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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2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2화: 닫힌 문 앞의 괴물

발소리는 문 바로 앞에서 멈췄다.

세리아나는 숨을 죽였다. 두꺼운 문 너머로 젖은 짐승의 숨이 들렸다. 쇠를 긁는 듯한 호흡, 목 안쪽에서 갈라지는 낮은 울음, 그리고 돌바닥 위로 뚝뚝 떨어지는 무언가의 소리.

피 냄새는 아니었다.

그보다 더 축축하고 더 오래 묵은 냄새였다. 썩은 뿌리를 파냈을 때 올라오는 검은 흙 냄새가 문틈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전하!"

복도 저편에서 아르덴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터졌다.

"그 방은 안 됩니다. 서쪽 탑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답은 사람의 말이 아니었다.

문짝이 안쪽으로 휘었다. 세리아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문고리가 뜯겨 나갔다.

나무 파편이 바닥을 긁으며 흩어졌다.

세리아나는 침대 기둥을 붙잡았다.

문 앞에 선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검은 비늘이 어깨와 팔을 뒤덮고 있었다. 등은 지나치게 굽어 있었고 손가락 끝은 칼날 같은 발톱으로 변해 있었다. 찢어진 셔츠 사이로 드러난 가슴팍에는 어두운 무늬가 맥박처럼 꿈틀거렸다.

그러나 완전히 짐승도 아니었다.

그 얼굴에는 아직 인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를 악문 턱, 고통으로 뒤틀린 눈매, 피가 맺힌 입술.

세리아나는 그제야 알았다.

저것이 카시안 발레리우스.

그녀가 오늘 혼인한 남자였다.

"물러서십시오!"

아르덴이 복도 끝에서 달려왔다. 그의 뒤로 기사 둘이 쇠사슬을 들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손놀림은 익숙했다.

카시안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 소리만으로 방 안의 촛불이 일제히 흔들렸다. 하인 하나가 비명을 삼키며 주저앉았다.

세리아나도 무서웠다.

다리가 떨렸고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베르딘 저택을 떠나며 각오했다고 해도 눈앞의 공포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카시안의 발밑, 먹물처럼 번지는 그림자 사이로 아주 가느다란 초록빛이 깜박였다.

세리아나의 손끝에서였다.

꽃을 살릴 때와 같았다. 아니, 그보다 훨씬 아팠다. 손끝을 통해 누군가의 비명이 몸 안으로 파고드는 듯했다.

"전하, 제발."

아르덴이 무릎을 꿇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부님께서는 건드리지 마십시오."

카시안의 고개가 세리아나 쪽으로 기울었다.

붉게 흐린 눈동자가 그녀를 붙잡았다. 살기보다 혼란이 먼저 보였다. 굶주린 짐승의 눈이라기보다,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의 눈이었다.

세리아나는 아주 천천히 침대 기둥에서 손을 떼었다.

"제 말을 알아들으십니까?"

아르덴이 숨을 삼켰다.

"대공비 전하, 안 됩니다."

카시안이 한 걸음 안으로 들어왔다.

발톱이 바닥을 긁었다. 검은 대리석 위로 깊은 흠이 생겼다.

세리아나는 물러서지 않으려 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뒤꿈치가 카펫 끝에 걸렸다. 카시안의 그림자가 그녀 위로 덮였다.

그때 카시안의 입술이 뒤틀렸다.

"오지..."

갈라진 음성이 피처럼 흘러나왔다.

세리아나가 숨을 멈췄다.

"오지 마."

말은 거칠게 부서졌지만 뜻은 분명했다.

그는 그녀를 향해 다가오면서도, 그녀에게 물러서라고 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기사들이 쇠사슬을 던졌다.

두꺼운 사슬이 카시안의 팔과 목덜미를 휘감았다. 은빛 문양이 새겨진 쇠가 비늘에 닿자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카시안이 울부짖었다.

세리아나는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비명이었다. 짐승의 포효가 아니라, 산 채로 뿌리를 뽑히는 나무가 낼 법한 소리였다.

"멈추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자신도 놀랄 만큼 크게 터졌다.

기사들이 멈칫했다.

아르덴의 얼굴이 굳었다.

"전하, 저 사슬이 아니면 대공 전하를 막을 수 없습니다."

"아프게 하고 있어요."

"그래도 살아 계시게 하려면 붙잡아야 합니다."

살아 계시게.

그 한마디가 세리아나의 가슴을 눌렀다.

이 성의 사람들은 카시안을 증오하지 않았다. 두려워하고 지치고 체념했지만 죽이려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매일 밤 그를 사슬로 묶고 방 안에 갇히고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카시안이 사슬을 잡아챘다.

쇠가 비명을 질렀다. 기사 하나가 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아르덴이 그를 받쳐 세웠고 다른 기사가 다시 사슬을 당기려 했다.

"서쪽 탑으로!"

아르덴이 외쳤다.

복도 끝의 문이 열렸다. 그 너머로 찬 공기가 밀려왔다. 먼지와 피, 오래된 약초 냄새가 뒤섞인 길이었다.

세리아나는 그쪽을 보았다.

서쪽 탑.

그 말이 주는 느낌은 감옥에 가까웠다. 카시안의 몸에서 흘러나온 어둠이 그 방향으로 끌려가듯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썩은 덩굴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카시안이 사슬을 끊었다.

한쪽 사슬이 튕겨 나가 벽등을 박살 냈다. 복도가 어둠에 잠겼다. 하인들이 흩어지고 기사의 발소리가 뒤엉켰다.

그 틈에 카시안이 몸을 돌렸다.

그는 서쪽 탑으로 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곳에서 도망치려는 것처럼 회랑 반대편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벽에 손을 짚었다. 어두운 무늬가 목덜미 위까지 올라와 있었다.

세리아나는 손끝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작은 가방은 침대 옆에 있었다. 새벽에 챙겨 온 낡은 짐. 그 안에는 어머니의 리본과 은화, 그리고 씨앗 주머니가 있었다.

도망치려면 지금이었다.

아르덴은 부상자를 살피고 있었고 기사들은 카시안을 향해 다시 진형을 잡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열린 방문을 지나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성 밖은 몰라도, 적어도 이 방에서 죽지는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카시안의 발밑에 붙들렸다.

그림자가 그의 발목을 감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뿌리가 그를 안쪽에서 조이는 듯했다.

세리아나는 가방을 낚아챘다.

씨앗 주머니를 열자 마른 알갱이들이 손바닥 위로 쏟아졌다. 북부의 차가운 공기에는 맞지 않을지도 몰랐다. 낡은 별채 뒤뜰에서 몰래 모아 온, 생명력이라곤 거의 남지 않은 씨앗들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

세리아나는 복도 바닥의 갈라진 틈으로 씨앗을 흩뿌렸다.

"살아."

작게 속삭인 순간, 손끝에서 초록빛이 번졌다.

씨앗들이 떨었다. 바닥의 틈 사이로 가느다란 뿌리가 파고들었다. 마른 줄기들이 삐걱거리며 솟아올라 카시안의 발목 앞을 가로막았다.

기적이라 부르기에는 초라했다.

줄기는 가늘었고 잎은 거의 나지 않았다. 그래도 카시안의 발걸음을 한 박자 늦추기에는 충분했다.

대신 세리아나의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차가운 바늘 수십 개가 손톱 밑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손을 뒤로 감췄다. 지금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아르덴은 반드시 그녀를 방 안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카시안이 멈췄다.

아르덴이 세리아나를 보았다.

그의 눈에 처음으로 공포와 다른 감정이 스쳤다.

"전하, 그 힘은..."

"설명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세리아나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지금은 대공 전하가 더 중요합니다."

카시안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붉은 눈이 세리아나를 향했다. 이번에는 사냥감처럼 보는 눈이 아니었다. 더 깊고 더 절박했다.

세리아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

카시안이 이를 드러냈다. 기사들이 동시에 칼을 뽑았다.

"멈춰요."

세리아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칼을 보이면 더 아파합니다."

"대공비 전하!"

아르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가까이 가시면 죽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세리아나는 장갑을 벗었다.

손끝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그 안쪽에서는 초록빛이 살아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두면, 대공 전하도 죽을 것 같아요."

그 말에 복도 전체가 조용해졌다.

카시안의 숨소리만 남았다.

세리아나는 아주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치맛자락이 부서진 나무 조각을 스쳤다.

비늘이 가까워질수록 손끝은 더 뜨거워졌다. 피부 아래로 뿌리가 뻗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다. 세리아나는 이를 악물었다.

사람에게는 쓸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사람인가, 괴물인가.

그 질문은 틀렸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의 눈을 보았다.

그 안에는 고통이 있었다. 죽여 달라는 듯한 절망도,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이었다.

"카시안 발레리우스."

세리아나는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괴수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

"저를 해치고 싶지 않다면 움직이지 마세요."

아르덴이 숨을 멈췄다.

카시안의 발톱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대리석이 갈라지고 파편이 튀었다. 그는 자신을 붙들기 위해 바닥에 못 박히듯 버티고 있었다.

"가..."

다시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망..."

"싫습니다."

세리아나는 낮게 대답했다.

"저는 오늘 이곳으로 왔고 아직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손을 뻗었다.

검은 비늘 위로, 아주 가깝게.

손끝의 초록빛이 어둠을 밀어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카시안의 팔에 닿기 직전, 비늘 아래 박힌 어두운 무늬가 살아 있는 뿌리처럼 꿈틀거리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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