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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38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38화: 서쪽 문턱

폐온실 아래 어딘가에서 누군가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환영회장 바닥의 검은 선은 서쪽 문을 향해 꺾인 채 멈춰 있었다. 밝은 대리석 위에 떠오른 글자는 촛불에도 지워지지 않았다.

저주 반응체 회수 준비.

카시안의 손등에서 검은 비늘이 다시 돋았다. 마르셀 라운은 그 변화를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보십시오. 대공 전하의 상태가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황후궁 보존 칙서를 열어 절차를 확인해야 합니다."

세리아나는 서쪽 문을 보다가 카시안을 향했다.

"전하. 어디가 아픕니까."

"목덜미와 손등."

"사람을 공격하고 싶습니까."

카시안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시선은 마르셀이 아니라 바닥의 문구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니. 저 문구를 지우고 싶다. 서쪽 문을 부수고 싶다."

"왜 문입니까."

"문 안쪽에서 같은 냄새가 난다. 검은 밀랍과 젖은 흙. 그리고 오래 갇힌 피 같은 냄새다."

로젤린의 펜끝이 움직였다.

세리아나는 곧장 말했다.

"기록하세요. 대공 카시안 발레리우스는 저주 반응체 회수 준비 문구에 반응했으나 사람을 공격하고 싶은 충동은 없다고 진술했다. 부수고 싶은 대상은 문구와 서쪽 문이다."

마르셀의 웃음이 얇아졌다.

"대공비 전하께서는 매번 같은 질문으로 진술을 유도하시는군요."

"발작으로 기록하려는 말을 진술로 바꾸는 질문입니다."

회장 안이 조용해졌다. 황도 수행원과 대공성 하인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적은 공개 장소를 함정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의 눈들이 사라지면 검은 문구는 더 쉽게 동의와 침묵을 훔칠 수 있었다.

세리아나는 환영회장 중앙에 선 채 명했다.

"환영회장은 비우지 않습니다."

헬라가 즉시 고개를 숙였다.

"명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참석자는 자리를 유지합니다. 칙서 원문은 열지 않습니다. 봉투와 검은 밀랍선과 열쇠는 보존 천 위에 고정하세요. 서쪽 문으로 가는 길은 보존선으로만 엽니다."

황도 문서 관리인이 붉은 장정을 끌어안았다.

"칙서 낭독을 더 미루면 황후궁 절차 불복으로 기록될 겁니다."

"기록하세요."

세리아나는 문서 관리인을 보았다.

"대공비는 칙서 낭독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봉투의 검은 밀랍선과 동의 추정 문구에 대한 보존 검증이 끝날 때까지 효력을 보류했다. 그리고 현재 서쪽 온실 하부 보존실의 회수 준비가 먼저 움직였으므로 증거 은거처 보존을 우선한다."

문서 관리인은 입술을 다물었다.

아르덴이 기사들을 배치했다. 서쪽 문을 향해 보존 천이 길게 깔렸다. 천의 가장자리에는 대공가 인장이 먼저 찍혔고 그 옆에 황실 보존 인장이 눌렸다.

두 인장 사이에서 검은 선이 떨렸다.

미나는 이름 없는 수행원에게서 떨어진 작은 열쇠를 보존 천 위에 올렸다. 약초 잎이 열쇠 홈에 닿자 그 안에 끼어 있던 검은 밀랍이 서쪽 문 쪽으로 가느다랗게 늘어났다.

하부 보존실 임시 개방.

그 아래에 흐릿한 문구가 하나 더 떠올랐다.

첫눈 축제 하역 동선.

세리아나는 높은 창 너머를 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직 땅을 덮을 만큼 굵지는 않았지만 검은 밤을 가르는 흰 점들은 분명 첫눈이었다. 환영회가 끝난 뒤 정원에 등불을 걸 예정이라고 미나가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마르셀이 바로 끼어들었다.

"첫눈 축제의 물자 동선입니다. 서쪽 회랑은 장식과 난로를 옮기는 길로 쓰입니다."

"그 길에 왜 하부 보존실 임시 개방 열쇠가 반응합니까."

마르셀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비에가 낡은 도면을 펼쳤다. 그의 손끝은 떨렸지만 목소리는 분명했다.

"첫눈 축제 하역 동선은 원래 온실 옆 하부 배수로를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표식은 도면의 배수 홈과 겹칩니다. 축제 물자 동선으로 보이게 만든 하부 진입로일 가능성이 큽니다."

미나가 젖은 흙을 열쇠 옆에 조금 놓았다. 약초 잎 끝이 검게 말리며 새 글자가 떠올랐다.

시료 회수 대기.

카시안의 손이 굳었다.

세리아나는 그 손을 보았다. 괴물의 손처럼 변해 있었지만 그는 누구도 붙잡지 않았다. 앞을 막지도 않았다.

"전하."

"듣고 있다."

"제가 앞서지 않습니다. 전하께서도 앞서지 마세요. 같은 선에서 갑니다."

카시안은 짧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같이 간다."

그 말은 명령도 허락도 아니었다. 세리아나는 그 짧은 말이 지금 두 사람에게 필요한 가장 정확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았다.

헬라가 대공비 의전석을 상석 오른편으로 완전히 옮겼다. 관찰 동의석은 덮개가 벗겨진 채 증거로 묶였다. 이름 없는 수행원 둘은 문턱 밖 보존 선에 그대로 세워졌다.

뒤쪽 수행원의 손목 안쪽에서 별 모양 봉인이 잠깐 드러났다.

세리아나는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손목을 가리지 마세요."

수행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도 기록됩니다. 다만 동의로 쓰이지 않도록 이유를 함께 적습니다. 성명과 소속 확인 전까지 진술 보류."

로젤린이 그대로 적었다.

세리아나는 서쪽 문으로 걸었다. 카시안은 옆에 섰다. 보존 천 위를 밟을 때마다 검은 선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문을 지나자 서쪽 회랑의 공기가 달라졌다. 환영회장의 촛불 냄새가 멀어지고 차가운 흙냄새가 가까워졌다. 창에는 첫눈이 붙었다가 물방울로 녹았다. 축제용 은방울 장식은 아직 걸리지 못한 채 나무 상자 안에 남아 있었다.

그 상자에도 검은 끈이 감겨 있었다.

미나가 젖은 천을 댔다. 글자가 천천히 떠올랐다.

첫눈 축제 보온 장식.

잠시 뒤 그 아래 문구가 뒤집히듯 올라왔다.

반응체 운반 가림막.

아르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축제 장식으로 숨겨 옮기려 한 겁니다."

세리아나는 상자를 건드리지 않았다.

"기록하세요. 첫눈 축제 보온 장식 상자는 반응체 운반 가림막 문구에 반응했다. 축제 동선은 하부 보존실 회수 절차의 위장으로 의심된다."

마르셀의 목소리가 뒤에서 따라왔다.

"의심만으로 황도 의전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황도 의전을 멈춘 적 없습니다."

세리아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환영회장은 유지 중입니다. 참석자는 증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멈춘 것은 이름 없는 인계와 동의 추정입니다."

카시안이 낮게 덧붙였다.

"그리고 내 몸을 시료라고 부른 절차다."

그 말에 회랑이 더 차가워졌다.

세리아나는 창밖의 눈을 다시 보았다. 눈은 조용했다. 이 성에 온 뒤 처음으로 축제라는 단어가 그녀 앞에 놓였지만 그 단어마저 누군가의 장막으로 쓰이고 있었다.

"첫눈이군요."

카시안이 잠시 그녀를 보았다.

"원래는 정원에 등불을 걸 예정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미나가 준비 명부를 보여 주었습니다."

"보여 주고 싶었다."

세리아나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대신 서쪽 문 가까이 놓인 검은 돌 문턱 앞에 섰다.

"그럼 보러 갑시다. 이 문 뒤를 먼저 치우고요."

카시안의 숨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그래."

서쪽 온실 문은 오래 닫힌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손잡이 아래에는 새로 묻은 검은 밀랍이 있었다. 별 모양과 아래로 꺾인 선이 밀랍 표면에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사비에가 도면을 들고 다가왔다.

"이 문 아래가 하부 보존실로 이어지는 옛 배수 계단입니다. 원래는 폐쇄된 곳입니다."

"폐쇄 기록은 있습니까."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점검 기록은 비어 있습니다."

세리아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문턱만 보존합니다."

아르덴이 보존 천을 깔았다. 미나가 젖은 흙을 문턱 아래 홈에 밀어 넣었다. 약초 잎이 닿자 검은 글자가 문 안쪽에서부터 바깥으로 밀려 나왔다.

회수 준비 완료.

이어서 문구가 하나 더 떠올랐다.

반응체 회수자 입장 대기.

카시안의 손끝이 돌 문턱 위에서 멈췄다. 그는 닿지 않았다.

"안쪽에 사람이 있습니까."

세리아나가 물었다.

"숨소리는 없다. 하지만 움직임은 있다. 사람인지 장치인지 모르겠다."

"냄새는요."

"검은 밀랍. 젖은 흙. 그리고 내 피와 닮은 냄새."

세리아나는 입술 안쪽을 깨물 뻔했다. 하지만 통증을 더하지 않았다. 이미 기록해야 할 통증이 너무 많았다.

"기록하세요. 서쪽 온실 하부 문턱 안쪽에서 회수 준비 완료와 반응체 회수자 입장 대기 문구가 확인되었다. 안쪽 주체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마르셀이 다가오려 하자 헬라가 길을 막았다.

"보존선 안으로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나는 황도 의전관 대리입니다."

"성명 확인된 증인입니다. 권한 확인된 조사자는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뒤돌아보았다.

"마르셀 라운. 이 문을 열 권한이 있습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도 기록하세요."

로젤린이 펜을 세웠다.

문 안쪽에서 아주 낮은 소리가 났다. 오래 잠긴 빗장이 스스로 밀리는 소리였다.

카시안이 세리아나의 앞이 아니라 옆에서 손을 들었다.

"문이 열린다."

검은 밀랍 냄새가 틈으로 새어 나왔다.

세리아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기록을 멈추지 마세요."

서쪽 문턱 아래에서 마지막 글자가 천천히 떠올랐다.

회수자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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