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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89화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89화: 만년빙동(萬年氷洞)과 백색(白色)의 정화(淨化)

만년한빙동의 내부는 절대 영도(Absolute Zero)에 가까운 한기가 지배하는 얼음의 뇌옥이었다.

입구에 발을 들이는 순간, 일반적인 일류 고수의 호신강기라 할지라도 혈관 속 피를 순식간에 얼려 심장을 멈추게 만들 수준의 무시무시한 동결 기류가 습격해왔다. 동굴 벽면에는 투명하게 얼어붙은 고대의 얼음 가시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혁은 전신에 푸른 은빛의 '단열 장막(Thermal Barrier)'을 조밀하게 둘렀다.
장막 안쪽은 마법의 법칙에 의해 기온의 교환이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었기에, 외부의 살인적인 냉기가 혁의 피부에 닿지도 못했다.

그는 고요한 걸음걸이로 동굴 지하 깊숙한 곳으로 걸어 내려갔다.

동굴 가장 깊은 동굴 광장의 중앙.
그곳에는 굳어버린 빙하 호수 위에, 사람 머리 크기만 한 투명하고 눈이 부신 마정석 하나가 떠 있었다. 그러나 마정의 표면은 불길한 검보라색의 핏줄 같은 문양들로 뒤덮여 있었고, 그 틈새로 음산한 마기(魔氣)와 부식성 냉독이 뿜어 나와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북해마정(北海魔晶)이었다.

"과연, 마교의 근원 마기가 지맥을 타고 흘러 들어와 얼음 원소 마정과 융합되어 있군. 무림인들이 해독할 수 없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혁은 얼음 호수 위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의 접근을 감지한 북해마정이 불길하게 요동치며, 수천 개의 얼음 송곳 무리와 검보라색 냉독의 해일을 전방으로 발사했다. 마수들의 정신을 붕괴시킨 치명적인 광역 냉독이었다.

하지만 혁은 그저 현검을 앞세우며 나직이 속삭였다.

"디스펠 매직(Dispel Magic) - 와이드 캐스팅(Wide Casting)."

파아아아아아앗-!

혁의 손끝에서 뻗어 나간 백색과 은백색의 정교한 마력 장막이 쇄도하던 검보라색 독무를 가볍게 휩쓸고 지나갔다. 독안개와 얼음 송곳들은 마력의 파쇄 기류에 닿자마자, 주술적 연결을 잃고 맑은 서리 가루가 되어 호수 위로 허무하게 가라앉았다.

혁은 멈추지 않고 북해마정의 표면에 자신의 백색 정화 마력을 다이렉트로 주입했다.

"퓨리피케이션(Purification)."

키이이이이잉-!

마정의 붉고 불길한 검보라색 문양들이 정화의 백색 광선을 비명 지르듯 요동치며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마법 원소의 순수한 질량 앞에 왜곡된 마기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검붉은 기운들이 하나둘 기화하여 공기 중으로 소멸했고, 뒤덮여 있던 흉측한 핏줄 문양들이 깨끗하게 씻겨 나갔다.

몇 분의 대치 끝에, 마침내 북해마정은 본래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스카이블루(Sky Blue) 빛깔을 되찾았다.
주변을 좀먹던 불길한 한기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만물이 태동하는 차갑고도 정순한 극고농도의 '빙설 마나(Ice Mana)'의 빛무리가 찬란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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