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35화: 환영회 동선
환영회 동선으로 외부 인원 입장.
마차 대기소 명부의 마지막 장에 떠오른 글자는 닫혀 가는 북문보다 먼저 성 안으로 들어왔다. 성문은 내려가고 있었다. 쇠가 맞물리는 소리는 분명했지만 그 소리만으로 모든 길이 막히지는 않았다.
헬라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환영회 동선은 북문과 다릅니다. 황도 측 귀빈을 맞을 때 여는 중앙 회랑입니다."
카시안의 손끝에 남아 있던 검은 비늘이 다시 돋았다.
"환영회를 취소한다."
"취소하면 어떻게 기록됩니까."
세리아나는 명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카시안은 곧장 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짧았지만 이번에는 분노가 아니라 계산에 가까웠다. 로젤린이 먼저 펜을 들었다.
"황도 귀빈 환영 거부. 대공가 의전 불복. 그렇게 적을 수 있습니다."
카시안의 턱이 굳었다.
"그럼 취소하지 않는다."
그는 낮게 말을 이었다.
"열어 두되 무엇이 들어오는지 먼저 본다."
세리아나는 그를 보았다. 그는 막고 가두려는 말을 먼저 꺼냈지만 바로 멈췄다. 그리고 기록의 모양을 물었다. 그 차이는 작지 않았다.
"중앙 회랑 의전 명부를 가져오세요."
아르덴이 곧장 사람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흰 장갑을 낀 하인이 두꺼운 장부와 접힌 좌석 배치도를 들고 돌아왔다. 장부가 펼쳐지자 대공성의 차가운 냄새 사이로 얇은 향가루 냄새가 섞였다.
헬라가 첫머리를 짚었다.
"환영회는 오늘 해 질 무렵입니다. 황도 의전관 대리와 황녀 측 문서 관리인이 들어오는 자리입니다."
세리아나는 명부의 끝을 보았다.
외부 수행 둘.
이름은 없었다.
북문 마차 대기소에 적혀 있던 외부 하인 둘과 같은 빈칸이었다.
"기록하세요. 환영회 동선의 외부 수행 둘은 이름과 소속이 없다. 북문 외부 하인 둘의 표기와 같은 방식이다."
로젤린의 펜이 움직였다.
사비에가 옛 하부문 서식을 넘기며 말했다.
"공개 의전에서는 이름 없는 수행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쓰더라도 호위 수와 책임자 이름은 남깁니다."
그때 의전 명부 가장자리에서 검은 글자가 번졌다.
북문 봉쇄 시 중앙 회랑 개방.
카시안이 낮게 숨을 내쉬었다.
"성문을 닫으면 다른 문을 열게 만들어 둔 셈인가."
"그들이 닫힌 문을 핑계로 열린 문을 요구할 겁니다."
세리아나는 손목의 리본을 눌렀다. 반점은 아직 뛰지 않았다. 그러나 명부의 글자는 그녀가 어디에 서야 하는지 아는 것처럼 차갑게 움직였다.
"중앙 회랑으로 갑니다. 환영회를 취소하지 않습니다. 대신 입장 자격과 좌석 배치를 먼저 확인합니다."
중앙 회랑에는 이미 환영회 장식이 걸리고 있었다. 검은 대공가 깃발 사이로 황도식 은실 장막이 둘러졌다. 손님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길은 손님보다 먼저 주인을 밀어내는 모양새였다.
회랑 끝에서 낯선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밝은 회색 예복에 황도 의전 문양을 단 남자였다. 그는 카시안보다 먼저 세리아나를 보았다. 짧고 빠른 시선이었다. 대공비를 향한 예가 아니라 위치를 확인하는 눈이었다.
"마르셀 라운. 황도 의전관 대리입니다."
그가 허리를 숙였다.
"장막과 좌석 배치를 사전 점검하던 중입니다. 북문 봉쇄 소식을 들었습니다. 환영회 공식 동선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유지합니다."
세리아나가 답했다.
마르셀의 눈이 그녀에게 꽂혔다.
"대공비 전하께서 답하십니까."
"환영회 동선에 제 이름이 걸려 있다면 제가 답합니다."
카시안은 옆에 섰다. 앞을 막지 않았다. 다만 그의 그림자가 세리아나 뒤가 아니라 같은 선에 닿았다.
마르셀은 얇게 웃었다.
"황도 의전 수행 명단은 검열 대상이 아닙니다."
"검열이 아니라 입장 자격 확인입니다. 이름 없는 외부 수행 둘이 북문 대기소의 이름 없는 외부 하인 둘과 같은 방식으로 적혔습니다."
로젤린이 그대로 적었다.
마르셀의 웃음이 아주 조금 굳었다.
"우연한 표기일 뿐입니다."
"그 우연은 젖은 천 앞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미나가 앞으로 나섰다. 손에는 젖은 천과 약초 잎이 들려 있었다. 손끝은 떨렸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명단을 검은 돌 바닥 위에 펼치게 했다.
"사람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명단 가장자리만 확인합니다."
미나가 젖은 천을 외부 수행 칸 가까이 댔다. 처음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약초 잎이 닿자 빈칸 아래에 검은 선이 고였다.
치료 동행.
마르셀의 표정이 사라졌다.
카시안의 손끝에서 비늘이 일어났다.
세리아나는 그보다 먼저 말했다.
"적으세요. 환영회 외부 수행 칸은 이름이 아니라 치료 동행 문구에 반응했다."
"환영회에는 대공 전하의 안전을 위한 치료 인력이 필요합니다."
마르셀이 즉시 말했다.
"대공 전하의 상태는 이미 북부와 황도의 우려입니다."
"치료 인력이라면 이름과 자격이 있어야 합니다."
헬라가 차갑게 받았다.
"대공성에는 이름 없는 치료 인력을 들이지 않습니다."
세리아나는 접힌 좌석 배치도를 펼쳤다. 대공 부부의 자리는 중앙 상석 오른편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대공비 좌석으로 표시된 곳은 상석과 한 걸음 떨어진 장막 옆이었다.
미나가 약초 잎을 가까이 대자 좌석 표시 아래 검은 글자가 떠올랐다.
대공비 근접 관찰석.
세리아나는 그 글자를 오래 보았다.
관찰석.
대공비의 자리처럼 보이게 만든 말이었다. 그러나 앉는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관찰 대상이라면 그 자리는 지위가 아니었다. 격리였다.
"기록하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공비 근접 관찰석은 대공비의 의전 좌석이 아니라 대공비를 관찰 대상으로 두는 문구다."
마르셀이 부드럽게 말했다.
"대공비 전하께서는 손목에 반응을 보인 적이 있지 않습니까.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배려입니다."
회랑의 공기가 순식간에 굳었다.
카시안의 손톱이 돌 위를 긁었다.
세리아나는 그를 보지 않았다. 보면 그가 자신 대신 말하고 싶어할 것을 알았다. 그녀는 마르셀을 똑바로 보았다.
"제 몸의 반응은 제 진술과 기록 없이 환영회 좌석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전하께서 위험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그 말도 기록하세요. 황도 의전관 대리 마르셀 라운은 대공비 본인의 진술 없이 대공비의 위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르셀의 얼굴이 굳었다.
그 순간 좌석 배치도 옆의 동선 칸이 검게 번졌다.
대공 발작 대비 치료 동선.
카시안의 목덜미에 검은 선이 올라왔다. 마르셀이 볼 수 있을 만큼 뚜렷했다. 은실 장막에서 낯선 향이 더 짙어졌다.
마르셀은 그 변화를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보십시오. 지금도 변화가 있습니다. 환영회 안전을 위해 치료관 입회를 허락하셔야 합니다."
카시안의 숨이 거칠어졌다.
아르덴이 한 걸음 움직이려 했다. 세리아나가 손을 들었다.
"아직 발작으로 기록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카시안에게 물었다.
"전하. 어디가 아픕니까."
"목덜미."
"향을 맡았습니까."
"회랑 장막에서 낯선 향이 난다."
헬라가 즉시 장막 끈을 살폈다. 은실 매듭 안쪽에 작은 향낭이 숨겨져 있었다. 미나가 젖은 천을 대자 약초 잎 끝이 검게 말렸다.
세리아나는 다시 물었다.
"사람을 공격하고 싶습니까."
카시안의 발톱이 돌 틈에 박혔다. 그가 마르셀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명부를 보았다.
"아니."
"무엇을 부수고 싶습니까."
"저 문구."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리고 저 향낭."
로젤린이 빠르게 적었다.
마르셀이 말을 끊으려 했다.
"대공 전하의 진술은 불안정합니다."
"대공 전하의 진술을 불안정하다고 판단한 근거도 말하십시오."
세리아나가 즉시 받았다.
마르셀은 입술을 다물었다.
카시안은 그 침묵을 놓치지 않았다.
"기록해라. 나는 사람을 공격하고 싶은 충동이 없다. 향낭과 발작 대비 문구를 부수고 싶다. 환영회 안전을 이유로 이름 없는 치료관을 들이는 것을 거절한다."
검은 글자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세리아나는 미나에게 눈짓했다. 젖은 흙이 향낭 위에 닿았다. 검은 선이 향낭 끈에서 명부 쪽으로 돌아가려다 황실 보존 인장 앞에서 멈췄다.
로젤린이 보존 인장을 눌렀다. 아르덴이 대공가 인장을 그 옆에 찍었다.
카시안은 아직 변해 가는 몸을 붙들고 있었다. 그의 손끝은 괴물에 가까웠지만 시선은 끝까지 사람에게 향하지 않았다.
마르셀이 낮게 말했다.
"황도 귀빈 앞에서 이런 조사는 대공가의 위상을 떨어뜨릴 겁니다."
카시안이 그를 보았다.
"북부의 위상은 이름 없는 자에게 내 아내의 자리를 내주는 것으로 세우지 않는다."
그 말은 분노보다 낮았다. 그래서 더 멀리 갔다. 회랑에 있던 하인들이 동시에 숨을 멈췄다.
세리아나는 그의 말을 대신 이어 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말을 따로 세웠다.
"환영회는 열립니다. 그러나 대공비 좌석은 관찰석이 아닙니다. 치료 동행은 이름과 자격을 밝히기 전까지 입장할 수 없습니다. 장막과 향낭은 증거로 보존합니다."
헬라가 바로 지시를 내렸다.
은실 장막이 걷히고 중앙 회랑의 검은 깃발이 드러났다. 대공성의 색이었다. 차갑고 무거웠지만 남의 손으로 가려질 색은 아니었다.
그때 회랑 바깥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황도 일행이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것이다.
마르셀의 어깨가 아주 조금 풀렸다.
세리아나는 그 변화를 보았다.
"문턱 보존."
아르덴이 기사들에게 명했다. 검은 돌 문턱 양쪽에 보존 천이 깔렸다. 로젤린은 환영회 입장 기록지를 펼쳤다.
첫 번째 마차에서 황도 문서 관리인이 내렸다. 두 번째 마차에서는 수행원들이 내렸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헬라가 명단과 대조했다.
마지막 두 사람은 이름이 없었다.
회색 망토를 깊게 눌러쓴 수행원 둘이 문턱 앞에 섰다. 정식 입장 전이었다. 여기서 바로 붙잡으면 황도 의전 방해라는 말이 먼저 생길 수 있었다.
헬라가 물었다.
"성명과 소속."
앞의 수행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소매 안쪽에서 작은 표식을 꺼내 보였다.
별 모양.
아래로 꺾인 선.
사비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한스타 하부식 계열입니다. 이름 대신 봉인으로 증명하는 방식입니다."
세리아나의 손목 리본 아래가 뜨겁게 뛰었다.
미나가 젖은 천을 표식 가까이 가져가려는 순간 뒤쪽 수행원의 소매 끝에서 검은 실 하나가 떨어졌다. 실에는 검은 밀랍이 아주 얇게 묻어 있었다. 엔반의 장갑 안쪽 예비 명령서에서 맡았던 냄새와 같았다.
카시안이 움직이려 했다.
세리아나는 한 걸음 앞으로 갔다. 문턱을 넘지는 않았다.
"기록하세요."
그녀는 수행원의 고개가 천천히 들리는 것을 보았다.
그 눈은 그녀의 얼굴이 아니라 손목의 리본을 보고 있었다.
"이름 없는 수행원은 봉인으로 입장하려 했고 봉인 실은 반점 보유자 이송 명령서와 같은 냄새를 냅니다."
환영회장의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
밝은 빛이 회랑으로 쏟아졌다.
세리아나는 그 빛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