 끝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기다렸다.

카시안은 닫힌 문 쪽으로 돌아서지 않았다.

"답신을 보낸다."

로젤리가 펜을 들었다.

"첫 줄."

카시안은 낮게 말했다.

"에리나 발레리우스는 대공성 안에서 회복 중이다."

펜이 움직였다.

"둘째 줄. 회복동 이동은 혼인 파기 확인도 대공비 지위 포기도 아니다. 대공과 황태후궁 모두에게서 대공비의 발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로젤리가 받아 적었다.

"마지막 줄."

카시안은 닫힌 문에서 세 걸음 더 물러났다.

"대공은 그 문을 지킨다. 열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공비가 스스로 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북쪽 회복동의 문 안쪽에서 아주 희미한 금빛이 새어 나왔다.

대답은 아니었다.

허락도 아니었다.

그저 그 문 안에 에리나가 살아 있다는 표시였다.

카시안은 그 표시를 자기 쪽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는 물러서서 회랑 끝 검은 봉인이 있는 곳으로 걸었다.

삼 일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삼 일은 황태후궁이 에리나의 입을 열기 위해 만든 시간이 아니었다.

카시안은 그 시간을 에리나가 자기 목소리를 되찾는 시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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