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29화: 닫힌 문을 아는 자
회수 전 입회자 제거.
북쪽 온실 출입 장부에 떠오른 문장은 피보다 검었다. 세리아나는 장부를 덮지 않았다. 덮으면 그 말이 방 안의 사람들을 더 크게 덮을 것 같았다.
카시안이 먼저 움직였다.
"성문을 닫는다. 접견실과 객실 사이 통로도 끊어."
"아직 끊지 마세요."
세리아나는 젖은 천을 장부 가장자리에 덧댔다. 검은 글자는 번지지 않았다. 누군가 지시를 새겨 둔 것처럼 그대로 남았다.
"지금 통로를 끊으면 에블린과 도먼의 진술은 감금 중에 받은 말이 됩니다. 상대가 원하는 건 입회자를 없애는 것뿐 아니라 입회를 무효로 만드는 것일 수 있어요."
카시안의 눈이 어두워졌다.
"그럼 네가 표적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건가."
"아니요. 표적을 기록으로 먼저 나눕니다."
세리아나는 로젤린에게 손짓했다.
"입회자 명단을 세 부로 만드세요. 대공성 보관본, 황실 입회본, 증인 보호본. 이름 옆에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적습니다."
로젤린은 곧장 펜을 들었다. 미나는 젖은 천과 약초 잎을 새로 폈다. 헬라는 접견실 문밖의 하녀들을 물렸지만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카시안은 그 모든 움직임을 보며 서 있었다.
그의 손등에는 검은 비늘이 남아 있었다. 전부 가라앉지 않은 밤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검을 뽑지 않았다.
"내가 할 일은."
세리아나는 잠시 그를 보았다.
"아무도 제 대신 답하지 못하게 해 주세요."
그 말에 카시안의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그건 할 수 있다."
세리아나는 장부 옆에 약초 잎을 하나 더 놓았다. 잎 끝은 장부 본문이 아니라 로젤린의 사본 쪽으로 기울며 검게 물들었다.
로젤린이 숨을 삼켰다.
"황실 입회 사본에 반응합니다."
"입회자를 죽이는 것보다 입회 효력을 없애는 쪽이 빠르겠죠."
세리아나는 장부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회수 전 입회자 제거 문구 아래로 아주 옅은 선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잉크 번짐처럼 보였다. 약초 잎이 닿자 선은 오래된 접수 칸의 테두리처럼 네모지게 변했다.
헬라가 낮게 말했다.
"하부문 접수 칸입니다."
"현재 장부에는 없는 양식인가요."
"없습니다. 전대 때 폐지됐다고 들었습니다."
세리아나의 손목이 짧게 욱신거렸다. 리본 아래의 반점은 뜨거워지지 않았다. 대신 종이 위의 옛 칸을 향해 실을 당기듯 가느다란 압박을 만들었다.
세리아나는 그 감각을 기록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반점 반응은 통증 정도로만 적으세요. 정화 반응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로젤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아르덴이 문밖에서 고개를 숙였다.
"전하. 임시 객실 쪽 복도에서 낡은 기록함을 들고 있던 노인을 붙잡았습니다. 이름은 사비에라고 합니다. 전대 기록고 보조였다고 진술했습니다."
헬라의 얼굴이 굳었다.
"그 사람은 오래전에 물러났습니다."
"하부 기록 보수 명목의 잔여 출입 패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창고 출입은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을 보았다. 카시안의 턱이 굳었지만 그는 곧장 명령하지 않았다.
"이리로 데려오세요. 묶지는 말고 패찰만 봉인합니다."
사비에는 아주 늙은 남자였다. 낡은 외투에는 먼지가 깊게 배어 있었고 손가락에는 잉크가 갈라진 자국처럼 남아 있었다.
그는 카시안을 보자 무릎부터 꺾으려 했다.
"서지 마라."
카시안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대공비의 질문에 답해."
사비에는 세리아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공포 때문에 몸이 흔들렸지만 눈은 아직 흐리지 않았다.
"하부문 접수 칸을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예전 본기록고 서쪽 하부문에서 쓰던 양식입니다."
"현재 근무자들은 모르는 절차라고 들었습니다."
"모를 겁니다. 폐쇄되기 전에 쓰던 겁니다. 전대 대공 전하 때 마지막으로..."
그는 말을 끊었다. 카시안의 손등 비늘이 움직인 탓이었다.
세리아나는 바로 물었다.
"누가 당신에게 그 절차를 물었습니까."
사비에는 입술을 적셨다.
"얼굴을 가린 남자였습니다. 황도 치료관 서식을 들고 있었습니다. 금서고 봉인을 닮은 표지도 있었습니다."
로젤린의 펜이 멈추지 않았다.
"그가 이름을 말했습니까."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하부문 절차가 아직 유효한지 물었습니다. 저는 폐지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폐지된 절차일수록 기록관들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카시안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래서 알려 줬나."
사비에의 얼굴이 하얘졌다.
"통행 문구만 말했습니다. 사람을 해치려는 줄은 몰랐습니다."
"내 성에서 내 이름을 써서."
"카시안."
세리아나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명령처럼 크지 않았지만 방 안의 소리를 멈추기에는 충분했다.
카시안은 세리아나를 보았다.
"아직 진술 중입니다."
그의 발톱이 바닥을 긁기 직전에 멈췄다.
세리아나는 사비에에게 다시 물었다.
"입회자 제거가 무슨 뜻입니까."
사비에는 떨리는 손으로 낡은 기록함을 가리켰다.
"옛 절차에서는 살해를 뜻하지 않았습니다. 입회자의 자격을 기록에서 빼고 그 사람이 본 문서를 무효로 돌리는 말이었습니다. 사망자, 파면자, 자격 박탈자에게 쓰던 문구입니다."
"그 문구가 회수 지시와 함께 쓰이면요."
"입회자를 없앤 뒤 기록을 없애도 절차상 흠이 없어 보이게 됩니다. 실제로 사람을 치워도 문서에는 자격만 사라진 것처럼 남을 수 있습니다."
접견실 공기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로젤린이 조용히 말했다.
"황실 입회 사본이 살아 있으면 그 절차는 실패합니다."
"그래서 사본에 반응한 겁니다."
세리아나는 로젤린의 사본을 보았다.
"회수 대상은 물건만이 아니에요. 효력입니다."
사비에가 고개를 더 숙였다.
"그 남자는 황실 서기관의 인장도 곧 사라질 것이라 했습니다. 제가 말려야 했는데..."
로젤린의 얼굴에서 피가 빠졌다.
카시안의 눈이 검게 가라앉았다.
"로젤린을 노린다?"
"황실 입회 효력을 노리는 겁니다."
세리아나는 바로 정정했다.
"다만 사람을 다치게 하면 효력도 흔들리겠죠."
그때 장부 위의 약초 잎이 한꺼번에 검게 타들어 갔다. 접견실 바닥 틈에서 실 같은 뿌리가 올라왔다. 뿌리는 사비에의 발목을 지나쳤고 에블린이 있는 복도 쪽도 지나쳤다.
그것은 로젤린의 사본과 북쪽 온실 장부를 향했다.
카시안이 움직였다.
"사슬은 들이지 마라."
아르덴의 손이 멈췄다.
카시안은 사본과 장부 앞에 섰다. 검은 비늘이 목덜미를 타고 올라왔고 손끝은 날카롭게 변했다. 그러나 그의 발톱은 사람을 향하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미나에게 말했다.
"젖은 천을 넓게 펴세요. 흙은 얇게 뿌립니다. 로젤린 님은 사본 위에 황실 보존 인장을 찍으세요."
미나는 떨리는 손으로 움직였다. 로젤린은 자기 손이 떨리는 것을 숨기지 못했지만 인장을 들었다.
카시안의 숨이 거칠어졌다.
"멀리 서."
"서 있습니다."
"더 멀리."
"그러면 기록을 못 봅니다."
그가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는 내가 못 버틸 수도 있다."
세리아나는 한 발도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을 보았다.
"전하가 버티는지 무너지는지 제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남기겠습니다."
"내가 널 해치면."
"그 문장을 상대가 쓰게 두지 마세요."
카시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검은 뿌리가 사본 끝에 닿기 직전 황실 보존 인장이 눌렸다. 붉은 밀랍이 젖은 천 위에서 식었다. 뿌리는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휘었다.
세리아나는 바로 불렀다.
"기록하세요. 검은 뿌리는 사람보다 황실 입회 사본과 북쪽 온실 장부를 먼저 향했다. 대공 전하는 사슬 없이 증거와 회수 반응 사이를 막았다. 황실 보존 인장 직후 회수 반응이 흔들렸다."
로젤린의 목소리가 떨렸지만 대답은 정확했다.
"기록합니다."
카시안의 손끝이 천천히 사람의 모양으로 돌아왔다. 그는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낮게 말했다.
"내가 만든 공포 때문에 저 노인은 입을 닫았겠지."
사비에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을 보았다.
"전하의 밤을 누군가 절차로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무서워한 건 전하만이 아니라 그 절차였을 겁니다."
"그래도 내 이름으로 닫힌 문이다."
"그러면 이제 전하의 이름으로 엽니다."
그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을 정하는 말이었다.
카시안은 오래 침묵했다.
"사비에."
노인이 거의 엎드렸다.
"네가 아는 하부문 문구와 통행 표식을 모두 말해라. 숨기면 처벌한다. 말하면 네 진술을 증거로 보호한다."
사비에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하겠습니다."
그가 기록함 바닥을 열자 오래된 얇은 서식들이 나왔다. 그중 하나에 검은 밀랍이 말라붙어 있었다. 금이 간 방향은 도먼의 패찰과 에블린의 마차 패찰에 붙은 것과 같았다.
세리아나는 서식을 직접 만지지 않았다.
"첫 장부터 읽으세요."
사비에가 겨우 글자를 더듬었다.
"하부문 회수 입회자는 치료관 또는 금서고 위임자로 대체 가능."
로젤린이 고개를 들었다.
"치료관이 들어오면 황실 입회자를 밀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헬라가 창밖을 보았다.
"정문에 불이 올라옵니다."
아르덴이 곧장 밖으로 나갔다. 그는 잠시 뒤 봉인된 통지서를 들고 돌아왔다.
"성문 봉쇄 명령이 내려가기 직전 도착한 공식 파발입니다. 황도 치료원 명의 방문 통지입니다. 내일 새벽 도착 예정이라고 합니다."
세리아나는 봉투 겉면의 이름을 보았다.
엔반 레하르.
대공 전담 치료관 자격 확인 및 긴급 진료 입회 요청.
카시안의 얼굴에서 온기가 사라졌다.
"치료관이라."
세리아나는 통지서를 젖은 천 위에 올렸다. 약초 잎의 끝이 느리게 검게 물들었다. 손목 반점도 같은 박자로 욱신거렸다.
"이제 그들이 누구를 치우려 했는지 알겠습니다."
그녀는 로젤린의 사본과 엔반의 통지서를 차례로 보았다.
"황실 입회자를 밀어내고 치료관 입회를 세우려는 겁니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내가 거절하면."
"거절 기록을 남기기 전에 발작을 증명하려 할 겁니다."
정문 쪽 새벽 종이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흔들었다.
세리아나는 통지서 위에 봉인 천을 덮었다.
"그럼 내일 새벽에는 치료가 아니라 입회 자격부터 확인합니다."
카시안은 그녀를 오래 보았다.
"숨기지 않겠다."
"무엇을요."
"내 밤을. 내 두려움을. 그들이 쓰려는 모든 것을."
세리아나는 대답 대신 기록관에게 마지막 문장을 불렀다.
"대공 전하는 발작 징후를 이유로 입회 자격을 넘기지 않는다. 치료관 명의 방문 통지는 증거로 봉인한다."
장부의 검은 글자가 마지막으로 번졌다.
입회 교체 전 발작 확인.
세리아나는 그 문구를 읽고 고개를 들었다.
새벽이 오기 전, 누군가 카시안의 밤을 다시 증명하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