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28화: 초대받은 이름
정문 종소리가 두 번째로 울렸다.
세리아나는 봉인함 위의 초대장을 치우지 않았다. 누군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 이름이 에블린인지 아닌지는 아직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이름이 어떤 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느냐였다.
"문을 닫지 마세요."
카시안의 시선이 정문 쪽으로 향했다.
"저쪽에서 무엇을 들고 들어올지 모른다."
"그래서 여기서 봐야 합니다."
세리아나는 로젤린에게 고개를 돌렸다.
"기록관 둘은 접견실 안쪽에 세우세요. 미나는 젖은 천과 약초 잎을 새로 준비하고 헬라는 온실 출입 장부를 가져오세요. 도먼은 그대로 임시 대기실에 둡니다."
도먼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가져온 상자보다 뒤따라오는 사람이 더 두려운 듯했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네가 원하면 내가 대신 묻겠다."
"아니요."
세리아나는 그를 보았다.
"전하가 물으면 모두 두려워서 원하는 답만 할 겁니다. 제가 물어야 합니다."
카시안의 손등 비늘이 움직였다. 그러나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정문에서 젖은 여행복 차림의 여자가 들어왔다.
에블린 베르네였다.
세리아나가 기억하는 얼굴보다 조금 야위어 있었다. 눈가에는 잠을 못 잔 흔적이 있었고 머리핀 하나가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다. 망토 안쪽에는 베르네 백작가 문장이 선명했다.
"언니."
그 말이 접견실 공기를 어색하게 찢었다.
세리아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로젤린의 펜촉이 움직였다.
에블린의 시선이 카시안에게 닿자 숨이 멎었다. 검은 옷과 창백한 얼굴. 손등의 남은 비늘. 그녀는 도먼보다 더 빨리 눈을 내렸다.
"대공비 전하라고 부르세요."
세리아나의 목소리는 낮았다.
에블린의 입술이 떨렸다.
"대공비 전하. 저는 초대에 응해 왔어요. 답장이 오기 전에 출발했습니다."
"누가 초대했습니까."
"제가..."
에블린은 말을 멈췄다. 세리아나는 그 멈춤을 기다렸다.
"제가 생일 축하 서신을 쓰긴 했어요. 하지만 상자는 몰라요."
도먼이 대기실 쪽에서 고개를 들었다.
카시안의 눈이 차가워졌다.
"계속하세요."
세리아나는 카드와 상자를 가리켰다.
"여기에 적힌 첫 줄을 읽어 본 적 있습니까."
에블린은 조심스럽게 카드를 보았다. 첫 줄을 읽은 순간 얼굴이 하얘졌다.
"제 글씨가 아니에요."
"필체 확인 전까지는 주장으로만 기록합니다."
로젤린이 즉시 적었다.
에블린은 서둘러 말했다.
"저는 짧게 썼어요. 생일을 축하한다고요. 돌아오지 않아도 좋으니 살아 있다는 답만 달라고 썼어요."
"누가 그 서신을 봉했습니까."
"아버지가 서재에서 직접 확인하셨어요. 그 뒤로는 하인이 가져갔고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상자 바닥의 표식은 본 적 있습니까."
세리아나는 미나에게 상자 바닥 종이를 들어 보이게 했다.
북쪽 둘째 묘상.
에블린은 글자를 읽고 눈을 깜박였다.
"묘상이 뭔지도 몰라요."
"베르네 백작이 대공성 북쪽 정원을 언급한 적은 있습니까."
에블린의 손이 망토 자락을 움켜쥐었다.
"빈 정원이 있다고 했어요. 언니가 거기 있으면 마음이 약해질 거라고."
카시안의 숨이 낮게 변했다.
세리아나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둘째 묘상이라는 말은요."
"그런 말은 못 들었어요."
"기록하세요. 에블린 베르네는 북쪽 정원이라는 표현은 베르네 백작에게 들었으나 북쪽 둘째 묘상 표식은 처음 본다고 진술했다."
에블린이 세리아나를 보았다.
"언니. 저는 정말..."
"대공비 전하."
에블린은 입을 다물었다.
세리아나는 그 얼굴에서 예전 집의 방들을 보았다. 문틈에서 구경만 하던 여동생. 아버지가 부르면 고개를 숙이고 자기 몫의 침묵을 선택하던 사람.
불쌍하다고 해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두려워한다고 해서 죄인인 것도 아니었다.
"단둘이 말하자는 요구는 거절합니다."
"왜요."
"당신의 말이 나중에 바뀌지 않게 하려고요."
에블린의 얼굴에 수치심이 스쳤다.
"저를 의심하는군요."
"모두를 확인합니다."
세리아나는 카시안 쪽을 잠깐 보았다.
"저 자신도요."
그때 아르덴이 접견실 문가에서 낮게 보고했다.
"에블린 아가씨가 타고 온 마차 패찰에도 검은 밀랍이 붙어 있습니다."
카시안이 움직였다.
세리아나는 손을 들어 그를 멈췄다.
"패찰을 이쪽으로 가져오되 떼지 마세요. 마부도 분리해서 기록합니다."
미나가 젖은 천 위에 패찰을 올렸다. 도먼의 패찰 귀퉁이에 붙어 있던 것과 비슷한 검은 밀랍이었다. 금은 같은 방향으로 갈라져 있었다.
로젤린이 빛을 낮게 비추었다.
"서쪽 하부문 쪽지의 금과 닮았습니다."
카시안의 손등에서 검은 비늘이 목덜미 쪽으로 올라왔다.
에블린이 숨을 삼켰다.
"저건 대공성 문지기가 준 겁니다. 밖에서 새로 바꾸라고 했어요."
"누가."
"얼굴을 가린 남자였어요. 대공성에서는 밤 통행 표식을 바꾸는 절차가 있다고 했습니다."
아르덴의 얼굴이 굳었다.
"그런 절차는 없습니다."
패찰 아래쪽에서 검은 실 같은 뿌리가 천천히 올라왔다. 사람을 향하지 않았다. 에블린도 도먼도 지나쳐 패찰과 상자 바닥 종이 쪽으로 기어갔다.
카시안이 그 앞에 섰다.
"사슬은 가져오지 마라."
아르덴이 굳은 채 고개를 숙였다.
세리아나는 손목을 눌렀다. 리본 아래 반점이 아팠지만 정화의 통증은 아니었다. 방향을 읽으라는 듯한 얕은 압박이었다.
"미나. 약초 잎을 패찰과 상자 종이 사이에 놓으세요. 흙은 얇게 덮습니다."
미나가 떨리는 손으로 움직였다. 약초 잎 끝이 검게 물들자 뿌리의 속도가 늦어졌다.
세리아나는 한 걸음도 다가가지 않았다.
"기록하세요. 검은 뿌리는 사람보다 패찰과 상자 바닥 표식을 향한다. 대공 전하는 사슬 없이 증거와 회수 반응 사이를 막아섰다."
카시안의 숨이 거칠어졌다.
그의 손끝은 이미 발톱에 가까웠다. 그러나 바닥을 긁지 않았다. 그는 움직이는 뿌리 앞에서 자기 몸을 벽처럼 세웠다.
로젤린이 패찰 밀랍 아래를 살폈다.
"금속 조각이 있습니다."
"빼내지 말고 글자만 떠오르게 하세요."
젖은 천이 밀랍 가장자리를 누르자 얇은 금속판의 글자가 드러났다.
자연 발작 보존.
로젤린의 손이 멈칫했다.
"그 아래에 긁어 덮은 글자가 있습니다."
미나가 빛을 낮췄다. 검은 밀랍이 갈라지며 지워진 줄이 조금 더 보였다.
발작 변질 유지.
접견실이 조용해졌다.
카시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세리아나는 그 문구를 다시 읽었다. 자연 발작 보존이 아니었다. 누군가 그 위에 무난한 말을 덮었다. 밑에 있던 것은 더 노골적이었다.
발작 변질 유지.
"저주가 자연히 악화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카시안이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누가 손댔다는 뜻인가."
"지금 확인된 것은 손댄 흔적입니다. 누군지는 아직 모릅니다."
로젤린이 낮게 말했다.
"치료 기록 용어가 아닙니다. 흑마법 봉인 지시어에 가깝습니다."
에블린이 뒤로 물러났다.
"저는 몰랐어요."
"그 말도 기록합니다."
세리아나는 로젤린을 보았다.
"금속 조각 뒷면도 확인하세요."
젖은 천을 한 번 더 누르자 희미한 표식 일부가 떠올랐다.
한스타 하부식.
로젤린이 숨을 삼켰다.
"한스타는 황도 금서고 기록에서 본 적 있습니다. 발레리우스 저주 기록과 같은 장에 붙어 있던 이름입니다."
카시안이 낮게 물었다.
"내 몸에 금서고 술식이 붙었다는 건가."
세리아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기록관에게 말했다.
"확정하지 않습니다. 한스타 하부식으로 보이는 표식 일부 확인. 발작 변질 유지 문구와 같은 금속 조각에서 발견. 레반 처방과 동일 계열 여부는 미확정."
카시안은 웃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자신의 손을 보았다. 검은 비늘이 손등을 덮고 있었다. 오래 병든 것이라 믿었던 흔적. 스스로의 괴물성이라 여겼던 것. 누군가 유지하라고 적은 문구가 그 옆에서 젖은 빛을 받고 있었다.
"내 밤이 내가 아니었을 수도 있군."
세리아나는 쉽게 위로하지 않았다.
"전하의 고통은 전하의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고통을 키운 방식은 전하의 죄가 아닐 수 있습니다."
카시안의 턱이 굳었다.
"그 차이를 기록할 수 있나."
"그래서 지금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의 발톱이 조금씩 사람 손으로 돌아왔다.
에블린은 의자 등받이를 붙든 채 서 있었다. 그녀는 이제 세리아나를 설득하러 온 손님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물건을 싣고 온 증언자가 되어 있었다.
"저를 돌려보내 주세요."
세리아나는 그녀를 보았다.
"지금 돌아가면 당신의 말은 바뀔 겁니다."
"제가 바꾸지 않아요."
"당신이 바꾸지 않아도 바뀔 수 있습니다."
에블린의 입술이 굳었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녀도 알았다.
"감금인가요."
"증인 보호입니다. 도먼과 같은 기준입니다."
"아버지가..."
"그 말도 기록하세요."
세리아나는 기록관이 쓸 시간을 주었다.
"에블린 베르네는 귀환 시 베르네 백작의 반응을 우려한다."
에블린은 더 말하지 못했다.
카시안이 아르덴에게 말했다.
"임시 객실을 비워라. 감시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출입은 기록관과 하녀장 입회 아래만 허락한다."
세리아나는 그를 보았다.
그는 그녀 대신 결정하지 않았다. 그녀가 세운 기준을 성의 명령으로 옮겼을 뿐이었다.
아르덴이 마부의 진술서를 가져왔다.
"마부는 정문 밖 돌다리에서 얼굴을 가린 남자에게 새 패찰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남자는 대공성 밤 통행은 하부문 절차가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헬라가 차갑게 말했다.
"하부문 절차는 현재 근무자들이 알 수 없는 말입니다."
세리아나는 북쪽 온실 출입 장부를 펼쳤다. 낮에 비워 둔 이후 출입자는 카시안의 명령을 받은 정원 인부와 헬라가 확인한 하녀들뿐이었다. 그러나 둘째 묘상 옆 빈 칸 하나가 이상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미나가 약초 잎을 가까이 가져가자 종이 가장자리가 검게 물들었다. 잉크가 물에서 떠오르듯 천천히 올라왔다.
레반 처방 확인 후 회수.
세리아나의 손목 반점이 짧게 욱신거렸다.
카시안의 시선이 그녀의 손목으로 내려갔다. 세리아나는 리본을 더 세게 감추지 않았다. 다만 장부를 덮지 않았다.
"다음 조사 지점이 정해졌습니다."
"북쪽 온실인가."
"북쪽 온실 출입 장부입니다. 그리고 하부문 절차를 아는 사람."
카시안은 접견실 문밖을 보았다.
긴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봉인된 초대장과 패찰과 장부를 차례로 보았다.
축하라는 이름으로 온 것은 축하가 아니었다.
친가라는 이름으로 온 것도 가족만의 일이 아니었다.
카시안의 밤은 병이라고 불렸지만 누군가 그 병을 유지하라고 적었다.
세리아나는 기록관에게 마지막 문장을 불렀다.
"발레리우스 대공의 발작은 자연 발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외부 물품과 위조 통행 표식에서 발작 변질 유지 문구가 확인되었다."
카시안이 그녀를 보았다.
"그 문장은 무겁다."
"그래서 남깁니다."
장부의 검은 글자가 마지막으로 번졌다.
회수 전 입회자 제거.
미나가 숨을 삼켰다.
세리아나는 고개를 들었다.
"이제 그들이 무엇을 회수하려는지만 남은 게 아닙니다."
그녀의 시선이 접견실에 모인 사람들을 지나 북쪽 온실 방향에 닿았다.
"누구를 치우려 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