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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84화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진기 대신 마나 쓰는 세가 서자

84화: 밀실(密室)의 회담과 천마(天魔)의 예언

그날 밤, 무당파 장문인의 개인 밀실인 소학재(小學齋).

향나무 타는 은은한 냄새가 퍼지는 방안에 장문인 진현도인과 혁이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단 두 사람만이 참여한 지극히 비밀스러운 회담이었다.

진현도인은 평소의 온화한 안색 대신, 어두운 암운이 드리워진 심각한 안색으로 찻잔을 잡았다.

"혁 문주, 내 오늘 문주님을 따로 모신 것은 호북성을 넘어 천하 무림 전체를 뒤흔들 거대한 재앙이 도래하고 있음을 경고하기 위함이오."

"재앙이라니?"
혁이 물었다.

"수백 년 전, 중원 정종 무림과 생사를 건 전쟁을 치른 끝에 백만대산(百萬大山) 깊은 곳에 봉인되었던 마교—천마신교(天魔神教)의 부활이 임박했소."

진현도인의 무거운 폭로가 밀실의 침묵을 깼다.

"우리 무당의 첩보원들과 천풍검객 대협이 백만대산 인근을 수색한 결과, 교단의 봉인이 완전히 파쇄되었음을 확인했소. 교단을 이끄는 새로운 천마(天魔)는 전설 속의 자연경(自然境)에 도달한 괴물이며, 그들의 첫 번째 정벌 표적이 바로 이곳 호북성과 마도문, 그리고 무당산이 될 것이오."

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천마신교.
무협 세계관의 최종 보스이자, 마기가 극에 달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어둠의 교단. 기획서에도 4부의 주 무대로 천마신교와의 대전쟁이 언급되어 있었다.

"마교의 마도(魔道)는 흑월교의 음산한 사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고 파괴적이오. 하지만 혁 문주께서 부리시는 신비로운 은빛 마법과 정화의 힘은, 마교의 어두운 마기를 역파쇄할 수 있는 유일한 천적(天敵)이 될 수 있을 터. 무림맹과 정파 연합은 마도문이 이 전쟁의 핵심 주력군으로 동참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소."

혁은 진현도인의 권유를 담담히 흘려보냈다.
그는 정파의 사냥개가 되어 무림맹의 명령을 듣는 어리석은 짓은 할 생각이 없었다.

"맹방으로서 협조하겠소, 장문인."
혁이 차갑게 선언했다.

"하지만 마도문은 내 방식으로 싸울 것이오. 무림맹의 그 멍청하고 이중적인 장로들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을 것이며, 내 요새와 수하들을 장기판의 말로 소모할 생각은 없소. 내 방식대로 적의 목을 베어 줄 터이니, 장문인은 무림맹의 입단속이나 확실히 해 두시오."

혁의 오만하면서도 철저한 실리주의적 태도에 진현도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문주님의 뜻을 존중하겠소. 무당 또한 문주님의 든든한 등 뒤가 되어 줄 것을 약속하오."

역사의 가장 거대한 난세의 서막, 천마신교와의 대전쟁이 호북성의 어두운 밤하늘 아래 조용히 싹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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