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93화: 음양(陰陽)의 조율과 혈마(血魔)의 해일
"소각(Incineration)."
혁이 얼어붙은 광장을 향해 가볍게 왼손을 내저었다.
파아아아아앗-!
얼음 지옥으로 변했던 광장 전체가 일순간에 시빨간 화염의 조류로 뒤덮였다. 절대 영도의 추위에서 순식간에 강철마저 녹이는 수천 도의 고열 화염으로 기온이 전환되는, 마법적 원소 급변 현상이었다.
바수수수수수슥-!
하얗게 얼어붙어 있던 삼백여 마리의 혈귀 괴시 조각상들이 고열의 화염 장막에 부딪히는 순간, 굉음과 함께 맑은 수증기와 검은 재가 되어 대지 위로 흩어졌다. 단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뼈마디까지 완벽하게 연소한 것이다.
혹한(Ice)과 고열(Fire).
상반된 두 속성을 대기 중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교차 지배하는 혁의 법력에, 혈귀마장은 소름이 끼쳐 뒤로 비틀거렸다.
"요, 요술쟁이 놈……! 두 상반된 음양(陰陽)의 기운을 아무런 징후도 없이 교차시키다니! 너는 정녕 인간이더냐!"
무림에서 음양쌍극(陰陽雙極)의 기운을 다루는 무공은 전설적인 신화 속에서나 언급된다. 그런데 혁은 아무런 내력 소모나 단전의 역류 현상도 없이, 손짓 두 번으로 세상을 겨울과 여름으로 바꾸어 놓았다.
"천마교의 마도(魔道)도 내 원소 지배 앞에서는 한낱 불장난에 불과하군."
혁이 공중에서 내려앉으며 마침내 허리의 현검을 천천히 뽑아 들었다.
현검의 은빛 칼날 위로 푸른 번개와 붉은 화염이 동시에 어려 요동쳤다. 5서클에 도달한 대마법사의 전능한 '원소검강(Element Blade-gang)'의 실현이었다.
혈귀마장은 패배의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비명을 지르며 전신의 혈관을 터뜨렸다.
"죽어라! 혈마적수해일(血魔赤水海溢)!"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시빨간 혈색 진기가 거대한 파도가 되어 영주시 중심 광장 전체를 집어삼킬 듯 쇄도해왔다. 스치는 생명을 단숨에 녹여 피고름으로 만드는 혈귀마장 평생의 절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