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23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23화: 밤의 처방 경로

레반 처방이라는 글자는 지시서 위에서 아직 마르지 않은 상처처럼 보였다.

기록실 안에는 누구도 크게 숨 쉬지 못했다. 창은 열려 있었고 등불은 낮아져 있었지만 단향은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았다. 카시안의 손등 검은 선도 사라지지 않았다.

세리아나의 손목 반점은 리본 아래에서 맥박처럼 뛰었다.

"봉인합니다."

그녀는 처방 묶음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치료 기록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레반 처방 재투입 예고가 적힌 현재 증거로 분류합니다."

올빈이 마른 입술을 적셨다.

"대공비 전하. 저택 기록실 물품은 이동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보존 철장 안쪽 물품은 전대 전하 때부터..."

"안쪽 물품만 보자는 말이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지시서 뒷면의 새 잉크와 봉투 가장자리의 풀 자국을 가리켰다.

"이 글은 오래된 기록이 아닙니다. 누군가 최근에 적었습니다. 들어온 길과 나갈 길을 나누어 확인해야 합니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저택 문을 모두 닫겠다."

"닫기 전에 어디로 열려 있었는지 봐야 합니다."

세리아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문을 모두 닫으면 안쪽 사람이 먼저 흔적을 없앨 수 있습니다."

카시안의 눈이 차게 가라앉았다. 분노는 여전히 그 안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아르덴."

"예. 전하."

"대공비가 지시한 동선부터 봉쇄한다. 처벌은 그 뒤다."

아르덴이 고개를 숙였다.

세리아나는 미나에게 물을 적신 천과 빈 밀랍지를 더 준비하게 했다. 향이 남은 물품은 태워 없앨 수 없다. 불을 대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넓게 퍼진다. 그 사실을 이제 누구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황실 기록관과 아르덴은 처방 묶음을 같은 번호로 봉인했다. 로젤린은 황녀 서기관실 입회 표식을 남겼다. 힐다는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눈은 계속 유리병과 사슬 사이를 떠돌았다.

세리아나는 그 시선을 따라가다가 조용히 물었다.

"힐다. 이 냄새가 기록실 밖에서도 난 적이 있습니까."

힐다는 한참 대답하지 못했다. 손등 위에 얹은 손가락이 오래된 실밥처럼 떨렸다.

"전대 전하의 마지막 밤 전에도 났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낮아 기록관이 고개를 더 숙였다.

"방 안에서만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복도부터 그랬습니다. 치료관들이 들어가기 전부터 꽃을 말려 태운 듯한 냄새가 깔려 있었습니다. 저는 향로를 찾았지만 없었습니다."

"복도에 먼저 깔렸다."

"예. 그래서 저는 전하의 방에서 난 냄새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치료관들은 모두 병의 냄새라고 했습니다."

카시안의 손끝이 굳었다.

세리아나는 힐다를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

"기록하십시오. 힐다는 전대 대공의 마지막 밤 전 단향이 방 안이 아니라 복도에 먼저 퍼졌다고 증언했습니다. 치료관들이 이를 병의 냄새라 설명했다고 합니다."

황실 기록관의 펜이 종이를 긁었다.

그때 기록실 밖 복도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미나가 먼저 움직였다가 멈췄다. 하인 하나가 은쟁반을 들고 문 앞에서 붙들려 있었다. 쟁반 위에는 젖은 천 주머니 두 개와 작은 향포가 있었다.

"환기용입니다."

하인은 겁에 질려 말했다.

"보존 철장 열람 뒤에는 습기를 잡으라고 들어서..."

세리아나는 바로 손을 들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미나가 젖은 천으로 향포 위를 덮었다. 그런데도 단 향이 새어 나왔다. 꽃을 태운 듯 달고 끈적한 냄새였다.

카시안의 손목 검은 선이 다시 올라왔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세리아나는 그에게 먼저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기록관을 보았다.

"향포는 기록실 내부 물품이 아닙니다. 운반자 진술은 환기용입니다. 냄새는 레반 처방 연고와 같은 계열로 보입니다. 아직 정식 대조 전입니다."

미나가 향포의 매듭을 보다가 숨을 삼켰다.

"대공비 전하. 표식이 있습니다."

젖은 천 사이로 붉은 잉크가 번져 있었다.

본기록고 이동 전 환기.

그 아래에는 작게 눌린 글자가 있었다.

레반 처방.

힐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비틀거렸다.

"저것도... 저 냄새입니다."

카시안이 하인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갔다.

하인은 무릎을 꿇었다.

"저는 시키는 대로 가져왔습니다. 보존 통로에서 받았습니다. 누가 놓고 간 줄은 모릅니다."

"거짓이면 죽는다."

카시안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세리아나는 그의 앞을 막아서지 않았다. 대신 이름을 불렀다.

"카시안."

그 한마디에 카시안의 발이 멈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백이 아니라 경로입니다."

카시안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말해라. 어디서 받았지."

하인이 떨리는 손으로 복도 끝을 가리켰다.

"안뜰 보존 통로입니다. 철장 물품을 마차 보관실로 옮길 때 쓰는 길입니다."

세리아나는 향포를 덮은 젖은 천을 보았다. 천 아래에서 검은 얼룩이 아주 천천히 번지고 있었다.

"나갈 길이군요."

안뜰 보존 통로는 황도 저택 뒤편으로 이어져 있었다.

새벽은 아직 완전히 밝지 않았다. 젖은 돌바닥 위에 푸른 어둠이 낮게 깔렸고 벽 아래 배수구에서는 찬 김이 올라왔다. 아르덴은 기사 둘에게 하인을 따로 세워 진술을 기록하게 했다. 로젤린은 황실 기록관과 함께 뒤따랐다.

향포는 젖은 천 세 겹으로 싸였는데도 계속 냄새를 흘렸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하려다 멈췄다. 그는 이미 알아들었다. 그녀보다 반걸음 뒤에서 걷고 있었다. 보호하려는 위치였지만 향포와는 거리를 두었다.

그 거리가 이상하게 마음을 찔렀다.

예전 같으면 그는 자신을 가장 위험한 물건처럼 격리했을 것이다. 지금도 다르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러나 세리아나는 안다. 그는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기 위해 거리를 재고 있었다.

안뜰 중앙에 다다랐을 때 배수구 안에서 쇠가 긁히는 소리가 났다.

사슬 소리였다.

미나가 숨을 삼켰다.

카시안의 손등이 검게 번졌다. 손톱 끝이 짐승의 발톱처럼 길어졌다. 로젤린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고 황실 기록관의 펜이 멈췄다.

세리아나는 곧장 말했다.

"불 쓰지 마세요. 흙과 젖은 천으로 덮습니다."

검은 뿌리가 배수구 틈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은 사람을 찌르지 않았다. 향포를 감싼 천 쪽으로 뻗었다. 마치 물건을 카시안에게 밀어 넣으려는 것처럼 움직였다.

아르덴이 검을 뽑았다.

카시안이 더 빨랐다.

그는 세리아나 앞을 막아 섰다. 발톱이 돋은 손이 검은 뿌리를 움켜쥐었다. 살이 타는 듯한 소리가 났지만 카시안은 놓지 않았다.

"뒤로."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갈라졌다.

세리아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미나에게 손짓했다.

"향포를 땅에 내려놓고 젖은 흙으로 누르세요. 직접 만지지 말고 집게를 쓰세요."

미나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움직였다. 그러나 손은 정확했다.

검은 뿌리가 더 세게 꿈틀거렸다. 카시안의 어깨 위로 검은 비늘이 한 조각 솟았다. 그는 세리아나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돌아보면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먼저 보게 될까 두려운 사람처럼 버티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기록관을 보았다.

"기록하십시오. 뿌리는 사람보다 향포를 먼저 향했습니다. 대공 전하에게 접근시키려는 움직임입니다."

카시안이 이를 악물고 웃었다.

"이런 때도 기록인가."

"예."

세리아나는 그의 등 너머로 말했다.

"전하가 지금 사슬 없이 버티고 있다는 것도 기록해야 하니까요."

그 말에 카시안의 손이 아주 조금 멈췄다.

다음 순간 그는 뿌리를 끊었다.

검은 뿌리 끝이 돌바닥에 떨어졌다. 안쪽에서 은빛 가루와 젖은 종이 조각이 흘러나왔다. 향포를 덮은 흙은 단 향을 조금씩 눌렀다.

카시안의 발톱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을 향해 움직이지 않았다. 세리아나에게도 손을 뻗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그의 곁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카시안."

"오지 마."

"가지 않습니다. 한 걸음만입니다."

그는 숨을 삼켰다.

"나는 지금..."

"전하께서는 지금 저를 막아선 것이 아니라 저와 증거를 지켰습니다."

카시안의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세리아나는 기록관에게 다시 말했다.

"대공 전하는 사슬 없이 괴수화 징후를 통제했습니다. 공격 방향은 사람에게 향하지 않았고 검은 뿌리와 향포 차단에 한정되었습니다."

황실 기록관의 펜끝이 떨렸다. 그래도 그는 적었다.

아르덴은 젖은 종이 조각을 집게로 들어 올렸다.

글자는 물에 번졌지만 한 줄은 읽혔다.

본기록고 서쪽 하부문으로 운반.

세리아나는 눈을 감지 않았다.

결국 길은 대공성으로 돌아갔다. 황궁 창고를 지나 황도 저택 기록실을 통과하고 안뜰 보존 통로를 거쳐 대공성 본기록고의 서쪽 하부문으로 이어진다.

로젤린이 낮게 말했다.

"황궁 치료원 명단을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확인하십시오. 하지만 이 물품이 움직인 길도 막아야 합니다."

세리아나는 향포와 뿌리와 젖은 종이를 차례로 보았다.

"황도 저택 환기용 향포 전체를 봉인합니다. 마차 보관실과 안뜰 보존 통로는 열람 금지. 오늘 밤 이후 이동 기록은 모두 별도 보존합니다."

올빈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카시안의 손톱이 천천히 돌아왔다. 검은 선은 남아 있었지만 발톱은 더 길어지지 않았다.

그는 낮게 말했다.

"본기록고 서쪽 하부문."

"예."

"그 문은 오래전에 막았다."

세리아나는 젖은 종이의 번진 글자를 보았다.

"누군가는 막히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카시안의 눈이 어두워졌다.

이번에는 분노 때문만이 아니었다. 오래 닫힌 문을 누군가 열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길은 밖에서 온 길이 아니다. 안쪽의 기억을 가진 사람이 남긴 길이다.

세리아나는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아직은 기록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때 안뜰 아래 깊은 배수로에서 사슬 소리가 한 번 더 울렸다.

이번 소리는 멀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했다.

대공성 쪽이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