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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18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18화: 별실의 서기관

별실로 돌아가는 길은 조금 전보다 조용했다.

음악이 멈춘 무도회장은 더 넓어 보였다. 샹들리에 아래 빈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귀족들은 가장자리로 물러났지만 아무도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보존된 초를 보았다.

밀랍 먹인 종이 위에 누르스름한 초가 놓여 있었다. 밑동에는 짧은 글자가 아직 선명했다.

온실 보수용.

아르덴은 그것을 들고 세리아나의 반 걸음 뒤에 섰다. 미나는 금빛 리본 보존본을 품에 안았다. 헬라는 무도회장과 별실 회랑 사이를 막아 섰고 황실 시녀들은 더는 길을 재촉하지 못했다.

카시안은 세리아나의 옆에 있었다.

그는 앞서지도 뒤로 숨지도 않았다. 목덜미의 검은 선은 가라앉지 않았지만 더 번지지도 않았다. 세리아나는 그 손등을 오래 보지 않으려 했다.

보지 않는다고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멈추고 싶으면 말하라."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세리아나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제가요?"

"네가."

뜻밖의 대답이었다.

그는 데리고 나가겠다고 하지 않았다. 황녀의 이름이 걸린 별실을 부수겠다고도 하지 않았다. 다만 물러날 길 하나를 내밀었다.

세리아나는 손목 안쪽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리본 아래 감춘 반점이 뜨거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손목을 숨기는 일이 아니었다.

"멈추지 않겠습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

"대신 전하께서도 제 앞을 막지 말아 주십시오."

"막지 않는다."

그 짧은 대답 뒤에 별실 문이 보였다.

문 앞에는 로젤린이 서 있었다.

황녀의 서기관답게 흐트러짐 없는 예복 차림이었다. 잿빛 머리는 목덜미에서 단정히 묶였고 손에는 얇은 기록판이 들려 있었다. 표정은 공손했지만 눈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로젤린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대공 전하. 대공비 전하. 오래 기다렸습니다."

"별실은 열린 채 봉인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세리아나가 말했다.

"동석자와 기록자의 신분을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로젤린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황녀 전하의 시녀 둘과 황실 기록관 하나가 있습니다."

"기록관은 무엇을 기록하고 있었습니까."

"별실 출입과 대화 요지입니다."

"대화 요지를 누가 정합니까."

잠깐 침묵이 내려앉았다.

로젤린의 손가락이 기록판 가장자리를 눌렀다.

"통상 서기관이 정리합니다."

"그럼 오늘은 통상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황궁 기록관은 원문 기록을 남기고 대공가 기록도 함께 남깁니다."

황실 의전관이 급히 끼어들었다.

"대공비 전하. 황녀 전하의 별실에서 대공가 기록을 병행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입니다."

세리아나는 의전관이 아니라 로젤린을 보았다.

"황녀 전하의 이름으로 저를 부르셨지요."

"그렇습니다."

"그 이름과 함께 단 향이 남은 봉투가 왔습니다. 그 이름과 같은 자리에서 온실 보수용 초가 황궁 샹들리에에 꽂혀 있었습니다."

로젤린의 입술에서 색이 조금 빠졌다.

세리아나는 낮게 이었다.

"황녀 전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기록은 줄이면 안 됩니다."

로젤린은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무도회장 가장자리에서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황녀의 이름을 앞세워 기록을 막으면 그것은 별실 안의 사적인 배려가 아니라 공개된 위험을 덮는 일이 된다.

로젤린도 그 사실을 알았다.

"입실하시지요."

별실 안은 무도회장보다 작았다.

작아서 향이 더 오래 남았다.

세리아나는 문턱을 넘자마자 숨을 얕게 들이켰다. 벽난로는 꺼져 있었고 촛대 둘에는 불이 붙어 있었다. 꽃을 말려 태운 듯한 단 향은 아주 옅었다.

그러나 없지는 않았다.

카시안의 손끝이 문틀에 닿았다.

그는 손톱이 나무를 긁지 않도록 힘을 누르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창을 열어 주십시오."

로젤린이 즉시 답했다.

"황녀 전하의 별실은 외부 시선을 막기 위해 창을 열지 않습니다."

"향이 남아 있습니다."

"초는 황실에서 준비한 정식 초입니다."

"정식인지 확인하겠습니다."

시녀 하나가 당황해 촛대 앞으로 움직였다. 미나가 한 걸음 먼저 나섰다.

"만지지 마십시오."

미나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물러나지는 않았다.

헬라가 그녀의 옆에 섰다. 그제야 시녀는 손을 거두었다.

세리아나는 로젤린을 보았다.

"황녀 전하의 물건을 훼손하지 않습니다. 손대지 않고 밑동과 향만 확인합니다. 황실 기록관이 먼저 보고 대공가 기록자가 뒤따라 적습니다."

로젤린은 잠깐 카시안을 보았다.

카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허락이 아니었다. 기다림이었다. 세리아나가 어떤 절차를 세우는지 지켜보는 기다림.

로젤린은 낮게 말했다.

"확인하십시오."

아르덴이 황실 기록관에게 먼저 촛대를 보게 했다. 촛불은 꺼지지 않은 채 흔들렸다. 겉보기에는 흰 초였다. 그러나 받침 가까운 밑동 한쪽이 얕게 긁혀 있었다.

긁힌 자리 아래에 글자 일부가 남아 있었다.

보수.

세리아나의 손목이 다시 욱신거렸다.

미나는 금빛 리본 보존본을 꺼내지 않았다. 세리아나가 고개를 아주 작게 저은 탓이었다. 아직 비교할 때가 아니었다.

"기록하십시오. 별실 촛대의 오른쪽 초 밑동에서 표식 일부가 깎인 흔적이 있습니다. 남은 글자는 보수로 읽힙니다."

황실 기록관이 로젤린을 보았다.

로젤린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답은 한 박자 늦었다.

"기록하세요."

세리아나는 이번에는 탁자 위 봉투를 보았다.

베르딘 백작가 문양 일부와 황도 궁정 보조 봉인이 함께 찍힌 작은 봉투였다. 가족의 안부라는 이름으로 세리아나를 이 방으로 부른 물건.

"저 봉투도 확인하겠습니다."

루시엘이 문가에서 숨을 삼켰다.

세리아나는 그제야 그녀가 별실 밖에 그대로 남아 있음을 알았다. 루시엘은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망치지도 못했다.

로젤린이 말했다.

"그 봉투는 베르딘 가문의 전갈입니다."

"황도 궁정 보조 봉인이 함께 있습니다."

"전달 경로를 보증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면 전달 경로도 기록 대상입니다."

세리아나는 손대지 않았다. 미나가 집게로 봉투를 살짝 들었다. 금박 틈에서 은빛 가루가 아주 작게 반짝였다. 단 향은 겉면에만 남아 있었다.

아르덴의 펜이 움직였다.

세리아나는 물었다.

"로젤린 님. 이 봉투와 별실 배정은 같은 시각에 준비됐습니까."

"별실 배정은 황녀 전하의 지시입니다."

"제가 물은 것은 시각입니다."

로젤린의 대답이 잠시 늦었다.

"봉투 전달보다 앞섰습니다."

"그럼 제가 봉투를 받기 전부터 이 방은 준비되어 있었군요."

별실 안의 공기가 굳었다.

세리아나는 그 침묵을 놓치지 않았다.

"가족의 안부가 명목이라면 봉투를 받은 뒤 방이 준비되어야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방이 먼저 준비됐고 봉투가 뒤따랐습니다."

로젤린의 표정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대공비 전하. 황녀 전하께서는 베르딘 가문과 대공가 사이의 불필요한 마찰을 조용히 정리하려 하셨을 뿐입니다."

"저를 조용히 별실로 부르는 방식으로요."

"사교장 한가운데에서 가족 문제를 드러내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셨습니다."

"그 가족 문제가 왜 황궁 샹들리에의 온실 보수용 초와 같은 밤에 움직였습니까."

로젤린은 대답하지 못했다.

카시안이 문틀에서 손을 뗐다. 검은 선은 여전히 목덜미에 남아 있었다.

"묻는 말에 답하라."

그 목소리에 시녀 둘이 움찔했다.

세리아나는 고개를 돌려 카시안을 보았다.

"전하."

그는 멈췄다.

명령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그녀가 부른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리아나는 조용히 말했다.

"답은 기록에서 받겠습니다."

카시안은 숨을 낮게 내쉬었다.

"그래."

세리아나는 로젤린을 보았다.

"별실 배정 기록과 물품 반입 기록을 보겠습니다."

"황녀 전하의 서류입니다."

"황녀 전하의 이름이 오염된 물건과 함께 쓰였습니다. 감추는 쪽이 더 큰 불경입니다."

로젤린의 손이 기록판 위에서 멈췄다.

그녀는 황실 의전관을 보았다. 의전관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도회장에서는 이미 온실 보수용 초가 공개 보존됐다. 이 방에서 같은 흔적이 더 나온다면 기록을 막는 쪽이 더 수상해진다.

황실 기록관도 대장을 보지 못한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

로젤린은 그 침묵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다.

황녀의 이름을 앞세워 문서를 숨길 것인가.

황녀의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게 지금 문서를 열 것인가.

마침내 로젤린은 안쪽 서랍에서 얇은 대장을 꺼냈다.

"열람만 허락합니다."

"아르덴 님. 읽히는 그대로 적어 주세요."

대장은 깨끗했다.

너무 깨끗했다.

방 배정 칸에는 세리아나의 이름이 대공비가 아닌 베르딘 영애로 먼저 적혔다가 얇은 선으로 지워져 있었다. 그 옆에 작은 글씨로 대공비라고 덧쓴 흔적이 있었다.

루시엘의 이름은 동석 가능 친족으로 적혀 있었다.

세리아나는 그 줄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지금 그것을 캐묻는 순간 루시엘은 피해자 얼굴로 숨어 버릴 것이다.

그 아래 물품 칸이 비어 있었다.

정확히는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세리아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잉크가 마른 뒤 긁어 낸 자리가 있었다. 희미한 획 하나가 남아 있었다.

남쪽 온실 보수 분류.

아르덴의 펜 끝이 멈췄다.

로젤린이 아주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세리아나는 조용히 말했다.

"기록하십시오."

"대공비 전하."

"별실 배정 대장 물품 칸에 삭제 흔적이 있습니다. 남은 문구는 남쪽 온실 보수 분류로 읽힙니다."

황실 기록관의 손이 떨렸다.

세리아나는 그 떨림을 보았다.

"황실 기록관도 같은 문구를 보았습니까."

기록관은 로젤린을 보지 못했다. 대신 대장을 내려다보았다.

"보았습니다."

한마디였다.

충분했다.

그때 벽난로 아래에서 아주 희미한 단 향이 다시 올라왔다.

카시안의 검은 선이 손목 쪽으로 뻗었다. 세리아나는 이번에도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벽난로를 가리켰다.

"불을 피우지 않았다고 했습니까."

로젤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예."

"그런데 향은 아래에서 올라옵니다."

세리아나는 열린 대장을 덮지 않았다.

"남쪽 온실 보수 분류 담당자를 이 자리로 부르십시오. 그리고 벽난로 아래를 봉인합니다."

로젤린은 대답하지 못했다.

문밖에서 루시엘이 아주 작게 물러섰다.

카시안이 그 소리를 들은 듯 눈을 들었다.

세리아나는 루시엘을 보지 않았다.

도망치는 사람보다 지금 남아 있는 향이 먼저였다.

"아르덴 님."

"예."

"지금부터 별실은 황녀 전하의 이름이 아니라 증거의 이름으로 닫습니다."

별실 안의 촛불이 한번 크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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