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대공과의 이혼은 거절합니다

10화: 꺼지지 않은 촛불
서쪽 탑 입구의 촛대 하나가 밤새 타 있었다는 보고가 들어온 뒤, 집무실 안의 공기는 더 차가워졌다.
카시안은 책상 위의 쪽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세 번째 촛불 이후 사슬을 당길 것.
짧은 문장은 누군가의 명령처럼 보였다. 문제는 그 명령이 카시안의 이름을 입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근무자들을 모두 불러."
카시안의 목소리는 낮았다.
아르덴이 곧장 고개를 숙이려는 순간, 세리아나가 먼저 말했다.
"아직은 안 됩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돌아왔다.
"이유는."
"지금 사람을 부르면 누군가 사실을 말하기 전에 현장이 움직입니다. 촛대, 촛농, 심지, 바닥의 재가 먼저입니다."
세리아나는 쪽지의 검은 밀랍을 보았다.
"그리고 이 쪽지도 더 만지면 안 됩니다. 밀랍 가장자리의 가루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아르덴은 이미 손을 거두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밤새 한 번도 잠들지 못한 사람의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다.
카시안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손등 위 검은 선이 희미하게 꿈틀거렸다. 분노가 저주를 건드리는지, 저주가 분노를 부추기는지 세리아나는 구분할 수 없었다.
다만 지금은 그 둘 모두가 위험했다.
"현장을 봉쇄하십시오. 다만 소란 없이요. 촛대를 치우지 못하게 하되, 아무도 이유를 알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아르덴이 카시안을 보았다.
카시안은 이를 악물 듯 입매를 굳혔다가 짧게 말했다.
"그렇게 해."
서쪽 탑 입구 대기실로 가는 길은 전날보다 길게 느껴졌다.
복도에는 낮빛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서쪽으로 갈수록 빛은 회색이 되었다. 벽 틈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발목을 감쌌다.
세리아나는 리본 아래 손목을 한 번 눌렀다.
반점은 아직 조용했다.
그 조용함이 오히려 불안했다.
대기실 문 앞에는 기사 둘이 서 있었다. 아르덴이 낮게 지시하자 둘은 물러났다. 문이 열리자, 타다 남은 냄새가 먼저 나왔다.
세리아나는 숨을 짧게 들이켰다.
매운 향이 아니었다.
꽃을 말려 태운 듯한 단 냄새. 그 안쪽에 금속을 긁은 듯한 차가운 냄새가 섞여 있었다.
카시안의 발걸음이 멈췄다.
"전하."
세리아나는 그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들어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피하라는 말인가."
"증언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까이 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말을 마치고 나서야 세리아나는 자신이 너무 자연스럽게 그를 증언자라고 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괴물이 아니라.
위험한 환자가 아니라.
그 밤을 겪은 당사자.
카시안도 그 말을 들은 듯했다. 그는 문턱을 넘지 않고 한 걸음 뒤에 섰다.
대기실의 세 촛대 중 오른쪽 끝 촛대만 검게 그을려 있었다. 바닥에는 촛농이 얇게 굳어 있었다. 초는 거의 끝까지 타 내려가 있었고 심지 주위에는 아주 미세한 은빛 점들이 붙어 있었다.
아르덴이 낮게 숨을 들이켰다.
"보급 초가 아닙니다."
"어떻게 아십니까?"
"탑 입구에 쓰는 초는 검은 연기가 적습니다. 이건 너무 무르고 냄새도 다릅니다."
세리아나는 촛농 가까이 몸을 낮췄다. 직접 닿지는 않았다.
촛농 아래 바닥에는 작은 재가 떨어져 있었다. 재는 잿빛이 아니라 말린 꽃잎이 타고 남은 것처럼 연한 갈색이었다.
어젯밤 미나가 가져온 흙에서도 희미한 금속 냄새가 났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 냄새에 단 향이 더해져 있었다.
"이 냄새입니까?"
세리아나가 묻자 카시안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목덜미 쪽 검은 선이 옷깃 아래에서 희미하게 솟았다.
"같다."
세리아나는 더 묻지 않았다.
아르덴에게 밀랍 먹인 종이를 가져오게 하고 촛농 부스러기와 재, 심지 끝을 따로 담게 했다. 세리아나가 지시하는 동안 카시안은 문밖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버티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았다.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촛대 바닥도 보겠습니다."
아르덴이 조심스럽게 촛대를 들어 올렸다. 무거운 금속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순간, 세리아나는 그 아래 틈을 보았다.
가느다란 배수 홈.
평소에는 먼지와 그을음에 가려 보이지 않을 선이었다. 하지만 그 홈 안쪽에 은색 가루가 묻어 있었다.
흘러나온 모양이 아니었다.
가느다란 무엇인가가 그 틈을 지나가며 남긴 듯한 흔적이었다.
"쪽지를 여기로 넣을 수 있습니까?"
아르덴의 얼굴이 굳었다.
"얇게 접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홈은 바깥 배수로와 이어져 있습니다.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는 아닙니다."
"사람이 드나들 필요는 없었겠지요."
세리아나는 촛대를 내려다보았다.
"쪽지만 들어오면 됐을 테니까요."
집무실로 돌아온 뒤, 카시안은 공식 인장을 꺼내게 했다.
검은 돌로 된 인장은 무겁고 차가워 보였다. 발레리우스의 문양은 날카로운 선으로 새겨져 있었다.
아르덴은 새 밀랍을 녹여 깨끗한 종이에 인장을 찍었다. 그의 손끝이 아주 조금 떨렸다.
세리아나는 모른 척하지 않았다.
"아르덴 님."
"예, 전하."
"아직 누구의 잘못인지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아르덴의 눈이 흔들렸다.
"제 관리 구역에서 나온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건 자책보다 정확한 기록입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잠시 아르덴에게 닿았다.
"세리아나의 말대로 해."
아르덴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세리아나는 기존 쪽지의 밀랍과 새로 찍은 인장을 나란히 놓고 보았다.
멀리서 보면 같았다.
가까이 보면 아니었다.
"이쪽은 가장자리의 금이 아래로 빠졌습니다. 공식 인장은 위쪽으로 아주 작게 갈라져 있고요."
아르덴이 눈을 찌푸렸다.
"오래된 인영을 본떠 만든 것일 수 있습니다."
"혹은 이전에 찍힌 것을 눌러 모양만 베꼈거나요."
카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리아나는 그 침묵이 더 무겁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지금 자신이 속은 일보다, 자기 이름으로 다른 이들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있었다.
"임시 지시 묶음은 누가 열 수 있습니까?"
"저와 당직 기사장뿐입니다."
"보관함 자체는요."
아르덴은 잠시 망설였다.
"열쇠 없이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기실 벽 뒤 배수 홈이 보관함 아래쪽 틈과 이어져 있다면, 얇은 종이를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카시안의 손이 책상 위에 멈췄다.
"그걸 모른 채 몇 번이나 내 명령으로 믿었을 수 있겠군."
"전하의 책임이 아닙니다."
아르덴이 즉시 말했다.
카시안은 그를 보지 않았다.
"책임이 아니라고 해서 결과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세리아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쪽지의 가장자리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남은 은색 가루를 바라보았다.
"배수 홈을 봐야 합니다."
카시안이 고개를 들었다.
"다시 서쪽 탑으로 가겠다는 뜻인가."
"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대기실 바깥 배수로만 확인하겠습니다."
"위험하면 멈춘다."
"제가 멈추라고 하면 전하께서도 멈추셔야 합니다."
아르덴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쳤다.
카시안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건 명령인가."
"조건입니다."
아주 짧은 침묵 끝에 카시안이 말했다.
"받아들이지."
서쪽 탑 입구 바깥의 배수로는 낮은 돌덮개 아래 숨어 있었다.
아르덴이 기사 둘을 물리고 직접 돌덮개를 들어 올렸다. 오래된 흙냄새가 올라왔다.
그 냄새는 단순한 습기가 아니었다.
썩은 뿌리.
검게 마른 약초 보관실의 냄새.
그리고 카시안의 몸속에서 세리아나가 처음 감지했던 어두운 기운과 닮은 냄새.
세리아나는 무릎을 굽혔다.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이번에는 카시안에게 하는 말이었다.
카시안은 멈췄다.
세리아나는 배수로 안쪽을 보았다. 얕은 물길은 말라 있었다. 대신 바닥의 진흙이 비정상적으로 따뜻했다. 그 위로 검은 실 같은 뿌리들이 아주 가늘게 지나가고 있었다.
뿌리는 서쪽 탑 안쪽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반대였다.
정원 쪽에서 뻗어 와, 탑 입구 아래를 감싸고 있었다.
촛농 부스러기 하나가 그 뿌리에 엉겨 있었다. 은빛 가루도 붙어 있었다.
세리아나는 손끝을 뻗었다가 멈췄다.
힘을 쓰지 않는다.
아직은.
그러나 뿌리 끝이 살아 있는 것처럼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세리아나의 손목이 욱신거렸다.
리본 아래 숨은 검은 반점이 심장처럼 한 번 뛰었다.
"세리아나."
카시안의 목소리가 뒤에서 낮게 들렸다.
그녀는 손을 거두었다.
"괜찮습니다."
"방금은 괜찮아 보이려고 한 말이다."
세리아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되돌려 주고 있었다.
아르덴은 배수로 안쪽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뿌리는... 정원 쪽에서 온 것 같습니다."
"예."
세리아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무릎이 조금 흔들렸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저주는 서쪽 탑 안에서만 새는 것이 아닙니다. 탑이 뿌리를 뻗은 게 아니라, 성의 땅 아래에서 탑 입구를 붙잡고 있습니다."
카시안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내 몸뿐 아니라."
세리아나는 그를 보았다.
그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았다.
저주가 그의 몸에만 있다면 카시안은 혼자 견디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공성의 땅이 연결되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자신만 가두어 끝낼 수 없었다.
"아직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세리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배수로 안쪽 검은 뿌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 뿌리는 아주 가늘었다.
그러나 죽은 것이 아니었다.
살아 있었다.
병든 채로.
아르덴이 조용히 물었다.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확인해야겠군요."
세리아나는 정원 쪽을 보았다.
겨울빛 아래 대공성의 정원은 검고 고요했다. 흙 위에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하에서는 이미 무언가가 서쪽 탑을 향해 자라고 있었다.
그녀는 리본 아래 손목을 눌렀다.
카시안의 시선이 그 움직임을 따라왔다.
세리아나는 손을 내렸다.
"정원 아래를 봐야 합니다."
그 순간 배수로 깊은 곳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사슬이 아니라 뿌리가 돌을 긁는 소리였다.
가느다란 검은 뿌리 하나가 촛농을 감은 채,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서쪽 탑이 아니라.
대공성의 정원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