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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26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26화: 다음 밤의 정원

밀랍판이 봉인되는 동안 누구도 먼저 숨을 크게 쉬지 못했다.

다음 밤 전 회수.

짧은 문장은 기록고 안의 모든 소리를 바꾸어 놓았다. 젖은 천을 짜는 소리도 펜촉이 종이를 긁는 소리도 너무 크게 들렸다. 확인 관 앞에 둔 약초 잎은 끝부터 회색으로 마르고 있었다.

카시안은 서쪽 하부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 비늘은 손등에만 남았지만 그의 시선은 벽돌과 납을 이미 부수고 있었다.

"먼저 찾아내야 한다."

"아직은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봉인된 밀랍판 위에 천을 덮었다.

"그자는 회수하러 옵니다. 우리가 문을 부수면 기록이 훼손됩니다. 상대가 원한 것도 조급함일 수 있습니다."

"네 반점까지 이용하려 했다."

"그래서 더 기록으로 잡아야 합니다."

카시안은 입을 다물었다. 분노가 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세리아나가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알기 때문에 멈춘 것이다.

로젤린이 사본을 접었다.

"원본 반응 기록과 황실 입회 사본을 나누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공개 이송 명령은 내리지 않겠습니다."

세리아나는 미나에게 봉인함을 맡겼다.

"확인 관 앞에는 봉인 흔적만 남기세요. 진짜 밀랍판과 약초 잎은 다른 곳으로 옮깁니다."

미나가 낮게 물었다.

"어디로 옮길까요."

카시안의 시선이 아주 잠깐 북쪽 회랑으로 향했다.

세리아나는 그 짧은 망설임을 놓치지 않았다.

"갈 곳이 있습니까."

"북쪽 온실."

아르덴이 고개를 들었다.

"오늘 하루 비워 두라고 명하신 곳입니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을 보았다.

그는 전투를 앞둔 사람보다 더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명령입니까."

"아니다."

"그럼 권유입니까."

카시안의 턱이 굳었다.

"네가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미나가 놀라 입을 다물었다. 헬라도 기록지에서 시선을 들었다.

세리아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녀의 생일은 베르네 백작가에서 축하받는 날이 아니었다. 필요한 인맥을 확인하거나 돈을 뜯어내기 좋은 날짜였을 뿐이다. 자신도 잊고 있던 날을 대공성이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오늘입니까."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네 생일."

말은 짧았다. 그러나 그 안에 며칠 동안 사람을 물리고 온실을 비우고 흙을 갈아엎게 한 어색한 준비가 들어 있었다.

세리아나는 웃지 않았다. 웃으면 그가 바로 물러날 것 같았다.

"그럼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선물이 아니다."

"알겠습니다."

"대피 장소다."

"그것도 알겠습니다."

세리아나는 봉인함을 안았다.

"그래도 제가 오늘 받은 것 중 가장 안전한 장소일 겁니다."

카시안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북쪽 온실은 대공성의 다른 곳과 달랐다. 검은 돌벽이 낮아지고 유리 천장이 새벽빛을 받아 희게 밝아지고 있었다. 겨울 끝의 공기 속에서도 흙 냄새가 났다.

장미나 화려한 꽃은 없었다.

대신 약초밭과 마른 씨앗을 심을 작은 묘상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세리아나는 그제야 이 장소가 누구를 위해 비워졌는지 알았다.

예쁜 꽃을 보라고 만든 정원이 아니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것들을 다시 심으라고 만든 정원이었다.

"카시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없애겠다."

"없애지 마세요."

그 말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카시안이 그녀를 보았다. 세리아나는 빈 묘상과 정돈된 흙을 내려다보았다.

"여기는 기록을 숨기기에도 좋습니다. 흙의 습도가 일정하고 단향이 섞이면 약초 잎이 먼저 반응할 겁니다."

"그런 용도로 준 것이 아니다."

"그러면 더 좋습니다."

세리아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전하가 제게 쓸모 말고도 장소를 주셨다는 뜻이니까요."

카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미나가 온실 입구에서 굳었다.

"대공비 전하. 동쪽 묘상 잎이 검게 변합니다."

세리아나의 얼굴에서 온기가 빠졌다.

동쪽 묘상은 아직 아무것도 심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흙 위에 놓인 마른 약초 잎 하나가 가장자리부터 검게 물들고 있었다.

아르덴이 즉시 기사들을 세웠다.

"물러서십시오."

"흙만 걷습니다. 파내지 말고 걷어 내세요."

세리아나는 무릎을 굽혔다. 카시안이 옆으로 다가오려 하자 그녀가 손을 들어 멈췄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그의 눈이 어두워졌다.

"이번에도 기록 때문인가."

"이번에는 전하의 선물 때문입니다."

카시안의 움직임이 멈췄다.

미나가 젖은 천으로 흙을 조금씩 걷어 냈다. 검은 흙 아래에서 납빛 관이 드러났다. 관에는 붉은 끈이 감겨 있었고 끈 끝에는 작은 표식이 붙어 있었다.

생일 축하 물품.

세리아나는 손끝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카시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누가."

"아직 모릅니다."

"내가 비우라고 명한 곳이다."

"그래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더 좁혀집니다."

그가 움직이려 하자 세리아나는 다시 말했다.

"부수지 마세요."

카시안은 이를 악물었다. 검은 비늘이 손등에서 팔목으로 올라왔다.

"내가 너를 위해 비운 곳이다."

"그러니 빼앗기지 않게 하겠습니다."

세리아나는 붉은 끈을 직접 만지지 않았다. 미나가 집게로 표식을 들어 올렸고 로젤린이 문구를 기록했다. 아르덴은 납관 주변 흙을 천 위로 옮겼다.

관을 열자 단향이 났다.

아주 옅었지만 분명했다.

안에는 접힌 처방 봉투와 얇은 금속판이 있었다. 봉투 겉면에는 엔반의 필체처럼 보이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다음 밤 발작 전 투입.

금속판에는 더 작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희망 반응 확인 시 회수 우선.

로젤린의 숨이 멎었다.

세리아나는 봉투를 보존함 안에 넣었다.

"고통을 줄이려는 약만은 아니었습니다."

카시안이 말했다.

"내 발작을 기다렸다는 뜻인가."

"전하가 인간형 유지 가능성을 보이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뜻입니다."

세리아나는 금속판을 별도 천 위에 눕혔다.

"처방은 약이면서 표식이었을 수 있습니다. 회수해야 할 때를 알리는 표식."

온실 유리 천장 위로 어둑한 구름이 지나갔다. 다음 밤은 아직 완전히 오지 않았지만 이미 발밑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카시안의 숨이 거칠어졌다.

미나가 진정차 주머니로 손을 뻗었다.

"멈춰."

카시안의 명령에 미나의 손이 멈췄다.

세리아나는 봉투와 카시안 사이에 놓인 검은 흙을 보았다. 흙 속에서 가느다란 뿌리들이 움직였다. 사람을 향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처방 봉투와 금속판을 향했다.

카시안이 그 앞을 막아섰다.

"사슬도 가져오지 마라."

아르덴의 얼굴이 굳었다.

"전하."

"명령이다."

검은 비늘이 그의 목덜미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발톱은 세리아나 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는 온실 바닥을 움켜쥐고 처방 봉투 앞에서 버텼다.

세리아나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 대신 마른 약초 잎을 젖은 흙 위에 뿌렸다. 약초 잎은 검게 물들며 뿌리의 방향을 흐렸다. 미나가 젖은 천을 낮게 펼쳤고 로젤린은 기록관에게 시간을 외우게 했다.

"다음 밤 초입. 엔반 처방 봉투 노출 직후 대공 전하의 괴수화 징후 발생. 사슬 사용 없음. 진정차 복용 없음."

황실 기록관이 떨리는 손으로 적었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을 보았다.

"카시안. 제가 가지 않습니다."

"오지도 마."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겠습니다. 여기서 지켜보겠습니다."

그는 고통에 숨을 삼켰다. 검은 비늘 사이로 사람의 피부가 밀렸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완전히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무너지는 것도 아니었다.

버티는 중이었다.

그가 스스로 선택한 자리에서.

"믿으라는 말은 하지 마라."

"하지 않겠습니다."

"생일 선물로 이런 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한순간 숨을 잃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럼 다른 것을 주세요."

카시안이 힘겹게 그녀를 보았다.

"무엇을."

"오늘 밤을 버틴 기록이요."

그의 눈이 흔들렸다.

"그게 선물인가."

"제게는 그렇습니다."

세리아나는 봉인함 위에 손을 올렸다.

"누군가 전하의 희망을 증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전하는 오늘 그것이 증상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기록을 남기세요."

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이 천천히 펴졌다. 발톱이 온실 바닥에서 빠져나왔다. 검은 뿌리는 처방 봉투 끝에 닿기 직전 멈췄다. 약초 잎이 검게 타들어 가며 방향을 잃게 만들었다.

카시안의 숨이 길게 무너졌다.

그러나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기록관에게 말했다.

"추가 기록. 대공 전하는 처방 봉투를 회수하려는 검은 뿌리와 증거 사이에 섰습니다. 발작 초입에도 공격 방향은 사람에게 향하지 않았습니다."

카시안이 낮게 웃었다.

"너는 끝까지 나를 괴물로만 두지 않는군."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 말에 카시안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

아르덴이 납관 바닥을 들어 올렸다.

"대공비 전하. 아래에 문구가 더 있습니다."

세리아나는 곧장 다가가지 않았다. 미나가 빛을 낮게 비추고 로젤린이 글자를 읽었다.

초대장 발송.

그 아래 이름은 절반만 남아 있었다.

에블.

세리아나의 손이 봉인함 위에서 굳었다.

베르네 백작가에서 그녀를 이용하려던 이름. 황실과 한스다의 틈을 드나들던 사람.

카시안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아는 이름인가."

세리아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에블린일 수도 있고 같은 첫 글자를 가진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었다. 기록은 의심을 증거로 바꾸기 전까지 사람을 처벌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생일을 핑계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

자신을 축하한다는 이름으로 다시 묶으려 할 사람.

세리아나는 차갑게 말했다.

"아직은 이름이 아닙니다. 단서입니다."

카시안의 눈이 어두워졌다.

"그 단서가 널 향하면."

"그때도 기록부터 남깁니다."

그녀는 납관을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문 앞에서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온실 밖에서 밤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다음 밤이 왔다.

누군가 회수하러 올 것이다.

세리아나는 그가 들어올 문을 정원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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