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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87화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87화: 빙궁(氷宮)의 사투와 지옥의 화염

북해빙궁의 거대한 얼음 성벽 앞마당.

그곳은 아비규환의 전장터였다. 수백 마리에 달하는 거대한 설산요수(雪山妖獸)—붉은 눈을 번뜩이며 전신에 날카로운 검은 얼음 가시들을 두른 '빙마웅(氷魔熊)' 무리들이 성벽의 정문을 향해 파죽지세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짐승들은 일반적인 설수가 아니었다.
백만대산에서부터 새어 나온 검붉은 마기(魔氣)에 오염되어 본능적인 이성을 잃고 흉포하게 폭주하는 마수(魔獸)들이었다.

"성문을 사수하라! 절대로 밀려선 안 된다!"
빙궁의 소궁주인 설지원(雪智遠)이 청빛의 한빙검(寒冰劍)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빙궁의 무사들이 차가운 한빙진기를 뿜어내며 맞섰으나, 마기에 폭주한 빙마웅들은 혹한에 면역이 되어 있는 데다 고통조차 느끼지 않아 빙궁의 검격이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사들이 요수들의 날카로운 앞발에 찢겨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갔다.

쉬이이이이익-!

설지원의 눈앞으로 가위만 한 크기의 빙마웅의 검은 앞발톱이 떨어져 내렸다. 그녀가 내력이 소모되어 피하지 못하고 눈을 감으려던 그 찰나.

하늘에서 은빛 번개 궤적과 함께 한 청년이 대지 위로 내리앉았다.

"파이어 템페스트(Fire Tempest) - 맥시멈 캐스팅(Maximum Casting)."

혁의 나지막한 주문과 함께, 그를 중심으로 반경 이십 장(丈) 이내의 모든 공간이 붉게 일렁이며 거대한 지옥의 불꽃 소용돌이로 화했다. 4서클의 극의를 담은, 강철조차 1초 만에 기화시키는 화염의 태풍이었다.

쿠우우우우웅-!

혹한의 빙원이 일순간에 시뻘건 화염 지옥으로 뒤바뀌었다.
돌진하던 수백 마리의 빙마웅들은 뜨거운 은빛 화염에 휩싸이자마자,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뼈까지 단숨에 타들어 가 잿더미로 화했다. 그들을 조종하고 있던 시커먼 마기 또한 정화의 고열 마법에 휩쓸려 허무하게 흩어졌다.

바닥을 뒤덮고 있던 두터운 빙판이 단숨에 녹아내려 자욱한 수증기 기둥들을 하늘 높이 뿜어 올렸다.

단 일격.
빙궁의 수백 무사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요수 대군이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설지원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수증기 기둥들 사이로 현검을 칼집에 꽂아 넣고 있는 혁의 신형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혹한의 땅 북해에서, 단 한 번의 불꽃으로 겨울의 이치를 지워버린 불의 지배자가 그렇게 장엄하게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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