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48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48화: 유일한 대공비

황후궁 사절단이 북부 성문을 넘었다는 보고는 해가 기울기 전에 도착했다.

카시안은 치료실 문 앞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 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가림막 너머에서 세리아나의 숨은 얕게 이어졌고 문턱에는 보호자 서명 대기가 희미한 검은빛으로 남아 있었다.

"인원은."

아르덴은 눈발이 묻은 망토를 벗지도 못한 채 답했다.

"공식 사절 셋과 호위 열둘입니다. 선두는 황후궁 의전관 이벨린 세르디아입니다. 혼인 관련 황실 문서가 봉인 상자에 실렸습니다."

로젤린의 펜이 바로 움직였다.

카시안은 보존실 쪽을 보았다. 푸른 끈 봉투 두 개와 황후궁 칙서 봉투는 아직 서로 닿지 않은 채 보존되어 있었다. 세리아나의 봉투는 열리지 않았다. 칙서 원문도 열리지 않았다.

"접견실을 연다."

헬라가 고개를 들었다.

"치료실로 들이지 않으십니까."

"들일 이유가 없다. 황실 문서를 받는 것은 내 일이다. 세리아나를 확인시키는 것은 그들의 권한이 아니다."

카시안은 문턱의 검은 글자를 보았다.

"치료실 문은 닫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문과 보존실로 가는 복도 사이에는 기사 둘을 세워라. 사절단은 열린 문을 볼 수는 있어도 문턱을 넘지 못한다."

마르셀 라운이 대기석에서 입을 열었다.

"사절이 대공비 전하의 상태를 확인하겠다고 요구하면 절차상 거절이 어렵습니다."

"기록해라."

로젤린이 고개를 숙였다.

"마르셀 라운은 황후궁 사절이 대공비의 병세 확인을 요구할 가능성을 절차로 언급했다."

카시안은 마르셀을 보지 않았다.

"대공은 병세 확인 권한이 없는 사절에게 대공비를 보이지 않는다. 의무관과 대공비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치료실 문턱은 넘어갈 수 없다."

의무관이 가림막 밖에서 조용히 말했다.

"대공비 전하께서는 지금 외부 자극을 받기 어렵습니다. 짧은 소리에도 손끝 빛이 흔들립니다."

"그 말도 기록해."

카시안은 낮게 덧붙였다.

"황후궁의 문서가 대공비의 생명 반응을 흔들 수 있으므로 문서는 치료실 안으로 들이지 않는다."

그때 가림막 안쪽에서 미나의 숨이 작게 떨렸다.

"전하. 손끝 빛이 조금 밝아졌습니다."

카시안은 한 걸음도 들어가지 않았다.

"깨어났나."

"아직은 아닙니다. 다만 들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이 카시안의 가슴을 찔렀다. 듣고 있다면 더 조심해야 했다. 듣고 있다면 더 말하고 싶었다. 너를 내보이지 않겠다고. 아무도 네 자리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그 말들은 너무 쉽게 약속의 모양을 했다.

카시안은 손을 내렸다.

"내가 접견실로 간다. 문은 열어 둬라."

접견실의 불은 모두 켜지지 않았다.

카시안은 긴 탁자 끝에 앉지 않고 문 가까이에 섰다. 등 뒤로 치료실 회랑이 보이는 자리였다. 사절이 그 회랑을 볼 수 있게 하되 가까워질 수 없게 하려는 위치이기도 했다.

이벨린 세르디아는 눈발이 묻은 외투를 벗으며 절도 있게 인사했다.

"발레리우스 대공 전하. 황후 폐하의 문안을 전합니다."

"문안은 기록으로 받겠다."

이벨린의 시선이 카시안 뒤 열린 회랑 쪽으로 향했다.

"대공비 전하의 병세가 위중하다고 들었습니다. 황후궁은 북부의 안정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북부의 안정은 북부가 확인한다."

"그렇기에 황후궁이 길을 준비했습니다."

이벨린이 호위에게 눈짓했다. 봉인 상자가 탁자 위에 놓였다. 검은 밀랍이 모서리마다 눌려 있었고 황후궁 문장이 차갑게 빛났다.

로젤린이 적을 준비를 했다.

"상자 겉면만 읽어."

이벨린이 잠시 멈췄다.

"전하께서 직접 여셔야 합니다."

"겉면부터."

아르덴이 상자 옆면을 확인했다.

"황실 혼인 명령 예비 송달. 대체 배우자 예비 승인서. 북부 대공가 계승 안정 검토."

접견실의 공기가 가라앉았다.

헬라의 얼굴이 굳었다. 감시 기사 사이에 선 마르셀 라운은 시선을 내렸다.

카시안은 상자를 보았다. 상자는 조용했다. 그러나 밀랍의 검은빛이 치료실 문턱의 글자와 같은 박자로 아주 희미하게 뛰었다.

"대체 배우자."

카시안이 천천히 말했다.

이벨린은 고개를 숙였다.

"계약 만료까지 석 달 남았습니다. 대공비 전하께서는 의식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시고 황후궁 보존 절차도 아직 열리지 않았습니다. 황후 폐하께서는 북부의 공석을 미리 막으려 하십니다."

"공석."

"계약 대공비께서 떠나시거나 판단 능력을 상실하시면."

"그만."

그 한마디에 접견실의 촛불이 낮게 흔들렸다.

카시안은 로젤린을 보았다.

"이벨린 세르디아는 세리아나 발레리우스 대공비를 계약 대공비라 부르며 만료 전부터 공석을 전제로 대체 배우자를 제안했다."

로젤린의 펜이 빠르게 움직였다.

"기록했습니다."

이벨린의 입가가 조금 굳었다.

"전하. 이는 모욕이 아니라 대비입니다."

"내가 듣기에는 지우기다."

카시안은 상자에 손대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살아 있다. 치료실 문은 열려 있고 의무관 기록도 남아 있다. 의식이 짧아도 자기 봉투를 읽지 말라고 말했고 계약 만료 조항도 없애지 말라고 말했다. 황후궁은 그 사람의 자리를 비우기 전에 본인에게 묻지도 않았다."

마르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공비 전하께서 정상 판단을 하실 수 없는 상태라면 대공 전하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내 혼인에 대한 결단은 지금 할 수 있다."

카시안의 시선이 마르셀에게 닿았다.

"세리아나의 의사는 대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 의사는 내가 말한다."

그는 이벨린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나는 새 혼인을 하지 않는다."

이벨린의 눈썹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

"전하. 아직 정식 명령이 아니라 예비 절차입니다. 후보 명단을 검토만 하셔도 황후궁의 체면은."

"후보 명단은 열지 않는다."

"황후 폐하의 권고를 검토 없이 거절하신다는 뜻입니까."

"기록해라."

로젤린이 고개를 들었다.

카시안은 한 단어씩 끊어 말했다.

"대공 카시안 발레리우스는 황후궁이 보낸 대체 배우자 예비 승인서와 후보 명단을 열람하지 않고 거절한다. 거절 사유는 명확하다. 카시안 발레리우스에게는 현재 배우자가 있으며 그 배우자는 세리아나 발레리우스 한 사람이다."

접견실 문밖에서 미나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치료실과 접견실 사이 회랑에서 물그릇을 들고 서 있었다.

카시안은 말을 이었다.

"계약 만료 후 세리아나가 떠날 권리는 보존한다. 그러나 그 권리는 세리아나의 권리다. 황후궁이 미리 비워 둘 자리가 아니다."

로젤린의 펜 끝이 종이를 긁었다.

"기록했습니다."

봉인 상자 위의 검은 밀랍이 번졌다. 상자 표면에 글자가 떠올랐다.

대체 혼인 절차 개시

아르덴이 검집을 붙잡았다.

카시안은 손을 들어 그를 멈췄다.

"칼은 빼지 마."

검은 글자는 한 줄 더 떠올랐다.

대공비 공석 예정

그 아래 세리아나의 이름을 지우기 위해 만든 듯 긴 빈칸이 생겼다. 빈칸은 누군가의 이름을 밀어내는 입처럼 천천히 벌어졌다.

카시안의 손등에 검은 비늘 자국이 희미하게 올라왔다. 통증이 손목을 타고 어깨까지 번졌다.

그는 그 통증을 눌러 세웠다.

"로젤린."

"예."

"지금 떠오른 문구를 그대로 기록해라. 황후궁 문서는 세리아나 발레리우스가 살아 있는 동안 대공비 공석 예정이라는 문구를 띄웠다."

"기록합니다."

이벨린이 처음으로 당황했다.

"전하. 마법 문구는 황실 절차에 따른 자동 반응일 뿐입니다."

"그 자동 반응이 누구를 지우는지 보였다."

카시안은 상자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상자는 봉인한 채 돌려보낸다."

"전하께서 거부하셔도 황후궁은 정식 명령을 보낼 수 있습니다."

"보내라."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때도 같은 답을 받게 될 것이다."

치료실 쪽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미나가 급히 돌아섰다.

"전하. 대공비 전하께서..."

카시안은 바로 움직이려다 멈췄다. 접견실에 남은 황후궁 상자가 치료실을 향해 검은빛을 보내고 있었다.

"상자를 여기서 치워."

아르덴과 헬라가 동시에 움직였다. 보존 천이 상자 위를 덮었다. 검은 글자는 천 아래에서 희미하게 흔들렸지만 더 번지지는 않았다.

카시안은 접견실 문턱에서 이벨린을 보았다.

"사절단은 회랑 끝 대기실을 벗어나지 않는다. 치료실 접근은 금지한다. 어기면 사절 권한을 박탈하고 북부 법으로 구금한다."

이벨린은 대답하지 못했다.

카시안은 치료실로 향했다.

세리아나는 눈을 뜨지 못했다. 그러나 입술이 아주 조금 움직이고 있었다. 손끝의 녹색 빛은 문턱의 검은 문구 쪽으로 가늘게 뻗어 있었다.

보호자 서명 대기

그 아래 새 검은 글자가 떠오르려 했다.

대공비 공석 예정

미나가 울음을 참으며 세리아나의 손을 받쳤다.

"전하. 글자가 치료실 문턱으로 옮겨옵니다."

카시안은 가림막 밖에서 멈췄다.

"젖은 흙과 약초 잎."

헬라가 바로 접시를 가져왔다. 문턱에 놓자 검은 글자는 더 커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라지지도 않았다.

카시안은 세리아나가 들을 수 있을 만큼만 말했다.

"세리아나."

미나가 고개를 들었다.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네 봉투는 열지 않았다. 계약서도 바꾸지 않았다."

세리아나의 손끝 빛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황후궁이 새 혼인 문서를 보냈다. 나는 받지 않았다."

의무관이 카시안에게 더 길게 말하지 말라는 눈짓을 했다. 카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남겠다고 말한 것으로 쓰지 않는다. 네가 떠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도 쓰지 않는다. 다만 네 자리를 없는 자리로 만들지 못하게 막았다."

가림막 안쪽에서 세리아나의 숨이 한 번 끊겼다 이어졌다.

입술이 아주 느리게 열렸다.

"제... 자리..."

카시안의 손가락이 굳었다.

그는 그 말을 붙잡고 싶었다. 네 자리라고. 내 옆이라고. 떠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세리아나가 겨우 건넨 말 하나를 그의 바람으로 채우면 안 됐다.

"기록해라."

로젤린이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었다.

"대공비는 짧은 의식 중 제 자리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잔류 의사나 이혼 포기 의사로 해석하지 않는다."

카시안은 문턱의 검은 글자를 보았다.

"다만 대공비의 현재 지위가 본인 동의 없이 공석 처리될 수 없다는 표시로 보존한다."

로젤린이 적었다.

"기록했습니다."

세리아나의 손끝 빛이 문턱으로 닿았다. 직접 닿은 것은 아니었다. 빛만 아주 얇게 닿았다.

대공비 공석 예정의 빈칸이 멈췄다.

빈칸은 세리아나의 이름을 삼키지 못한 채 검은 물방울처럼 떨었다.

마르셀 라운이 치료실 입구 밖에서 낮게 말했다.

"전하. 황후궁이 이미 절차를 띄웠다면 다음 명령은 더 강할 겁니다. 대공비 전하의 만료 후 계획이나 이혼 서류를 미리 확인하셔야 합니다."

카시안은 천천히 돌아섰다.

"그 말을 기다렸나."

마르셀이 입을 다물었다.

"기록해라. 마르셀 라운은 황후궁 대체 혼인 절차가 확인된 직후 대공비의 개인 계획이나 이혼 서류 확인을 권했다."

로젤린이 적었다.

카시안은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세리아나가 열라고 하지 않은 문서는 열지 않는다. 황후궁이 내 혼인으로 압박한다고 해서 그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

마르셀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러면 준비가 늦습니다."

"늦더라도 세리아나의 의사를 훔쳐 빠르게 가는 것보다 낫다."

그때 아르덴이 회랑 끝에서 다가왔다. 그는 접견실 상자를 보존실로 옮기고 온 듯 장갑을 새것으로 바꾼 상태였다.

"전하. 대공비 전하의 보관함 목록을 재확인하던 중 접힌 문서 하나가 빠져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카시안의 눈빛이 굳었다.

"누가 열었나."

"아닙니다. 미나가 푸른 끈 봉투를 꺼낼 때 보관함 맨 아래에 남겨 둔 문서입니다. 겉면에는 아무 글자가 없고 오래 접힌 흔적만 있습니다."

마르셀이 숨을 들이켰다.

카시안은 그 반응을 보았다.

"가져오지 마라."

아르덴이 멈췄다.

"예?"

"대공비의 방에서 꺼내지 말고 보관함째 봉인해. 미나와 헬라 입회하에 위치만 기록한다. 내용은 열지 않는다."

아르덴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예."

문턱의 검은 빈칸이 다시 꿈틀거렸다.

세리아나의 손끝 빛은 아주 희미해졌지만 꺼지지 않았다.

카시안은 가림막 너머를 보았다.

그는 오늘 새 혼인을 거절했다. 그것은 세리아나를 붙잡는 말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렇게 만들지 않기 위해 그는 모든 문장을 기록으로 잘랐다.

그녀가 떠날 문은 열려 있어야 했다.

그러나 황후궁이 그 문 앞에 다른 여자의 이름을 세우고 세리아나의 이름을 빈칸으로 밀어 넣는다면 그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카시안은 문턱에 놓인 젖은 흙과 약초 잎을 보았다.

"로젤린."

"예."

"마지막으로 기록해라."

그는 검은 빈칸을 향해 말했다.

"대공비의 자리는 비어 있지 않다."

치료실 안의 숨소리가 아주 약하게 이어졌다.

"그 자리는 세리아나 발레리우스의 이름으로 보존한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