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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25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25화: 벽 너머의 보존 기록

벽 너머에서 난 사슬 소리는 오래 끌리지 않았다.

오히려 짧아서 더 분명했다. 누군가 안쪽에서 대답하듯 쇠를 한 번 당겼고 막힌 벽은 다시 침묵했다.

카시안은 서쪽 하부문 앞에 서 있었다. 손등의 검은 비늘은 더 번지지 않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는 벽돌과 납으로 막힌 문을 보며 낮게 말했다.

"부수면 된다."

세리아나는 젖은 종이 조각과 씨앗 사이에 밀랍 먹인 판을 세웠다.

"부수면 안쪽 기록도 같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기록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지금은 기록이 전하의 몸을 지키는 유일한 증거입니다."

그 말에 카시안은 입을 다물었다. 분노가 가라앉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세리아나가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알기 때문에 멈춘 것이다.

헬라는 창백한 얼굴로 벽 아랫부분을 보았다.

"서쪽 하부문 아래에는 원래 배수 관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폐쇄 목록에는 없었습니다. 기록고 하부 관리인들이 눈먼 기록관이라고 불렀습니다."

"눈먼 기록관?"

세리아나가 되물었다.

"문을 열지 않고 안쪽 습도와 보존 상태를 확인하던 관입니다. 사람은 들어갈 수 없고 얇은 확인판만 넣을 수 있었습니다. 전대 대공 전하 장례 뒤에 함께 묻힌 줄 알았습니다."

아르덴의 얼굴이 굳었다.

"그런 구조를 제가 보고받은 적은 없습니다."

"집사장께서 대공성 전체를 이어받기 전 일입니다. 당시 하부 관리인들은 대부분 물러났습니다."

"대부분이라는 말은 계속 남는군."

카시안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세리아나는 헬라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죄책감이 아니라 길이었다.

"확인 관을 찾습니다. 단향이 올라오면 젖은 천으로 덮고 불은 쓰지 않습니다. 은빛 가루가 보이면 따로 보존합니다. 누구도 손으로 직접 만지지 마세요."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젤린은 황실 기록관에게 같은 번호로 기록하게 했다.

아르덴이 벽 아래 돌판을 하나씩 두드렸다. 세 번째 돌판에서 소리가 달라졌다. 속이 비어 있었다.

돌판을 들어 올리자 손가락 두 개 폭의 어두운 관이 드러났다.

찬 김이 올라왔다.

단향은 없었다.

그 대신 오래 젖은 종이와 쇠 냄새가 났다.

관 안쪽에서 검은 뿌리 하나가 아주 천천히 기어 나왔다. 뿌리는 사람을 향하지 않았다. 젖은 종이 보존함과 세리아나가 세워 둔 씨앗 쪽을 번갈아 더듬었다.

카시안이 한 걸음 앞으로 섰다.

"사슬은 가져오지 마라."

아르덴은 대답 대신 기사들을 뒤로 물렸다.

세리아나는 기록관을 보았다.

"대공 전하는 스스로 사슬 사용을 거부했고 현재 사람 앞을 막는 것이 아니라 관과 증거 사이를 막고 있습니다."

카시안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듣고 있으면 내가 조금 나은 사람이 된 것 같군."

"나아지고 있다는 기록은 필요합니다."

"그게 무섭다면."

세리아나는 잠시 그를 보았다.

카시안은 벽을 보고 있었지만 말은 그녀에게 하고 있었다. 죽음이 아니라 희망을 두려워하는 목소리였다. 희망을 믿었다가 빼앗긴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낮은 소리.

"무서워도 기록합니다."

세리아나는 그렇게 답했다.

확인 관 안쪽으로 얇은 밀랍판을 넣기 위해 미나가 보존용 실을 준비했다. 원래 문서 위에 눌러 글자 흔적을 뜨는 데 쓰는 실이었다. 밀랍판은 단단했지만 열을 대지 않았기 때문에 냄새를 내지 않았다.

검은 뿌리가 실 끝을 감으려 했다.

카시안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발톱 끝이 뿌리를 눌렀고 살이 타는 냄새가 아주 약하게 났다.

세리아나는 본능적으로 움직이려 했다가 멈췄다.

그가 고통을 견딜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가 선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시안."

"오지 마."

"가지 않습니다. 대신 놓치지 마세요."

그는 낮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숨에 가까웠다.

"명령인가."

"권유입니다."

카시안의 손끝이 아주 조금 안정됐다.

미나는 실을 관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밀랍판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자 안쪽에서 무언가 얇은 것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오래된 종이가 벽에 닿는 소리였다.

사슬음이 한 번 울렸다.

검은 뿌리가 더 세게 꿈틀거렸다.

세리아나의 손목 반점이 리본 아래에서 뛰었다. 통증은 있었다. 그러나 전처럼 살을 파먹는 통증이 아니었다. 방향을 찾지 못한 물줄기가 갑자기 낮은 곳을 발견한 듯 안쪽에서 밀려났다.

그녀는 손을 대지 않았다.

"기록하십시오. 제 반점은 관 개방과 밀랍판 삽입에 반응했습니다. 직접 접촉은 없습니다."

로젤린이 낮게 물었다.

"능력 반응입니까."

"아직 모릅니다. 반점 반응으로만 기록하세요."

미나가 실을 천천히 당겼다.

밀랍판이 돌아왔다.

겉면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아르덴이 비스듬히 빛을 받게 하자 눌린 글자의 그림자가 드러났다. 반전되어 읽기 어려웠다.

로젤린이 종이에 글자를 옮기기 시작했다.

첫 줄은 끊겨 있었다.

반점 보존 시 인간형 유지 가능.

카시안의 손이 멈췄다.

검은 뿌리가 그의 손 아래에서 버둥거렸지만 그는 한순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굳었다.

세리아나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로젤린의 목소리가 떨렸다.

"다음 줄입니다. 희망 반응 차단. 치료부 이관 시 폐기."

황실 기록관의 펜이 멈췄다.

세리아나가 차갑게 말했다.

"계속 쓰십시오."

그는 놀라 다시 적었다.

아르덴이 밀랍판을 더 기울였다.

마지막 줄은 흐렸지만 일부가 살아 있었다.

다음 밤 전 회수.

미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음 밤이면..."

카시안의 다음 발작이 가까웠다.

세리아나는 기록을 보았다. 반점 보존. 인간형 유지. 희망 반응 차단. 치료부 이관 시 폐기.

로젤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희망 반응이라는 말은 의학 용어가 아닙니다."

"그러니 치료 기록으로 넘기면 안 됩니다."

세리아나는 밀랍판 위의 눌린 글자를 보았다.

"누군가 전하가 나아질 가능성을 증상처럼 분류했습니다. 희망이라는 말을 썼으면서도 그것을 차단하라고 했습니다."

황실 기록관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자기 손으로 쓰고 있는 문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야 깨달은 사람처럼 펜대를 고쳐 쥐었다.

"그 표현도 그대로 남깁니다. 해석은 뒤에 붙입니다."

누군가는 인간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보존하려 했다. 누군가는 그 가능성을 치료라는 이름으로 폐기하려 했다.

그리고 레반은 그 기록을 다음 밤 전에 회수하려 했다.

카시안이 아주 낮게 말했다.

"믿지 마라."

세리아나는 그를 보았다.

"무엇을요."

"내가 돌아갈 수 있다는 말."

검은 비늘이 그의 손등에서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러나 눈빛은 더 어두워졌다.

"그 말을 믿으면 사람이 약해진다. 괴물이 되는 것보다 더 쉽게 무너진다."

세리아나는 그가 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살았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죽음은 확실하다. 포기하면 더 빼앗기지 않는다. 하지만 희망은 다르다. 희망은 문틈 사이로 손을 넣게 만들고 그 손이 잘릴 때까지 기다리게 한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갔다.

카시안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희망이 무서운 건 압니다."

세리아나는 벽과 카시안 사이의 검은 뿌리를 보았다.

"하지만 전하가 무섭다고 해서 저 기록을 레반에게 돌려줄 수는 없습니다."

"세리아나."

"포기하지 마세요.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무서워도 버리지는 마세요."

카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손끝에서 발톱이 사라졌다. 검은 뿌리는 힘을 잃고 관 안쪽으로 물러났다. 완전한 승리는 아니었다. 단향도 레반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사슬이 필요하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기록관에게 말했다.

"추가 기록하십시오. 인간형 유지 가능성 문구 확인 직후 대공 전하의 괴수화 징후가 확산되지 않고 가라앉았습니다. 외부 사슬 사용 없음. 진정차 복용 없음."

카시안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너는 그마저 증거로 남기는군."

"누가 다시 전하를 괴물이라고만 부르지 못하게 하려면 필요합니다."

그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미나가 밀랍판을 봉인했다. 로젤린은 반전 글자 사본을 황실 입회 기록으로 남겼다. 아르덴은 확인 관 주변을 다시 덮지 않고 임시 보존 장치를 세우게 했다.

헬라가 낮게 말했다.

"대공비 전하. 눈먼 기록관은 안쪽 보존 상태를 보는 관입니다. 기록을 꺼내는 용도가 아닙니다. 더 깊이 넣으면 종이가 찢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세리아나는 바로 결정했다.

카시안이 그녀를 보았다.

"다음 밤 전이라 적혀 있었다."

"그래서 더 서둘러 부수지 않습니다. 레반은 우리가 조급해지기를 바랄 겁니다."

"그자가 먼저 움직이면."

"그 움직임도 기록에 남습니다."

세리아나는 확인 관 앞에 세워진 임시 보존 장치를 가리켰다.

"문은 닫힌 채로 두되 관은 잠그지 않습니다. 젖은 천과 흙을 교대로 두고 향이 오르면 색이 바뀌는 약초 잎을 놓겠습니다. 누구든 접근하면 흔적이 남을 겁니다."

미나가 바로 주머니를 열었다. 말라 가던 약초에서 다시 얻은 작은 잎이었다. 완전히 건강하지는 않았지만 단향에 닿으면 가장자리부터 검게 물드는 잎이었다.

카시안은 그 잎을 보다가 세리아나를 보았다.

"네가 살린 잎인가."

"대공성에서 아직 죽지 않은 잎입니다."

세리아나는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 감시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벽 너머에서 사슬 소리가 났다.

한 번.

두 번.

세 번.

세리아나는 숨을 멈췄다.

세 번째 촛불.

세 번째 사슬.

같은 숫자가 계속 돌아온다.

카시안도 그것을 떠올린 듯 얼굴이 굳었다.

세리아나는 벽을 향해 말했다.

"기록하십시오. 인간형 유지 가능성 문구 확인 뒤 벽 너머에서 사슬음 세 회 발생."

황실 기록관이 떨리는 손으로 적었다.

벽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이번 침묵은 닫힌 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안쪽의 누군가가 남긴 기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버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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