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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21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21화: 기록고의 유모

세리아나는 남쪽 창고 한가운데서 리본 끝을 잡았다.

카시안의 시선이 그녀의 손목에 못 박혔다. 황실 기록관과 로젤린도 움직이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증거는 상자 안의 봉투 조각과 낡은 쪽지였다. 이제 증거의 끝이 세리아나의 살갗 아래에서 욱신거리고 있었다.

"여기서 풀겠습니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사람들을 물리겠다."

"아닙니다. 물리면 기록이 사라집니다."

세리아나는 그를 보았다.

"다만 제 몸을 물증처럼 돌려 보지는 않습니다. 기록할 것은 시간, 반응, 조건뿐입니다. 모양을 확인하는 사람은 전하와 미나면 충분합니다."

카시안의 턱이 굳었다. 그는 세리아나를 가리고 싶어 했다. 동시에 그녀가 스스로 세운 선을 넘어서는 순간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해."

그 한마디가 창고 안의 공기를 눌렀다.

미나는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손끝이 떨렸지만 리본 보존본은 품에서 떨어뜨리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천천히 손목의 리본을 풀었다.

검은 반점은 콩알만 하던 흔적이 아니었다.

가느다란 뿌리 모양의 선들이 피부 아래에 얽혀 있었다. 번지는 것이 아니라 맥박처럼 오므라들고 있었다. 상자 안의 봉투 조각을 향해 손목을 돌리자 검은 선 하나가 아주 짧게 꿈틀거렸다.

미나가 숨을 삼켰다.

카시안은 손을 뻗지 않았다. 손끝만 허공에서 멈췄다.

"아픈가."

"견딜 만합니다."

"거짓말이면 멈춘다."

"그럼 아직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황실 기록관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기록하십시오. 발레리우스 구가문 보수 보관함에서 힐다로 읽히는 압흔을 확인한 직후 손목 반점이 발열했습니다. 이어 서쪽 탑 회수분 문구를 읽은 뒤 반점이 움직였습니다."

기록관의 펜끝이 종이를 긁었다.

로젤린이 조용히 물었다.

"대공비 전하의 능력 반응으로 적어도 되겠습니까."

"아니요. 아직 능력 반응인지 저주 반응인지 모릅니다."

세리아나는 다시 리본을 감았다.

"미확정 반응으로 적으십시오. 단정은 증거를 망칩니다."

카시안이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기록고로 간다."

"예."

"하지만 네가 걷지 못하면 멈춘다."

세리아나는 대답 대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황궁 남쪽 창고의 문이 열리자 차가운 새벽 공기가 들어왔다. 무도회장의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음악은 돌아오지 않았다. 귀족들은 먼 회랑 끝에서 고개만 돌렸다. 누구도 길을 막지 못했다.

발레리우스의 황도 저택은 황궁 외벽 가까이에 있었다.

본성의 대공성 기록고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황도에서 오가는 문서와 오래된 보관 목록을 임시로 묶어 두는 별도 기록실이 있었다. 본기록이 북부로 넘어가기 전 남는 요약과 반출 번호가 그곳에 보관됐다.

아르덴은 이동하는 마차 안에서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서류 끈을 다시 묶었다.

"서쪽 탑 회수분이 황도 저택 기록실을 거쳤다면 흔적이 남아 있을 겁니다."

"거치지 않았다면?"

세리아나가 물었다.

아르덴의 눈이 어두워졌다.

"누군가 대공성 기록고 이름을 빌려 물품을 빼돌린 것입니다."

카시안은 창밖을 보지 않았다.

"둘 다 좋지 않군."

"그래서 기록합니다."

세리아나는 리본 위를 가볍게 눌렀다.

"좋지 않은 일은 숨기면 반복됩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왔다. 그 눈에는 분노보다 더 오래된 두려움이 있었다.

황도 저택 기록실 문 앞에는 늙은 관리인 올빈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잠옷 위에 외투를 걸친 채였고 손에는 열쇠 꾸러미를 쥐고 있었다.

"전하. 새벽 열람은 전례가 없습니다."

"오늘 밤 전례가 충분히 생겼다."

카시안의 대답에 올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세리아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전체 기록을 열지 않습니다. 서쪽 탑 회수분, 남쪽 온실 보수 분류 칠십이 번, 발레리우스 구가문 보수 보관함. 이 세 항목과 같은 번호만 보겠습니다."

올빈은 황실 기록관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황실 사람이 대공가 기록실에 들어오는 일은 곤란합니다."

로젤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황녀 전하의 이름이 위조 표식에 쓰였습니다. 저도 입회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공가 이름도 쓰였습니다."

세리아나는 올빈의 열쇠 꾸러미를 보았다.

"한쪽만 닫으면 다른 쪽이 거짓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 밤은 양쪽 기록자가 같은 줄을 보고 같은 번호로 봉인합니다."

올빈은 잠시 카시안을 보았다. 카시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쇠가 돌아갔다.

기록실 안은 오래된 가죽과 먼지 냄새로 가득했다. 벽면에는 서가가 빽빽했고 안쪽 철장에는 검은 봉인이 붙은 낡은 장부들이 있었다.

올빈은 사다리를 밀어 가장 안쪽 서가 앞에 세웠다.

"서쪽 탑 회수분은 원래 대공성 본기록고 항목입니다. 황도 저택에는 요약 목록만 남습니다."

"요약이면 충분합니다."

아르덴이 말했다.

올빈은 두꺼운 장부를 꺼냈다. 낡은 표지에는 서쪽 탑 회수 및 보존 목록이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 몇 장은 평범했다.

파손 사슬 회수.

은문양 못 교체.

서쪽 탑 대기실 촛대 청소.

세리아나는 손목에서 울리는 얕은 통증을 느꼈다. 아직 강하지 않았다.

아르덴의 펜이 한 줄 앞에서 멈췄다.

"전대 대공 서거 사흘 전."

카시안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아르덴은 읽는 것을 망설였다.

세리아나가 낮게 말했다.

"기록은 읽혀야 합니다."

아르덴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세 번째 촛대 잔재 회수. 단향 잔류. 사슬 선당김 절차 후 보존."

기록실 안의 먼지가 갑자기 무거워진 듯했다.

카시안의 손등에 검은 선이 아주 얇게 떠올랐다.

세리아나는 움직이려는 미나에게 눈짓했다. 미나는 준비해 온 연한 진정차 병을 열었다. 세리아나는 차를 카시안에게 건네지 않았다. 그저 뚜껑을 열어 향이 가까이 머물게 했다.

카시안은 고통을 삼키며 장부를 내려다보았다.

"아버지의 밤에도 사슬이 먼저 당겨졌다는 뜻인가."

올빈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르덴이 다음 줄을 읽었다.

"회수분 일부 힐다 보관."

그 이름이 나오자 세리아나의 손목이 불에 닿은 듯 뜨거워졌다. 그녀는 책상 끝을 붙잡았다.

카시안이 곧장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세리아나."

"기록하세요."

세리아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힐다 보관 표식을 읽은 순간 반점이 강하게 반응했습니다."

기록관의 펜이 급히 움직였다.

로젤린이 올빈에게 물었다.

"힐다는 누구입니까."

올빈은 카시안의 눈치를 보았다.

카시안이 대답했다.

"내 유모였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북부 별채로 물러난 줄 알았다."

올빈은 더 숨길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북부로 보내졌다는 말은 기록에만 남았습니다. 실제로는 황도 저택 뒤편 하녀 숙소에 머물렀습니다. 오래된 유모라는 이유로 방 하나는 허락받았지만 기록실 출입은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누가 금지했지."

카시안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올빈은 입술을 떨었다.

"전대의 유언이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세리아나는 장부를 보았다. 힐다 보관이라는 글자 옆에는 이상하게 빈칸이 넓었다. 누군가 물품명을 긁어 지운 뒤 다시 쓰지 않은 흔적이었다.

"유언인지 금지인지 직접 확인하겠습니다."

힐다가 온 것은 새벽빛이 희미하게 창가를 물들일 무렵이었다.

그녀는 키가 작고 마른 노인이었다. 희끗한 머리를 단정히 묶었고 낡은 숄을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카시안을 보고 멈췄다.

"도련님."

카시안의 얼굴이 굳었다.

"나는 더 이상 도련님이 아니다."

"제게는 아직 그렇습니다."

힐다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그러나 그녀는 울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그 단단한 침묵이 오래된 벌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힐다 님."

세리아나가 먼저 말했다.

"오늘은 죄를 묻기 전에 본 것을 묻겠습니다. 기억이 흐리면 흐린 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냄새, 소리, 절차. 단정은 저희가 하지 않겠습니다."

힐다는 세리아나를 보았다. 대공비라는 호칭보다 그 말이 먼저 닿은 듯했다.

"전대 대공 전하의 마지막 밤을 묻는 겁니까."

카시안의 손이 주먹으로 굳었다.

세리아나는 대답했다.

"마지막 밤으로 이어진 절차를 묻는 겁니다."

힐다의 시선이 장부의 열린 줄에 닿았다. 세 번째 촛대. 단향. 사슬 선당김.

그녀의 얼굴이 무너졌다.

"같군요."

카시안이 한 걸음 다가갔다.

"무엇이."

"냄새가 먼저 왔습니다."

힐다는 떨리는 숨을 들이켰다.

"꽃을 말려 태운 듯 달고 끈적한 냄새였습니다. 그날 밤 전대 대공 전하께서는 아직 문을 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사슬이 먼저 당겨졌습니다."

카시안의 눈이 어두워졌다.

힐다는 계속 말했다.

"세 번째 촛불이 꺼진 뒤였습니다. 누가 명령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명령이 있었다고 믿으라 했습니다."

"누가 그렇게 말했지."

"치료관들이었습니다. 황도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기록관의 펜끝이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세리아나는 묻고 싶은 말을 골랐다.

"전대 대공 전하의 몸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힐다는 오래 망설였다. 카시안이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할 듯 숨을 들이켰다.

세리아나는 조용히 말했다.

"볼 수 없으면 나가셔도 됩니다. 하지만 모르면 반복됩니다."

카시안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말해."

힐다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손목에 검은 뿌리 같은 반점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점이었습니다. 그러다 향을 맡은 밤마다 움직였습니다. 전하께서는 그걸 병이라고 하지 말고 기록으로 남기라 하셨습니다."

세리아나의 손목이 다시 욱신거렸다.

"기록은 어디에 있습니까."

"빼앗겼습니다."

힐다는 숄 끝을 움켜쥐었다.

"치료 기록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일부를 숨겼습니다. 그래서 기록실 출입이 막혔습니다."

올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르덴이 낮게 물었다.

"숨긴 일부가 힐다 보관입니까."

힐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도련님을 지키려 했습니다. 전대 대공 전하와 같은 절차가 도련님께도 쓰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말하면 제가 미친 늙은 하녀가 될 뿐이었습니다."

카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노가 아니라 무력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자신이 겪은 밤들이 우연한 발작이 아니라 누군가가 오래전에 닦아 둔 길 위에 있었다는 사실이 그를 붙잡았다.

세리아나는 그의 곁으로 갔다. 손을 잡지는 않았다. 대신 장부 위의 빈칸을 가리켰다.

"반복을 확인했습니다."

카시안이 그녀를 보았다.

"그게 위로가 되나."

"아니요."

세리아나는 조용히 답했다.

"하지만 반복은 기록되면 절차가 됩니다. 절차는 끊을 수 있습니다."

힐다가 숄 안쪽에서 작은 천 주머니를 꺼냈다.

"제가 숨긴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녀는 주머니를 책상 위에 올렸다.

"전대 대공 전하의 손목을 감았던 천 조각입니다. 검은 반점이 번질 때마다 이것으로 가렸습니다."

세리아나는 손을 대지 않았다.

"미나."

미나는 밀랍 먹인 종이를 펴고 천 주머니를 받았다. 주머니가 열리자 오래된 천 조각이 드러났다.

낡은 흰 천 가장자리에는 금빛 실 한 올이 붙어 있었다.

그 아래 은빛 가루가 아주 얇게 반짝였다.

세리아나의 손목 반점이 리본 아래에서 또 한 번 뜨겁게 뛰었다.

이번에는 카시안도 보았다.

그리고 기록실 안쪽 보존 철장 너머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쇠사슬이 돌바닥을 긁는 듯한 소리였다.

아직 밤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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