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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40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40화: 봉인체 파손

검은 핵이 갈라졌다.

틈 안쪽에서 빛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빛을 삼키는 선이 벌어졌다. 서쪽 온실 문턱에 깔린 보존 천 위로 검은 그림자가 길게 뻗었다. 그림자는 카시안의 발끝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무릎과 옆구리와 목덜미를 차례로 재듯 올라갔다.

세리아나는 숨을 삼켰다.

"기록하세요."

로젤린의 펜끝이 종이를 긁었다.

"회수자 핵이 갈라졌고 검은 선이 대공의 몸을 측정하듯 움직입니다. 대공비는 아직 힘을 쓰지 않았습니다."

마르셀 라운이 곧장 끼어들었다.

"보존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누구도 움직이면 안 됩니다."

"그 말도 기록하세요. 마르셀 라운은 공격선이 대공의 몸을 향하는 중에도 누구도 움직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마르셀의 입술이 굳었다.

핵 위에 새 문구가 떠올랐다.

봉인체 파손 절차 개시.

카시안의 손이 세리아나의 어깨에서 떨어졌다. 그는 그녀를 밀지 않았다. 물러서라고 명령하지도 않았다. 다만 손을 거두고 자기 몸을 조금 틀었다.

세리아나와 핵 사이에 억지로 끼어드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같은 선 위에서 자기 쪽을 더 내놓는 움직임이었다.

"카시안."

"네가 기록을 멈추면 저들이 순서를 바꾼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고통 때문에 갈라졌지만 흔들리지는 않았다.

"나는 여기 선다. 너를 밀어내지는 않는다."

검은 핵에서 봉합선이 튀어나왔다.

창처럼 굳은 선이었다. 검은 밀랍으로 된 창끝에는 별 모양과 아래로 꺾인 선이 겹겹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공기를 찢는 소리 없이 날아왔다.

세리아나는 손을 뻗으려 했다.

카시안이 먼저 한 발 움직였다.

창끝이 그의 옆구리 아래를 파고들었다. 이어 어깨 밑으로 검은 선이 뻗었다. 비늘이 돋은 피부가 찢어지고 피가 보존 천 위로 떨어졌다. 붉은 피가 검은 문구 사이로 번지자 천 위의 글자가 뒤틀렸다.

봉인체 파손 확인.

환영회장 쪽에서 비명이 터졌다.

헬라가 차갑게 외쳤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모두 증인입니다."

아르덴의 검이 완전히 뽑혔다. 그러나 카시안은 손을 들었다. 손끝이 떨렸지만 명령은 분명했다.

"죽이지 마라."

그 말에 기사들이 멈췄다.

카시안은 피를 토하듯 숨을 뱉었다. 검은 창은 그의 몸 안에서 꿈틀거렸다. 창끝은 상처를 벌리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비늘 아래 봉인선을 찾아 더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그의 옆으로 다가섰다.

"사람을 공격하고 싶습니까."

이 질문을 지금 해야 한다는 사실이 잔인했다. 그러나 하지 않으면 저들은 피를 발작으로 바꿀 것이다. 카시안도 그것을 알았다.

"아니."

그는 겨우 대답했다.

"저것을 뜯어내고 싶다. 사람은 아니다. 너도 아니다."

"기록하세요. 대공 카시안 발레리우스는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사람을 공격하고 싶은 충동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로젤린이 울음을 삼키며 적었다.

문턱 밖 보존 선에 있던 뒤쪽 수행원이 낮게 신음했다. 그의 손목 안쪽 별 모양 봉인이 검게 뛰었다. 카시안의 상처에서 새는 검은 선과 같은 박자였다.

미나가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대공비 전하. 수행원 손목이 또 반응합니다."

"보이게 하세요. 단 손목을 잡지는 마세요."

아르덴이 기사 둘에게 눈짓했다. 기사들은 이름 없는 수행원의 소매를 검끝으로만 밀어 올렸다. 손목 안쪽의 봉인은 살아 있는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세리아나는 그것을 보았다. 자신의 리본 아래도 같은 박자로 뛰고 있었다. 이번에는 통증이 손등까지 올라왔다.

숨길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기록하세요. 입장 보류 중인 이름 없는 수행원 뒤쪽 인물의 손목 봉인은 회수자 핵과 대공의 상처에 같은 박자로 반응한다. 성명과 소속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마르셀이 급히 말했다.

"대공비 전하의 힘이 절차를 자극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순서를 다시 말합니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의 피가 번지는 천을 보며 말했다.

"핵이 먼저 갈라졌고 봉인체 파손 절차가 먼저 떠올랐으며 공격은 대공에게 먼저 닿았습니다. 제 손은 아직 상처에 닿지 않았습니다."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로젤린의 목소리가 떨렸지만 문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검은 창이 카시안의 몸 안에서 한 번 더 뒤틀렸다.

카시안의 무릎이 꺾였다. 세리아나는 이번에는 묻지 않았다. 그가 허락했던 것은 어깨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쓰러지면 창이 더 깊이 들어간다. 그녀는 그의 등 뒤가 아니라 옆에서 팔을 받쳤다.

"잡습니다."

"그래."

카시안의 대답은 피에 젖어 있었다.

세리아나는 미나를 보았다.

"젖은 흙. 약초 잎. 더 가져오세요. 물은 차가운 것으로."

"예."

미나가 달려갔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의 상처 가까이에 손을 댔다. 아직 직접 누르지 않았다. 상처에서 올라오는 검은 선은 뜨겁지 않았다. 차가운 실이 살아 있는 살을 바느질하듯 꿰고 있었다.

이건 죽이기 위한 창이 아니었다.

죽음 직전까지 망가뜨린 뒤 남은 것을 절차에 맞게 회수하려는 손길이었다.

검은 핵 위에 문구가 다시 떠올랐다.

반점 보유자 보정 필요.

세리아나의 손목 리본 아래에서 선이 손등으로 더 번졌다.

카시안이 그것을 보려 했다. 세리아나는 손을 접어 가렸다.

"보지 마세요."

"네가 다쳤나."

"지금은 전하가 먼저입니다."

"명령하지 않겠다."

카시안은 숨을 끊어 가며 말했다.

"하지만 사라지지는 마라."

세리아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라는 것을 알아서 더 아팠다.

미나가 젖은 흙과 약초 잎을 가져왔다. 세리아나는 흙을 상처 주변 보존 천 위에 얇게 펼치게 했다. 직접 상처에 넣지는 않았다. 회수자 핵과 카시안의 몸을 잇는 검은 선이 흙 위로 지나가도록 길을 만들었다.

"아르덴. 마르셀 라운과 이름 없는 수행원 둘은 보존 선 밖으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세요. 손목 봉인은 가리지 마십시오."

"예."

"헬라. 환영회장 안의 증인들은 나가지 못합니다. 지금부터 들은 말은 모두 절차의 증거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검은 핵은 그 사이에도 움직였다. 갈라진 틈마다 마른 뿌리 조각이 벌어졌고 봉합선은 카시안의 피를 따라 더 가늘게 갈라졌다. 세리아나는 그 선들이 상처 안쪽으로 다시 파고들기 전에 젖은 흙 위로 끌어내야 했다.

상처를 닫기 전에 공격의 길을 꺾어야 했다.

그 순서를 틀리면 카시안을 살리는 손길이 도리어 회수자의 통로가 된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을 보았다.

"전하. 아직 말할 수 있습니까."

"조금."

"살아 있는 쪽을 다시 붙잡아 주세요."

카시안은 피 묻은 입술로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다."

그 말은 거의 숨이었다.

"나는 여기 있다. 아직."

세리아나는 그 숨을 붙잡았다.

녹색의 손길이 이번에는 손끝에서 곧장 피 위로 떨어졌다. 빛은 상처를 덮지 않았다. 먼저 검은 창의 가장자리를 찾아냈다. 살아 있는 살과 죽은 봉합선의 경계를 가르고 차가운 실이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게 밀었다.

카시안의 몸이 크게 떨렸다.

세리아나의 손등에도 검은 선이 하나 더 뻗었다.

환영회장 쪽에서 작은 숨소리들이 겹쳤다. 누군가 그녀의 손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리아나는 손을 감추지 않았다. 감추느라 늦는 순간 카시안의 숨이 끊긴다.

로젤린이 울면서도 적었다. 세리아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기록이 이어지는 한 저들은 이 장면을 세리아나의 폭주로 바꿀 수 없다.

검은 창끝이 조금 빠져나왔다.

핵이 괴롭게 뒤틀렸다. 뿌리와 밀랍으로 된 회수자 형체가 보존 천 위에서 부서져 내렸다. 그러나 핵은 아직 움직였다. 세리아나는 힘을 더 밀어 넣었다.

"문턱 아래로."

녹색 빛이 젖은 흙을 타고 검은 선을 끌었다. 창끝이 카시안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피가 더 세게 쏟아졌다.

카시안이 쓰러졌다.

세리아나는 그의 어깨와 상처 사이에 무릎을 대고 몸을 받쳤다. 검은 창은 문턱 아래로 끌려가 핵에 되박혔다.

회수자 핵이 깨졌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검은 조각들이 보존 천 위에 흩어졌고 조각마다 가느다란 글자가 떠올랐다.

봉인체 파손 완료.

반점 보유자 보정 대기.

세리아나는 그 문구를 보았다.

다음 절차가 자신을 향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카시안의 피가 손바닥 아래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눈을 뜨려 했지만 초점이 흐렸다.

"세리아나."

"말하지 마세요."

"나 때문에."

"그 말도 하지 마세요."

카시안의 손이 바닥을 더듬었다. 그녀를 붙잡으려는 손이 아니었다. 밀어내려는 손도 아니었다. 그저 아직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손이었다.

세리아나는 그 손을 보았다.

자신의 손등 위 검은 선은 이제 숨길 수 없을 만큼 번져 있었다. 리본은 의미가 없었다. 환영회장의 증인들이 보든 말든 상관없었다.

카시안이 죽으면 모든 기록은 끝난다.

세리아나는 그의 피 위에 손을 얹었다.

"기록하세요."

로젤린이 고개를 들었다.

세리아나는 떨리는 숨을 눌렀다.

"대공비 세리아나 베르딘은 지금부터 대공 카시안 발레리우스의 생명을 붙들기 위해 자신의 힘을 사용한다. 누구의 명령도 아니며 어떤 칙서의 동의도 아니다."

검은 조각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의 흐려진 눈을 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제가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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