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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11화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11화: 하녀장의 열쇠

검은 뿌리는 물길을 거슬러 자라고 있었다.

세리아나는 서쪽 탑 바깥 배수로 앞에 무릎을 굽힌 채 진흙의 결을 보았다. 평소 물은 탑에서 바깥 정원 쪽으로 빠져야 했다. 그러나 뿌리는 반대 방향이었다.

정원 쪽에서 와서 탑 입구를 감싸고 있었다.

"물이 흐르는 방향과 다릅니다."

아르덴이 배수로 도면을 펼쳤다. 낡은 양피지에는 서쪽 탑, 약초 보관실 뒤편, 오래전에 닫힌 온실의 배수구가 희미한 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 관로는 지금은 쓰지 않습니다."

"막았습니까?"

"그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세리아나는 도면의 선과 배수로 안쪽 검은 뿌리를 번갈아 보았다.

기록되어 있다는 말은 늘 충분하지 않았다.

카시안은 그녀보다 두 걸음 뒤에 서 있었다. 전보다 가까웠고 전보다 멀었다. 다가오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이 위험이 될까 멈춰 선 사람의 거리였다.

"정원으로 간다."

그가 먼저 말했다.

세리아나는 고개를 들었다.

"위험하다고 하실 줄 알았습니다."

"위험하다."

"그런데요?"

"그래서 내가 간다."

저 말은 보호에 가까웠다. 동시에 통제에도 가까웠다.

둘의 차이는 아직 얇았다.

"대공 전하께서도 조건을 지키셔야 합니다. 제가 멈추라고 하면 멈추셔야 하고 제가 힘을 쓰지 않겠다고 하면 묻지 않으셔야 합니다."

카시안의 눈이 낮아졌다.

"받아들인다."

짧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쉽게 나온 말은 아니었다.

아르덴이 도면의 한 지점을 짚었다.

"옛 온실 쪽 관로를 보려면 하녀장 헬라가 가진 정원 열쇠가 필요합니다. 폐쇄된 뒤에는 보관과 청소 책임이 하녀장에게 넘어갔습니다."

"하녀장."

세리아나는 그 이름을 입 안에서 굴렸다.

대공성 하인들의 시선은 대부분 조용했다. 그러나 조용하다고 해서 비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불길함과 두려움과 오래된 체념이 그 안에 있었다.

그들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하녀장일 것이다.

"부르겠습니다."

아르덴이 말했지만 세리아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움직였다.

"왜지."

"열쇠를 빌리는 사람이 저니까요."

"명하면 된다."

"명령으로 열린 문은 명령이 사라지면 닫힙니다."

세리아나는 도면을 접었다.

"이번에는 닫히지 않을 문이 필요합니다."

하녀장 헬라는 약초 보관실 앞에서 그들을 맞았다.

나이는 오십을 넘긴 듯했다. 머리카락은 단정히 틀어 올렸고 검은 앞치마에는 주름 하나 없었다. 그녀는 카시안에게 깊이 예를 갖췄으나 세리아나에게 향한 고개는 조금 늦었다.

그 작은 차이를 세리아나는 놓치지 않았다.

"옛 온실 열쇠가 필요합니다."

헬라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폐쇄된 곳입니다. 대공비 전하께서 들어가실 만한 곳이 아닙니다."

"누가 들어갈 만한 곳입니까?"

"관리 인원이 따로 있습니다."

"지금도 관리하고 있습니까?"

헬라는 대답을 늦췄다.

세리아나는 약초 보관실 문 앞에 놓인 죽은 화분들을 보았다. 잎 끝은 검게 말랐고 흙에는 회색 곰팡이가 엉겨 있었다. 폐기 표시가 붙은 것들 사이에 아직 이름표가 남은 화분도 있었다.

"이 화분들의 폐기 기록은 누가 고쳤습니까?"

헬라의 얼굴이 굳었다.

미나가 뒤에서 숨을 들이켰다.

카시안의 시선이 하녀장에게 꽂혔다.

헬라는 천천히 말했다.

"고쳤다는 말씀은 지나치십니다."

"그럼 지워졌다는 말로 바꾸겠습니다."

세리아나는 아르덴이 들고 있던 장부를 펼쳤다.

"서쪽 선반의 약초가 한꺼번에 말라 죽은 날이 지워졌습니다. 같은 무렵 서쪽 탑의 통제 기록도 흔들렸고 탑 입구 촛대에서는 정식 보급품이 아닌 초가 나왔습니다. 배수로에서는 약초 보관실에서 난 냄새와 같은 검은 뿌리가 나왔고요."

헬라는 세리아나보다 장부를 먼저 보았다.

그 눈빛에는 놀람보다 피로가 먼저 스쳤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는.

"하녀들이 벌을 받을까 봐 날짜를 미룬 겁니까?"

미나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

헬라가 곧장 말했다.

"하급 아이들이 한 일입니다. 약초를 죽인 책임을 두려워해 폐기일을 늦춘 것뿐입니다."

"그 약초들이 스스로 죽은 것이 아니라면요."

헬라는 입을 다물었다.

세리아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저는 지금 하녀들을 문책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실수를 숨기자는 것도 아닙니다. 죽은 약초의 책임을 하녀들에게만 떠넘기면 진짜 원인을 놓칩니다."

헬라의 눈이 처음으로 세리아나를 정면으로 보았다.

"대공비 전하께서는 무엇을 원하십니까?"

"열쇠와 기록입니다. 약초 보관실 폐기 장부 원본, 옛 온실 열쇠, 정원 배수로 청소 기록."

"그것은 하녀장 권한입니다."

"그래서 하녀장께 요청하는 겁니다."

헬라는 카시안을 보았다.

카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명령보다 더 무거웠다. 그러나 세리아나는 그가 자신에게 맡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헬라의 시선이 다시 세리아나에게 돌아왔다.

"전하께서 직접 명하시면 저는 따릅니다."

"대공 전하의 명령으로 받고 싶지 않습니다."

헬라의 얼굴에 처음으로 분명한 의문이 떠올랐다.

"어째서입니까?"

"제가 책임질 일이기 때문입니다."

세리아나는 손목 리본 아래 욱신거림을 눌렀다.

"그리고 하녀장께서 인정하지 않은 열쇠는 하녀들 사이에서 빌린 물건이 될 뿐입니다. 저는 훔친 열쇠로 성을 고치고 싶지 않습니다."

헬라는 오래 침묵했다.

그녀의 눈가에 아주 작은 균열이 생겼다.

"대공비 전하께서는 이 성을 고치겠다고 하십니까?"

"아직은 무엇이 망가졌는지 보고 있습니다."

"보면 도망가고 싶어질 겁니다."

"이미 여러 번 그랬습니다."

헬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미나가 세리아나를 바라보았다. 겁먹은 얼굴이었지만 이전처럼 물러서 있지는 않았다.

카시안은 낮게 말했다.

"헬라."

세리아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카시안은 그 시선을 보고 말을 멈췄다.

명령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침묵이었다.

헬라는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허리춤의 열쇠 꾸러미를 풀었다.

"동행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서 아무 하녀도 문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십시오."

"원인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함부로 문책하지 않습니다."

헬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인정의 시작이었다.

옛 온실은 정원 서쪽 끝에 있었다.

유리 지붕은 대부분 검게 흐려졌고 몇 장은 안쪽에서 금이 간 채 버티고 있었다. 문을 열자 오래 갇힌 흙냄새가 밀려 나왔다. 꽃향기도 풀냄새도 없었다.

죽은 잎의 먼지와 썩은 물의 냄새뿐이었다.

세리아나는 문턱에서 멈췄다.

손목 반점이 반응했다.

이번에는 욱신거림이 아니라 안에서 가는 실을 잡아당기는 듯한 감각이었다.

"세리아나."

카시안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멈추겠습니다. 안으로 두 걸음만 들어갑니다."

그녀가 먼저 말했다.

카시안은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붙잡고 싶어 했지만 붙잡지 않았다.

온실 안의 화분들은 오래전에 말라 죽어 있었다. 그런데 죽은 줄기들이 모두 같은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바닥 중앙의 배수구가 아니라 북쪽 벽 아래였다.

"물이 모이는 곳이 저쪽입니까?"

헬라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중앙 배수구로 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미나가 조심스럽게 북쪽 벽 아래를 가리켰다.

"전하. 저기 바닥돌 사이가 조금 내려앉았습니다."

세리아나는 몸을 낮췄다.

바닥돌 사이에는 검은 흙이 끼어 있었다. 그 위에 아주 가는 은색 가루가 묻어 있었다. 촛대의 가루와 닮았지만 양은 훨씬 적었다.

아르덴이 도면을 펼쳤다.

"이 위치에는 관로가 없습니다."

헬라가 낮게 말했다.

"있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헬라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제가 이 성에 처음 왔을 때는 저 벽 아래에 청소구가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막았다고 들었습니다. 대공 전하께서 태어나시기도 전 일입니다."

"왜 막았습니까?"

"정원 아래에서 악취가 올라온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오래된 흙물 때문이라고만 들었습니다."

세리아나는 북쪽 벽 아래로 손을 가져갔다가 멈췄다.

힘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안쪽에서 무엇인가가 그녀의 손을 알아보는 듯했다.

검은 뿌리 사이에서 아주 희미한 흰빛이 스쳤다.

세리아나는 숨을 멈췄다.

"저 안에 아직 살아 있는 뿌리가 있습니다."

헬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온실은 십 년 넘게 죽어 있었습니다."

"전부 죽지는 않았습니다."

세리아나는 리본 아래 손목을 눌렀다.

카시안이 한 걸음 다가오려 했다.

"멈추십시오."

그가 멈췄다.

짧고 힘든 정지였다. 하지만 그는 멈췄다.

세리아나는 그제야 바닥돌에서 물러났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이상 건드리면 안 됩니다."

"왜지."

카시안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그러나 재촉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살아 있는 것과 병든 것이 엉켜 있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어느 쪽이 먼저 끊어질지 모릅니다."

헬라는 조용히 열쇠 꾸러미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뒤 그녀는 작은 청동 열쇠 하나와 더 짧은 검은 열쇠를 분리했다.

"약초 보관실 뒤편 보조문 열쇠와 폐온실 열쇠입니다."

그녀는 세리아나에게 두 열쇠를 내밀었다.

"하녀장 권한의 일부를 대공비 전하께 넘기겠습니다. 단독 출입은 안 됩니다. 미나를 붙이겠습니다. 아르덴 님께도 매번 기록을 남기겠습니다."

미나는 놀라 헬라를 보았다.

세리아나는 열쇠를 받았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에 닿았다. 그것은 작았다. 그러나 이 성에서 처음으로 누군가가 그녀에게 스스로 내준 권한이었다.

"조건을 받아들입니다."

헬라는 아주 작게 고개를 숙였다.

"성급히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은 사과라고 부르기에는 딱딱했다. 그러나 세리아나는 그 안에 담긴 것을 알아들었다.

"저도 아직 증명한 것은 많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헬라는 죽은 온실을 돌아보았다.

"죽은 줄 알았던 것을 알아보셨습니다."

그 순간 바닥 아래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돌을 긁는 소리.

세리아나는 손안의 열쇠를 움켜쥐었다.

북쪽 벽 아래 검은 흙 사이에서 흰 뿌리 하나가 아주 가늘게 떨렸다. 그리고 그 위를 검은 뿌리 한 줄기가 뱀처럼 감아 올라왔다.

카시안의 손등 위 검은 선이 동시에 꿈틀거렸다.

아직 밤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원 아래의 무언가는 이미 카시안을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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