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14화: 황도의 초대장
황실의 금색 문양은 낮은 불빛 속에서도 선명했다.
문 아래로 밀려 들어온 봉투는 집무실 바닥 위에 멈춰 있었다. 서쪽 정원문 기록판과 초소에서 나온 천 조각과 폐온실의 흙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 모든 증거 곁으로 황도에서 온 초대장이 들어온 것이다.
세리아나는 바로 집지 않았다.
"문을 열지 마십시오."
카시안의 시선이 봉투에 박혔다. 그의 손등 위 검은 선이 아주 희미하게 꿈틀거렸다.
"황실 사자인가."
아르덴이 문 쪽으로 다가가 물었다.
문 너머에서 하급 시종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예. 황도 사자가 현관 홀에서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도회 초대장이라 합니다."
무도회.
그 말 하나가 집무실의 공기를 다른 방식으로 식혔다.
카시안은 낮게 말했다.
"돌려보내."
"아직은 안 됩니다."
세리아나는 봉투 가장자리를 보았다. 태양관과 월계가 금박으로 눌려 있었다. 문양은 정교했고 봉투의 종이도 황실에서 쓰는 두꺼운 백지였다.
그러나 그 고운 가장자리에서 아주 희미한 냄새가 났다.
꽃을 태운 듯한 단 향.
"미나."
"네."
"가까이 오되 만지지는 마세요. 냄새만 확인해 주세요."
미나는 긴장한 얼굴로 한 걸음 다가왔다. 초소 천 조각에서 맡았던 냄새를 기억하는 얼굴이었다. 그녀가 봉투 곁에 몸을 낮추자마자 입술에서 핏기가 빠졌다.
"같습니다. 아주 옅지만 같아요."
헬라가 말없이 기록판을 끌어당겼다.
아르덴은 장갑을 끼고 봉투를 밀랍 먹인 종이 위로 옮겼다. 카시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 일이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의 어깨에는 문을 부수고 사자를 끌어내고 싶은 충동이 억눌려 있었다.
세리아나는 그를 보지 않고 말했다.
"사람을 먼저 부르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황실이 내 성에 이것을 보냈다."
"그래서 더더욱 먼저 물건을 보아야 합니다."
카시안의 눈이 그녀에게 돌아왔다. 붉은 빛은 없었다. 대신 더 깊고 차가운 분노가 있었다.
"네가 황실 문서를 내 앞에서 증거물처럼 다루는군."
"초대장이 아니라 증거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르덴이 봉투 가장자리를 확대경 아래에 두었다. 금박이 눌린 틈에 먼지보다 작은 은색 입자가 붙어 있었다.
"은색 가루가 있습니다."
"서쪽 탑 촛대와 같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긁어내지 말고 가장자리 섬유째 조금만 보존해 주세요."
세리아나는 새로 받은 보조 인장을 책상 위에 올렸다.
검은 돌이 낮은 소리를 내며 놓였다.
"대공가 보조 인장으로 명합니다. 황도 초대장 봉투와 봉투를 가져온 쟁반, 사자의 장갑과 외투는 확인 전까지 보존합니다. 사자는 현관 홀에 대기시키되 누구와도 단독으로 접촉시키지 마세요."
아르덴의 시선이 카시안에게 향했다.
카시안은 잠시 침묵했다.
막으려는 사람의 침묵이었다. 하지만 명령하지 않으려는 사람의 침묵이기도 했다.
그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해."
헬라가 곧장 기록을 남겼다. 미나는 문 쪽으로 달려가려다가 세리아나를 보았다.
"저도 가겠습니다. 현관 하녀들에게 물건을 만지지 말라고 전하겠습니다."
"혼자 가지 마세요. 헬라가 함께 갑니다."
"예."
헬라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 하녀장으로서가 아니라 기록 확인자로 움직이는 얼굴이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동안 세리아나는 봉투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정식 황실 문서다.
그런데 오염되어 있다.
둘 중 하나만이면 쉬웠을 것이다. 거짓 초대장이면 찢으면 됐다. 오염만 된 물건이면 출처를 추적하면 됐다.
하지만 황실의 문양은 진짜였다.
세리아나는 봉투를 열었다. 아르덴이 칼끝으로 봉인을 들어 올렸다. 금색 밀랍은 정식 황실 봉인이었다. 문양도 정확했다.
안쪽 종이는 두껍고 향이 거의 없었다.
겉봉투만 유난히 단 향을 품고 있었다.
초대 문구는 아름다웠다.
제국 동절 무도회.
황실 주최.
발레리우스 대공과 새 대공비의 참석을 청한다.
문장은 청한다는 말로 끝났지만 빠질 수 없는 문장이었다. 마지막 줄은 더 노골적이었다.
북부의 안녕과 두 분의 평안을 함께 축하하고자 한다.
세리아나는 그 줄을 오래 보았다.
"평안."
카시안이 비웃듯 말했다.
"내가 성 밖으로 나가려 한 다음 날 황실은 내 평안을 축하한다."
"그들이 전하의 밤을 알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아르덴의 얼굴이 굳었다.
"대공비 전하."
"아직 확정은 아닙니다. 하지만 초대장 가장자리에 같은 향이 묻은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카시안은 책상 가장자리를 짚었다. 나무가 낮게 삐걱였다.
"참석하지 않는다."
세리아나는 초대장을 내려놓았다.
"불참하면 어떻게 됩니까?"
"내가 황실의 구경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지."
"사교계는 다르게 말할 겁니다."
카시안의 눈이 차가워졌다.
"말하게 둬."
"저는 그 말 속에 들어갑니다."
그의 손이 멎었다.
세리아나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제가 죽었다고 할 겁니다. 아니면 대공성에 감금됐다고 하겠지요. 살아 있다면 얼굴을 보이라는 식으로 더 많은 소문을 만들 겁니다."
아르덴은 부정하지 못했다.
세리아나는 그 침묵만으로 답을 얻었다.
"이미 돌고 있습니까?"
아르덴은 낮게 대답했다.
"황도 쪽 상인들이 몇 가지 말을 흘렸습니다. 첫날밤을 넘겼다는 소문과 넘기지 못했는데 숨긴다는 소문이 함께 돕니다."
헬라가 문에서 돌아왔다. 그녀의 뒤에는 미나가 있었다.
"현관 하녀들에게 접촉 금지를 알렸습니다. 황도 사자는 불쾌해하지만 대기하고 있습니다."
헬라는 잠시 망설이다 덧붙였다.
"성 안 하인들도 초대장 소식을 들으면 같은 말을 할 겁니다. 대공비 전하께서 보이지 않으면 숨긴다고 생각할 이들이 있을 겁니다."
카시안의 턱이 굳었다.
"내 성에서?"
"두려움은 소문을 믿기 쉽게 만듭니다."
세리아나가 말했다.
그 말에 카시안은 더 분노하지 못했다.
그도 알고 있었다. 대공성 하인들이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세리아나가 살아남은 일을 축하보다 불길함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황도는 그 두려움을 더 큰 무대로 끌어낼 생각이었다.
"그러니 제가 가야 합니다."
카시안이 바로 말했다.
"안 된다."
"명령입니까?"
그의 입술이 닫혔다.
집무실 안의 모두가 그 침묵을 들었다.
세리아나는 보조 인장을 손에 쥐었다. 차갑고 무거웠다. 빌린 열쇠와 달랐다. 맡겨진 권한은 때로 더 무거웠다.
"저는 황도에 구경거리가 되러 가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너를 해칠 수 있다."
"숨겨도 해칠 수 있습니다."
"황도는 대공성보다 더럽다."
"대공성 안에도 이미 더러운 것이 들어왔습니다."
카시안의 눈이 흔들렸다.
세리아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전하의 이름으로 문을 열고 전하의 이름처럼 보이는 인장으로 물건을 들였고 황도 초대장 가장자리에도 같은 향이 배어 있습니다. 우리가 숨으면 그들은 문을 더 많이 열 겁니다."
"그래서 그 문 앞으로 직접 걸어가겠다는 건가."
"예."
"위험하다."
이번에는 가지 말라는 말이 아니었다.
세리아나는 그 차이를 알아들었다.
"알고 있습니다."
카시안은 한동안 그녀를 보았다.
"너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대답한다."
"전하께서도 언제나 위험하다고 하십니다."
"대개 맞다."
"저도 대개 알고 있습니다."
아르덴이 아주 작게 숨을 삼켰다. 헬라는 기록판에 펜을 멈춘 채 두 사람을 보았다.
세리아나는 초대장을 접지 않았다. 증거는 접힌 선 하나도 남기지 않는 편이 나았다.
"답장은 바로 보내지 않겠습니다. 먼저 초대장과 사자 물품의 접촉 경로를 기록하고 봉투 가장자리 시료를 보존합니다. 그리고 황도 사자에게는 대공가가 초대장을 검토 중이며 정식 답변은 대공비의 인장을 함께 찍어 보낸다고 전하세요."
"대공비의 인장?"
카시안이 물었다.
"예. 제가 참석할 초대라면 제 이름으로도 답해야 합니다."
그의 표정이 낯설게 굳었다.
거절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거절하지 않는다.
세리아나는 그가 스스로를 붙들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폐온실에서 발톱을 바닥에 박아 멈췄던 것처럼.
"무도회에 참석하겠습니다."
집무실의 불빛이 낮게 흔들렸다.
"대공가의 소문을 그들이 정하게 둘 수 없습니다."
카시안은 아주 천천히 물었다.
"네가 무엇을 바꾸겠다는 거지."
"제가 살아 있다는 것부터요."
세리아나는 카시안의 검은 선이 가라앉은 손등을 보았다.
"그리고 전하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문을 여는 괴물이 아니라, 문을 닫아야 할 때 닫을 줄 아는 대공이라는 것도요."
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거절이 아니었다.
문밖에서 아르덴의 하급 시종이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하. 황도 사자가 한 가지 더 맡겼다고 합니다. 대공비 전하께 직접 전하라 했답니다."
카시안의 눈이 바로 차가워졌다.
아르덴이 문을 열고 작은 봉투를 받아 왔다. 봉투는 황실 초대장보다 훨씬 얇았다. 겉면에는 세리아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세리아나 베르딘.
발레리우스가 아니라 베르딘.
봉투 아래 모서리에는 익숙한 백작가 문양 일부가 눌려 있었다. 그런데 봉인은 황도 궁정의 작은 보조 봉인이었다.
미나가 낮게 숨을 들이켰다.
카시안이 한 걸음 다가왔다가 멈췄다.
"열지 마라."
"지금은 열지 않겠습니다."
세리아나는 보조 인장을 들어 작은 봉투 옆에 놓았다.
"이것도 보존합니다. 제 이름을 틀리게 부르는 편지는 제 손으로 열기 전에 먼저 기록되어야 합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박혔다.
"세리아나."
"예."
"황도에 가면 저런 것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가야 합니다."
세리아나는 작은 봉투에 적힌 베르딘이라는 이름을 보았다.
친가가 기다리는 곳.
황실이 지켜보는 곳.
그리고 대공가의 소문이 마음껏 자라는 곳.
그녀는 손바닥 안의 검은 인장을 굳게 쥐었다.
"도망치지 않는 모습도 기록으로 남겨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