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24화: 막힌 문 아래의 길
대공성 본기록고는 새벽빛보다 먼저 닫혀 있었다.
황도 저택에서 돌아온 마차가 성문을 지나자마자 아르덴은 기사들을 세 갈래로 나누었다. 하나는 마차 보관실로 갔다. 하나는 안뜰 배수로로 갔다. 나머지는 세리아나와 카시안을 따라 본기록고로 향했다.
카시안은 말이 없었다.
손등의 검은 선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사슬 없이 검은 뿌리를 끊어 냈다는 기록이 남았는데도 그의 손끝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본기록고 앞에서 아르덴이 보고했다.
"서쪽 하부문 주변부터 봉쇄했습니다. 기록고 관리인과 하녀장 헬라를 불렀습니다. 황실 기록관과 로젤린 님도 입회합니다."
"불은 쓰지 않습니다."
세리아나는 미나가 들고 온 젖은 천과 흙 주머니를 확인했다.
"향이 올라오면 덮고 기록하십시오. 가까이 가져오지 마세요."
미나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시안이 문턱 앞에서 멈췄다.
"그 문은 막았다."
목소리는 거칠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낮아서 더 위태로웠다.
"내가 직접 보았다. 전대 대공의 장례 뒤 벽돌을 쌓고 납을 부었다."
"그 기록도 확인하겠습니다."
세리아나는 대답했다.
"막힌 문이라는 사실과 막힌 문이 운반 경로로 적힌 사실은 둘 다 증거입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
"내 성에서."
"전하의 성이라서 더 기록해야 합니다."
본기록고 안은 대공성의 다른 곳보다 차가웠다. 높은 서가가 검은 벽처럼 이어졌고 바닥에는 오래된 방습재 냄새가 배어 있었다. 단향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쇠가 물에 젖은 냄새가 바닥 가까이 낮게 깔려 있었다.
헬라는 서쪽 회랑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공비 전하."
그녀는 세리아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예전처럼 형식뿐인 예가 아니었다.
"서쪽 하부문 주변은 매달 청소했습니다. 문 자체에는 손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확인 기록은 언제입니까."
"사흘 전입니다."
아르덴이 즉시 폐쇄 확인 장부를 펼쳤다.
사흘 전.
서쪽 하부문 봉쇄 이상 없음.
글자는 반듯했다. 그러나 잉크는 다른 줄보다 푸르게 떠 있었다. 너무 새로웠다.
세리아나는 장부 위에 손을 대지 않았다.
"기록하십시오. 확인 기록의 잉크가 주변 기록과 다릅니다. 동일 필체 여부는 아직 확정하지 않습니다."
황실 기록관이 적었다.
카시안의 손등 검은 선이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서쪽 하부문은 정말 막혀 있었다.
회랑 끝 낮은 문틀 안쪽에 벽돌이 빽빽이 박혀 있었고 그 위를 납이 굳어 막고 있었다. 발레리우스 대공가의 폐쇄 표식 세 개가 납 위에 눌려 있었다. 가운데 표식은 오래되어 가장자리가 닳았다. 왼쪽 표식은 금이 갔다.
오른쪽 표식만 이상하게 선명했다.
아르덴이 숨을 삼켰다.
"저 표식은..."
"공식 표식입니까."
세리아나가 물었다.
아르덴은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카시안이 한 걸음 가까이 갔다. 미나가 움찔했지만 세리아나는 손으로 멈추게 했다.
"가시 무늬가 반대다."
카시안이 말했다.
"내 인장이 아니다."
로젤린이 기록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황궁 창고에서 본 금색 보조 표식과 같은 방식입니다. 가장자리만 닮게 만든 복제 표식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리아나는 납 봉인 아래를 보았다. 바닥과 문틀 사이에는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않을 만큼 얇은 홈이 있었다.
그 틈에서 차가운 김이 올라왔다.
그리고 사슬 소리가 났다.
아주 작게.
벽 뒤가 아니라 바닥 아래에서였다.
카시안의 손톱 끝이 검게 변했다.
"물러서."
"아직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전하께서는 문을 부수지 않습니다. 문을 지킵니다."
카시안의 턱이 굳었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아르덴에게 말했다.
"바닥 배수 홈만 엽니다. 봉인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위험합니다."
"그래서 작은 길부터 봅니다."
아르덴은 기사 둘에게 지시했다. 얇은 철판이 바닥에서 들렸다. 오래된 먼지와 습기가 함께 올라왔다.
단향은 없었다.
대신 썩은 뿌리 냄새가 났다.
미나가 젖은 천을 준비했다. 헬라는 기록고 하녀들을 뒤로 물렸다.
배수 홈 안쪽에서 검은 뿌리 하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뿌리는 사람을 향하지 않았다. 아르덴이 들고 있던 젖은 종이 보존함 쪽으로 움직였다. 황도 저택에서 가져온 젖은 종이 조각이 그 안에 있었다.
카시안의 손등에 검은 비늘이 한 조각 솟았다.
세리아나는 곧장 말했다.
"기록하십시오. 반응 대상은 사람보다 젖은 종이입니다."
"세리아나."
카시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것이 네 손목에도 반응한다."
리본 아래가 뜨겁게 뛰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만지지 않습니다."
검은 뿌리는 보존함 쪽으로 더 길게 뻗었다. 젖은 종이 조각이 안에서 스스로 떨리기 시작했다. 미나가 보존함을 떨어뜨릴 뻔했다.
세리아나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바닥에 내려놓으세요. 젖은 천으로 주변만 덮습니다. 종이를 직접 누르지 마세요."
미나는 울음을 삼키며 따랐다.
검은 뿌리가 젖은 천 아래로 파고들었다. 카시안이 그보다 빨랐다. 그는 세리아나 앞이 아니라 보존함과 배수 홈 사이에 섰다.
발톱이 돋은 손이 뿌리를 눌렀다.
살이 타는 듯한 냄새가 났다. 그러나 카시안은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사슬 가져오지 마라."
그가 낮게 말했다.
아르덴이 검을 든 손을 멈췄다.
세리아나는 그 말을 그대로 기록하게 했다.
"대공 전하는 사슬 사용을 거부했습니다. 현재 통제 중입니다."
카시안이 이를 악물었다.
"기록은 나중에 해도 된다."
"나중에는 누군가 다른 말로 바꿉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검은 뿌리가 카시안의 손 아래에서 꿈틀거렸다. 뿌리 끝이 보존함의 틈으로 들어가 젖은 종이 조각 하나를 끌어냈다. 종이는 반쯤 녹아 있었지만 검은 선이 그 위를 묶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숨을 낮췄다.
글자가 있었다.
반점 기록은 치료부로 이관하지 말 것.
뒤쪽은 물에 번져 읽히지 않았다.
카시안의 손이 멈췄다.
"아버지가..."
"아직 전대 대공 전하의 문구로 확정하지 않습니다."
세리아나는 일부러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점 기록을 치료부로 넘기지 말라고 남겼습니다."
카시안의 눈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빼앗았다."
"예. 그리고 다시 빼앗으려 합니다."
검은 뿌리가 종이를 감아 배수 홈 안쪽으로 당기려 했다. 카시안이 더 세게 눌렀다. 손등 비늘이 넓어졌다. 미나가 진정차를 들고 한 걸음 다가오려 했다.
세리아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전하께서..."
"스스로 버티고 계십니다."
그 말에 카시안의 어깨가 아주 작게 떨렸다.
세리아나는 씨앗 주머니를 꺼냈다. 카시안의 시선이 즉시 그녀의 손에 꽂혔다.
"쓰지 마."
"쓰지 않습니다."
그녀는 마른 씨앗 하나를 집게 끝에 올렸다.
"반응만 봅니다. 제가 힘을 넣으면 기록하십시오. 힘을 넣지 않으면 그것도 기록하십시오."
로젤린이 낮게 말했다.
"대공비 전하. 증거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닿지 않습니다."
세리아나는 씨앗을 젖은 종이 옆에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씨앗 껍질 위에 희미한 녹빛이 돌았다. 싹이 트지는 않았다. 대신 종이를 감고 있던 검은 선이 조금 뒤로 밀렸다. 번져 있던 글자 하나가 더 드러났다.
보존.
황실 기록관의 펜끝이 떨렸다.
세리아나는 손목을 움켜쥐었다. 리본 아래 반점이 뛰었다. 그러나 통증은 예전처럼 살을 갉아먹지 않았다. 무언가가 안쪽에서 방향을 바꾸는 느낌이었다.
"기록하십시오."
그녀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씨앗은 발아하지 않았습니다. 검은 선을 밀어냈고 잉크 일부가 드러났습니다. 생명력을 회복시킨 것이 아니라 묶인 흔적을 분리한 반응으로 보입니다. 아직 확정하지 않습니다."
카시안이 그녀를 보았다.
"아프나."
"견딜 수 있습니다."
"그 대답은 싫다."
세리아나는 잠시 멈췄다.
"아픕니다. 하지만 멈출 정도는 아닙니다."
카시안은 더 다가오지 않았다. 대신 검은 뿌리를 누른 손을 놓지 않았다.
"네 힘을 요구하지 않겠다."
그 말은 명령이 아니었다. 다짐에 가까웠다.
세리아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제가 지금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씨앗을 회수하지 않았다. 젖은 종이와 씨앗 사이를 밀랍 먹인 얇은 판으로 갈라 보존하게 했다.
아르덴이 배수 홈 안쪽을 더 비추었다.
검은 뿌리는 벽돌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막힌 문을 통과한 것이 아니었다. 문을 피해 아래로 지나갔다. 오래된 폐쇄가 문은 막았지만 물길은 막지 못한 것이다.
헬라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서쪽 하부문 아래 배수로는 폐쇄 목록에 없었습니다. 청소 구역도 아닙니다."
"누가 알고 있었습니까."
세리아나가 물었다.
헬라는 한참 입을 열지 못했다.
"전대 때 기록고 하부를 관리하던 사람들뿐입니다. 대부분 물러났거나 죽었습니다."
"대부분."
카시안이 그 단어를 되풀이했다.
그때 벽 뒤에서 사슬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바닥 아래가 아니었다.
막힌 문 안쪽이었다.
모두가 숨을 멈췄다.
벽돌 너머에서 누군가 방금 쇠를 당긴 듯한 소리가 이어졌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멈췄다.
아르덴이 봉쇄 기록 장부를 급히 넘겼다. 폐쇄 확인란 뒤쪽에 얇은 쪽지 하나가 붙어 있었다. 너무 얇아 장부 종이와 같은 그림자로 보였던 것이다.
아르덴은 집게로 그것을 떼어 냈다.
쪽지에는 짧은 문장만 남아 있었다.
레반.
발레리우스 내부 잔존 기록 회수 전까지 문을 열지 말 것.
세리아나는 목덜미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레반은 대공가 치료관 명부에 없었다.
그러나 이 쪽지를 남긴 사람은 대공성 본기록고의 폐쇄 장부 안쪽까지 알고 있었다.
카시안이 막힌 문을 보았다.
"문을 열지 말라."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안쪽에 아직 가져가지 못한 것이 있다는 뜻이군."
세리아나는 젖은 종이 조각과 씨앗을 보았다. 반점 기록. 보존. 그리고 문 안쪽에서 난 사슬 소리.
"예."
그녀는 기록관을 향해 말했다.
"현재 시각을 적으십시오. 막힌 문 안쪽에서 사슬음이 발생했고 같은 직후 레반 명의 쪽지가 발견되었습니다."
카시안의 검은 비늘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더 번지지도 않았다.
세리아나는 그 사실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대공 전하는 여전히 사슬 없이 통제 중입니다."
카시안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오래 막힌 문 앞에서 그는 처음으로 도망치고 싶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문을 향해 섰다.
"그럼 열 방법을 찾는다."
세리아나는 고개를 저었다.
"부수는 방법이 아니라 남아 있는 기록을 잃지 않는 방법부터 찾습니다."
벽 너머에서 아주 희미한 금속음이 다시 울렸다.
마치 안쪽의 누군가가 그 말을 들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