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86화: 만리(萬里)의 빙원(氷原)과 창공(蒼穹)의 비행
중원의 평야를 벗어나 북쪽으로 나아갈수록, 녹색의 대지는 점차 사라지고 메마른 황무지와 광활한 벌판이 끝없이 펼쳐졌다.
혁은 말이나 마차를 이용하지 않았다. 4서클의 마나를 전신에 두른 그는 공간을 넘나드는 텔레포트와, 중력을 물리적으로 제어하여 하늘을 나는 비행 마법 '플라이(Fly)'를 전개해 이동했다.
"플라이(Fly) - 하이 스피드(High Speed)."
파아아아아앗-!
혁의 신형이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대기권을 가르며 북쪽 하늘을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지상의 무림인들이 보았다면 전설 속의 등공도보(登空渡步)나 신선이 구름을 타고 날아가는 어검비행(御劍飛行)이라며 경악했을 터였다.
그는 단 이틀 만에 만리(萬里)에 달하는 거리를 주파하여, 마침내 일 년 내내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는 혹한의 대지, 북해(北海)의 영토에 진입했다.
쉬이이이이익-!
하늘을 가득 메운 백색의 눈송이들과 살을 찢을 듯한 칼바람이 날아가는 혁의 전신을 때렸으나,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마력 쉴드 '체온 유지 장막(Thermal Shield)' 앞에서는 한 줌의 냉기조차 침투하지 못했다.
혁은 고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 눈 덮인 거대한 만년설 산맥 사이에, 얼음과 결정석으로 건축된 백색의 웅장한 궁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북해 무림의 절대 강자이자, 얼어붙은 대지의 지배자라 불리는 북해빙궁(北海冰宮)이었다.
하지만 혁의 예민한 4서클 감각은 빙궁 주변에서 요동치는 심상치 않은 전조를 감지했다. 백색의 설산 아래로, 검고 불길한 마기의 기류와 함께 짐승들의 포효 소리가 산맥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혁은 하늘에서 빙궁을 향해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북해의 혹한보다 더 차가운 마법사의 비행 궤적이, 백색의 눈밭 위로 은빛의 한 가닥 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