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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32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32화: 거절의 기록

붉은 보존 인장 아래에 검은 선이 겹쳐 있었다.

별 모양과 아래로 꺾인 선.

로젤린은 사본 위로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황실 서기관의 손은 늘 반듯했지만 지금은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자기 인장 아래에 들어온 낯선 봉인이 그녀의 권한을 조용히 갉아먹고 있었다.

"제가 떼어 내겠습니다."

카시안이 먼저 말했다.

세리아나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건드리지 마세요."

"네 손목이 반응한다."

"그래서 더 움직이면 안 됩니다."

그의 눈이 어두워졌다. 세리아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목은 리본 아래에서 조용히 욱신거렸다. 하지만 통증은 사람을 향하지 않았다. 종이 아래의 검은 선이 뛰는 박자와 같았다.

"미나. 젖은 천을 넓게 펴세요. 사본에는 닿지 않게."

미나는 바로 움직였다. 젖은 천이 사본 둘레에 놓였다. 약초 잎 세 장이 그 위에 올랐다. 하나는 로젤린의 황실 입회 사본 쪽이었다. 하나는 엔반의 봉인함 쪽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카시안이 선 바닥 쪽이었다.

검게 물드는 것은 사본 쪽 잎뿐이었다.

세리아나는 그 반응을 확인한 뒤 말했다.

"기록하세요. 금서고 위임 봉인은 사람보다 황실 입회 사본에 먼저 반응한다."

로젤린이 펜을 쥐었다. 펜촉은 사본과 다른 기록지 위에서 한 번 흔들렸다.

"제 사본이 방 안에 봉인을 들인 셈입니다."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짧게 끊었다.

"로젤린 님의 사본이 없었다면 봉인은 이미 입회 효력을 먹었을 겁니다. 지금은 사본이 막고 있습니다."

그 말에 로젤린의 눈이 흔들렸다. 죄책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펜촉은 다시 움직였다.

사비에가 낡은 기록함을 품에 안고 앞으로 나왔다.

"한스타 하부식에는 비슷한 절차가 있었습니다. 봉인이 인장 아래에 겹치면 문서를 찢지 않습니다. 인장이 증명하던 효력을 먼저 빼냅니다."

헬라가 낮게 물었다.

"빼낸 흔적은 남습니까."

"보통은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옛 기록고에서 폐지됐습니다."

카시안의 손등 위 비늘이 천천히 돋았다.

"흔적 없는 무효라."

"흔적을 만들면 됩니다."

세리아나는 대공가 인장과 황실 보존 인장을 나란히 가져오게 했다. 하지만 바로 찍지 않았다. 검은 선이 무엇을 먹는지 먼저 봐야 했다.

엔반은 아르덴의 감시 아래 문가에 서 있었다. 손은 묶이지 않았다. 대신 봉인함과 향낭과 주사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눈은 사본을 놓치지 않았다.

검은 선이 보존 인장 아래에서 가늘게 번졌다. 종이를 태우지 않았다. 글자를 삼키듯 이동했다. 로젤린의 사본 가장자리로 새로운 칸이 떠올랐다.

로젤린이 숨을 들이켰다.

"발작 확인란입니다."

"원래 있던 칸입니까."

"없습니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을 보았다. 그의 목덜미에는 검은 비늘이 얇게 남아 있었다. 봉인은 그 비늘을 향하지 않았다. 대신 그 비늘을 발작으로 적을 빈칸을 만들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에게 물었다.

"전하. 지금 어디가 아픕니까."

카시안은 잠시 엔반을 보았다. 엔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기다림에 가까웠다. 카시안이 흔들리기만 하면 봉인이 스스로 문장을 완성할 것처럼.

"목덜미."

"향을 맡았습니까."

"아니."

"사람을 공격하고 싶습니까."

카시안의 손끝이 바닥을 긁었다. 날카로운 소리가 짧게 났다. 아르덴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려 하자 세리아나가 손짓으로 멈췄다.

카시안이 이를 악물었다.

"아니. 저 봉인을 부수고 싶다."

"봉인을 향한 충동입니다. 사람을 향한 공격 충동이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로젤린에게 시선을 주었다.

"받아 적으세요. 대공 전하는 봉인을 파괴하고 싶은 충동은 진술했으나 사람을 공격하려는 충동은 없다고 진술했다. 향 반응 없음. 목덜미 통증은 남아 있음."

로젤린의 펜이 다시 빠르게 움직였다.

검은 선이 멈췄다.

짧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정적 사이로 엔반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그런 기록으로 발작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발작을 막는 기록이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엔반을 보았다.

"발작이 아닌 것을 발작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기록입니다."

엔반의 입가가 희미하게 굳었다.

"대공비 전하께서는 치료보다 문장을 믿으십니까."

"문장으로 사람을 옮기려 한 쪽이 할 말은 아닙니다."

미나가 새 약초 잎을 사본 가장자리에 가까이 댔다. 잎 끝이 검게 타들어 갔다. 검은 선은 발작 확인란 아래에 또 다른 글자를 만들었다.

치료관 입회 전환.

카시안의 숨이 무거워졌다. 방 안에 있던 이들이 모두 그 숨을 들었다. 그 숨이 크다는 이유만으로도 누군가 발작이라고 적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세리아나는 일부러 한 발 물러섰다.

그의 앞을 막지 않았다. 대신 그가 말할 수 있는 거리를 남겼다.

엔반이 그 틈을 잡았다.

"보셨습니까. 이미 전환 조건입니다. 저를 막으면 다음 발작 때 대공 전하는 죽을 수 있습니다. 치료관 입회를 거절했다는 문장이 남으면 그 책임은 이 방에 있는 모두에게 갑니다."

아르덴의 손이 검집을 움켜쥐었다.

헬라는 문가의 하녀들을 더 뒤로 물렸다.

카시안은 검은 선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말하지 않으면 엔반의 문장이 남는다. 그가 분노하면 봉인의 문장이 완성된다.

그는 오래 숨을 골랐다.

"엔반 레하르의 치료관 입회를 거절한다."

엔반의 눈썹이 움직였다.

카시안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금서고 위임 봉인과 연결된 물품을 거절한다. 반점 보유자를 이송하는 절차를 거절한다. 내 발작을 증명하기 위해 먼저 향낭과 주사관을 여는 절차를 거절한다."

세리아나는 바로 이어 말했다.

"기록하세요. 대공 전하는 모든 치료를 거절한 것이 아니다. 엔반 레하르의 위임 절차와 금서고 봉인 물품을 거절했다."

카시안이 그녀를 보았다.

그 눈 안에는 아직 공포가 있었다. 세리아나를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 자기 몸이 또 누군가의 문장으로 쓰일 수 있다는 공포. 그러나 그는 그 공포를 숨기지 않았다.

"세리아나 베르네가 정한 약초 잎 검증과 젖은 흙 반응 기록은 허용한다."

방 안의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바뀌었다.

그 말은 세리아나에게 전권을 넘긴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녀가 만든 절차 안에서 자기 몸의 상태를 자기 입으로 말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세리아나는 그 차이를 알아들었다.

"그 문장도 남깁니다. 대공 전하는 검증 가능한 비접촉 관찰과 본인 진술 기록을 허용했다."

엔반이 낮게 웃었다.

"그 방식으로는 저주를 뽑지 못합니다."

카시안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뽑아내겠다고 내 몸을 다른 봉인에 넘긴 쪽보다 낫다."

엔반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사비에가 갑자기 기록함을 뒤졌다. 낡은 종이가 서로 긁히는 소리가 났다. 그는 얇은 서식 하나를 꺼내 들었다.

"전하. 다음 조항이 있습니다."

"읽어."

"대체 입회 거절 시 다음 회수 표식 개방."

검은 선이 그 말을 들은 것처럼 사본 가장자리에서 튀었다. 미나가 흙을 뿌렸다. 선은 사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둥글게 휘었다. 하지만 사라지지도 않았다.

로젤린이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두면 사본이 계속 먹힙니다."

"떼면 효력이 사라집니다."

세리아나는 두 인장을 보았다.

"그러니 봉인을 떼지 않고 묶습니다."

헬라가 바로 붉은 밀랍을 준비했다. 세리아나는 대공가 인장을 들었다. 로젤린은 황실 보존 인장을 들었다.

카시안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는 세리아나의 앞을 막지 않았다. 엔반 쪽 길만 막았다. 세리아나가 움직일 공간을 남겨 두는 동작이었다.

세리아나는 그 짧은 물러섬을 보았다. 붙잡는 대신 비켜 주는 일. 카시안에게는 칼을 드는 것보다 어려운 선택일지도 몰랐다.

"동시에 찍습니다."

로젤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인장이 검은 봉인 위가 아니라 그 둘레에 눌렸다. 붉은 밀랍과 검은 선이 서로를 밀어냈다. 종이 아래에서 얇은 소리가 났다. 찢어지는 소리 같았지만 사본은 찢어지지 않았다.

검은 선은 두 인장 사이에 갇혔다.

미나가 숨을 내쉬었다.

"멈췄습니다."

"멈춘 것이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사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기록하세요. 금서고 위임 봉인은 대공가 인장과 황실 보존 인장 사이에 증거로 봉인했다. 사본 효력은 유지 중으로 보인다. 최종 판정은 보류."

그 순간 접견실 벽 쪽에서 덜컥 소리가 났다.

헬라가 가장 먼저 돌아섰다.

"출입 명부입니다."

벽장 안에 보관된 내부 출입 명부가 저절로 열려 있었다. 바람도 없었다. 손댄 사람도 없었다.

세리아나는 사본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어느 장입니까."

헬라의 얼굴이 굳었다.

"내부 거처 배정 장입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세리아나에게 갔다.

세리아나는 그 시선을 느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읽으세요."

헬라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읽었다.

"대공비 전용 별거실 준비."

방 안의 모든 소리가 멈췄다.

세리아나의 손목이 조용히 욱신거렸다. 그녀가 언젠가 떠나기 위해 준비해 둔 거리. 그 거리를 누군가 절차의 칸으로 바꾸고 있었다.

카시안은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는 엔반이 있는 문 앞에 섰다. 손끝의 비늘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사람의 것이었다.

"오늘부터 누구도 내 이름으로 그녀를 옮기지 못한다."

세리아나는 출입 명부를 보았다.

검은 글자 아래에 아주 작은 줄이 하나 더 떠올랐다.

입회 분리 후 회수 재개.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기록하세요."

로젤린이 펜을 들었다.

세리아나는 검은 글자를 똑바로 보았다.

"그들은 치료를 빼앗기지 못하자 거처를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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