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41화: 살아 있는 쪽
검은 조각들이 일제히 세리아나를 향해 돌아섰다.
카시안의 피는 보존 천 위에서 멈추지 않았다. 붉은 피가 검은 문구 사이로 스며들 때마다 깨진 핵 조각들이 작게 떨렸다. 죽은 벌레의 다리가 마지막으로 움찔거리는 것 같았다.
반점 보유자 보정 대기.
그 글자는 이제 세리아나의 손등을 보고 있었다.
마르셀 라운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대공비 전하의 반점이 반응하고 있습니다. 지금 힘을 쓰시면 보정 절차에 스스로 응한 것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그 말도 기록하세요."
세리아나는 카시안의 피 위에 얹은 손을 떼지 않았다.
"마르셀 라운은 대공이 치명상을 입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대공비의 구조 행위를 보정 절차 동의로 해석하려 했다."
로젤린의 펜끝이 흔들렸다. 그래도 종이는 긁혔다.
마르셀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저는 절차상 위험을 고지했을 뿐입니다."
"그 고지도 같이 적으세요. 다만 지금부터 제 말이 먼저입니다."
세리아나는 숨을 들이켰다.
카시안의 몸은 무겁고 차가워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같은 선에 서 있던 사람이 이제 그녀의 무릎 옆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명령하지 않겠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마라.
그 부탁이 아직 귓속에 남아 있었다.
"대공비 세리아나 베르딘은 대공 카시안 발레리우스의 생명을 붙들기 위해 자신의 힘을 사용한다. 누구의 명령도 아니며 어떤 칙서의 동의도 아니고 황후궁 보존 절차의 이행도 아니다. 이는 대공비 본인의 선택이다."
로젤린이 울음 섞인 숨을 삼켰다.
"기록했습니다."
헬라가 환영회장 쪽으로 돌아섰다.
"모두 자리를 지키십시오. 지금부터 한 걸음이라도 움직이면 그 움직임도 증언 대상입니다."
아르덴은 검을 든 채 마르셀과 이름 없는 수행원 둘 사이에 섰다. 뒤쪽 수행원의 손목 봉인은 아직 뛰고 있었다. 검은 핵 조각의 미세한 떨림과 같은 박자였다.
세리아나는 그것까지 볼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손끝을 카시안의 피 속으로 눌렀다.
녹색의 손길은 늘 살아 있는 것을 먼저 찾아냈다. 하지만 지금 상처 안쪽은 살아 있는 살과 죽은 봉합선이 엉켜 있었다. 검은 창은 빠져나왔지만 흔적은 남아 있었다. 차가운 실 같은 잔여가 비늘 아래 봉인선을 물고 늘어졌다.
상처를 그냥 닫으면 그 실도 함께 묻힌다.
그러면 카시안은 살아도 다시 회수자의 통로가 된다.
세리아나는 젖은 흙을 더 당겨 상처 주변에 펼쳤다.
"미나. 약초 잎을 제 손목 쪽이 아니라 상처 바깥쪽에 놓으세요."
"예."
미나의 손이 떨렸다. 그래도 잎은 정확히 놓였다. 말라 가던 약초 잎이 카시안의 피에 닿자 잎맥이 아주 희미하게 푸른빛을 머금었다.
세리아나는 그 빛을 붙잡았다.
살아 있는 쪽.
그 말이 길이 되었다.
녹색 빛은 상처를 덮지 않았다. 먼저 검은 잔여를 찾아냈다. 상처 깊은 곳에서 바느질처럼 얽혀 있던 차가운 선이 약초 잎 쪽으로 끌려 나왔다.
카시안의 몸이 크게 떨렸다.
"전하."
세리아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아직 들립니까."
카시안의 눈꺼풀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세리……."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들리면 숨만 쉬세요."
숨.
그 작은 움직임이 필요했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의 입술 끝에서 빠져나오는 희미한 숨을 잡듯 손끝에 힘을 주었다.
검은 선 하나가 상처에서 빠져나와 젖은 흙 위로 쓰러졌다. 흙은 즉시 검게 변했다. 미나가 새 흙을 밀어 넣었다. 아르덴의 검끝은 뒤쪽 수행원의 손목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르셀이 다시 말했다.
"반점이 더 번지고 있습니다. 격리해야 합니다."
"누구를요."
헬라가 차갑게 물었다.
마르셀은 대답하지 못했다.
세리아나는 자기 손을 보지 않았다. 볼 필요가 없었다. 손등의 통증은 이제 선이 아니라 불이었다. 리본 아래에서 시작된 검은 반점은 손등을 지나 팔목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환영회장 쪽에서 누군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보였을 것이다.
상관없었다.
"기록하세요."
세리아나는 카시안의 피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대공비의 손등과 팔목에 검은 선이 번지고 있다. 번짐은 대공의 상처 안쪽 검은 봉합선 잔여를 흙 위로 끌어낼 때마다 커졌다. 그러나 대공비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고 문턱을 넘으려 하지 않았으며 황후궁 칙서 원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로젤린이 적었다.
검은 조각 하나가 보존 천 위에서 툭 튀었다. 약초 잎이 그 곁에 닿자 새 글자가 떠올랐다.
반점 보유자 생명력 전이 확인.
마르셀의 눈이 번뜩였다.
"보십시오. 생명력 전이입니다. 황후궁 보존 대상이 맞습니다."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낮게 말했다.
"대공의 생명을 붙드는 중입니다."
"문구가 확인했습니다."
"문구는 이미 대공을 시료라 불렀습니다. 저 문구가 붙인 이름을 그대로 믿을 이유가 없습니다."
사비에가 떨리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기록상 맞습니다. 동일 계열 문구는 앞서 저주 반응체와 봉인체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당사자 동의 없는 분류입니다."
세리아나는 사비에를 볼 수 없었지만 그 말에 기대었다.
"그대로 기록하세요."
검은 봉합선의 마지막 잔여가 상처 가장자리에서 버텼다. 그 선은 카시안의 비늘 아래 더 깊은 곳으로 돌아가려 했다.
세리아나는 손가락을 벌렸다.
이번에는 상처를 닫기 위한 힘이 필요했다.
살을 꿰매는 힘이 아니라 숨이 끊기지 않게 붙드는 힘.
세리아나는 자신의 안쪽에서 아주 가느다란 줄기를 끌어냈다. 씨앗을 깨울 때보다 깊은 곳이었다. 약초를 살릴 때보다 뜨거운 곳이었다. 마른 흙 밑에 묻힌 마지막 물줄기를 손으로 긁어 올리는 감각이었다.
그 물줄기를 카시안의 숨에 닿게 했다.
카시안이 숨을 들이켰다.
짧고 거친 숨이었다.
그 한 번의 숨에 세리아나의 시야가 하얗게 비었다.
"대공비 전하!"
미나가 그녀를 붙잡으려다 멈췄다.
세리아나가 먼저 말했다.
"잡지 마세요. 흙을 더."
미나는 울 것 같은 얼굴로 흙을 밀었다.
카시안의 피가 조금씩 느려졌다.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쏟아지던 피가 흐름을 잃었다. 상처 깊은 곳에서 찢긴 봉인선이 아직 열려 있었지만 죽은 봉합선은 더 들어가지 못했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의 심장 박동을 느꼈다.
아주 멀리 있었다.
하지만 있었다.
"전하. 들리면 다시 숨 쉬세요."
카시안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만……."
세리아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명령입니까."
카시안의 눈이 아주 희미하게 열렸다. 검은 비늘 사이로 인간의 눈이 남아 있었다. 그는 대답하기 위해 고통을 삼켰다.
"부탁."
그 한마디가 세리아나의 가슴을 찔렀다.
"아직 안 됩니다."
"세리아나."
"전하가 먼저 여기 있으세요."
세리아나는 마지막 남은 검은 잔여를 흙 위로 끌어냈다. 동시에 자신의 생명력 한 줄기를 더 밀어 넣었다. 카시안의 숨이 다시 이어졌다. 이번에는 조금 길었다.
녹색 빛이 상처 가장자리를 가늘게 감쌌다. 살이 완전히 붙지는 않았다. 다만 찢긴 곳이 더 벌어지지 않도록 살아 있는 힘이 가장자리를 잡았다.
검은 조각들이 한꺼번에 떨었다.
반점 보유자 보정 실패.
이어 더 짙은 글자가 떠올랐다.
반점 보유자 인계 필요.
황후궁 칙서 봉투가 보존 천 위에서 스스로 들썩였다.
아르덴이 즉시 검을 돌렸다.
"봉투가 움직입니다."
헬라가 환영회장 쪽에 외쳤다.
"모두 보셨습니까. 원문은 열리지 않았는데 봉투가 스스로 움직였습니다."
여기저기서 떨리는 대답이 돌아왔다.
"보았습니다."
"증언하겠습니다."
세리아나는 그 대답들을 멀리서 들었다.
카시안의 피는 이제 손바닥 아래에서 느리게 뛰었다. 죽음 쪽으로 미끄러지던 몸이 잠시 멈췄다.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빼앗기지는 않았다.
그녀는 손을 떼려 했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미나가 가까이 다가왔다.
"대공비 전하. 얼굴이 너무 창백하십니다."
"기록……."
세리아나는 목소리를 겨우 냈다.
"대공의 출혈은 느려졌고 숨은 이어졌습니다. 상처는 완치되지 않았습니다. 비늘 아래 봉인선 손상은 남았습니다. 검은 조각과 칙서 봉투는 대공비를 향한 인계 문구에 반응했습니다."
로젤린이 울면서 적었다.
"기록했습니다."
세리아나는 그제야 자기 손을 보았다.
검은 선은 손등을 지나 팔목 위까지 올라와 있었다. 녹색 빛이 남은 곳은 손끝뿐이었다. 그 빛도 곧 꺼질 듯 흔들렸다.
카시안의 손이 바닥을 긁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찾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손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그의 상처를 누르던 손을 천천히 옆으로 옮겼다. 카시안의 손끝이 그녀의 손가락에 닿았다.
그는 붙잡을 힘도 없었다.
그래도 닿았다.
"사라지지……."
말은 끝나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아주 작게 웃으려 했다. 잘되지 않았다.
"전하도요."
그녀는 아르덴을 보려 했지만 시야가 기울었다.
"검은 조각은 보존 천 위에 고정하세요. 약초 잎과 젖은 흙을 떼지 말고 황후궁 봉투는 열지 마세요. 움직이면 움직인 사실부터 기록……."
말끝이 흐려졌다.
미나가 이번에는 허락을 기다리지 못하고 세리아나의 어깨를 받쳤다.
세리아나는 저항하지 못했다.
환영회장의 촛불이 길게 번졌다. 첫눈이 창에 닿아 녹는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보존 천 위의 검은 조각들이 다시 한 번 몸을 돌렸다.
황후궁 칙서 봉투의 검은 밀랍선이 스스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세리아나는 마지막 힘으로 입술을 움직였다.
"열지…… 마세요."
그리고 카시안의 손끝이 그녀의 손가락을 붙잡으려는 순간 세리아나의 시야가 완전히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