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3화: 녹색의 손길
세리아나의 손끝이 검은 비늘에 닿았다.
차가웠다.
쇠보다 차갑고 얼음보다 깊었다. 그러나 그 아래에는 분명한 열이 있었다. 오래 썩은 뿌리가 흙 속에서 아직 숨을 쉬듯, 카시안의 살갗 아래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초록빛이 손끝에서 번졌다.
그 순간 어두운 무늬가 이를 드러냈다.
세리아나는 비명을 삼켰다. 손바닥 안쪽으로 가느다란 가시가 파고드는 것 같았다. 비늘 아래의 선들은 단순한 상처가 아니었다. 그것은 피와 살을 지나 뼈 가까이 뿌리내린 덩굴이었다.
아니, 덩굴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악의적이었다.
살아 있는 것을 살아 있게 두지 않으려는 힘.
"대공비 전하!"
아르덴이 외쳤다.
카시안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그의 발톱이 바닥을 찍었다. 대리석이 다시 갈라졌다. 세리아나를 밀쳐 내면 될 거리였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버티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그 사실 하나에 이를 악물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목소리는 떨렸지만 말은 분명했다.
"아프셔도, 움직이면 안 됩니다."
카시안의 목 안쪽에서 갈라진 울음이 새어 나왔다. 비늘이 손바닥 아래에서 벌어졌다 닫혔다. 세리아나는 손을 떼고 싶은 충동을 눌렀다.
정원에서 썩은 뿌리를 잘라 낼 때도 그랬다.
아픈 곳과 죽은 곳은 달랐다. 잘못 자르면 살아 있는 뿌리까지 죽었다.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꽃은 다시는 피지 않았다.
카시안의 몸 안에도 그런 경계가 있었다.
세리아나는 눈을 감았다.
손바닥을 통해 들려오는 것은 짐승의 울음이 아니었다. 끊어질 듯 억눌린 사람의 숨이었다. 검은 마기는 그 숨을 덮고 조이고 서쪽 어딘가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사슬을 치워 주세요."
세리아나가 말했다.
아르덴의 대답이 곧장 나오지 않았다.
"전하,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 사슬이 닿을 때마다 안쪽의 검은 것이 더 조입니다."
"사슬이 없으면 전하께서..."
"지금은 사슬 때문에 더 무너지고 있습니다."
복도 끝에서 기사들이 서로를 보았다. 그들의 손에는 아직 은빛 문양이 새겨진 쇠사슬이 감겨 있었다. 문양이 촛불을 받을 때마다 카시안의 목덜미에 박힌 어둠이 움찔거리며 더 깊이 파고들었다.
세리아나는 손바닥에 힘을 주었다.
초록빛이 다시 번졌다. 작고 희미한 빛이었다. 그러나 어두운 무늬가 그 빛을 피해 팔 안쪽으로 물러났다.
카시안이 고개를 젖혔다.
울부짖음이 복도를 흔들었다.
하인 하나가 주저앉았다. 벽등의 불꽃이 꺼지고 그림자가 천장까지 솟았다.
"검을 내리세요!"
세리아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두려우면 더 난폭해집니다."
"대공비 전하, 명령은 집사장께서..."
"지금 대공 전하의 팔에 손을 댄 사람은 저입니다."
말을 내뱉고 나서야 세리아나는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기사들이 아르덴을 보았다.
아르덴은 창백한 얼굴로 카시안과 세리아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짧은 침묵 뒤, 그가 낮게 말했다.
"검을 내리십시오."
금속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제야 카시안의 숨이 한 박자 늦어졌다.
세리아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왼손으로 작은 가방을 더듬었다. 손끝에 낡은 리본이 잡혔다. 어머니가 남겼다는 빛바랜 리본이었다.
세리아나는 그것을 자신의 손목에 감았다.
힘을 묶을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래도 손이 떨리는 것을 조금은 숨길 수 있었다.
"카시안 발레리우스."
그의 이름을 부르자 붉은 눈이 흔들렸다.
"들리시면 숨을 쉬세요."
숨소리가 갈라졌다.
"저를 보세요. 서쪽 탑을 보지 말고."
어두운 무늬가 목덜미에서 꿈틀거렸다. 마치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줄로 그를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카시안의 발이 복도 바닥을 긁었다.
"가..."
그가 말했다.
"싫습니다."
세리아나는 더 가까이 갔다.
"저도 지금은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 성에 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았다. 이 남자와는 혼인 서류 위에서만 부부였고 방금 전까지 그녀의 방문을 부순 괴수였다.
그러나 카시안은 그녀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
그 사실만큼은 세리아나의 손바닥 안에서 분명했다.
어둠이 다시 튀어 올랐다.
이번에는 세리아나의 손목을 물었다.
"읏..."
짧은 신음이 새었다. 손목 안쪽에 먹물 같은 반점이 번졌다. 아르덴이 다가오려 했지만 세리아나가 고개를 저었다.
"멈추지 마세요."
"무엇을 말입니까?"
"대공 전하께 이름을 불러 주세요."
아르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의 팔을 붙든 채 숨을 몰아쉬었다.
"괴물이라고 부르지 말고요. 전하라고만 부르지도 말고. 이름을요."
아르덴의 입술이 굳었다.
그는 아주 오래 망설인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카시안 님."
카시안의 손가락이 멈췄다.
"돌아오십시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사들 중 누군가가 숨을 삼켰다.
세리아나는 그 목소리에 맞춰 힘을 흘려보냈다. 초록빛은 환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벽 전 가장 여린 빛처럼 작았다. 그러나 그 빛이 지나가는 곳마다 비늘 사이의 검은 선들이 조금씩 뒤로 밀렸다.
팔꿈치까지.
어깨 아래까지.
목덜미에서 가슴으로.
카시안은 이를 악물고 견뎠다. 발톱은 바닥 깊이 박혀 있었다. 세리아나를 향해 뻗을 수 있는 손은 오히려 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붙잡고 있었다.
"조금만 더요."
세리아나는 속삭였다.
그러나 자신의 몸이 먼저 한계에 닿고 있었다. 눈앞이 하얗게 번졌다. 손끝의 감각이 사라졌다. 대신 카시안의 안쪽에서 흐르는 검은 기운이 너무 선명해졌다.
그것은 카시안만의 것이 아니었다.
복도 바닥 아래, 벽 속, 성의 서쪽 어딘가에서 같은 냄새가 올라왔다. 대공성 전체가 그 검은 뿌리에 얽혀 있었다.
세리아나는 숨을 들이켰다.
지금 알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한 사람만 끌어내면 됐다.
"카시안."
이번에는 작위를 붙이지 않았다.
괴수의 붉은 눈이 그녀에게 고정됐다.
"살아 있으세요."
초록빛이 한 번 크게 퍼졌다.
카시안의 몸이 굳었다.
검은 비늘이 어깨에서부터 부서지듯 가라앉았다. 발톱이 짧아지고 굽었던 등이 조금씩 펴졌다. 붉던 눈동자에 어두운 회색이 돌아왔다.
그는 완전히 인간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목덜미와 팔에는 아직 비늘 자국이 남아 있었고 호흡은 거칠었다. 그러나 세리아나는 알 수 있었다.
발작은 멈췄다.
카시안이 무너졌다.
기사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세리아나가 먼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물론 그녀가 그의 무게를 받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카시안은 무릎을 꿇고 간신히 바닥에 한 손을 짚었다.
그의 얼굴이 세리아나와 가까워졌다.
찢어진 입술 사이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세리아나는 대답하려 했지만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다쳤나."
그 한마디에 세리아나는 웃을 뻔했다.
방금까지 괴수의 몸으로 발작하던 사람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그녀의 상처라니.
"살아 있습니다."
겨우 대답한 순간,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아르덴이 그녀를 받았다.
"대공비 전하!"
카시안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녀를 붙잡으려다가 닿으면 안 된다는 듯 스스로 주먹을 쥐었다.
세리아나는 그 손을 보았다.
괴물의 손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해치지 않으려 움켜쥔 사람의 손이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의식이 끊겼다.
눈을 떴을 때는 새벽이었다.
창문 너머로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방 안은 조용했다. 부서졌던 문은 임시로 막혀 있었고 침대 옆에는 물그릇과 약초 찜질 천이 놓여 있었다.
세리아나는 손목을 들었다.
리본 아래로 검은 반점이 남아 있었다. 작았다. 콩알만 한 흔적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욱신거렸다.
아직 이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더더욱, 지금은 감춰야 했다.
"그 판단이 맞습니다."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세리아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카시안이 창가에 서 있었다.
밤의 괴수는 어디에도 없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젖은 듯 흐트러져 있었고 창백한 얼굴에는 깊은 피로가 내려앉아 있었다. 왼쪽 손등과 목덜미에만 아직 희미한 비늘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세리아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아르덴은 밖에 있습니다. 의원도 불렀지만 네 손목은 보지 못하게 했다."
"왜요?"
"네 힘을 알면 이 성은 너를 붙잡으려 할 테니까."
세리아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카시안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그 안쪽에는 날카로운 죄책감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조차 벌처럼 견디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대공 전하께서도요?"
그제야 카시안이 그녀를 보았다.
회색 눈동자는 밤의 붉은 빛보다 더 피곤했다.
"나는 가장 먼저 그래야 할 사람이다."
세리아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어지럼이 몰려왔다. 카시안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다가 곧 멈췄다.
그는 그녀를 돕고 싶어 하면서도, 자기 손이 닿는 것을 두려워했다.
"어젯밤에 저를 해치지 않으셨습니다."
"문을 부쉈다."
"그 뒤에는요."
"네가 운이 좋았던 것뿐이다."
"아니요."
세리아나는 손목의 리본을 다시 묶었다.
"대공 전하는 버티고 계셨습니다."
카시안의 입매가 굳었다.
"나를 미화하지 마라."
"미화가 아니라 확인입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마른 입술을 적셨다.
"제 힘에 대해서는 아르덴에게도 함부로 말하지 말아 주세요."
"명령인가."
"부탁이자 조건입니다."
처음으로 카시안의 시선이 제대로 그녀에게 꽂혔다.
"조건?"
"저는 팔려 왔지만 어젯밤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게도 말할 권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 안에 긴 침묵이 내려앉았다.
카시안은 한참 동안 그녀를 보았다. 괴물이라는 소문과 달리, 그의 침묵은 난폭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오래 혼자 결정을 내려 온 사람의 침묵이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이 혼인은 잘못됐다."
세리아나의 손가락이 멈췄다.
카시안은 창가에서 한 걸음도 다가오지 않았다.
"너는 오늘 안에 이 성을 떠나야 한다."
"싫습니다."
대답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카시안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세리아나는 이불을 움켜쥐었다.
"돌아갈 곳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아직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
"대공 전하 안에 있는 검은 뿌리요. 그리고 이 성 전체에 퍼진 같은 냄새."
카시안의 얼굴에서 피가 빠졌다.
그는 그 말을 이해했다.
세리아나는 확신했다.
"저를 내보내실 거라면, 적어도 조건을 정하세요."
"너는 두려운 줄 모르는군."
"두렵습니다."
세리아나는 솔직히 말했다.
"그래서 조건이 필요합니다. 두려운 사람일수록, 무엇을 빼앗기지 않을지 먼저 정해야 하니까요."
카시안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새벽빛이 그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밤새 남아 있던 비늘 자국이 그 빛 아래에서 희미하게 가라앉았다.
"좋다."
그가 낮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 혼인을 다시 정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