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34화: 성문 밖 대기소
별거실 불발 시 외부 거처 배정.
검은 글자는 문턱 표식이 묶인 젖은 천 위로 그림자처럼 내려앉았다. 북쪽 별거실은 아직 열려 있었다. 방 안의 긴 의자와 밀랍 먹인 흰 천은 생활의 흔적 없이 차갑게 놓여 있었다.
헬라가 먼저 숨을 삼켰다.
"외부라면 성 밖일 수 있습니다."
카시안의 손등에 남아 있던 검은 비늘이 다시 일어났다.
"성문을 닫아라."
"아직 닫지 마세요."
세리아나는 내부 명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성문을 먼저 닫으면 제가 성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대공이 가둔 기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카시안의 턱이 굳었다. 명령은 그의 입술 앞에서 멈췄다. 짧은 침묵이었지만 방 안의 모두가 그 침묵을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하겠나."
"그 문구가 어느 장에서 왔는지 봅니다. 정상 거처 배정인지 이송 대기인지 먼저 갈라야 합니다."
헬라는 북쪽 별거실 문을 닫지 않은 채 장부를 넘겼다. 로젤린은 황실 보존 인장 옆에 빈 기록지를 펼쳤다. 사비에는 낡은 하부문 서식을 품에 안고 세리아나의 손끝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현행 외부 거처 배정이라면 별장 이름이나 관리인 이름이 있어야 합니다."
헬라가 낮게 말했다.
"하지만 이 명부에는 거처 이름이 없습니다."
사비에가 조심스럽게 서식을 열었다.
"옛 하부문에서 외부는 방이 아니라 대기소를 뜻할 때가 있었습니다. 내부 보관에 실패하면 입회자를 외부 대기소로 옮기고 다음 명령 주체가 인계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세리아나의 손목이 리본 아래에서 아렸다. 통증은 그녀의 발을 문 쪽으로 끌지 않았다. 이번에는 복도 바깥을 가리키는 것처럼 뛰었다.
"기록하세요. 외부 거처 배정은 생활 거처가 아니라 이송 전 대기소를 뜻할 가능성이 있다."
로젤린의 펜이 움직였다.
그 순간 내부 명부 가장자리에서 새 글자가 떠올랐다.
북문 마차 대기소. 외부 하인 둘.
아르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북문은 새벽 물자 마차가 드나드는 곳입니다. 외부 하인 명단은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같이 갑니다."
카시안이 말했다.
세리아나는 그를 보았다.
그는 바로 덧붙였다.
"이번에는 앞에 서지 않겠다."
검은 비늘은 아직 그의 손등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제 옆에서 보세요. 막기 전에 무엇이 움직이는지 먼저 보겠습니다."
카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북문 마차 대기소는 성 안쪽보다 더 차가웠다. 새벽 안개가 바닥에 낮게 깔렸고 말 냄새와 젖은 나무 냄새가 섞여 있었다. 정식 출행을 앞둔 마차라면 말이 묶이고 마부가 대기해야 했다. 하지만 대기소 끝의 마차는 말 없이 세워져 있었다.
발레리우스 문양은 검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문양을 숨긴 마차는 주인이 없는 물건처럼 보였다.
마차 창에는 커튼도 없었다. 안쪽을 보이지 않게 가리는 것이 아니라 안에 탄 사람이 바깥을 볼 수 없도록 막는 덧판이 얇게 끼워져 있었다. 문 옆에는 작은 물병 하나와 낡은 담요가 놓여 있었다. 여행 준비라기보다 잠시 실어 나를 물건을 덮기 위한 준비 같았다.
세리아나는 그 물병을 보지 않고 명부 쪽을 보았다.
"이건 거처가 아닙니다. 쉬게 하려는 마차도 아닙니다."
아르덴이 마구간 출입 명부를 펼쳤다.
"이 마차는 오늘 새벽 운행 예정이 없습니다. 바퀴 점검 표시도 없습니다."
헬라는 외부 하인 명단을 대조했다.
"외부 하인 둘이 적혀 있습니다. 이름이 없습니다. 임시 인력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미나가 작게 물었다.
"성 하인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대공성에서는 임시 인력이라도 소속과 담당자가 먼저 적힙니다."
헬라는 명단의 빈칸을 손끝으로 짚었다.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 자리를 비워 둔 표기입니다. 누가 와도 그 칸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든 겁니다."
빈칸은 이름보다 불길했다.
세리아나는 마차에 손대지 않았다.
"미나. 발판과 문손잡이부터 보세요. 문은 열지 않습니다."
젖은 천이 문손잡이에 닿았을 때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발판 아래에 닿자 약초 잎 끝이 검게 물들었다. 반응은 문 안쪽이 아니라 발판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르덴이 무릎을 꿇고 발판 아래의 얇은 덮개를 열었다.
검은 밀랍이 묻은 표식판이 끼워져 있었다.
로젤린이 펜을 들었다.
미나가 젖은 천을 표식판 가까이 대자 글자가 떠올랐다.
입회자 외부 대기 후 치료원 인계.
카시안의 숨이 낮게 갈라졌다.
"치료원."
엔반의 눈꺼풀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놓치기 쉬운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세리아나는 그 변화를 보았다.
"엔반 레하르. 이 문구를 예상했습니까."
"치료원 인계는 위험 반응이 있는 이에게 필요한 보호 절차입니다."
"북문 대기소를 물었습니다."
엔반은 잠시 침묵했다.
"장소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치료원 인계라는 표현은 알고 있었습니까."
그의 입술이 굳었다.
사비에가 서식 한 장을 찾아냈다.
"보관 불발 시 외부 대기소. 여기 있습니다. 대기소 표식이 열리면 다음 명령 주체가 인계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세리아나는 로젤린을 보았다.
"그대로 적으세요. 엔반 레하르는 북문 대기소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나 치료원 인계를 보호 절차라고 즉시 해석했다. 최종 지시자로 확정하지 않는다."
엔반의 시선이 표식판에서 카시안에게 옮겨 갔다.
카시안이 마차 앞에 섰다.
그의 목덜미에서 검은 선이 올라왔다. 손끝은 짐승의 발톱처럼 굳어 갔다. 손톱이 바닥의 돌을 긁자 짧은 소리가 났다. 기사들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려 했지만 세리아나가 손을 들었다.
"아직입니다."
카시안은 아무도 향해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발판 아래 표식판에 박혀 있었다.
검은 표식판 위에 새 칸이 생겼다.
발작 징후 확인.
"기록하지 마세요."
세리아나가 말했다.
로젤린의 펜이 멈췄다.
"아직 발작이 아닙니다. 전하께 묻겠습니다."
카시안은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움직임조차 거칠었다.
"어디가 아픕니까."
"목덜미. 손끝."
"향을 맡았습니까."
"아니."
"사람을 공격하고 싶습니까."
카시안의 눈동자 가장자리가 검게 번졌다. 그의 발톱이 돌 위에서 멈췄다. 부서뜨릴 수 있는 것이 앞에 있었고 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었다. 그는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아니."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저 표식을 부수고 싶다."
그 말 뒤에 그의 어깨가 크게 흔들렸다. 한 걸음이면 발판을 산산이 부술 수 있었다. 한 번만 손을 뻗으면 표식판도 밀랍도 명부도 전부 찢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카시안은 발톱을 접으려 했다. 완전히 접히지는 않았다. 검은 손끝이 떨렸고 돌바닥에는 가느다란 흠이 남았다. 그래도 그는 다시 사람을 보지 않고 표식만 보았다.
세리아나는 숨을 내쉬었다. 녹색의 손길은 쓰지 않았다. 대신 그의 말이 끝까지 이어지도록 기다렸다.
"기록하세요. 대공은 목덜미 통증과 손끝 변화를 진술했으나 사람을 공격하고 싶은 충동은 없다고 진술했다. 충동은 마차 표식을 향한다."
검은 칸이 잠시 흔들렸다.
엔반이 낮게 말했다.
"그렇게 시간을 끌면 다음 발작 때 늦습니다."
카시안이 웃지 않고 말했다.
"늦었다는 말도 기록해라. 네가 나를 살리려는지 발작으로 적으려는지 가르도록."
세리아나는 그를 보았다.
그는 괴물로 변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변해 가는 몸을 안쪽에서 붙들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한 조절이었다. 누군가 묶어 두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말하기 위해 버티는 조절이었다.
"미나. 흙을 뿌리세요. 아르덴은 발판 표식을 대공가 인장으로 묶고 로젤린은 보존 인장을 준비하세요."
젖은 흙이 표식판 위에 닿았다. 검은 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발판 밖으로 뻗던 선이 멈췄다.
대공가 인장과 황실 보존 인장이 표식판 양쪽에 눌렸다.
카시안은 아직 마차 앞에 서 있었다. 손등의 비늘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더 번지지도 않았다. 세리아나는 그의 옆에 섰다.
"성문은 이제 닫아도 됩니다."
"이제는 감금이 아닌가."
"증거를 잡은 뒤 외부 이송을 막는 조치입니다."
카시안은 아르덴을 보았다.
"북문을 봉쇄한다. 그러나 대공비의 외출 금지로 기록하지 마라. 외부 대기소 표식과 무표식 마차 보존을 위한 봉쇄다."
로젤린이 그대로 적었다.
무거운 성문이 천천히 내려갔다. 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대기소 바닥을 울렸다. 세리아나는 그 소리가 감금의 소리로 적히지 않도록 로젤린의 펜 끝을 보았다.
그때 마차 대기소 명부가 바람도 없이 넘어갔다.
마지막 장에 검은 글자가 번졌다.
환영회 동선으로 외부 인원 입장.
헬라의 얼굴이 굳었다.
"환영회라면 곧 황도 측 귀빈을 맞는 자리입니다. 성문을 닫아도 공식 동선은 열릴 수 있습니다."
엔반의 시선이 아주 잠깐 성 안쪽으로 향했다.
세리아나는 그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기록하세요."
그녀는 아직 완전히 잠기지 않은 북문 너머의 안개를 보았다.
"성 밖으로 빼내지 못하자 이번에는 공개된 문으로 들어오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