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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귀환 무신의 백수 생활3화

현대 귀환 무신의 백수 생활

현대 귀환 무신의 백수 생활

3화: 수상한 등본 민원인

강한얼은 출근 도장을 찍는 순간 깊은 안도를 느꼈다.

주민센터는 아직 서 있었다.

정문 유리에는 금이 갔고 횡단보도 한복판은 밤새 덧댄 아스팔트 때문에 색이 달랐다. 그래도 번호표 기계는 멀쩡했고 복사기는 여전히 탄내를 풍기며 돌아가고 있었다.

이 정도면 평화였다.

"강한얼 씨."

박석두 과장의 목소리가 뒤통수를 때렸다.

"예, 과장님."

"오늘은 화장실 가지 마."

"그건 생리 현상이라서 조절이..."

"말대꾸하지 말고. 어제처럼 사라지면 나 진짜 심장 떨어져."

투박한 말투였지만 한얼은 그 속에 섞인 걱정을 알아들었다. 무림에서는 걱정도 칼끝으로 표현하는 자들이 많았다. 그에 비하면 이 정도 잔소리는 따뜻한 차에 가까웠다.

박민지가 종이컵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한얼 씨, 오늘부터 진짜 창구 앉아요. 어제는 재난 체험학습이었다 치고 오늘은 등본, 초본, 전입신고 갑니다."

"예. 사수님."

"사수님은 무슨. 박 서기라고 불러요."

"예, 박 서기 사수님."

박민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가 포기한 얼굴로 의자를 가리켰다.

한얼은 모니터 앞에 앉았다. 화면에는 주민등록 통합 시스템이 떠 있었다. 작은 칸과 버튼들이 빽빽하게 박혀 있었다.

무림의 기관진식도 이보다 악랄하진 않았다.

"본인 확인하고 신청 종류 누르고 수수료 확인. 민원인이 카드 내면 여기. 현금이면 여기. 프린터 걸리면 무리해서 잡아당기지 말고 저 불러요."

"프린터가 반항합니까?"

"가끔요."

한얼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괴물보다 성가신 적이 하나 더 생겼다.

박 과장은 민원실 창가에 붙은 임시 안전 안내문을 손바닥으로 꾹꾹 눌렀다.

"그리고 다들 입조심해. 신성인지 뭔지 길드 사람들이 현장 다시 본다더라. 괜히 이상한 소리 했다가 우리 센터가 뉴스에 또 나오면 골치 아파."

"신성이요?"

한얼이 물었다.

"국내에서 제일 큰 길드라잖아. 나도 자세힌 몰라. 하여간 헌터들 상대하면 말 한마디가 공문 열 장으로 돌아온다. 조심해."

공문 열 장.

한얼은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신성 길드라는 이름을 경계했다.

무림에서라면 칼을 든 적은 쉬웠다. 칼끝이 향하는 곳만 보면 됐다.

하지만 서류를 들고 오는 적은 달랐다. 어느 칸에 도장을 찍어야 공격이 끝나는지 알 수 없었다.

한얼은 책상 위에 놓인 결재판을 흘끗 보았다.

'저것도 병장기인가.'

플라스틱 판 하나가 오늘따라 유난히 날카로워 보였다.


오전 열 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민원실 문이 열리고 여자가 들어왔다.

검은 정장에 단정한 코트. 머리는 흐트러짐 없이 묶여 있었고 걸음은 조용했다. 평범한 민원인처럼 번호표를 뽑았지만 한얼의 감각은 그 순간 이미 반응했다.

기척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몸 안쪽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얇게 접혀 있었다. 검을 쓰는 자의 호흡이었다. 겉으로는 비단 주머니 같지만 안쪽에는 칼날이 들어 있다.

'헌터로군. 그것도 꽤 강하다.'

여자는 한얼의 창구 앞에 섰다.

"주민등록등본 발급하려고요."

"신분증 부탁드립니다."

한얼은 매뉴얼대로 말했다.

여자는 신분증을 내밀었다. 이름은 이설아. 주소지는 다른 구였다.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있었고 오른쪽 손목 안쪽에는 오래된 상처가 얇게 남아 있었다.

코트 깃 안쪽에는 은색 배지가 잠깐 비쳤다. 박 과장이 말한 길드의 표식과 닮았다.

그녀는 민원인이 아니라 추적자였다.

"어제 여기 앞에서 게이트가 열렸다죠?"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들었다고요?"

"제가 화장실에 있어서 자세히는 모릅니다."

한얼은 가능한 한 순박한 표정을 지었다.

이설아의 눈이 아주 조금 가늘어졌다.

"위험했을 텐데 침착하시네요."

"공무원은 민원인 앞에서 침착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누구한테요?"

"박 서기 사수님께요."

옆자리에서 박민지가 작게 기침했다.

이설아는 웃지 않았다. 대신 창구 위에 놓인 한얼의 손을 보았다. 손등에는 작은 상처 하나 없었다. 게이트 현장에 있었던 사람의 손치고는 지나치게 깨끗했다.

"발급은 얼마나 걸리죠?"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한얼은 마우스를 움직였다. 커서가 화면 한복판에서 멈췄다.

[권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한얼은 굳었다.

이설아가 그의 표정을 살폈다. 게이트 흔적을 떠올릴 때도 흔들리지 않았던 눈빛이 인증서 팝업 앞에서 미세하게 무너졌다.

"문제 있나요?"

"강적입니다."

"네?"

"아닙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박민지가 옆에서 손을 뻗어 키보드 몇 개를 눌렀다.

"한얼 씨, 비밀번호 틀리면 계정 잠겨요. 세 번 틀리기 전에 저 불러요."

"이미 두 번의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왜 싸움처럼 말해요?"

이설아는 그 장면을 가만히 보았다.

그녀의 의심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이상해졌다.

강한얼은 정말로 행정 시스템을 어려워하고 있었다.


등본이 출력되기 직전 민원실 밖에서 작은 파열음이 났다.

게이트 사건 때 깨진 간판의 잔재였다. 건물 외벽 위에 걸려 있던 유리 조각 하나가 느슨해졌다. 바람을 맞은 조각은 천천히 떨어지다가 갑자기 속도를 얻었다.

아래에는 아이를 안은 여자가 서 있었다.

이설아의 눈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도 알아챘다. 그러나 민원 창구와 출입문 사이에는 민원인 셋이 줄을 서 있었다.

한얼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책상 위 신청서 한 장을 손끝으로 밀었다.

종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한얼은 허리를 숙였다. 그 동작에 맞춰 아주 미세한 바람이 창구 아래에서 흘러나갔다.

유리 조각의 궤도가 손톱만큼 틀어졌다.

이설아가 줄 선 민원인 사이를 파고들며 팔을 뻗었다. 동시에 유리 조각은 아이의 머리를 스치지 않고 옆 화단으로 떨어졌다.

쨍그랑!

이설아의 손은 허공을 잡았다. 그녀는 곧바로 아이와 보호자를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외벽 밑에서 떨어지세요."

짧고 정확한 지시였다.

박민지가 깜짝 놀라 창밖을 보았다.

"어머, 저거 아직도 남아 있었네. 한얼 씨, 민원인 안쪽으로 안내해요."

"예."

한얼은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 쪽으로 손을 들었다.

"잠시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안전 점검 전까지 외벽 밑은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이 엄마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설아는 한얼을 보았다.

그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스킬 발동도 마력 파동도 없었다. 그런데 유리가 떨어지기 직전 민원실의 흐름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주변의 힘을 한순간 손바닥 위에 얹었다가 내려놓은 것 같았다.

"방금..."

"등본 나왔습니다."

한얼은 종이를 봉투에 넣어 내밀었다.

"수수료는 사백 원입니다."

이설아는 그를 빤히 보다가 카드를 내밀었다.

"강한얼 씨."

"예."

"운이 좋으시네요."

"공무원 시험도 운이 좋았습니다."

"그 정도 운이면 오래 지켜볼 만하겠어요."

"민원 만족도 조사는 출입문 옆 단말기에서 가능합니다."

이설아는 처음으로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검토해 보죠."

한얼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민원 만족도보다 무서운 검토가 시작된 것 같았다.


이설아가 나간 뒤 한얼은 어깨에 들어간 힘을 뺐다.

강했다.

현대의 헌터라는 것들이 전부 허명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는 검을 쥐고 있지 않았지만 몸 전체가 검집 같았다. 안쪽에 든 칼날을 필요할 때만 꺼낼 줄 아는 사람.

더 성가신 점은 눈치가 좋다는 것이었다.

"한얼 씨."

박민지가 서류 묶음을 내려놓았다.

"오늘 오전 처리분 정리해요. 그리고 대형 폐기물 스티커 문의 들어오면 이 표 보고 안내하고요."

"예. 대형 폐기물은 무엇입니까?"

"버리기 큰 물건이요. 장롱, 침대, 소파 같은 거."

"괴물 사체도 포함됩니까?"

박민지의 손이 멈췄다.

"그런 농담은 헌터 관리국에서 싫어해요."

"농담입니다."

정말 농담이어야 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박석두가 수화기를 들었다.

"예, 동작3동 주민센터입니다. 대형 폐기물이요? 어디 골목이요? 냄새가 심해? 검은 액체가 흐른다고요?"

한얼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아주 희미한 악취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실제 냄새일 리는 없었다. 하지만 기운의 결은 어제 게이트 안쪽에서 느꼈던 차가운 잔향과 닮아 있었다.

박 과장이 수화기를 막고 말했다.

"강한얼 씨, 박 서기랑 현장 확인 좀 나가야겠다. 대형 폐기물 스티커 붙였는지 확인만 하면 돼."

박민지가 바로 일어났다.

"위치는요?"

"센터 뒤쪽 먹자골목 끝. 민원인이 말하길 냉장고 같은데 냉장고는 아니래."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도 모르지. 민원이 원래 그래."

한얼은 눈앞에 쌓인 서류를 보았다.

정시 퇴근은 멀어지고 있었다.

"예, 과장님."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원은 신속 처리하겠습니다."

주민센터 밖에서는 이설아가 검은 차량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단말기에 짧게 입력했다.

[강한얼. 직접 증거 없음. 지속 관찰 필요.]

그리고 주민센터 뒤 골목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도 무언가를 느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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