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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22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22화: 치료 기록의 사슬

보존 철장 너머에서 쇠가 돌바닥을 긁었다.

아주 짧은 소리였다. 그러나 기록실 안에 있던 누구도 그것을 착각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힐다가 내놓은 낡은 천 조각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흰 천은 오래되어 누렇게 바랬고 가장자리에는 금빛 실 한 올이 붙어 있었다. 그 아래 은빛 가루가 새벽빛을 받아 아주 얇게 반짝였다.

세리아나의 손목이 리본 아래에서 다시 뛰었다.

카시안이 철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열어."

올빈의 손에서 열쇠 꾸러미가 잘게 울렸다.

"전하. 저 안쪽은 전대 대공 전하 때부터 봉인된 치료 기록 보존 구역입니다. 새벽 열람도 전례가 없는데..."

"그 치료가 무엇이었는지 보겠다."

카시안의 목소리는 낮았다. 분노가 너무 깊으면 오히려 소리가 작아진다는 것을 세리아나는 그때 알았다.

그녀는 카시안보다 반걸음 앞에 섰다.

"먼저 불을 낮추겠습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

"세리아나."

"철장 안에 향이나 초가 남아 있으면 전하의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지금 부수고 들어가면 안쪽에 있던 것이 한꺼번에 퍼질 수 있습니다."

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미나를 보았다.

"창을 여세요. 진정차 병은 전하 가까이에 두되 마시게 하지는 않습니다. 향만 머물게 하세요."

"예. 대공비 전하."

미나는 창가로 달려갔다. 찬 새벽 공기가 틈으로 밀려 들어오고 등불 두 개가 꺼졌다. 기록실은 어두워졌지만 오히려 냄새는 선명해졌다.

오래된 가죽 냄새.

말라붙은 약 냄새.

그리고 꽃을 태운 듯한 단 향.

카시안의 손등에 검은 선이 얇게 떠올랐다.

세리아나는 황실 기록관을 보았다.

"기록하십시오. 보존 철장 안쪽에서 사슬 마찰음이 들렸고 힐다 보관 천 조각 공개 직후였습니다. 열람 전 환기와 화기 축소를 시행합니다."

황실 기록관이 펜을 들었다. 로젤린은 기록판을 끌어안은 채 한 번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올빈이 열쇠를 넣었다.

철컥.

철장 문이 열리자 안쪽의 차가운 공기가 바닥으로 흘러나왔다. 안에는 낡은 가죽띠를 두른 상자가 하나 있었다. 표지에는 전대 대공 치료 기록이라고 적혀 있었다.

상자 손잡이에는 짧은 은빛 사슬이 감겨 있었다.

사슬은 닿는 사람도 없는데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힐다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저 사슬입니다."

카시안의 눈이 어두워졌다.

"아버지를 묶었던 것인가."

"전부는 아닙니다. 치료관들이 일부만 잘라 보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슬이 병을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힐다의 목소리는 오래된 먼지처럼 갈라졌다.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막지 못했습니다."

세리아나는 그 자책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지금 힐다를 위로하면 기록이 흐려진다. 힐다를 몰아세우면 말이 끊긴다.

"병을 기억한다는 표현은 치료관의 말로 기록하십시오. 사실로 쓰지 않습니다."

아르덴과 황실 기록관이 동시에 적었다.

미나가 밀랍 먹인 종이를 펼쳤다. 아르덴은 금속 집게로 사슬 끝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사슬 문양 틈에서 검은 먼지가 부서져 나왔다.

카시안의 손목에 검은 선이 더 또렷해졌다. 세리아나의 반점도 리본 아래에서 뜨겁게 맥박쳤다.

세리아나는 책상 모서리를 잡았다.

"같은 시간 반응입니다."

그녀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대공 전하의 손목 검은 선과 제 손목 반점이 동시에 반응했습니다. 사슬과 직접 접촉하지 않았습니다."

카시안이 그녀 쪽으로 움직이려 했다.

세리아나는 시선만 들어 그를 멈췄다.

"괜찮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아직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카시안은 멈췄다. 손끝은 굳어 있었지만 그녀가 세운 선을 넘지 않았다.

상자 안에는 낡은 천 조각 몇 개와 작은 유리병, 그슬린 종이 띠, 얇은 처방 묶음이 있었다.

유리병에는 검은 연고가 말라붙어 있었다. 병마개를 열지 않았는데도 단 향이 스며 나왔다.

힐다가 한 걸음 물러났다.

"저 냄새입니다."

세리아나가 물었다.

"전대 대공 전하께 바르던 것입니까."

힐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목 반점이 움직인 밤마다 발랐습니다. 통증을 잠재운다고 했습니다. 바르고 나면 그 밤은 조금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밤에는 더 빨리 무너졌습니다."

카시안의 턱이 굳었다.

힐다는 그를 바로 보지 못했다.

"전하께도 같은 냄새가 났습니다. 어릴 적 한 번. 도련님 방 바깥 회랑에서요. 저는 그날 이후 출입을 금지당했습니다."

"누가 금지했지."

카시안의 목소리가 낮았다.

"치료관들이었습니다. 전대 대공 전하의 유언이라고 했습니다."

"내 아버지는 그런 유언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힐다의 눈가가 젖었다.

"그래서 천 조각을 숨겼습니다. 그것밖에 못 했습니다."

세리아나는 힐다의 천 조각과 미나가 보관하던 금빛 리본을 한 뼘 떨어뜨려 놓게 했다. 직접 닿게 하지 않았다. 같은 책상 위에서 같은 빛을 받게 했을 뿐이다.

금빛 실의 꼬임이 같은 방향으로 누워 있었다.

아르덴이 낮게 말했다.

"리본 보존본과 힐다 보관 천의 금실 꼬임이 같습니다."

"은빛 가루는요."

미나가 작은 종이 두 장 위에 시료를 따로 올렸다. 손은 떨렸지만 순서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입자가 비슷합니다. 리본 쪽은 적고 천 쪽은 오래 눌려 있던 것 같습니다."

세리아나는 사슬을 보았다.

은빛 가루는 바깥에 흩뿌려진 것이 아니었다. 사슬 문양 홈 사이를 채우듯 박혀 있었다. 장식이라면 표면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저것은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사슬을 꾸민 것이 아닙니다."

카시안이 물었다.

"그럼 무엇이지."

"홈을 채웠습니다. 문양이 닿은 몸에 같은 결을 남기려 한 것 같습니다."

올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건 치료 기록이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상자 밑바닥을 가리켰다.

"아직 결론을 쓰지 마십시오. 먼저 읽습니다."

아르덴이 얇은 처방 묶음을 들어 올렸다. 오래된 종이는 가장자리가 부서질 듯 말라 있었다. 첫 장의 제목은 평범했다.

통증 완화.

수면 안정.

발작 전 억제.

로젤린이 숨을 낮게 내쉬었다.

"겉으로는 치료 처방입니다."

"겉은 그렇습니다."

세리아나는 다음 줄을 보았다.

단향 노출 후 반점 확인.

세 번째 촛불 소진 뒤 사슬 선당김.

손목 반응 약할 시 은분 재도포.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가 있었다.

반점이 움직인 뒤 기록을 치료부로 이관.

기록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카시안은 아주 천천히 물었다.

"이게 통증 완화인가."

누구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세리아나는 지시서 위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 냄새와 글자만으로도 반점이 욱신거렸다.

"통증을 줄이는 순서가 아닙니다. 반점을 움직이게 하고 사슬 반응을 확인한 뒤 그 기록을 치료로 돌리는 순서입니다."

"나는 병자라서 사슬에 묶인 것이 아니었군."

카시안의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세리아나는 그를 보았다.

"전하의 고통은 진짜입니다. 다만 누군가 그 고통을 이용해 사슬이 필요하다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카시안의 눈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 차분함이 오히려 위험했다.

세리아나는 곧장 미나에게 말했다.

"진정차 병을 조금 더 가까이 두세요. 전하께 건네지는 말고요."

미나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힐다가 떨리는 손으로 지시서 아래를 가리켰다.

"그 이름을 보셔야 합니다."

세리아나는 시선을 내렸다.

가장 아래쪽에 붉게 눌린 글자가 있었다.

치료관 레반 재처방.

아르덴의 펜끝이 멈췄다.

"레반이라는 이름은 대공가 치료관 명부에 없습니다."

로젤린이 말했다.

"황궁 치료원 명단도 확인하겠습니다. 다만 황녀 전하의 공식 의료진 중에는 제가 아는 이름이 아닙니다."

"아는 이름이 아니라는 말로 기록하십시오."

세리아나는 바로 정정했다.

"없는 이름이라고 쓰지는 않습니다."

로젤린은 잠시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리아나는 주머니에서 작은 씨앗 하나를 꺼냈다. 카시안이 즉시 움직였다.

"힘을 쓰지 마."

"쓰지 않습니다."

세리아나는 씨앗을 빈 종이 위에 올렸다.

"살리는 것이 아니라 반응을 봅니다. 제가 먼저 힘을 넣지 않습니다. 움직이면 기록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것도 기록합니다."

카시안은 씨앗을 보았다. 그 작은 것 하나에도 그녀의 생명력이 닳을까 두려워하는 눈이었다.

세리아나는 유리병을 열지 않고 씨앗 가까이 옮기게 했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리고 단 향이 아주 얇게 닿는 순간 씨앗 껍질에 검은 선이 감겼다.

싹은 나지 않았다.

말라 죽지도 않았다.

그저 묶인 듯 멈췄다.

미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세리아나는 손을 거두었다. 손끝이 하얘지지 않은 것을 먼저 확인했다.

"기록하십시오. 씨앗은 생명력을 잃지 않았으나 발아가 정지했습니다. 단향과 연고 잔향에 반응했습니다. 이 절차는 죽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묶는 쪽에 가깝습니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괴물로 만드는 사슬이 아니라."

"괴물이라는 이름 안에 가두는 사슬일 수 있습니다."

그 말은 기록실 천장까지 올라가 오래 머물렀다.

아르덴이 처방 묶음 뒷면을 살폈다. 오래된 종이 위에 새 잉크가 덧씌워진 줄이 있었다.

"최근에 쓴 글입니다."

"읽으세요."

세리아나가 말했다.

아르덴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다음 발작 전 레반 처방 재투입."

미나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다음이라면..."

카시안의 손등에서 검은 선이 다시 꿈틀거렸다.

세리아나는 곧장 창문을 더 열게 했다.

"지금 이 방에서 아무것도 태우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습니다. 레반 처방은 치료가 아니라 증거입니다."

황실 기록관이 급히 적었다.

로젤린이 처방 묶음을 바라보며 물었다.

"누군가 아직 이 절차를 이어 가려 한다는 뜻입니까."

"그 가능성을 기록합니다."

세리아나는 일부러 가능성이라는 말을 골랐다.

"그리고 다음 발작 전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시간이 없습니다."

카시안이 지시서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는 분노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세리아나는 안다. 저 고요함은 칼집 안에 들어간 검과 같다.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피가 난다.

"세리아나."

"예."

"대공성 본기록고로 돌아간다."

"돌아갑니다."

세리아나는 봉인 번호가 적히는 처방 묶음을 보았다.

"하지만 먼저 이 처방이 오늘 밤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대공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 같은 향을 준비해 두었을 수 있습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왔다.

"너는?"

"저도 기록합니다."

"그 말이 대답이 아니란 걸 알 텐데."

세리아나는 리본 감긴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반점은 아직 뜨거웠다. 그러나 조금 전 씨앗처럼 멈춰 있지는 않았다. 뛰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처럼.

"저는 아직 움직입니다."

카시안의 얼굴이 굳었다.

세리아나는 조용히 덧붙였다.

"그래서 지금 멈추지 않습니다."

보존 철장 안쪽에서 사슬이 다시 한 번 울렸다.

이번에는 누구도 그것을 단순한 금속 소리로 듣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도 치료라는 말을 쉽게 입에 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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