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 시녀장은 식단표로 반란을 막는다

3화: 납품문을 세는 아침
새벽 주방은 밤보다 조용하지 않았다.
불은 줄었지만 냄비는 식지 않았다. 마리는 포대를 다시 세웠고 어린 하녀들은 소금 항아리마다 밀랍을 찍었다. 카일은 창고 문 앞에서 기록지를 든 채 서 있었다.
서윤은 납품문 앞에 쪼그려 앉았다.
문틀 아래쪽에 긁힌 자국이 있었다. 한 번 억지로 연 흔적이 아니었다. 같은 높이에서 여러 번 스친 선이었다. 무언가가 들어오거나 나갈 때마다 나무를 갈아먹은 자국.
"문 연 기록."
카일이 기록지를 넘겼다.
"어제 정오. 밀가루 두 포대. 오후 네 시. 땔감 한 묶음. 저녁 종 이후에는 없습니다."
"저녁 종 이후에 문이 열렸어."
마리가 등불을 가까이 들었다.
"빗장은 걸려 있었는데요."
"안에서 열고 닫으면 다시 걸 수 있어."
카일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 말은 주방 안 사람이 열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렇게 기록하지 마. 아직은 문이 한 번 더 열렸다고만 적어."
서윤은 납품문 옆 바닥을 손끝으로 훑었다. 흙먼지 위에 희미한 하얀 가루가 있었다. 밀가루라기엔 알갱이가 굵었다.
소금이었다.
장부를 펼치자 회색 글자가 떠올랐다.
[납품문 출입 기록: 불일치 가능]
[보존 재료 손실: 진행 중]
[주방 소문 압력: 상승]
이번에도 이름은 없었다.
마리가 이를 악물었다.
"누가 훔쳤는지 모른다는 뜻입니까?"
"응."
"그럼 주방 애들은 또 서로 얼굴만 보겠군요. 누구 손이 더러운지 찾으라고요."
"서로만 보지 않게 할 거야. 문을 본 사람과 항아리를 본 사람을 나눠."
"주방을 둘로 쪼개면 밥이 늦습니다."
"이미 늦었어. 이제는 누가 혼자 남았는지라도 줄여야 해."
서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새 팔과 허리가 뻐근했다. 엘나의 몸은 일에 익숙했지만 서윤의 정신은 아직 이 피로를 계산표처럼 다루지 못했다.
"소금 확인표를 만든다."
마리의 얼굴이 구겨졌다.
"글 모르는 애들이 절반입니다."
"표시는 글자가 아니어도 돼."
"처벌 명단으로 보일 겁니다."
"처벌하지 않겠다는 문장을 맨 위에 써. 목적은 단독 접근 차단. 누군가 혼자 뒤집어쓰는 걸 막는 표라고."
카일이 펜을 들었다.
"그 문장도 시녀장님 명의로 남깁니까?"
"남겨."
"기록은 나중에 다른 뜻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첫 문장이 필요해."
주방 하인들은 시식대 앞에 모였다. 소금 항아리는 배식대가 아니라 시식대 옆에 줄지어 있었다. 동선은 불편해졌고 아침 준비는 늦어졌다.
젊은 조리 보조가 입술을 깨물었다.
"저희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전부 의심하는 게 아니야."
서윤은 확인표를 들었다.
"전부 혼자 남지 않게 하는 거다. 항아리를 열 때 두 명이 서고 닫을 때 두 명이 표시한다. 이름을 쓰기 어려우면 조장이 적고 본인은 칼등으로 선을 남겨."
"그게 무슨 차입니까."
마리가 낮게 말했다.
"차이 있다. 혼자 뒤집어쓰지 않는 차이."
주방이 잠깐 조용해졌다.
서윤은 마리를 보았다. 마리는 여전히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그 말은 엘나 편을 드는 말이었다.
"귀족 공용 식탁 반찬 하나 줄인다. 남는 닭육수는 하인 식당 죽에 섞어."
하녀 하나가 눈을 들었다.
"정말입니까?"
"정말이야. 대신 죽이 하인 식당에 도착하기 전 소금은 확인표를 거친다."
마리가 거칠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아침 종보다 늦습니다."
"늦는다고 적어. 사유는 검식 절차 보완."
"하인들은 늦은 이유보다 빈 그릇을 먼저 봅니다."
"그래서 묽은 죽보다 늦은 죽이 낫게 만들 거야."
장부 위 로그가 번졌다.
[하인 식당 불만: 69% -> 66%]
[주방 피로: 73% -> 78%]
[소문 압력: 주방 66% -> 70%]
또 비용이 붙었다.
서윤은 숫자를 오래 보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낮아진 수치보다 올라간 피로를 어디서 갚을지였다.
"마리. 아침 배식 뒤 주방 하인 반을 눕혀. 삼십 분씩."
"그 시간에 점심 준비는 누가 합니까?"
"귀족 식탁 점심 가짓수를 하나 더 줄여."
카일이 고개를 들었다.
"두 끼 연속 축소는 체면 문제가 됩니다."
"체면은 저녁에 갚는다. 지금은 주방 손이 먼저야."
그때 창고 입구에서 작은 발소리가 났다.
이안 벨라노르였다.
소년은 어제보다 더 단정했다. 단추는 목 끝까지 잠겨 있었다. 그러나 눈 밑은 창백했다.
"내 아침 식단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카일이 즉시 앞으로 나섰다.
"후계자님. 주방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먹을 것을 정리하는 곳이다."
이안은 서윤을 보았다.
"말하라고 했지."
"예. 후계자님 아침 반찬 한 접시를 줄입니다. 그 대신 식사량은 보리죽과 빵으로 맞춥니다. 남는 닭육수는 하인 식당 죽에 넣습니다."
"이유는?"
"소금과 닭뼈 누락이 확인됐습니다. 하인 식당 죽이 계속 묽어지면 불만이 오르고 주방 감시도 느슨해집니다. 어제와 같은 식사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안은 빈 소금 항아리를 보았다.
"내 접시 하나로 막을 수 있나?"
"못 막습니다."
아이의 눈썹이 움직였다.
"그런데 왜 줄이나?"
"접시 하나로 막는 게 아니라 첫 줄을 바꾸는 겁니다. 후계자 식탁도 공급 문제를 알고 있다는 기록을 남깁니다."
이안은 오래 침묵했다.
"내가 약해서 줄인 게 아니라고 적어라."
"그렇게 적겠습니다."
"공작가답게 낭비를 줄인다고 적어라."
서윤은 고개를 숙였다.
"예."
그 말에 이안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안도는 아니었다. 체면이 완전히 깨지지 않았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그리고 내 식사가 바뀔 때마다 나에게 먼저 알린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카일의 펜이 멈췄다.
"후계자님. 식사 절차 전체를 매번 보고하는 것은 하인 권한 밖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안은 카일을 보았다.
"나는 먹는 사람이다."
어린 목소리였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먹는 것을 내가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
서윤은 그 말을 기록지 첫 줄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카일이 그 문장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읽을지 알 수 없었다.
대신 짧게 적었다.
후계자 식단 변경 사유 공유. 후계자 본인 요구.
이안은 글을 확인한 뒤 돌아섰다.
주방의 숨이 그제야 풀렸다.
마리가 낮게 말했다.
"저 애한테 또 빚을 지웠군요."
"빚이 아니라 권리로 남길 거야."
"그렇게 적는다고 그렇게 됩니까?"
"아니. 그래서 계속 같은 문장을 반복해야 돼."
아침 배식은 늦었다.
하인 식당에는 불만이 먼저 도착했다. 긴 줄 끝에서 누군가 한숨을 쉬었고 다른 누군가는 소금 표 때문에 밥까지 늦어진다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릇에 담긴 죽은 전날보다 덜 묽었다. 닭육수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났고 보리 알이 물 위에만 떠 있지 않았다.
어린 하녀 하나가 첫술을 뜨고 눈을 깜빡였다.
"오늘은 맛이 있습니다."
그 한마디가 줄을 조용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래도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가 욕설보다 먼저 났다.
서윤은 식당 문가에서 장부를 펼쳤다.
[하인 식당 불만: 66%]
[주방 피로: 78%]
[소문 압력: 주방 70%]
피로와 소문은 내려가지 않았다.
마리가 옆에서 팔짱을 꼈다.
"한 그릇으로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으면 실망했겠네요."
"그렇게 생각 안 했어."
"그럼 다행입니다. 저는 실망할 힘도 없습니다."
마리의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전보다 덜 날카로웠다. 그녀는 주방 하인 둘을 손짓해 뒤쪽 벤치로 보냈다.
"삼십 분 누워. 입은 닫고."
하인들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시녀장님 지시다. 내가 착해진 거 아니다."
서윤은 그 말을 듣고도 웃지 않았다. 웃을 힘이 없기도 했다.
카일이 다가왔다.
"출입 기록 원본은 집사실에 있습니다. 사본 대조만 허락하겠습니다."
"원본을 봐야 해."
"오늘은 안 됩니다."
"카일."
"저도 선이 있습니다."
서윤은 그의 손에 들린 사본을 보았다. 반듯한 글씨. 정확한 시간. 너무 깨끗한 기록.
그 깨끗함이 오히려 거슬렸다.
"그럼 사본부터 대조한다."
시녀장 사무실 책상 위에 장부와 출입 기록 사본이 나란히 놓였다. 마리는 팔을 걷어붙인 채 서 있었고 카일은 맞은편에서 펜을 쥐었다.
서윤은 줄을 하나씩 맞췄다.
밀가루 두 포대. 실제 수량 일치.
땔감 한 묶음. 실제 수량 일치.
향신료 빈 상자 반입. 실제 창고에 빈 상자 없음.
닭뼈 한 상자 입고. 납품문 개방 기록 없음.
마리가 낮게 욕했다.
"없는 문으로 닭뼈가 들어왔고 없는 상자가 창고를 지나갔다는 뜻이네요."
카일의 얼굴이 굳었다.
"사본 오류일 수 있습니다."
"원본을 보면 알겠지."
서윤이 말했다.
카일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장부 위로 회색 로그가 떠올랐다.
[납품문 출입 기록: 불일치 확인]
[출처 불명 향신료: 납품 기록 위장 가능]
[문서 권한 충돌: 높음]
[다음 위험: 집사실]
서윤은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범인은 아직 없었다. 정체도 없었다. 하지만 문 하나와 기록 세 줄은 맞지 않았다.
저택은 굶주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굶주림을 문서 위에서 먼저 지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