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 시녀장은 식단표로 반란을 막는다

4화: 먹는 사람의 이름
시녀장 사무실 책상 위에는 종이 세 장이 놓여 있었다.
출입 기록 사본. 창고 수량표. 그리고 서윤이 밤새 적어 둔 대조표.
닭뼈 한 상자 입고. 납품문 개방 기록 없음.
향신료 빈 상자 반입. 실제 빈 상자 없음.
서윤은 두 줄 아래에 붉은 실을 걸었다. 실 끝은 서로 닿지 않았다.
카일은 책상 맞은편에서 서 있었다. 밤새 들고 있었던 사본은 반듯했지만 손가락 끝에는 잉크가 묻어 있었다.
"원본을 내주십시오."
"집사실 원본은 시녀장님이 요구할 문서가 아닙니다."
"그럼 누가 요구해?"
"집사입니다. 혹은 후계자님의 명령입니다."
마리가 문가에서 팔짱을 꼈다.
"그 둘이 말씨름하는 동안 점심 닭뼈는 저절로 생기나요?"
카일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주방장님은 조리선을 지키십시오."
"그래서 물어요. 뼈가 없으면 국물도 없습니다. 순무를 물에 삶는 건 누구나 해요."
서윤은 사본 왼쪽 여백을 가리켰다. 다른 반입 줄마다 있어야 할 작은 승인 표식이 두 줄에만 없었다.
"원본을 다 열자는 게 아니야. 이 두 줄의 승인 표식과 작성 시각만 대조하면 돼."
"사본 누락일 수 있습니다."
"그걸 확인하려고 원본을 보는 거고."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장부 위로 회색 글자가 번졌다.
[문서 권한 충돌: 높음]
[대조 항목 누락: 승인 표식]
[다음 위험: 집사실]
이름은 없었다. 이번에도.
"후계자님께 가겠습니다."
카일의 손이 움직였다.
"식사 문제를 명분으로 후계자님을 집사실 권한 다툼에 끌어들일 셈입니까?"
"식사 문제라서 가는 거야. 닭뼈가 어디로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집에서 후계자 식단을 바꾸면 먼저 알아야 하는 사람은 후계자님이야."
"그분은 열두 살입니다."
"그래도 먹는 사람이지."
후계자 소식실에는 차가 식어 있었다.
이안은 창가에서 편지를 접고 있었다. 봉투에는 아직 인장이 찍히지 않았다. 카일이 뒤따라 들어오자 소년은 서윤보다 먼저 그를 보았다.
"또 안 된다고 하러 왔습니까?"
"후계자님."
"내가 먹는 것이 바뀌는 건 알려 주기로 했잖아."
서윤은 대조표를 내밀었다.
"점심 식단은 보리빵과 순무 수프로 바뀝니다. 닭뼈 입고 줄이 실제 문 기록과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육수 양을 계산할 수 없습니다."
이안의 시선이 붉은 실에 멈췄다.
"누가 훔쳤어?"
"아직 모릅니다."
"그럼 왜 내 인장이 필요해?"
"범인을 찾으려고가 아닙니다. 후계자님 식사가 바뀌는 이유를 확인할 문서를 요구하려고요. 원본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문제의 두 줄을 집사실에서 읽게 해 달라는 허가입니다."
카일이 낮게 끼어들었다.
"후계자님 이름이 붙으면 하인들의 문서 다툼이 공작가의 명령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 붙이지 마."
이안의 대답은 빨랐다.
카일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
"후계자님?"
"내 이름으로 누군가를 벌주지 말라고요. 엘나가 말한 건 두 줄을 보는 거잖아."
소년은 서윤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식사가 바뀌면 안 돼. 그렇다고 내 이름으로 주방 사람들을 겁주지도 마."
서윤은 아이에게 인장을 내밀지 않았다. 선택은 보여 주되 떠넘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점심은 제가 책임지고 내겠습니다. 다만 계속 바뀌는 접시를 모르고 계시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이안이 입술을 다물었다.
"내가 허가하면 네가 뭘 할 건데?"
"식단 변경 사유와 검식한 사람을 적어 올리겠습니다. 후계자님은 확인만 하십시오. 조리 명령까지 받지는 않겠습니다."
"왜?"
"후계자님은 저택의 다음 주인이고 저는 주방을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각자 할 일을 바꾸면 누가 틀렸을 때도 찾을 수 없어요."
"내가 열두 살이라서가 아니고?"
서윤은 잠깐 멈췄다.
"그 나이에도 맞지 않는 일은 있습니다. 주방 지시는 그중 하나입니다. 대신 후계자님은 본인 접시에서 바뀐 것을 확인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안의 눈썹이 조금 누그러졌다.
"내 이름으로 주방에 명령하지 마. 대신 내 접시가 바뀌면 내가 보는 종이에 적어. 누가 맛을 봤는지도."
"예."
"집사실에는 두 줄만 보여 달라고 해. 다른 걸 다 들추지는 마."
"그 조건으로 요청하겠습니다."
이안은 인장을 눌렀다.
식단 변경 통지 및 관련 출입 기록 발췌 대조 허가.
끝에는 한 줄이 더 붙었다.
후계자 명의로 처벌 명단을 작성하지 말 것.
카일의 손끝이 허가서 위에서 멎었다.
"이 문장은 필요 이상입니다."
"필요해요."
이안이 말했다.
"내 이름을 보고 겁먹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내 식사가 안전해지는 방법이 아니잖아."
카일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집사실 복도는 유난히 차가웠다.
서기 토머스는 허가서를 받고도 문을 열지 않았다. 문 안쪽에는 두꺼운 장부장과 봉인 상자가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
"발췌본을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원본 두 권을 찾아야 합니다."
마리가 뒤에서 말했다.
"점심 종까지 한 시간입니다. 그 뒤에는 제가 문서 대신 빈 솥을 들고 다녀야겠네요."
토머스의 얼굴이 굳었다. 카일은 마리를 노려봤지만 서윤은 막지 않았다. 지연도 비용이었다.
"두 줄만 읽어 주세요. 카일이 원본을 들고 토머스가 읽습니다. 저는 대조표에 받아 적을게요. 봉인은 손대지 않겠습니다. 카일은 대조가 끝난 뒤 원본이 그대로였다고 서명하고요."
카일의 시선이 서윤에게 향했다.
"제 서명이 왜 필요합니까?"
"오늘 원본을 보지 않은 사람은 제가 아니라 카일이라는 걸 남겨야 하니까요."
"그 기록이 저를 묶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받아 적은 줄 아래에 서명할게요. 누구 하나만 묶지 않습니다."
마리가 짧게 웃었다.
"이제야 주방 확인표랑 닮았네요."
카일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좋습니다. 발췌 대조로만 합니다. 토머스는 낭독합니다. 엘나 시녀장은 종이에만 적으십시오."
원본의 붉은 봉인은 그대로였다. 카일이 장갑 낀 손으로 책장을 넘겼고 토머스가 날짜를 읽었다.
닭뼈 한 상자. 오후 여섯 시 열일곱 분.
승인 표식 없음.
향신료 빈 상자. 오후 여섯 시 이십삼 분.
승인 표식은 있었지만 잉크가 유난히 옅었다.
서윤은 사본을 다시 보았다. 사본에는 두 번째 줄의 옅은 표식조차 없었다.
"그 시간에 누가 근무했습니까?"
토머스가 입을 다물었다.
카일이 대신 말했다.
"교대 시간입니다. 낮 서기가 나가고 야간 서기가 들어오는 사이죠."
"그래서 표식이 비었어?"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단정하지 않았어. 공백이라고 적을게."
서윤은 대조표에 적었다.
교대 직전. 승인 표식 불완전. 원본 대조 완료.
토머스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이 시간대의 반입은 다음 날 아침 재확인 표식이 남아야 합니다."
서윤은 고개를 들었다.
"그 표식도 없습니까?"
토머스는 원본의 다음 장을 넘겼다. 손끝이 멈췄다.
"없습니다."
카일의 얼굴이 굳었다.
"그 부분은 사본에도 빠져 있습니까?"
"다음 날 장부 페이지는 사본에 없습니다."
"누락이라고만 적으세요."
카일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서윤은 그 말을 따랐다. 조작이라고 쓰지 않았다. 누구의 이름도 쓰지 않았다.
다만 사본 발급 범위에 다음 날 재확인 페이지가 빠졌다는 사실을 적었다.
카일이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원본을 보지 못하게 한 건 기록을 숨기려는 뜻이 아닙니다."
"알아요."
"모르실 겁니다. 원본은 한 번 나가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누가 무엇을 베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 다음부터는 원본을 꺼내지 말고 두 사람이 읽고 한 사람이 적어. 오늘처럼. 교대 직전 반입은 다음 날 확인 칸까지 같이 대조하고."
카일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건 집사에게 올릴 문제입니다."
"올려."
토머스가 원본을 덮자 카일은 봉인 가장자리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마지막에 대조표 아래에 서명했다. 서윤도 그 옆에 엘나 로웬의 이름을 적었다.
점심 검식대에는 보리빵 세 조각과 순무 수프가 놓였다.
마리는 국자를 쥔 채 새 통지서를 노려봤다.
"표가 하나 더 늘었네요. 주방 애들이 좋아하겠습니다."
"이건 주방 벽에 안 붙여. 후계자님 방에만 올릴 거야. 주방에는 인장 번호와 검식자 이름만 남긴다."
"그럼 저희는 또 글씨를 쓰고요."
"마리와 당번 한 명만 표시해. 나머지는 기존 확인표대로."
당번 하녀는 떨리는 손으로 검식표에 칼등 표시를 남겼다. 마리가 그 옆에 이름을 적었다.
서윤은 소금 봉인을 집어 들었다.
밀랍 가장자리에 검은 얼룩이 묻어 있었다. 향신료 끈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냄새 없는 기름.
"이 봉인 누가 가져왔어?"
당번 하녀가 창백해졌다.
"아침에 창고에서요. 마리님이 세워 둔 바구니에서 꺼냈습니다."
마리가 바구니를 뒤집었다. 다른 봉인에는 얼룩이 없었다.
"또 누가 손댔네요."
"아직은 바뀐 봉인 하나야."
"그 말이 위로가 됩니까?"
"아니. 그래서 이걸 오늘 식사에서 빼."
마리는 소금 봉인을 천으로 싸서 목록 상자에 넣었다. 수프는 싱거워졌다. 국자 아래에서 순무 조각이 더 많이 떠올랐다.
"하인 식당 죽은요?"
"기존 봉인만 쓴다. 부족하면 먼저 적어. 물을 더 붓지 말고."
마리는 짜증 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없다고 욕먹겠네요."
"욕은 들을 수 있어. 누가 혼자 넣었다는 말은 못 듣게 해."
이안은 후계자 방에서 통지서를 읽고 있었다.
식단 변경 사유. 닭뼈 반입 기록 불일치.
검식. 마리 도일과 당번 하녀.
사용 보류. 검은 얼룩이 묻은 소금 봉인 하나.
이안은 마지막 줄을 다시 읽었다.
후계자 확인. 이안 벨라노르.
"내 이름은 어디에 있어?"
"마지막 줄입니다. 확인했다는 뜻으로만요."
소년은 손가락으로 그 줄을 짚었다.
"명령이 아니네."
"예."
"내가 확인하면 뭐가 달라져?"
"후계자님이 모른 채 줄였다는 말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 누가 식단을 바꾸려면 이 종이를 먼저 써야 합니다."
"나한테 허락받으라는 뜻은 아니고?"
"아닙니다. 후계자님을 빼놓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안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럼 됐어."
그는 보리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을 보려는 얼굴이었다. 아이는 수프를 한 모금 마신 뒤 인상을 썼다.
"싱거워."
"소금 봉인 하나를 빼서 그렇습니다."
"그 봉인이 이상해서?"
"예."
"그럼 오늘은 싱거운 게 맞겠네."
장부 위로 글자가 떠올랐다.
[후계자 식단 통지: 정착 가능]
[검식 책임 분산: 진행 중]
[집사실 교대 기록 대조 필요]
[다음 위험: 시녀장 업무 기억]
서윤은 마지막 문장을 오래 보았다.
시녀장 엘나 로웬이 알고 있었을 길이 저택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길을 찾기 전에 누군가는 소금 봉인까지 바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