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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12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12화: 밤을 막는 온실

폐온실은 죽은 채로만 남아 있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청동 열쇠를 손바닥에 쥐고 다시 문을 열었다. 오래 갇힌 흙냄새가 낮은 숨처럼 밀려 나왔다. 금 간 유리 지붕 너머로 저녁빛이 비스듬히 내려앉고 말라붙은 잎이 발밑에서 바스러졌다.

카시안은 문턱 바깥에 멈춰 섰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

그가 먼저 말했다.

세리아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명령을 기다리는 얼굴이 아니었다. 자신이 한 약속을 힘껏 붙들고 있는 얼굴이었다.

"제가 부르면 들어오십시오."

"그 전에는?"

"기다려 주십시오."

카시안의 손가락이 천천히 접혔다.

"알았다."

헬라는 온실 입구 옆에 섰다. 열쇠 꾸러미는 이미 품 안에 넣었지만 시선은 세리아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미나는 깨끗한 물병과 연한 진정차 잎이 든 작은 주머니를 안고 뒤따랐다. 아르덴은 기록판을 들고 북쪽 벽 아래 바닥돌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바닥을 열겠습니다."

세리아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안 됩니다."

"확인하지 않으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잘못 열면 살아 있는 쪽을 먼저 다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북쪽 벽 아래로 몸을 낮췄다. 검은 흙 사이에 은색 가루가 희미하게 박혀 있었다. 그 아래 검은 줄기들이 말라붙은 힘줄처럼 엉켜 있었고 틈새에서 아주 가는 흰 뿌리 하나가 숨 쉬듯 떨었다.

세리아나는 손을 뻗다가 멈췄다.

힘을 밀어 넣지 않는다.

감지만 한다.

손목 리본 아래가 낮게 욱신거렸다.

"미나. 물을 조금만 흙 가장자리에 떨어뜨려 주세요. 뿌리 위가 아니라 돌 틈 바깥입니다."

"네."

미나가 물병을 기울였다. 물방울이 바닥돌 사이로 스며들었다. 검은 줄기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흰 뿌리 끝이 아주 작게 휘었다.

그 순간 문턱 밖의 카시안이 낮게 숨을 삼켰다.

세리아나가 돌아보기도 전에 그의 손등 위 검은 선이 길게 꿈틀거렸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검은 선은 바닥 아래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느리게 살아났다.

"전하."

아르덴의 목소리가 굳었다.

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붉은 기운이 눈 밑에 옅게 번졌다. 그는 문턱을 넘지 않았지만 시선은 온실 안쪽이 아니라 북쪽 벽 너머를 향했다.

세리아나는 흰 뿌리를 보았다.

"제 손보다 전하의 반응에 먼저 움직입니다."

카시안의 턱이 굳었다.

"나를 미끼로 쓰겠다는 말인가."

"증언자로 모시겠다는 말입니다."

그의 눈이 흔들렸다.

세리아나는 천천히 말했다.

"전하의 몸이 먼저 아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죄로 취급하지 않겠습니다."

카시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온실 바닥이 아주 가늘게 울렸다.

처음에는 북쪽 벽 아래 흙이 부풀었다. 그다음 바닥돌 사이의 틈이 벌어졌다. 죽은 줄기들이 한쪽으로 눕기 시작했다. 미나가 숨을 들이켰고 헬라가 본능적으로 그녀 앞을 막았다.

단 향이 올라왔다.

꽃을 태운 듯한 향. 서쪽 탑의 촛대에서 남았던 그 냄새였다.

하지만 향은 바닥 아래에서만 올라오지 않았다. 폐온실 서쪽 문 아래 좁은 틈에서도 같은 냄새가 스며들었다. 바깥 흙이 안쪽보다 먼저 식고 있었다.

카시안이 한 걸음 움직였다.

"멈추십시오."

세리아나의 말이 온실 안을 가로질렀다.

카시안의 발이 문턱 앞에서 멎었다. 그러나 그의 어깨가 크게 떨렸다. 목덜미 아래 검은 선이 옷깃 안쪽에서 꿈틀거렸다.

"성 밖이다."

그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무엇이요?"

"저것이 부르는 곳이."

그는 폐온실 뒤편 좁은 문을 보았다. 그 문 너머에는 성벽 가까운 서쪽 정원문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아르덴이 즉시 말했다.

"서쪽 탑으로 모시겠습니다."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탑에서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탑으로 모시면 더 깊이 끌려갈 겁니다."

"하지만 밤이 옵니다."

"그래서 길을 막아야 합니다."

카시안이 낮게 숨을 뱉었다.

"사슬을 가져와라."

아르덴의 손이 굳었다. 헬라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세리아나는 곧장 카시안을 보았다.

"사슬은 안 됩니다."

"내가 나가면 누군가 다친다."

"그 전에 제가 막겠습니다."

"네가 다치면?"

그 질문은 칼처럼 낮았다.

세리아나는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그러니 정화하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미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진정차 잎을 주세요."

미나는 망설임 없이 주머니를 건넸다. 세리아나는 말라 가는 온실 덩굴 아래에 잎을 흩뿌리고 물을 조금 뿌렸다. 죽은 듯 매달려 있던 줄기들이 약한 향을 머금었다.

녹색의 손길을 세게 밀어 넣지 않는다.

남아 있는 것이 숨 쉴 틈만 연다.

딱 그만큼만.

세리아나는 손끝을 흙 위에 얹었다. 손목 반점이 바늘로 찔린 듯 아팠다. 그러나 그녀가 밀어낸 힘보다 온실 안에 남아 있던 아주 작은 생명력이 먼저 움직였다. 마른 덩굴 몇 줄기가 서쪽 문 쪽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헬라가 낮게 중얼거렸다.

"살아 있었군요."

"죽지 않은 겁니다."

세리아나는 카시안을 보았다.

"카시안 발레리우스."

그 이름이 떨어지자 그의 어깨가 멎었다.

검은 선은 더 거칠게 꿈틀거렸지만 그의 눈이 세리아나에게 돌아왔다.

"저를 보십시오."

"비켜."

"비키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 네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그래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카시안의 발톱이 장갑 안쪽을 찢고 나왔다. 그는 서쪽 정원문을 향해 한 걸음 더 가려 했다. 그 순간 온실 덩굴이 낮게 엉켜 그의 앞길을 막았다.

그것은 벽이라 부르기에는 약했다.

손으로 뜯으면 찢어질 만한 줄기였다.

하지만 카시안은 찢지 않았다.

그는 발톱을 바닥에 박았다.

돌이 갈라졌다.

바닥 아래의 검은 줄기들이 다시 꿈틀거렸다. 서쪽 문 아래 틈에서 단 향이 더 짙게 밀려왔다. 카시안의 눈동자가 붉게 흐려졌다.

"세리아나."

이번에는 이름이 경고처럼 나왔다.

"네 힘을 쓰지 마라."

"쓰지 않겠습니다."

"거짓말하지 마."

세리아나는 손을 떼고 주먹을 쥐었다. 통증이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번졌지만 리본을 감춘 채 숨을 골랐다.

"저 덩굴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남아 있던 것을 깨운 겁니다. 전하처럼요."

카시안의 호흡이 흔들렸다.

"나처럼?"

"완전히 병든 것도 아니고 완전히 죽은 것도 아닙니다."

세리아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 덩굴 장벽 안쪽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끊지 마십시오. 전하도 저 뿌리도요."

카시안의 붉은 눈이 잠시 깊어졌다.

그는 자신을 묶는 사슬을 요구했다. 그런데 세리아나는 길을 막았다. 그를 짐승처럼 끌고 가지 않고 그의 발 앞에 멈출 이유를 놓았다.

그 차이를 그는 알아들었다.

카시안은 이를 악물었다.

"내가 움직이면."

"제가 다시 부르겠습니다."

"그래도 움직이면."

"그때는 전하께서 먼저 땅을 붙드십시오."

카시안의 시선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검은 줄기들은 그의 발밑을 향해 꿈틀거렸다. 마치 발목을 감으려는 듯했다.

그가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아르덴이 움직이려 하자 세리아나가 손을 들어 막았다.

카시안은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검게 변하기 시작한 발톱을 돌바닥 깊이 박아 넣었다. 바닥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스스로 멈췄다.

세리아나는 그 모습을 보며 온몸의 힘이 빠질 뻔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온실 바닥 아래의 것이 갑자기 뒤틀렸다. 덩굴 장벽 아래 흙이 갈라지고 검은 줄기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세리아나의 발목으로 오지 않았다.

카시안의 그림자로 갔다.

세리아나는 진정차 잎이 젖은 물을 집어 그 앞에 뿌렸다. 약한 향이 퍼졌다. 검은 줄기가 잠깐 움찔했다.

그 틈에 흰 뿌리 한 줄기가 드러났다.

가늘고 희미했다.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었다.

흰 뿌리 끝에는 물방울 같은 맑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은색 가루와 달랐다. 냄새도 달랐다. 썩은 뿌리 냄새 사이에서 아주 희미한 풀냄새가 났다.

세리아나는 그 이슬을 보았다.

"저건 오염이 아닙니다."

헬라가 숨을 삼켰다.

"그럼 무엇입니까?"

"아직 모르겠습니다."

세리아나는 일부러 모른다고 말했다.

그 순간 검은 줄기가 흰 뿌리를 다시 감아쥐었다. 이슬은 흙 속으로 사라졌다. 카시안의 손등 위 검은 선도 동시에 내려앉듯 잦아들었다.

카시안은 무릎을 굽힌 채 한참 움직이지 못했다.

세리아나는 그에게 다가가려다가 멈췄다.

그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성 밖으로 나가려 했다."

"예."

"내 의지였나."

"전부는 아닐 겁니다."

"일부는."

세리아나는 대답을 늦췄다.

카시안은 그 침묵만으로도 알아들었다.

"그렇군."

그의 목소리는 낮고 비어 있었다.

세리아나는 위로를 고르지 않았다.

"그래서 알아내야 합니다. 무엇이 전하를 부르는지. 왜 전하의 몸이 저 뿌리보다 먼저 대답하는지."

카시안은 천천히 발톱을 바닥에서 뽑았다. 손끝은 아직 떨렸지만 눈의 붉은 기운은 옅어지고 있었다.

"나는 탑에 갇혀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탑이 전하를 가두는 동안 땅 아래에서는 다른 길을 만든 겁니다."

아르덴이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서쪽 정원문을 봉쇄하겠습니다. 바깥 배수구와 문지기 기록도 확인하겠습니다."

헬라가 조용히 말했다.

"폐온실 출입 기록은 제가 직접 남기겠습니다. 약초 사용 기록도 함께 적겠습니다."

미나는 젖은 진정차 잎 주머니를 꼭 쥐었다.

"저도 남기겠습니다. 대공비 전하께서 혼자 오시지 않게요."

세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서쪽 문 아래에서 아주 짧게 단 향이 다시 스쳤다. 바깥 흙이 안쪽보다 먼저 차가워져 있었다. 문틈 바로 아래에는 아주 작은 연갈색 재가 붙어 있었다.

탄 꽃잎처럼 얇았다.

세리아나는 문틈 아래를 보았다.

"아르덴."

"예."

"정원문 바깥 흙도 보존해 주세요. 안에서만 시작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세리아나의 손목에 닿았다.

그녀는 리본 아래 손을 천천히 감췄다.

이번에는 카시안이 묻지 않았다.

대신 낮게 말했다.

"나는 멈췄다."

세리아나는 그를 보았다.

"예. 전하께서 멈추셨습니다."

카시안은 한참 뒤에야 눈을 감았다.

폐온실의 죽은 덩굴은 아직 그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약하고 가느다란 줄기였다. 그러나 그 밤에는 쇠사슬보다 오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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