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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15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15화: 검은 인장의 대공비

황궁 외전의 유리창에는 겨울빛이 얇게 붙어 있었다.

마차 문틈으로 먼저 들어온 것은 음악이 아니었다. 아주 옅은 단 향이었다. 꽃잎을 태운 뒤 남은 재를 비단에 문지른 듯한 냄새가 차가운 공기 속에 섞여 있었다.

세리아나는 장갑 낀 손을 무릎 위에 눌렀다. 손목 안쪽은 얌전히 가라앉은 척했지만 맥박이 뛸 때마다 리본 아래를 가늘게 긁었다.

카시안은 아직 내리지 않았다.

그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검은 예복 소매 아래 손등의 선이 아주 희미하게 움직였다. 황궁 계단 위에는 의전관과 시종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뒤로 열린 문틈에서 웃음소리와 현악기 소리가 번져 나왔다.

"같은 냄새가 납니다."

세리아나가 낮게 말했다.

카시안의 눈이 그녀에게 돌아왔다.

"초대장과 같은가."

"그보다 옅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아르덴이 맞은편에서 창밖을 살폈다. 헬라는 무릎 위 기록판을 붙잡고 있었고 미나는 세리아나의 망토 끈을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카시안은 마차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내가 먼저 들어간다."

"아니요."

세리아나는 바로 대답했다.

그의 시선이 굳었다.

"위험하다."

"그래서 함께 들어가야 합니다."

"네가 내 뒤에 서면 첫 시선은 피할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제가 전하께 숨겨져 있다고 말할 겁니다."

카시안은 입술을 다물었다.

세리아나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제가 멈추라 하면 멈춰 주십시오."

"명령인가."

"동행자의 부탁입니다."

그 말에 손잡이를 쥔 그의 손가락이 아주 조금 느슨해졌다.

잠깐의 침묵 끝에 카시안이 문을 열었다.

"그러면 너도 한 가지 약속해라."

"말씀하십시오."

"아프면 숨기지 마라."

세리아나는 손목을 움직이지 않았다.

"위험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다른 말이다."

"오늘은 그 정도로 타협해 주십시오."

카시안의 눈이 장갑 위에 머물렀다. 그는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먼저 마차 밖으로 내려섰고 곧바로 몸을 돌려 손을 내밀었다.

세리아나는 그 손을 보았다.

붙드는 손이 아니라 기다리는 손이었다.

그녀는 그 위에 손끝을 얹었다.

황궁 계단 앞에 서 있던 의전관의 얼굴에 짧은 균열이 생겼다. 예상한 그림과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괴물 대공이 여자를 끌고 내리는 장면도 아니었고 여자를 가둔 채 혼자 나타나는 장면도 아니었다.

카시안은 세리아나가 계단에 완전히 설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의전관이 다가와 깊이 허리를 숙였다.

"발레리우스 대공 전하를 뵙습니다. 그리고 베르딘 영애께도 황실의 환영을 전합니다."

공기가 얇게 얼었다.

미나의 숨이 뒤에서 멎었다. 아르덴의 눈이 즉시 의전관에게 향했다. 헬라의 펜 끝이 기록판 위에 닿았다.

카시안의 손등 위 검은 선이 선명해졌다.

세리아나는 한 박자 먼저 말했다.

"호칭을 정정하겠습니다."

의전관의 미소가 조금 굳었다.

"예?"

"저는 황실 초대에 대공가의 정식 답신으로 참석했습니다."

세리아나는 망토 안쪽에서 접힌 답신 사본을 꺼냈다. 아래쪽에는 검은 보조 인장이 찍혀 있었다.

"발레리우스 대공비 세리아나입니다."

의전관의 시선이 검은 인장에 박혔다.

주변 계단의 시종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베르딘이라는 이름을 던지면 그녀가 흔들릴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혹은 카시안이 먼저 피를 보일 거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카시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의전관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그러나 카시안은 손을 들지 않았다.

그는 열린 문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낮고 분명하게 말했다.

"발레리우스 대공 카시안이 대공비 세리아나와 함께 황실 동절 무도회에 참석한다."

음악이 잠시 흐려진 듯했다.

문 안쪽의 말소리가 낮아졌다. 가장 가까운 귀족들이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는 잔을 든 손을 멈췄고 누군가는 웃는 입술을 닫았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의 손에서 힘이 들어갔다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끌지 않았다.

세리아나가 먼저 발을 내디딜 때까지 기다렸다.

무도회장은 눈부셨다. 샹들리에의 빛은 흰 대리석 바닥 위에서 부서지고 금빛 천장은 얼음처럼 반짝였다. 향수와 와인과 촛농 냄새가 뒤섞인 사이로 문제의 단 향이 아주 가늘게 흘렀다.

사람들의 시선은 칼날처럼 달라붙었다.

살아 있었군.

정말 대공비인가.

괴물의 손에 끌려온 것치고는 멀쩡해 보이는데.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과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다.

세리아나는 등을 곧게 세웠다.

황실 파벌의 문양이 박힌 브로치를 단 중년 귀족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적당한 거리에서 멈추고 잔을 들었다.

"대공 전하께서 이토록 온화한 모습으로 나타나실 줄은 몰랐습니다. 대공비 전하를 황도에서 뵙기 어려울 거라는 말이 많았거든요."

농담처럼 가벼운 말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칼이 있었다.

카시안의 붉은 눈이 그를 향했다. 검은 선이 손목 위로 길게 올라왔다.

세리아나는 카시안보다 먼저 미소 지었다.

"대공성의 문은 손님 수를 고르는 법이 엄격합니다."

귀족의 눈썹이 움직였다.

"아. 그렇습니까?"

"네. 그래서 헛소문은 들어오기가 어렵습니다. 황도에는 아직 문지기가 부족한 모양이지요."

주변에서 숨죽인 웃음이 아주 작게 터졌다.

중년 귀족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카시안을 보며 다시 입을 열려 했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의 손등에 손끝을 아주 살짝 얹었다.

멈춰 달라는 신호였다.

카시안은 멈췄다.

정확히 그 자리에서.

귀족들이 술렁였다. 괴물 대공이 분노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분노하다가 멈췄다는 사실을 모두가 보았다.

카시안은 세리아나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끝 아래에서 검은 선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부족한 문지기는 황실에서 보충하실 겁니다."

세리아나는 중년 귀족에게 고개를 기울였다.

"오늘 초대가 그 뜻이라 믿겠습니다."

그는 더 말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의전관이 다시 다가왔다. 이번에는 호칭을 틀리지 않았다.

"대공 전하, 대공비 전하. 황실에서는 두 분께 첫 곡을 권하고자 합니다."

첫 곡.

세리아나는 장갑 아래 손목을 느꼈다. 통증은 얌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뒤로 물러서면 방금 얻은 침묵이 전부 흔들릴 것이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거절한다."

"아니요."

세리아나는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짧게 하겠습니다."

"세리아나."

"전하께서 먼저 묻는다면 답하겠습니다."

카시안은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그는 무도회장 한가운데로 바로 끌고 가지 않았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허락하겠나."

짧은 말이었다.

그러나 그 한마디에 무도회장 안의 공기가 다시 흔들렸다.

세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카시안의 손이 그녀의 허리에 닿았다. 닿기 직전 아주 짧게 멈췄고 세리아나가 물러서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자세를 잡았다.

음악이 시작됐다.

첫걸음은 느렸다. 카시안은 무도회를 싫어하는 사람처럼 움직였지만 서툴지는 않았다. 세리아나는 그의 보폭에 맞춰 몸을 돌렸다. 장갑 아래 손목이 찌릿하게 울렸지만 표정은 바꾸지 않았다.

샹들리에 아래로 들어서는 순간 단 향이 짙어졌다.

카시안의 손이 굳었다.

그의 동공이 아주 얇게 세로로 갈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손등의 검은 선이 손목 위로 번졌다.

세리아나는 즉시 이름을 불렀다.

"카시안 발레리우스."

그의 발이 멈췄다.

음악은 계속됐지만 둘의 주변은 조용해졌다.

세리아나는 그의 눈을 보았다.

"저를 보십시오."

카시안의 시선이 느리게 그녀에게 고정됐다.

"향이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이."

"전하의 선택이요."

그의 손이 떨렸다. 그러나 더 세게 쥐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조금 풀었다.

세리아나는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 걸음 뒤로 움직였다.

카시안이 따라왔다.

그들이 다시 움직이자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두려움 위에 다른 것이 얹혔다.

의심.

호기심.

그리고 계산.

괴물 대공이 멈췄다.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대공비의 말에.

음악이 끝나기 전 세리아나는 샹들리에 위쪽을 보았다. 금빛 장식 사이 어딘가에서 단 향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초대장 가장자리와 같은 냄새였다.

그녀는 위치를 기억했다.

곡이 끝나자 박수는 늦게 터졌다. 누구도 먼저 박수를 치고 싶지 않아 망설이다가 황실 의전관이 손을 들고 나서야 소리가 퍼졌다.

카시안은 세리아나의 손을 놓기 전 낮게 물었다.

"아픈가."

"견딜 수 있습니다."

"다른 말이라고 했지."

세리아나는 짧게 웃을 뻔했다.

"조금 아픕니다."

카시안의 눈이 낮아졌다.

그때 의전관이 은쟁반을 든 시종을 앞세워 다가왔다.

"대공비 전하께 황실 별실에서 잠시 뵙기를 청하는 전갈이 왔습니다."

카시안의 분위기가 즉시 차가워졌다.

세리아나는 쟁반 위의 쪽지를 보았다.

작은 흰 봉투였다. 모서리에는 베르딘 백작가 문양 일부가 눌려 있었다. 그 위를 황도 궁정의 보조 봉인이 겹쳐 덮고 있었다.

의전관이 부드럽게 말했다.

"가족의 안부에 관한 일이라 합니다."

카시안이 바로 입을 열려 했다.

세리아나는 그의 손등에 손끝을 얹었다.

이번에도 그는 멈췄다.

카시안은 의전관이 아니라 세리아나를 보았다.

"가겠나."

세리아나는 그 질문을 들었다.

허락도 명령도 아니었다.

그녀는 쟁반 위 봉투를 바라보았다. 베르딘이라는 낡은 족쇄와 황실이라는 새 족쇄가 같은 봉인 아래 겹쳐 있었다.

"먼저 보존하겠습니다."

세리아나는 아르덴에게 시선을 보냈다.

"봉투와 쟁반을 기록해 주세요. 제 손으로 열기 전까지 누구도 만지지 못하게 하십시오."

의전관의 미소가 아주 조금 굳었다.

세리아나는 그제야 카시안을 보았다.

"그리고 가겠습니다."

카시안의 눈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는 막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무도회장 한가운데에서 자신을 보는 수많은 눈을 느꼈다. 도망치지 않는 모습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던 밤이 떠올랐다.

그 기록은 이제 황도 사람들의 눈앞에서 쓰이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 인장이 찍힌 장갑 낀 손을 천천히 내렸다.

"대공비로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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