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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39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39화: 회수자의 문양

회수자 입장.

서쪽 문턱 아래 떠오른 글자가 검게 젖었다. 문 안쪽에서 밀려 나온 공기는 차갑지 않았다. 오래 닫힌 지하의 열처럼 눅눅했고 그 속에는 검은 밀랍과 젖은 흙 냄새가 섞여 있었다.

카시안의 손등에 돋은 비늘이 낮은 소리를 냈다. 서로 긁히는 금속 같은 소리였다.

세리아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기록을 멈추지 마세요."

로젤린의 펜끝이 떨렸다. 그러나 펜은 종이 위에 남았다.

안쪽 빗장이 완전히 풀렸다. 오래 닫혀 있던 문이 사람의 손 없이 안으로 살짝 밀렸다가 다시 바깥으로 벌어졌다. 틈 사이에서 검은 것이 기어 나왔다.

처음에는 사람의 팔처럼 보였다.

곧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은 밀랍으로 굳힌 뿌리들이 뼈대처럼 엮여 있었고 그 사이에 바싹 마른 천 조각과 은색 가루가 끼어 있었다. 손가락 모양 끝에는 손톱 대신 가늘게 굳은 봉합선이 달려 있었다.

그것은 숨 쉬지 않았다.

그래도 움직였다.

미나가 작게 신음을 삼켰다. 아르덴의 검이 반쯤 뽑혔다. 카시안의 팔이 반사적으로 세리아나 앞을 막으려 했다.

세리아나는 그의 손목을 보았다.

"옆입니다."

카시안의 손이 멈췄다. 짧은 순간 그의 눈 안에서 본능과 약속이 부딪혔다. 결국 그는 세리아나보다 반 발 앞서지 않고 같은 선에 섰다.

"그래."

그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문 안쪽의 형체가 문턱에 닿았다.

검은 글자가 보존 천 위로 번졌다.

회수자 입장 확인.

마르셀 라운이 숨을 되찾은 사람처럼 말했다.

"하부 보존실의 절차가 스스로 열린 것입니다. 막으시면 황후궁 보존 명령에 대한 방해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황후궁 보존 칙서 원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습니다."

세리아나는 회수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저것은 자신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기록하세요. 아직 사람으로 확인되지 않은 회수자 형체가 서쪽 온실 하부 보존실 안쪽에서 나왔다. 숨소리는 없고 검은 밀랍과 말린 뿌리와 은색 가루로 구성되어 있다."

로젤린이 그대로 적었다.

회수자의 머리라고 부를 만한 부분이 천천히 들렸다. 얼굴은 없었다. 대신 검은 밀랍선이 겹겹이 감긴 둥근 덩어리 안쪽에서 별 모양과 아래로 꺾인 선이 희미하게 빛났다.

그 빛이 카시안의 손등 비늘을 향했다.

저주 반응체 식별.

카시안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세리아나는 바로 물었다.

"어디가 아픕니까."

"팔."

카시안의 목소리는 낮게 갈라졌다.

"비늘 아래가 당겨진다. 누가 안쪽에서 꿰맨 실을 잡아당기는 것 같다."

"사람을 공격하고 싶습니까."

"아니."

그는 이를 악물었다.

"저것을 부수고 싶다. 내 안쪽으로 들어오려는 선을 끊고 싶다."

"기록하세요. 대공 카시안 발레리우스는 회수자 형체의 문양에 반응했으나 사람을 공격하고 싶은 충동은 없다고 진술했다. 통증은 팔의 비늘 아래이며 안쪽 실이 당겨지는 느낌이다."

마르셀이 즉시 말했다.

"대공 전하의 괴물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괴물화라는 단어를 쓰려면 방금 진술도 함께 기록해야 합니다."

세리아나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는 사람을 공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문턱 위 회수자의 팔이 갈라졌다. 뿌리들이 펼쳐지며 가느다란 검은 선을 뿜었다. 선은 바닥을 따라 카시안의 발끝까지 미끄러졌다.

미나가 젖은 흙 그릇을 꼭 쥐었다.

"대공비 전하."

"문양 사이로 흙을 뿌리세요. 손은 닿지 않게."

미나는 무릎을 꿇고 보존 천 가장자리에 젖은 흙을 떨어뜨렸다. 약초 잎이 흙 위에 닿자 검은 선이 꿈틀거리며 글자를 바꾸었다.

발레리우스 봉인 잔류분 추출.

회장 쪽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켰다.

카시안은 웃지 않았다. 분노도 먼저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자기 팔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문양이 비늘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

"내 몸에서 뭔가를 꺼내려 한다."

그 말은 회수자의 글자보다 더 선명했다.

세리아나는 그제야 손목의 통증을 느꼈다. 리본 아래 반점이 뜨겁게 뛰고 있었다. 회수자의 문양이 카시안에게 박힐수록 그녀의 반점도 같은 박자로 울렸다.

이건 치료가 아니었다.

뽑아내는 것이었다. 사람의 고통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오래 묶인 저주를 물건처럼 빼내려는 손길이었다.

"전하."

"말해라."

"제가 힘을 씁니다."

카시안의 눈이 그녀에게 꽂혔다. 짧은 침묵 속에서 그가 무엇을 삼켰는지 세리아나는 알았다. 하지 말라는 말. 물러서라는 말. 내가 감당하겠다는 말.

그 모든 말을 그는 꺼내지 않았다.

"어디까지 필요하지."

"붙잡지 마세요. 제가 멈추라고 말하면 그때 제 어깨만 잡아 주세요. 끌어내지는 마시고요."

"알았다."

그 대답 하나로 충분했다.

세리아나는 문턱 앞에 한쪽 무릎을 내렸다. 보존 천 아래 검은 돌은 차갑고 축축했다. 그녀는 젖은 흙 위에 손끝을 올렸다.

녹색의 손길은 늘 살아 있는 것을 깨우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새싹을 틔울 시간이 없었다. 세리아나는 흙 속에 남은 미세한 뿌리와 약초 잎의 마지막 생명력을 잡았다.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의 경계.

그 선을 밀어야 했다.

손끝에서 연한 녹색 빛이 번졌다. 빛은 화려하지 않았다. 환영회장의 촛불보다 작고 창밖에 흩날리는 첫눈보다 희미했다. 그러나 검은 문양이 닿은 곳마다 소리가 달라졌다.

긁는 소리에서 끊어지는 소리로.

카시안의 팔 위로 올라가던 검은 선이 멈췄다.

세리아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카시안."

그녀는 처음으로 직함 없이 이름을 불렀다.

"저를 보세요."

카시안의 시선이 회수자에서 세리아나에게로 내려왔다. 검은 선이 그의 목덜미까지 닿기 직전이었다.

"아픈 쪽이 아니라 살아 있는 쪽을 붙잡아요."

"살아 있는 쪽."

"전하가 지금 말하고 있는 쪽입니다."

카시안의 손이 천천히 펴졌다. 괴물의 손처럼 변한 손끝이 자기 가슴 앞에서 멈췄다. 그는 회수자를 부수지 않았다. 세리아나도 붙잡지 않았다.

"나는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다."

그가 낮게 말했다.

"저것이 내게서 무엇을 빼내려 해도 나는 여기 있다."

녹색 빛이 더 깊어졌다.

세리아나는 그 말을 붙잡아 문양 사이로 밀어 넣었다. 카시안의 진술은 기록지에만 남은 문장이 아니었다. 그의 몸이 아직 자기 의지로 서 있다는 증거였다.

검은 문양이 비늘 아래에서 떨어져 나왔다.

카시안이 숨을 삼켰다. 고통이 그의 어깨를 꺾었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이를 악물고 손끝을 더 눌렀다.

리본 아래가 찢어지는 듯 아팠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문양은 피부에서 떨어진 뒤에도 카시안에게 돌아가려 했다. 세리아나는 젖은 흙과 약초 잎을 통해 그 길을 비틀었다. 검은 선이 문턱 아래로 끌려 내려갔다.

회수자의 몸이 뒤틀렸다.

말린 뿌리들이 한꺼번에 벌어지며 안쪽에서 검은 핵이 드러났다. 작은 심장 같았지만 뛰는 것은 생명이 아니었다. 검은 밀랍이 녹았다 굳는 박자였다.

회수 실패.

글자가 핵 위에 떠올랐다.

마르셀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헬라가 놓치지 않았다.

"움직임 기록."

헬라의 말에 로젤린이 곧장 펜을 움직였다.

세리아나는 손을 떼지 않았다.

"아르덴. 누구도 저 핵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세요."

"예."

아르덴과 기사들이 보존선을 좁혔다. 검은 핵은 회수자의 가슴 안쪽에서 끓듯 흔들렸다.

그때 문턱 밖 보존 선에 세워 둔 이름 없는 수행원 중 뒤쪽 사람이 낮게 신음했다.

그의 손목 안쪽 별 모양 봉인이 검게 뛰고 있었다.

미나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전하. 같은 박자입니다."

세리아나는 손목을 가렸다. 자신의 리본 아래에서도 같은 박자가 번지고 있었다. 반점은 손목을 넘어 손등 쪽으로 가느다란 선을 뻗었다.

아직 아무에게도 보이면 안 됐다.

"기록하세요."

세리아나는 목소리를 고르게 만들었다.

"회수자 형체는 대공의 저주 문양을 추출하려 했으나 대공비의 녹색의 손길에 의해 문턱 아래로 밀려났다. 회수자 안쪽에서 검은 핵이 드러났으며 핵은 아직 파괴되지 않았다."

마르셀이 급히 말했다.

"대공비 전하가 먼저 힘을 써 장치를 자극했습니다."

"순서를 틀리지 마십시오."

세리아나는 고개를 들었다.

"문은 안쪽에서 열렸고 회수자 형체가 먼저 나왔으며 문양은 대공의 몸에 먼저 침투했습니다. 제 힘은 그 뒤에 쓰였습니다."

로젤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한마디에 마르셀의 입이 닫혔다.

검은 핵 위에 새 글자가 떠올랐다.

회수 실패 시 봉인체 파손 허용.

카시안의 눈빛이 변했다.

"봉인체."

그 단어가 누구를 뜻하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세리아나는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무릎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카시안의 손이 그녀의 어깨 가까이에서 멈췄다.

"잡아도 되나."

그는 이렇게 물었다.

세리아나는 짧게 숨을 뱉었다.

"어깨만요."

카시안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받쳤다. 끌어당기지 않고 누르지도 않았다. 그저 그녀가 쓰러지지 않을 만큼만 붙들었다.

검은 핵의 빛이 이번에는 세리아나가 아니라 카시안에게로 향했다.

회수자가 무너진 뿌리 사이에서 마지막으로 팔을 들었다. 팔 끝의 봉합선이 날카로운 창처럼 굳었다.

카시안은 피하지 않았다.

"세리아나."

그는 그녀의 옆에서 말했다.

"이번에도 같은 선이다."

검은 핵이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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