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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4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4화: 계약의 이름

"그렇다면 이 혼인을 다시 정리하지."

세리아나는 그 말의 끝을 가만히 붙잡았다. 정리한다. 잘못된 혼인을 끝내겠다는 뜻일 수도 있었고 처음부터 다시 쓰겠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그가 결론을 정하기 전에,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내야 했다.

"정리하신다면, 제 앞에서 해 주십시오."

카시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

"너는 쉬어야 한다."

"제 몸은 제가 판단하겠습니다."

말은 단단했지만 손끝에는 힘이 없었다. 손목의 리본 아래, 검은 반점이 씨앗처럼 욱신거렸다.

들켜서는 안 됐다.

카시안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도 다가오지 않았다. 돕고 싶지만 손을 뻗지 못하는 사람처럼, 창가에 선 채 거리를 지켰다.

그 거리가 세리아나에게는 오히려 또렷한 정보였다.

"아르덴."

집사장이 들어왔다.

"예, 전하."

"마차를 준비해라. 대공비는 오늘 안에 성을 떠난다. 베르딘으로 곧장 보내지 말고 북부 경계까지 호위를 붙여."

세리아나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저를 어디로 보내시려는 겁니까?"

"살아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그곳이 베르딘 백작가라면, 대공 전하께서는 저를 살리는 것이 아닙니다."

아르덴의 얼굴이 굳었다.

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몸을 일으켰다. 어지럼이 밀려왔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저는 그 집에서 팔려 왔습니다. 다시 돌아가면, 이번에는 대공 전하께서 주신 보호금까지 붙어 더 비싼 거래가 되겠지요."

"내 이름으로 보호장을 써 주겠다."

"대공 전하의 이름이 밤에도 저를 지켜 줍니까?"

방 안이 조용해졌다.

무례한 말이었다. 하지만 공손한 말만으로는 누구도 그녀를 지켜 주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대공 전하께서 저를 내보내시는 순간, 저는 다시 누군가의 소유가 됩니다."

카시안의 손등에 희미한 비늘 자국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이 성에 남겠다는 건가."

"예."

"어젯밤을 겪고도?"

"그래서 남겠다는 겁니다."

카시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세리아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새벽의 회색 눈은 자신이 괴물이 될 것을 기다리는 사람의 눈이었다.

"저는 대공 전하를 치료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어젯밤 확인한 것은 있습니다."

"무엇을."

"대공 전하 안에 있는 검은 기운은, 대공 전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카시안의 얼굴에서 온기가 빠졌다.

세리아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녀도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았다. 다만 복도 바닥 아래와 성의 벽 속에서 같은 썩은 뿌리 냄새가 올라왔다는 감각만은 분명했다.

"그러니 저는 남겠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덧붙였다.

"대신 조건이 필요합니다."

"조건."

"두렵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두렵기 때문에 조건이 필요합니다."

카시안은 그녀를 오래 보았다. 상대를 밀어내는 데 익숙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쉽게 명령하지 못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집무실로 가지."

집무실 책상에는 새 양피지와 잉크, 발레리우스의 검은 인장이 놓였다.

창밖의 정원은 황량했다. 화단의 흙은 젖은 재처럼 검었다.

아르덴이 옆에 섰다.

카시안은 책상 맞은편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말해라."

세리아나는 숨을 골랐다.

"첫째. 이 혼인은 3년으로 한정합니다."

깃펜을 든 아르덴의 손이 멈칫했다.

"3년 뒤 제가 원하면 대공 전하께서는 이혼에 동의하셔야 합니다. 이유를 묻지 않고 지연시키지 않고요."

"좋다."

대답은 너무 빨랐다.

세리아나는 오히려 그를 살폈다.

카시안은 무표정했다.

"그때까지 네가 살아 있다면, 내가 붙잡을 권리는 없다."

살아 있다면.

협박이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자신 곁에 있으면 모두 죽는다고.

세리아나는 입 안쪽을 깨물었다.

"둘째. 이혼 후 제 이름으로 살 재산과 거처를 보장해 주십시오. 베르딘 백작가가 손댈 수 없는 형태로요."

카시안이 아르덴을 보았다.

아르덴은 즉시 답했다.

"대공비 전하 명의로 별도 신탁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북부 남쪽 경계에 비어 있는 별장도 있습니다. 작지만 온실이 붙어 있습니다."

온실.

세리아나의 손끝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낡은 별채 뒤뜰과 몰래 살려 낸 흰 꽃이 떠올랐다.

"그 별장을 문서에 넣어 주십시오."

"넣겠다."

"셋째. 베르딘 백작가가 제게 서신이나 사람을 보내면, 대공가에서 먼저 확인합니다. 제 허락 없이 만나게 하지 마십시오."

"그건 당연하다."

"당연한 것은 문서에 적어야 합니다."

카시안의 입가가 굳었다.

분노는 아니었다. 뼈아픈 것을 들은 얼굴이었다.

"적어라, 아르덴."

깃펜이 양피지 위를 긁었다.

세리아나는 손목을 눌렀다. 검은 반점의 통증이 잦아드는 대신, 손끝이 차가워졌다.

다음 조항이 가장 중요했다.

"넷째. 제 힘에 대해 함부로 묻거나, 명령하거나, 외부에 알리지 않습니다."

아르덴이 고개를 들었다.

카시안의 눈빛도 달라졌다.

"네 힘은 어젯밤 나를 멈췄다."

"그래서 더더욱 필요합니다."

"그 힘이 없으면 내가 너를 죽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제 힘이 대공가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을 끝낸 순간 심장이 세게 뛰었다.

이 조항을 거절한다면, 모든 계약은 의미가 없었다.

카시안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아르덴에게서 깃펜을 가져갔다.

그는 직접 양피지 위에 한 줄을 더했다.

세리아나 발레리우스의 능력은 본인의 의사 없이 요구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카시안은 다시 적었다.

대공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리아나는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까지 쓰십니까?"

"내가 가장 위험하니까."

카시안의 대답은 짧았다.

"나는 희망을 보면 붙잡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니 미리 막아야 한다."

희망.

세리아나는 그 단어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에게 희망은 따뜻한 것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부술까 봐 두려운 물건처럼 보였다.

"다섯째."

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고르게 만들었다.

"밤의 일에 대해 규칙을 정해야 합니다. 제가 동의하지 않는 한, 제 방을 잠그거나 저를 감금하지 마십시오."

"그건 안 된다."

카시안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폭주한 나에게서 너를 격리해야 한다."

"저를 지키는 것과 제 의지를 지우는 것은 다릅니다."

"밤의 나는 그 구분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낮의 대공 전하께서 지금 구분해 주셔야 합니다."

카시안의 손가락이 책상 모서리를 눌렀다. 나무가 낮게 삐걱거렸다.

"내가 네 방문을 부순 것을 기억한다."

세리아나는 숨을 멈췄다.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네가 이름을 부른 것은 기억한다. 그리고 내가 도망치라고 말한 것도."

그의 회색 눈이 그녀를 향했다.

"다음에는 그 말을 듣는 편이 나을 것이다."

"듣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리석은 선택이다."

"제 선택입니다."

세리아나는 같은 말을 또렷하게 반복했다.

카시안은 이를 악물었다. 분노가 아니었다. 공포였다. 북부를 다스리는 남자가, 자신의 손끝 하나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때 손목이 날카롭게 욱신거렸다.

세리아나는 반사적으로 리본 위를 눌렀다.

카시안의 시선이 그곳에 닿았다.

"손목."

"괜찮습니다."

"보여라."

"계약에 없는 명령입니다."

카시안의 입술이 굳었다.

세리아나는 비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상처를 남에게 먼저 설명할 수는 없었다.

잠시 후 카시안이 시선을 거두었다.

"아르덴."

"예, 전하."

"야간에는 대공비의 방문을 잠그지 않는다. 북쪽 계단과 동쪽 회랑을 열어 두고 서쪽 탑으로 이어지는 길은 봉쇄한다."

아르덴의 얼굴이 복잡해졌다.

"예."

"그리고 사슬은 내 명령 없이 대공비 앞에서 쓰지 마라."

"전하, 그 사슬이 아니면..."

"어젯밤 사슬이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아르덴은 대답하지 못했다.

세리아나는 집사장의 굳은 옆얼굴을 보았다. 그 역시 카시안을 살리기 위해 매일 밤 잔인한 방법을 택해야 했던 사람일 것이다.

"완전히 없애자는 뜻은 아닙니다."

세리아나가 조용히 말했다.

"다만 먼저 관찰하게 해 주세요. 무엇이 대공 전하를 붙잡고 무엇이 더 아프게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아르덴은 그녀를 오래 보았다.

불신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그녀를 곧 죽을 신부로만 보지 않았다.

"문서에 적겠습니다."

양피지가 채워졌다.

3년.

이혼.

재산.

비밀.

선택.

얇은 글자들이었다. 그러나 세리아나는 알았다. 힘없는 사람에게는 칼보다 종이가 필요할 때가 있었다. 종이는 누가 칼을 들었는지 남길 수 있었다.

카시안이 먼저 서명했다.

카시안 발레리우스.

검은 잉크로 쓰인 이름은 단정했다.

세리아나는 깃펜을 받아 들었다. 손끝이 떨렸다. 그래도 끝까지 이름을 썼다.

세리아나 발레리우스.

아직 낯선 이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낯선 이름이 방패였다.

아르덴이 붉은 밀랍을 떨어뜨리고 발레리우스의 인장을 눌렀다. 검은 늑대 문장이 계약 위에 남았다.

"계약서는 두 부로 작성해 보관하겠습니다."

"한 부는 제가 갖겠습니다."

세리아나가 말했다.

아르덴은 카시안을 보았다.

카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것이다."

그녀.

세리아나는 그 말을 조용히 들었다.

베르딘에서는 늘 그 아이, 사생아, 쓸모 있는 것이라 불렸다. 카시안은 아직 그녀를 다정하게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물건처럼 부르지는 않았다.

집무실을 나서자 복도의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하인들이 멀찍이 물러섰다. 살아남은 신부를 보는 시선에는 축하보다 두려움이 많았다.

낮은 수군거림이 벽을 타고 흘렀다.

"정말 살아 계신 거야?"

"대공 전하가 진정되셨다던데..."

"그게 더 불길한 일 아니야?"

아르덴이 차갑게 고개를 돌리자 목소리는 끊겼다.

세리아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노하기에는 아직 이 성을 너무 몰랐다. 이곳에서는 살아남는 일조차 재앙의 전조로 여겨지는 모양이었다.

방으로 돌아가는 길목, 창가 아래에 깨진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마른 약초가 뿌리째 드러나 있었다. 누군가 치우다 만 것인지 흙은 검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세리아나는 걸음을 멈췄다.

손끝이 저렸다.

아주 약했지만 살아 있었다.

"대공비 전하?"

아르덴이 조심스럽게 불렀다.

세리아나는 화분을 집어 들었다. 손목의 반점이 다시 욱신거렸지만 힘을 쓰지는 않았다.

"제 방으로 가져가겠습니다."

"그건 버릴 예정이었습니다."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아르덴은 무슨 말을 하려다 멈췄다.

세리아나는 계약서를 품 안쪽에 넣고 깨진 화분을 팔에 안았다. 둘 다 볼품없고 약했다. 그러나 이 성에서 그녀를 살아 있게 만들 것이었다.

복도 끝, 닫히기 직전의 집무실 문틈으로 카시안이 여전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마른 약초의 줄기를 엄지로 가만히 받쳤다.

먼저 이것부터 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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