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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45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45화: 석 달 남은 문

치료실의 문은 밤새 열려 있었다.

문턱에 남은 검은 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보호자 서명 대기라는 문장은 돌바닥에 눌어붙은 그림자처럼 낮은 빛을 품고 있었다. 그 옆에 놓인 마르셀 라운의 서류도 같은 박자로 희미하게 뛰었다.

카시안은 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다시 잠들었다. 조금 전 "문 닫지 마세요"라고 말한 입술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림막 너머로 보이는 것은 손끝의 아주 얇은 녹색 빛뿐이었다.

"체온은."

의무관이 가림막 안쪽에서 대답했다.

"더 내려가지 않습니다. 맥도 조금 선명해졌습니다. 다만 오래 깨어 있기 어렵습니다."

카시안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살아 있다.

그 말 하나를 믿고 싶은데 믿는 순간 더 잃을 것 같았다.

"기록해라."

로젤린이 펜을 들었다.

"대공은 대공비가 깨어났다는 사실에 안도했으나 그 안도를 근거로 접근 권한을 넓히지 않는다."

헬라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문은 계속 열어 둡니다. 가림막은 그대로 두고 증인은 교대시키겠습니다."

"교대 명단도 기록해."

"예."

미나가 가림막 안쪽에서 작은 소리로 물을 적셨다. 천이 물을 머금는 소리에도 카시안의 신경이 기울었다. 세리아나가 불편해하면 바로 알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바로 알기 위해 곁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욕망은 또 다른 닫힌 문이 될 것이다.

그는 문턱 밖에 서 있었다.

동이 튼 뒤 세리아나의 손끝 빛이 아주 조금 밝아졌다.

미나가 숨을 삼켰다.

"전하. 눈을 뜨십니다."

카시안은 반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의자 팔걸이를 붙잡았다. 손등의 상처가 다시 벌어질 듯 아팠지만 그는 그 통증을 이용해 발을 묶었다.

가림막 안쪽에서 마른 숨이 들렸다.

"물..."

미나가 즉시 컵을 들었다.

"입술만 축이겠습니다. 삼키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리아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젖은 천이 입술에 닿자 그녀의 손끝 빛이 약하게 흔들렸다. 카시안은 그 흔들림을 읽으려 하지 않았다.

한참 뒤 세리아나가 다시 물었다.

"문... 열려 있나요."

"열려 있다."

카시안이 대답했다.

그는 자기 목소리가 너무 가까이 닿지 않도록 낮췄다.

"가림막만 세웠다. 침대는 보이지 않고 문은 닫지 않았다."

"기록..."

로젤린이 바로 답했다.

"모두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말씀하신 문을 닫지 말라는 뜻도 그대로 남겼습니다."

세리아나의 눈꺼풀이 느리게 떨렸다.

"그럼... 됐어요."

그 짧은 말에 카시안의 가슴이 무너질 듯 내려앉았다.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돌아와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고 묻고 싶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아직 돌아온 것이 아니라 물 위로 잠깐 얼굴을 내민 사람처럼 숨을 고르고 있었다.

헬라가 조용히 다가왔다.

"전하. 대공비 전하의 보관품 중 계약서 원본을 확인해야 합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헬라에게 향했다.

"지금 왜."

"마르셀 라운이 가져온 보호자 서류가 대공비 전하의 기존 계약 조항을 침범하는지 대조해야 합니다. 특히 대공비 전하의 의사 대체와 능력 강요 금지 조항입니다."

마르셀이 대기석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는 감시 기사 둘 사이에 앉아 있었고 손목은 묶이지 않았다. 대신 발언할 때마다 로젤린의 펜이 따라붙었다.

"혼인 계약은 사적 문서입니다. 황후궁 보존 절차가 개시되면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문은 열렸나."

카시안이 물었다.

마르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직입니다."

"그 말도 기록해."

로젤린이 적었다.

세리아나가 희미하게 숨을 들이켰다.

"계약서..."

미나가 놀라 그녀를 보았다.

"전하.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봐야... 해요."

카시안은 즉시 말하고 싶은 충동을 눌렀다.

안 된다.

쉬어라.

네가 볼 필요 없다.

그 말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그녀를 밀어 넣었다.

그는 헬라를 보았다.

"대공비가 직접 읽을 수 있는 상태인가."

의무관이 가림막 안쪽에서 답했다.

"오래는 어렵습니다. 한두 문장 확인이 한계입니다."

카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본을 가져오되 침대 안쪽으로 들이지 않는다. 가림막 바깥 탁자에 펼쳐라. 읽을 문장은 의무관이 허락한 만큼만 로젤린이 소리 내어 읽는다. 대공비의 대답은 한 단어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

"예."

헬라가 세리아나의 보관함을 가져왔다. 낡은 리본으로 묶인 서류가 안에서 나왔다. 처음 대공성에 왔을 때 세리아나가 직접 챙겨 두었던 계약서였다.

종이는 생각보다 얇았다. 그러나 카시안에게는 검보다 무거워 보였다.

로젤린이 조항을 확인했다.

"계약결혼 기간은 혼인일로부터 3년. 만료 후 세리아나 베르딘이 원할 시 카시안 발레리우스는 이유를 묻지 않고 이혼에 동의한다."

치료실의 공기가 멈췄다.

로젤린의 목소리가 잠시 흔들렸다.

"잔여 기간은 오늘 기준으로 3개월입니다."

세리아나의 손끝 빛이 아주 약하게 떨렸다.

카시안은 그제야 그 숫자가 자신을 찔렀다는 것을 알았다.

3개월.

처음 그가 내밀었던 기간이었다. 그녀에게 도망칠 수 있는 끝을 만들어 주려고 쓴 숫자였다. 그녀가 원하면 이유를 묻지 않겠다고 서명했던 문장. 그 문장은 지금도 그대로 살아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문장은 문처럼 보였다.

열어 두어야 하는 문.

세리아나가 걸어 나갈 수 있는 문.

"대공비 전하."

마르셀이 낮게 말했다.

"지금 같은 상태라면 만료 전 보호자 지정이 필요합니다. 의식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우시니 대공 전하께서 서명하시면 모든 절차가 안정됩니다."

카시안의 손이 의자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나무가 작게 삐걱거렸다.

헬라가 차갑게 말했다.

"마르셀 라운은 대공비 전하가 회복 직후이며 짧은 대답만 가능한 상태에서 보호자 서명을 다시 권유했다. 기록하십시오."

로젤린이 적었다.

마르셀은 물러서지 않았다.

"저는 현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3개월 뒤 계약이 만료되면 대공비 전하의 신분과 거처가 불안정해집니다. 황후궁은 그 빈틈을 먼저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세리아나의 입술이 움직였다.

"빈틈..."

미나가 그녀의 손을 받쳤다.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요."

세리아나는 눈을 아주 조금 떴다. 시선이 가림막 너머로 향했다. 카시안을 정확히 보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건... 제 문이에요."

카시안의 숨이 멎었다.

세리아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처음엔... 나가려고 만든 문이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한 문장마다 숨이 끊겼다.

"지금도... 없애면 안 돼요."

카시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세리아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갈지... 남을지... 제가 정할 거예요."

치료실 문턱의 검은 글자가 흔들렸다. 마르셀의 서류 위 보호자 서명 대기가 짙어졌다. 동시에 계약서의 만료 조항 아래에 검은 점이 맺히려 했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계약서에서 손 떼."

아무도 계약서에 손을 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검은 점은 손처럼 문장 아래를 더듬고 있었다.

미나가 놀라 물러섰고 헬라가 보존 천을 가져왔다. 카시안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면 잡아 찢고 싶어질 것 같았다.

"젖은 흙과 약초 잎."

헬라가 즉시 움직였다.

세리아나가 쓰던 작은 약초 잎이 계약서 옆에 놓였다. 검은 점은 잎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세리아나의 손끝 빛이 아주 작게 되살아났다.

카시안은 그 빛을 보며 말했다.

"기록해라. 대공비는 계약 만료 조항을 없애지 말라고 말했다. 나갈지 남을지는 본인이 정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짧은 의식 회복 중 나온 직접 의사다."

로젤린이 빠르게 적었다.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카시안은 마르셀을 보았다.

"대공은 그 기한을 두려워한다."

회랑이 다시 조용해졌다.

"대공은 대공비가 석 달 뒤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며 붙잡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그러나 그 욕망을 근거로 보호자 서명이나 계약 변경을 하지 않는다."

로젤린의 펜 끝이 종이를 긁었다.

"기록했습니다."

마르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전하께서 그렇게 모든 약점을 기록으로 남기시면 황후궁은."

"황후궁이 이용할 약점은 내가 숨긴 욕망이 아니다."

카시안은 그를 끊었다.

"내가 그 욕망을 세리아나의 의사인 척하는 순간이다."

세리아나의 손끝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계약서의 만료 날짜 쪽으로 향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미나가 받쳐 주었고 의무관이 말리지 않았다.

손끝은 날짜 위에 닿지 못했다. 힘이 모자라 종이 가장자리만 살짝 스쳤다.

그래도 충분했다.

카시안은 그 작은 움직임을 동의로 쓰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가리킨 것이 무엇인지 보았다.

석 달.

그들이 처음 정한 끝.

아직 지워지지 않은 문.

세리아나는 다시 잠들었다. 이번에는 숨이 조금 더 고르게 이어졌다. 손끝의 녹색 빛도 얇지만 끊기지 않았다.

의무관이 낮게 말했다.

"오늘은 더 묻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의식을 오래 붙들면 다시 깊게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묻지 않는다."

카시안은 곧바로 답했다.

그는 계약서를 보존 천 위에 그대로 두게 했다. 마르셀의 서류와 닿지 않도록 사이에 젖은 흙과 약초 잎을 놓았다.

"문은 열어 둔다. 계약서도 닫지 않는다. 만료 조항은 보존한다."

헬라가 고개를 숙였다.

"그대로 기록하겠습니다."

카시안은 가림막 너머의 세리아나를 보았다.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오히려 석 달이라는 숫자가 드러난 순간 더 선명해졌다.

그러나 이제 그는 알았다.

문을 열어 둔다는 것은 누군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일만이 아니었다.

세리아나가 나갈 수 있는 길까지 닫지 않는 일이었다.

치료실 문턱의 검은 글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보호자 서명 대기.

그 아래에 계약서에서 번지려던 검은 점의 흔적이 아주 희미하게 남았다.

카시안은 그 앞에서 다시 의자에 앉았다.

"로젤린."

"예."

"마지막으로 하나 더 기록해라."

로젤린이 펜을 들었다.

"대공은 석 달 뒤 대공비가 어떤 답을 하든 그 답을 듣기 전까지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

카시안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그때까지 문을 닫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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