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17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17화: 꺼진 초 아래

무도회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별실 회랑보다 환했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빛 아래에서 사람들은 더 쉽게 믿고 더 쉽게 떠들었다. 누가 먼저 물러났는지 누가 먼저 숨을 삼켰는지까지 모두가 볼 수 있었다.

세리아나는 루시엘을 지나쳤다. 루시엘은 붙잡지 못했다. 대신 이를 악문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도망치는 거니?"

"열린 위험을 먼저 처리하는 겁니다."

세리아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별실은 문을 열어 둔 채 봉인되어 있습니다. 베르딘 영애께서도 그 기록 안에 계십니다."

루시엘의 숨이 짧게 끊겼다.

카시안은 세리아나의 옆으로 걸었다. 반 걸음 뒤에 숨지도 않았고 앞에서 가로막지도 않았다. 그의 손등 위 검은 선은 가늘게 살아 있었지만 더 번지지는 않았다.

무도회장 입구에서 헬라가 먼저 사람들을 물렸다.

"샹들리에 아래에서 물러나십시오. 대공비 전하의 지시입니다."

귀족들은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황궁 한가운데에서 하녀장의 말에 따라 물러난다는 사실이 자존심에 걸리는 얼굴들이었다.

카시안이 한 걸음 들어서자 길은 즉시 열렸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두려움으로 열린 길은 언제든 두려움으로 닫힌다.

세리아나는 무도회장 중앙에 서서 고개를 들었다.

샹들리에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수십 개의 초가 황금 가지 위에서 흔들렸다. 그러나 위쪽 가장자리의 한 컵만 어둡게 식어 있었다. 꺼진 심지 끝에서 검은 연기가 얇게 감돌았다.

단 향은 그곳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꺼진 뒤 더 선명해진 냄새였다. 꽃을 말려 태운 듯 달고 눅눅한 향이 숨 사이로 끼어들었다.

카시안의 손끝이 굳었다.

세리아나는 그에게 손을 뻗지 않았다.

"대공 전하."

카시안이 그녀를 보았다.

"이 냄새가 서쪽 탑의 초와 닮았습니까?"

무도회장 안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세리아나가 카시안을 달래거나 명령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질문은 명령이 아니었다.

카시안은 아주 천천히 숨을 골랐다.

"닮았다."

짧은 대답이었다.

그 한마디에 몇몇 귀족의 표정이 바뀌었다. 괴물 대공이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증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얼굴이었다.

세리아나는 황실 의전관을 보았다.

"음악을 멈춰 주십시오. 샹들리에 아래를 비우고 초를 내립니다."

의전관의 얼굴이 굳었다.

"대공비 전하. 황궁 시설은 궁정 담당자 없이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럼 담당자를 부르십시오."

"무도회 중에 샹들리에를 내리는 일은 전례가 없습니다."

"무도회 중에 정체 모를 초가 꺼진 뒤 향을 흘리는 일도 전례가 없을 겁니다."

세리아나는 낮게 말했다.

"전례가 없으니 기록합니다."

그 말에 헬라가 곧장 움직였다. 미나는 리본을 감싼 밀랍 종이를 품에 안고 샹들리에 아래로 접근하려는 시종들을 막았다. 아르덴은 별실 쪽에서 돌아와 세리아나 곁에 섰다.

"별실은요."

"문을 열어 둔 채 봉인했습니다. 안쪽 대리인은 황녀 전하의 서기관 로젤린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석자는 황실 시녀 둘과 기록관 하나입니다."

"기록했습니까."

"예."

세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록도 보존합니다. 지금은 이쪽입니다."

의전관은 더 버티지 못했다. 그가 손짓하자 궁정 촛불 담당자와 사다리를 든 시종들이 불려 왔다.

샹들리에를 낮추는 동안 사람들은 무도회장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몇몇 귀족은 카시안을 보았고 몇몇은 세리아나를 보았다.

그 시선 사이로 속삭임이 흘렀다.

"정말 대공을 멈추게 했어."

"멈춘 게 아니라 따르게 한 거겠지."

"대공비가 괴물을 다루는 법을 아는 모양이군."

카시안의 눈이 싸늘해졌다.

세리아나는 그 속삭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가 멈추라고 한 것은 초와 향입니다."

속삭이던 귀족이 입을 다물었다.

"대공 전하께는 증언을 청했습니다. 혼동하지 마십시오."

카시안이 그녀의 말을 끊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손을 천천히 펼쳤다. 검은 선이 손등 위에 보이도록. 그것을 숨기려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저 향에 반응했다."

낮고 거친 목소리가 무도회장을 눌렀다.

"그것뿐이다."

두려움이 다시 움직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작정 도망치는 두려움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꺼진 초를 보았다.

샹들리에가 허리 높이까지 내려왔을 때 단 향은 더 짙어졌다. 궁정 촛불 담당자가 손을 뻗으려 하자 세리아나는 막았다.

"맨손으로 만지지 마십시오."

담당자가 멈췄다.

미나가 밀랍 먹인 종이와 집게를 건넸다. 손은 여전히 떨렸지만 절차는 정확했다.

꺼진 초는 다른 초와 달랐다.

정식 궁정 초는 단단하고 하얬다. 문제의 초는 조금 더 누렇고 손끝으로 누르면 쉽게 무너질 듯했다. 심지는 검게 탔고 주변 밀랍에는 은빛 가루가 점처럼 박혀 있었다.

헬라가 낮게 말했다.

"대공성 서쪽 탑 촛대에서 나온 초와 닮았습니다."

세리아나는 미나가 들고 있던 금빛 리본 보존본을 보았다.

"리본을 옆에 두세요. 닿게 하지는 말고 향만 비교합니다."

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빛 리본과 꺼진 초의 받침이 나란히 놓였다.

향은 같았다.

초 받침 가장자리에는 아주 가느다란 금빛 섬유도 붙어 있었다. 리본에서 빠져나온 실과 같은 굵기였다.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우연으로 넘기기에도 너무 가까웠다.

루시엘이 무도회장 문가에서 창백해졌다.

세리아나는 그녀를 향해 묻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백이 아니었다.

"기록하십시오. 금빛 리본 보존본과 문제 초 받침에서 같은 계열의 단 향이 확인됩니다. 양쪽 모두 미량의 은색 가루가 있습니다. 문제 초 받침에는 금빛 섬유가 붙어 있습니다."

아르덴이 받아 적었다.

의전관이 다급히 끼어들었다.

"대공비 전하. 황궁 물건을 대공가 기록으로 가져가는 것은 지나칩니다."

"가져가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서 봉인하고 황궁 기록관과 대공가 기록자가 함께 확인합니다."

세리아나는 그를 보았다.

"황궁 물건이라면 더더욱 황궁 안에서 누가 바꿨는지 밝혀야겠지요."

의전관은 입을 다물었다.

촛불 담당자가 초 밑동을 조심스럽게 돌렸다. 무른 밀랍 바닥에 짧은 글자가 눌려 있었다.

온실 보수용.

세리아나는 그 글자를 오래 보았다.

서쪽 정원문 기록판 뒤에서 보았던 반입 기록이 떠올랐다.

온실 보수용 초와 향재.

대공가 승인.

승인한 적 없는 물건.

그리고 지금 황궁 샹들리에에서 꺼진 초.

촛불 담당자의 얼굴에서도 핏기가 빠졌다.

"이 표식은 무도회장용이 아닙니다."

그가 아주 작게 말했다.

의전관이 날카롭게 돌아보았다.

"확실한가."

"정식 연회 초에는 용도 표식을 밑동에 누르지 않습니다. 창고에서 임시로 분류할 때 쓰는 방식입니다. 더구나 온실 보수용 물품이 이 홀의 샹들리에에 꽂힐 이유는 없습니다."

말끝이 떨렸다.

세리아나는 그 떨림까지 기록에 남기고 싶었다. 두려움은 때때로 거짓말보다 정확했다. 담당자는 자신이 모르는 물건이 자기 관리 구역에 꽂힌 사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담당자의 진술도 적어 주세요."

아르덴의 펜이 다시 움직였다.

"문제 초가 정식 연회 초가 아니라는 점. 온실 보수용 표식은 창고 임시 분류 방식이라는 점. 담당자는 장착 경위를 모른다는 점."

의전관이 이를 악물었다.

"그 정도 진술은 별도 확인 뒤에 받아도 됩니다."

"향은 지금 퍼졌고 초는 지금 발견됐습니다."

세리아나는 그를 똑바로 보았다.

"나중에 받는 진술은 나중에 고친 진술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아르덴 님."

"예."

"이 표식도 기록합니다. 글자 주변 밀랍을 훼손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해 주세요."

카시안의 시선이 초 밑동에 박혔다.

그의 목덜미에 검은 선이 하나 더 올라왔다.

세리아나는 이번에도 손을 뻗지 않았다.

"전하."

그가 그녀를 보았다.

"지금 이 향을 치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전하께서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카시안의 턱이 굳었다.

"나는 견디고 있다."

"압니다. 그래서 증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말에 그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세리아나는 이어 말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하의 인내가 아니라 증거의 보존입니다."

카시안은 숨을 낮게 내쉬었다. 검은 선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더 번지지도 않았다.

그때 별실 쪽에서 황실 시녀 하나가 다가왔다. 그녀는 의전관의 눈치를 보다가 세리아나 앞에서 멈췄다.

"대공비 전하. 로젤린 님께서 더 기다리기 어렵다고 전하셨습니다. 황녀 전하의 이름으로 곧 입실을 청하십니다."

무도회장의 시선이 다시 세리아나에게 몰렸다.

세리아나는 보존된 초와 리본을 보았다.

그리고 카시안을 보았다.

그는 이번에도 막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대답했다.

"전하십시오. 공개된 위험의 보존이 끝났고 이제 별실로 가겠습니다."

시녀가 안도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하나 더 전하십시오."

세리아나는 문제 초 밑동의 글자를 가리켰다.

"황녀 전하의 대리인께서는 온실 보수용 초가 왜 황궁 샹들리에에 꽂혔는지 설명할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