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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20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20화: 남쪽 창고의 대장

별실 문밖의 회랑은 더 이상 무도회장의 일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음악은 멈췄고 사람들의 속삭임만 벽을 타고 길게 흘렀다. 세리아나는 문턱을 넘으며 헬라에게 먼저 눈짓했다.

"문밖 인원부터 적어 주세요. 남은 사람과 사라진 사람을 나눕니다."

헬라가 바로 대답했다.

"루시엘 베르딘 영애는 자리를 비웠습니다."

로젤린의 시선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세리아나는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붙잡아야 할 것은 도망친 사람의 팔이 아니라 남은 증거의 끝이었다.

"그 사실도 기록합니다."

황실 의전관이 굳은 얼굴로 앞을 막았다.

"대공비 전하. 남쪽 창고는 황궁 내 물품 관리 구역입니다. 무도회 중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습니다."

"외부인이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벽난로 아래에서 나온 밀랍 조각이 봉인된 종이를 보았다.

"대공 전하의 몸에 반응을 일으킨 물품이 그곳에서 빠져나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피해를 확인하는 당사자입니다."

"가능성만으로 황궁 창고를 여실 수는 없습니다."

"가능성만으로 닫아 둘 수도 없습니다."

카시안이 세리아나의 곁에 섰다. 목덜미의 검은 선은 얇게 남아 있었다.

세리아나는 그를 향해 낮게 말했다.

"전하께서는 앞장서지 말아 주십시오."

의전관의 눈이 번뜩였다.

세리아나는 그보다 먼저 말을 이었다.

"제가 전하를 방패로 세웠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겁니다. 대신 증언자로 남아 주세요."

카시안은 잠깐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증언자."

"예. 전하의 고통이 아니라 전하의 기억이 필요합니다."

그 말에 카시안의 손끝에서 힘이 빠졌다.

"그렇게 하지."

짧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회랑에 모인 사람들에게는 충분했다.

로젤린이 낮게 말했다.

"황녀 전하의 서기관실 보조 표식은 제가 내린 적 없습니다."

"그 말도 기록합니다."

세리아나는 로젤린을 보았다.

"직접 내리지 않은 표식이 황녀 전하의 이름으로 움직였다면 로젤린 님께도 확인할 이유가 있습니다."

로젤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남쪽 창고 관리인 에딘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에딘은 창백한 얼굴로 앞장섰다.

남쪽 창고로 가는 길은 무도회장보다 낮고 좁았다.

벽에는 오래된 등잔이 걸려 있었고 바닥 돌틈에는 물기가 남아 있었다. 별실 아래로 이어지는 하부 통로가 이쪽 어딘가와 닿아 있었다.

미나는 금빛 리본 보존본을 품에 안은 채 세리아나의 뒤를 따랐다. 아르덴은 벽난로 아래에서 나온 조각과 샹들리에 초의 기록 사본을 따로 들고 있었다.

창고 문 앞에서 에딘이 멈췄다.

"대장은 안쪽에 있습니다. 원본은 움직이면 안 됩니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세리아나는 황실 기록관을 보았다.

"황실 기록관이 먼저 읽고 아르덴 님이 같은 줄을 뒤따라 적습니다. 로젤린 님도 확인하십시오."

의전관이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대공가 기록자가 황궁 대장을 베껴 쓰는 일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베껴 쓰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밤 발견된 증거와 관련된 줄만 대조합니다."

세리아나는 바로 덧붙였다.

"황궁 기록관의 기록과 다르게 적히면 그 차이도 남습니다."

의전관은 더 반박하지 못했다.

창고 안은 차고 눅눅했다. 선반마다 번호가 붙은 상자가 쌓여 있었고 안쪽 벽에는 반출대가 있었다.

에딘은 두꺼운 대장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남쪽 온실 보수 분류는 이쪽입니다."

기록관이 등잔을 가까이 들었다.

첫 줄에는 폐온실 수리 자재가 적혀 있었다. 습기 방지 밀랍 초, 향재, 말린 꽃가루, 은색 광물 가루.

그 아래 반출 칸에는 두 줄이 있었다.

하나는 황녀 서기관실 보조 표식.

다른 하나는 발레리우스 구가문 보수 보관함.

아르덴의 펜끝이 멈췄다.

로젤린이 숨을 들이켰다.

"발레리우스라니요."

세리아나도 그 이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발레리우스는 카시안의 가문이었다. 괴물 대공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부터 북부의 검은 봉인을 떠안아 온 집안.

카시안이 낮게 물었다.

"구가문 보수 보관함이 왜 황궁 창고에 있지."

에딘은 대답을 망설였다.

세리아나는 그를 몰아세우지 않았다. 대신 황실 기록관을 보았다.

"대답만 정확히 하세요."

그 말에 에딘이 조금 숨을 골랐다.

"오래된 귀족가 물품 중 황궁 행사에 쓰인 뒤 임시 보관된 것들이 있습니다. 발레리우스 구가문 보수 보관함은 폐기 대기 물품으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폐기 대기 물품이 오늘 밤 움직였습니까."

"예. 대장에는 그렇게 남아 있습니다."

세리아나는 대장 가장자리를 보았다.

황녀 서기관실 보조 표식 옆에는 얇은 금색 인장이 눌려 있었다. 발레리우스 구가문 보수 보관함 옆에는 검은 인장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르덴이 샹들리에 초 밑동 기록 사본을 꺼냈다.

"문제 초 받침 아래 눌림 번호와 대장 묶음 번호를 대조하겠습니다."

에딘이 손가락으로 줄을 짚었다.

"남쪽 온실 보수 분류 칠십이 번."

아르덴이 기록을 보았다.

"샹들리에 문제 초 밑동에도 칠십이로 읽히는 눌림이 있습니다. 별실 점검구 밀랍 조각도 같은 번호로 보입니다."

창고 안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의전관이 입을 열었다.

"보이는 것뿐입니다. 이런 식으로 대공비 전하께서 대공을 앞세워 황궁을 압박하시면..."

"대공 전하를 앞세운 적 없습니다."

세리아나의 목소리가 차갑게 잘렸다.

의전관이 말을 멈췄다.

"전하께 증언을 청하겠습니다."

카시안이 그녀를 보았다.

세리아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저 물품의 향이 전하께 반응을 일으킨 향과 같은 계열입니까."

카시안은 창고 안쪽 선반 사이에서 올라오는 묵은 냄새를 들이켰다. 그리고 천천히 답했다.

"같다."

짧고 낮은 목소리였다.

"서쪽 탑에서 맡았던 냄새와도 닮았다."

세리아나는 바로 기록관을 보았다.

"대공 전하가 남쪽 온실 보수 분류 물품의 향을 서쪽 탑의 향과 같은 계열로 증언했습니다. 의견이 아니라 감각 증언으로 기록합니다."

기록관은 고개를 숙이고 적었다.

카시안의 검은 선이 손목 쪽으로 아주 조금 번졌다. 세리아나는 손을 뻗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전하의 공식 인장과 대장 위 보조 표식의 금 방향이 같습니까."

카시안은 그제야 대장을 내려다보았다.

금색 표식은 얼핏 대공가 보조 인장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장자리의 작은 가시 무늬가 반대로 누워 있었다.

"다르다."

그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내 인장도 아르덴이 관리하는 보조 인장도 저 방향으로 찍히지 않는다."

아르덴이 바로 덧붙였다.

"대공가 보조 인장 보관 기록에도 같은 방향의 인장은 없습니다."

세리아나는 로젤린을 보았다.

"황녀 서기관실 보조 표식도 직접 내리지 않았다 하셨습니다. 대공가 보조 인장도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 대장은 두 이름을 빌린 제삼의 표식으로 움직였습니다."

로젤린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해야 합니다."

"발레리우스 구가문 보수 보관함을 보겠습니다."

의전관이 다시 막으려 했지만 로젤린이 먼저 말했다.

"열람에 입회하겠습니다. 황녀 전하의 이름이 더는 쓰이지 않게 하려면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에딘은 안쪽 열쇠함에서 녹슨 열쇠 하나를 꺼냈다.

창고 가장 깊은 선반 아래에 납작한 철제 상자가 있었다. 상자 위에는 낡은 표지가 붙어 있었다.

발레리우스 구가문 보수 보관함.

봉인은 오래되어 갈라졌고 가장자리 먼지만 새로 끊겨 있었다.

세리아나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봉인 상태부터 기록합니다. 먼지 끊김, 가장자리 긁힘, 잠금쇠 주변의 새 쇳가루."

아르덴이 적었다.

황실 기록관도 적었다.

에딘이 열쇠를 넣고 돌리자 녹슨 소리가 작게 났다. 뚜껑이 열리자 안쪽에서 마른 종이 냄새와 아주 옅은 단 향이 함께 올라왔다.

미나가 품에 안은 금빛 리본을 더 세게 잡았다.

"비슷합니다."

세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본은 꺼내지 않습니다. 향만 기록하세요."

상자 안에는 낡은 청구서 사본들이 묶여 있었다.

온실 유리 교체.

습기 제거용 초.

오래된 배수로 보수.

그리고 그 밑에 작은 봉투 조각이 있었다.

봉투 조각의 가장자리에는 금빛 실과 은빛 가루가 남아 있었다. 중앙에는 온전하지 않은 압흔이 있었다. 글자는 대부분 닳았지만 한 단어는 읽혔다.

힐다.

카시안의 숨이 멈췄다.

세리아나는 그 이름을 바로 소리 내지 않았다. 기록관들이 먼저 보게 했다.

황실 기록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봉투 조각 압흔에 힐다로 읽히는 글자가 있습니다."

아르덴의 얼굴도 굳었다.

"초대 대공 시절 봉인 기록에 남은 이름과 같습니다. 다만 압흔이 온전하지 않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창고 안의 등잔불이 흔들렸다.

세리아나는 손목 안쪽의 통증을 눌렀다. 리본 아래 반점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지금 쓰러질 수는 없었다.

"단정하지 않습니다."

세리아나는 천천히 말했다.

"낡은 압흔은 위조될 수 있고 조각은 옮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 발견된 향, 금빛 실, 은빛 가루, 남쪽 온실 보수 분류, 발레리우스 보수 보관함은 같은 묶음 번호로 이어집니다."

로젤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황녀 전하의 별실이 그 경로에 쓰였습니다."

"예."

세리아나는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시작점이라고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세리아나에게 닿았다.

세리아나는 상자 안쪽 벽을 보았다. 낡은 종이 묶음 아래에 얇은 목판 조각이 붙어 있었다. 에딘이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자 그 아래 접힌 쪽지가 드러났다.

황실 기록관이 먼저 읽었다.

"서쪽 탑 회수분은 대공성 기록고로 돌릴 것."

카시안의 눈이 어두워졌다.

서쪽 탑.

대공성 기록고.

두 단어가 창고 안의 차가운 공기를 베었다.

오늘 밤 황궁에서 열린 길의 끝이 다시 대공성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보존합니다."

세리아나는 말했다.

"이 보관함은 황궁에서 발견됐지만 이름은 발레리우스에 닿아 있습니다. 양쪽 기록관이 같은 번호로 봉인하고 대공성 기록고 열람 요청을 오늘 밤 안에 남깁니다."

의전관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

카시안이 조용히 다가왔다.

"세리아나."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손목."

아주 낮은 말이었다.

세리아나는 리본 아래의 통증을 숨기려다 멈췄다.

"기록고까지는 가겠습니다."

"지금은 아니다."

카시안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차갑지 않았다.

"먼저 네 손목을 본다. 그리고 기록고로 간다."

세리아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명령처럼 들렸지만 아니었다. 순서였다.

미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공비 전하. 리본 보존본의 향도 강해졌습니다."

상자 안의 봉투 조각.

금빛 실.

서쪽 탑 회수분.

그리고 세리아나의 손목 아래에서 뜨거워지는 검은 반점.

세리아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그럼 두 가지를 함께 기록합니다."

카시안의 눈이 가늘어졌다.

세리아나는 손목 위 리본을 풀지 않은 채 말했다.

"증거가 대공성 기록고를 가리키는 순간 제 반점도 반응했습니다."

창고 안이 얼어붙었다.

세리아나는 더 낮게 덧붙였다.

"이제 저도 증거에서 빠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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